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026년, 법이 아닌 책임 바뀐다

새로 시행되는 법이 드러낸 책임의 주인과 지방선거

2026년 새해에 시행되는 주요 법안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법이 아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떠넘겨졌는지를 숨겨왔던 책임의 주인을 드러내는 법들이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인공지능 기본법, 상법 개정안 등은 더 이상 개인과 약자에게 위험을 미루지 않겠다는 방향을 가리킨다.

이 변화는 곧 정치의 시험대가 된다. 책임을 넓히겠다는 법 앞에서 누가 감당할 준비가 돼있는가. 특히 2026 지방선거는 약속을 늘어놓는 선거가 아니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권력을 가려내는 선거가 될 것이다. 말이 아니라 선택과 결과로 그 준비가 검증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입법의 해’ 아닌 ‘책임 재정의의 해’

2026년에 새롭게 시행되거나 본격 적용되는 법안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규제 강화나 복지 확대가 아니라 ‘책임의 이동’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드러난다. 누가 어디까지 부담져야 하는지, 그 책임을 정치와 제도가 어디에 내려놓을 것인지라는 질문이 모든 법안의 바탕에 깔려 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AI 기본법, 상법 개정안은 서로 다른 영역의 법처럼 보이지만, 기존에 개인·하청·노동자·이용자에게 떠넘겨졌던 위험과 부담을 기업·원청·경영자·플랫폼으로 옮긴다는 동일한 구조를 공유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제도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책임의 경계가 바뀌는 순간, 정치의 언어도 바뀌고, 선거의 프레임도 달라진다. 2026년 지방선거는 ‘누가 잘했는가’를 묻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 노동권 보호인가 산업 책임 전가인가

노란봉투법은 새해를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인 법안이다. 이 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겉으로 보면 노동권 회복이라는 명분은 분명하고, 사회적 공감대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법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다른 데 있다. 노동 분쟁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는가라는 문제다. 하청과 용역, 파견 구조가 일상화된 산업구조에서 노란봉투법은 분쟁의 책임을 개인 노동자가 아니라 원청과 기업으로 이동시킨다. 이는 노동자 보호라는 이름 아래 산업구조 전체의 책임 지도를 다시 그리는 시도다.

이 지점은 지방선거와 직결된다. 지역 산업과 고용 환경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에게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찬반은 일자리, 기업 유치, 노사 갈등 관리에 대한 정치적 입장으로 전환되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노동 친화와 기업 친화 공약의 충돌은 이 법을 중심으로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안전의 이름으로 묻는 형사 책임

중대재해처벌법의 강화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어디까지 제도화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법안이다. 내년 이후 논의되는 개정 방향은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넓히고, 하도급·플랫폼 구조까지 책임을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사고의 원인을 구조에서 찾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문제는 이 법이 기업 운영의 리스크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안전 관리 실패는 행정적 과실을 넘어 형사 책임으로 전환되며, 안전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은 대표이사와 임원, 지방 현장 책임자까지 확장된다. 이는 기업의 투자, 채용, 사업 확장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방선거에서는 이 법이 지역개발과 직결된다. 물류센터, 건설 현장, 산업단지 유치에 적극적인 지방정부일수록 중대재해법 강화에 대한 현실적 해석이 필요해진다.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선언과 산업을 유지하겠다는 현실 사이에서 지방 정치인은 명확한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새로운 노동자 계층의 정치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은 노동법의 전통적인 개념을 흔드는 법안이다. 이 법은 배달, 운송, IT 플랫폼 종사자에게 일정 수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사회보험과 안전망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는 ‘고용’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는 시도다.

플랫폼 노동은 이미 중요한 노동 형태로 떠올랐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보호법은 그 간극을 메우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비용 구조와 사업 모델을 흔든다. 보호의 확대는 곧 책임의 확대며, 플랫폼은 더 이상 중개자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로 호출되고 있다.

이 법은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유권자 집단을 형성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고정되지 않지만, 도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다. 이들의 요구는 복지와 규제, 일자리 안정이라는 형태로 지방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기본법, 기술 규제가 정치 의제가 되는 순간

내년 1월 시행되는 인공지능 기본법은 기술 정책이 정치의 전면으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 법은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 투명성 의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술 발전을 장려하면서도 통제하겠다는 이중적 목표를 가진 법이다.

AI는 더 이상 일부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채용, 행정, 복지, 치안까지 지방정부의 모든 영역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AI 기본법은 지방정부 역시 기술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잘못된 알고리즘 결정은 행정 책임이자 정치 책임으로 전환된다. 기술이 판단하고 행정이 집행할 때, 책임은 누구의 이름으로 남는가.

