<김삼기의 시사펀치> 오세훈·박형준, 출우에서 출마로 바꿔라

2021년은 소의 해, 2026년은 말의 해

정치는 개인의 능력이나 정당의 간판으로 설명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시대의 성격’이 정치의 방향을 결정한다. 선거가 치러지는 해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사회는 어떤 속도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유권자의 기대는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가 정치의 성패를 가른다.

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년 사이 바로 이 ‘시대의 성격’이 바뀌는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이 둘의 정치적 궤적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결정적으로 시작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각각 성폭력·성추행 사건으로 임기 중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한민국의 수도와 제2의 도시에서 동시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의 ‘도덕적 파탄’이 도시 행정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었고, 유권자의 분노와 피로가 누적된 자리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과 박형준이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둘의 승리는 개인의 정치적 역량 이전에 ‘시대의 요청’이었다. 유권자는 혁신이나 속도를 요구하지 않았다. 먼저 요구된 것은 도덕과 함께 안정이었다.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고, 흔들린 행정을 다시 세우는 일, 과열된 정치를 식히는 일이었다.

2021년은 말의 해가 아니라 소의 해였다. 빠른 질주보다 묵묵한 복구가 필요했고, 구호보다 관리가 요구되던 시기였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고, 흔들린 행정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해의 정치는 앞서 달리는 경쟁이 아니라, 뒤엉킨 현실을 하나씩 정리하는 일에 가까웠다.


실제로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선택을 받았다. 서울과 부산 모두 큰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했고, 그 결과 오세훈과 박형준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사실상 5년 동안 각각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맡게 됐다.

필자는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과 박형준의 도전은 ‘출마(出馬)’가 아니라 ‘출우(出牛)’였다고 생각한다. 싸움을 위해 말을 끌어낸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소를 외양간에서 끌어낸 도전이었다. 그 선택은 승부를 가르는 결단이기보다 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우라는 유권자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소는 느리나 결코 방향을 잃지 않는다. 또 화려하지 않지만, 밭을 갈고 땅을 일군다. 2021년과 2022년의 정치 환경에서 유권자가 원했던 지도자의 모습은 바로 이 소의 이미지였다. 속도보다 신뢰를, 성과보다 안전을 먼저 확인하려는 시대의 감각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AI도, 로봇도, 초고속 혁신도 잠시 미뤄두고, 경제와 민생, 행정의 기본 체력을 회복시키는 일. 오세훈과 박형준은 그 요구에 비교적 적합한 후보였다. 적어도 ‘무너뜨리지 않는 정치’라는 최소한의 기대가 있었다. 그 시기의 유권자는 잘하는 지도자보다, 망치지 않는 지도자를 더 절실히 원했다.

그러나 정치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2026년은 말의 해다. 그리고 이 말은 더 이상 과거의 전쟁마가 아니다. 오늘의 말은 속도의 상징이다. AI, 로봇, 자동화, 데이터, 플랫폼, 도시의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속도의 은유다. 5년 전에는 ‘버티는 정치’가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늦지 않는 정치’가 요구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026년 6·3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하는 오세훈과 박형준이 더 이상 ‘출우 프레임’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붙잡기 어렵다. 경제를 챙기겠다는 이야기, 행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유권자는 안정 위에 속도를 요구한다. 멈추지 않는 도시, 뒤처지지 않는 도시를 보고 싶어 한다.

서울과 부산은 이미 관리의 도시가 아닌 경쟁의 도시다. 글로벌 경쟁, 기술 경쟁, 인재 경쟁에서 뒤처지면 회복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 특히 AI와 로봇, 자동화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도입 시점이 곧 격차가 되는 영역이다. 5년 전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말이 책임감으로 들렸지만, 2026년에는 “왜 아직도 망설이느냐”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과 박형준에게 필요한 것은 출우의 미덕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출마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출마는 싸움의 상징이 아니라, 말을 끌어내 속도를 내고 도시를 새로운 단계로 이동시키며 AI와 로봇, 첨단 산업을 미래가 아닌 현재의 행정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결단이다.

물론 쉽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안정의 이미지가 강하다. 급격한 전환은 위험으로 보일 수 있고, 과속은 또 다른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정체다. 지금의 성과에 머무르는 순간, 유권자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정치에서 가장 큰 패배는 실패가 아니라 뒤처지는 것이다.

2021년의 출우는 옳았다. 그 시기에는 소가 필요했다. 그러나 2026년에도 계속 소만 끌고 나오면, 그 선택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정치가 된다. 말의 해에 필요한 것은 속도다. 단순한 질주가 아니라, 어디로 얼마나 달릴 것인지에 대한 방향의 설계다.

방향 없는 말은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 이 지점에서 안정적 이미지를 가진 오세훈과 박형준은 분명히 유리하다. 타 후보가 속도를 낼수록, 유권자의 눈에는 그 말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 아직 길이 정해지지 않은 불안한 말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과 박형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위기 이후의 복구를 맡아 안정의 시간을 통과해 왔다. 이제 그 안정 위에 무엇을 얹을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올해 6·3 지방선거는 이 둘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소의 정치에서 말의 정치로, 관리에서 속도로 이동하라는 전혀 다른 시험지를 내밀고 있다.

출우에서 출마로. 그 전환에 성공한다면, 오세훈과 박형준은 단순한 연임 시장이 아니라 시대 전환기의 도시 설계자로 기억될 것이다. 실패한다면, 가장 성실했던 관리자의 한계로 남을 것이다. 말의 해는 잔인할 수 있다. 속도를 요구하고, 결단을 묻고, 주저하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오세훈과 박형준에게 올해 6·3 지방선거는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묻는 선거가 아니다. 그것은 안정의 시대를 통과한 지도자가 속도의 시대에 어떤 설계를 내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이다. 소처럼 성실했던 과거는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유권자는 더 이상 ‘잘 관리한 시장’을 찾지 않는다. 시대의 속도를 읽고, 도시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설계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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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