지방선거에서는 ‘스마트 시티’ ‘AI 행정’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검증 대상이 된다.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약속보다, 그 기술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상법 개정, 기업 지배구조가 선거 언어가 되다

내년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명문화한다. 이는 기업 경영의 법적 기준을 바꾸는 조치다. 그동안 추상적이던 책임이 구체적인 이해관계자에게 귀속된다. 경영 판단의 결과가 더 이상 ‘선의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만 보호받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고용과 세수의 핵심이다. 경영 판단이 위축되거나 분쟁이 증가할 경우, 그 여파는 지역 사회로 확산된다. 상법 개정은 기업과 지역정치의 관계를 다시 묻는 법안이다. 이제 경영 판단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지방선거에서 기업 친화적 이미지와 주주 보호 이미지는 종종 충돌한다. 상법 개정은 이 충돌을 제도화했고, 지방 정치인은 어느 쪽 책임을 더 강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성장과 공정이라는 두 언어를 동시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플랫폼 규제, 여론의 책임 묻다

미디어와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려는 법안들은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묻는다. 알고리즘 투명성, 콘텐츠 책임 강화는 여론 형성의 책임을 플랫폼에 묻는 시도다. 여론을 중개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가 법으로 명문화되는 셈이다.

이 법안들은 선거 환경과 직결된다. 지방선거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확산된다. 플랫폼 규제는 선거 전략과 캠페인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메시지의 속도보다 책임의 출처가 먼저 검증받는 선거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정치는 늘 여론을 활용해 왔지만, 2026년 이후에는 여론 관리의 책임 또한 제도적 통제를 받게 된다. 이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새로운 기준을 부과한다. 선동과 확산의 경계가 법의 언어로 재정의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내란·국가안보 관련 법안, 정치의 한계 규정하다

내란·국가안보 관련 특별 사법 체계는 국가 질서의 최후 책임을 명문화한다. 이 법안은 극단적 상황을 대비한 것이지만, 동시에 정치의 한계를 제도적으로 규정한다. 권력이 위기를 명분으로 질서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제동장치기도 하다.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수록 이 법안의 존재감은 커진다. 법은 정치의 안전장치이자 경고다. 책임 없는 선동과 과잉 정치에 대한 제도적 제동이 된다. 말의 자유가 권력의 무책임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법이 먼저 가로막겠다는 선언이다.

지방선거에서도 이 흐름은 영향을 미친다. 중앙 정치의 갈등이 지방으로 전이될 때, 유권자는 안정과 질서를 강조하는 후보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어보다 관리하고 수습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를 것이다.

2026 지방선거, ‘약속의 경쟁’서 ‘책임의 경쟁’으로

2026 지방선거는 공약의 양이 아니라 책임의 깊이를 묻는 선거가 될 것이다. 새로 시행되는 법안들은 모두 지방정부에 새로운 부담과 선택을 요구한다. 노동, 안전, 기술, 기업, 여론, 질서 어느 것도 지방정부의 책임 밖에 있지 않다.

이제 지방 정치인은 더 이상 중앙정부 탓으로 물러설 수 없다. 법이 정한 책임의 경계 안에서 어떻게 선택하고, 무엇을 감당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이는 정치의 성숙을 요구하는 신호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책임을 입증하라는 요구기도 하다.

2026년 새해는 법이 바뀌는 해가 아닌 책임이 재편되는 해다. 그리고 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는지를 묻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가 바로 지방선거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리 많은 공약을 내놓아도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정치의 무대는 ‘책임의 실험장’

2026년에 시행되는 법들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책임을 재배분하는 거대한 지도 개편이다. 노동·안전·기술·플랫폼·기업 지배구조·여론·국가 질서까지 책임의 언어로 다시 묶이면서, 이 전환의 첫 시험대가 바로 2026년 지방선거다.

지방정부는 새로운 법적 책임을 가장 먼저 감당해야 하는 실험장이다. 산업 생태계와 노동시장, 기술 도입, 공공서비스, 안전과 여론까지 모두 지방정부의 직접적 조율 대상이 된다. 중앙정부 입법 뒤에 숨을 공간은 사라졌고, 각 지역의 책임 리더십이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2026 지방선거는 약속을 나열하는 선거가 아니라 책임을 증명하는 선거가 된다. 공약의 감탄사보다 감당의 설득력이 승부를 가르며, 유권자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디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게 된다. 책임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공약은 기억되지 않지만, 책임은 남는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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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