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타결’ 일본과 비교하니…

버티기 승부수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7분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나란히 악수를 나눴다. 3개월 넘게 이어진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하며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협상에서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한일 양국의 정상회의 성적표를 비교해 봤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국제회의장. 이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 중 가장 주목받은 날이었다. 87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를 이뤘으며 무역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상호 이익의 균형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속에서 한국은 마지막 협상국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협상을 마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무역(Fair Trade)’을 내세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중국 등을 대상으로 25%의 관세 인상 조치를 예고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무관세였던 한국엔 사실상 FTA 무력화 선언이었다.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수출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자동차 업계는 25% 관세 적용 시 연간 4조원 이상 손실을, GDP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을 우려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2024년 말 윤석열정부가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통상 대응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미국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는 실질적 협상이 불가능했다.

정치 공백 속에서 산업계는 초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자동차·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농축산물 시장 개방, 주한 미군 방위비, 정밀지도 반출 등 민감한 현안이 한꺼번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7월, “일본과의 무역 협상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산 수입품에는 상호 관세 15%, 기존 25%보다 10%포인트 낮은 세율이 적용됐다. 대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농산물·자동차 시장 일부 개방을 약속했다.

닷새 뒤 유럽연합(EU)도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15% 관세율을 받아들이는 합의를 발표했다.

남은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미국은 “일본보다 낮은 관세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이 결정을 미루면 25%가 그대로 발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6월부터 협상이 재개됐다. 첫 외교 과제로 한미 관세 협상을 꺼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라며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곧바로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통상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실무 라인을 맡았다.


7월 초 워싱턴에서 첫 실무 협상이 열렸지만, 미국은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과도하다”며 3500억~4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투자보다 관세율 조정이 우선”이라며 맞섰고,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과 전면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합의는 25%로 예고된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이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펀드(MASGA 프로젝트)로 운용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큰 틀의 합의는 있었지만, 세부 조율이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협상은 ‘얼마를 투자하고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까지만 결정됐을 뿐, 자금 운용·수익 배분·외환시장 충격 완화 조항 등 핵심 내용은 빠뜨린 상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8월1일까지 최종 합의가 없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 통첩성 문서를 보냈고, 협상은 교착에 빠졌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3개월 교착 끝 극적 결실
87분 회담 세부 조항 확정

8월 이후 한국 측은 외환시장 안정장치 삽입과 투자 상한제 설정을 요구했고, 미국은 자동차 15% 관세 유지와 농산물 시장 확대를 고수했다. 23차례 이상의 장관급 회담이 이어졌지만, 합의는 지연됐다.

교착을 깬 것은 10월 APEC 정상회의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약 87분간의 정상회담 끝에 세부 협정을 매듭지었다. 핵심은 투자 구조의 변화였다. 총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으로 구분됐다.

특히 현금 투자분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cap)을 두고 10년간 단계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 협상에서는 허용하지 않았던 조항이다.

또 투자 운용 주체가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양해각서(MOU)에는 “한국 추천 기업 참여” “상업적 합리성이 입증된 프로젝트에 한정” “수익 5대 5 배분” “외환 불안 시 납입 시기 조정 가능” 등의 조건이 명시됐다.

일본이 미국에 전액 위임한 것과 달리, 한국은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익 배분 구조도 새로 정리됐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5:5로 나누되, 20년 내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손실 발생 시 다른 사업 수익으로 보전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한국이 방어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 ‘쌀·쇠고기 전면 개방’을 요구했으나, 최종 합의문에서는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검역·비관세 절차 개선 수준의 협의만 반영됐다.

자동차 관세는 일본·EU와 동일한 15%로 확정됐다. FTA 무관세(0%)였던 한국에는 손실이지만, 25%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투자 규모

표면적으로만 보면 일본의 투자 규모가 훨씬 크다. 일본은 총 5500억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제시하며 15% 상호 관세를 받아냈다. 반면 한국은 총 3500억달러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협상 방식과 자금 운용 조건, 투자 결정권의 주체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관리 가능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은 5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인프라 및 제조 투자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투자처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한국의 경우 투자 규모는 총 3500억달러지만 구조는 다르다. 투자금 전액을 한번에 내는 대신, 연간 200억달러 한도를 둬 10년간 분할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 정부는 “시장 매입이 아닌 방식으로 조달할 것”이라며 외환 수급 불안에 대응할 여지를 남겼다.

투자 결정권


두 나라 협상 결과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는 투자처 결정권이다. 일본 투자금의 사용처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자금이 미국 내 산업과 인프라 재건에 직접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일본이 미국의 ‘재정적 후원자’가 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투자 결정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운용 주체가 되는 ‘상업 투자형’ 방식을 택했다.

한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은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직접 프로젝트를 검토·선정해 집행하게 된다. 다만 투자 분야는 ‘미국 내 첨단산업 및 공급망 안정화 프로젝트’로 한정돼있어, 미국 정부가 제시한 전략적 방향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부분적 자율성을 가진 형태다.

한국이 제시한 부분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사업 한정, 수익 5:5 배분, 외환 불안 시 납입 조정 요청 가능 등의 조건을 포함한다.

한미 협상의 결과로 적용되는 상호 관세율은 15%. 이는 일본, EU와 동일한 수치다. 하지만 출발점이 달랐다. 일본은 기존보다 관세율이 올라갔다. 반면 한국은 FTA로 무관세(0%) 상태에서 15%로 인상됐다. 한국은 무관세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됐지만, 이는 ‘불가피한 현실적 타결’로 평가되고 있다.

25% 관세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연간 4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농업 부문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농산물 일부 개방을 수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시장 내 미국산 농산물 점유율 확대를 협상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반면 한국은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끝까지 막았다.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장벽 완화는 일부 수용했지만, 시장 자체 개방은 내주지 않았다.

일, 즉시 납부·미국 위임
한, 10년 분납·자율 확보

김용범 정책실장은 “쌀‧쇠고기를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농업 방어전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협력 구조

핵심에 놓인 산업 분야도 다르다. 일본은 자동차·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협력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공장 투자 확대를 공표했다.

한국은 방향을 달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강조한 ‘조선업 부흥’을 공략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미국 내 조선소 확충, MRO(유지·보수·정비) 및 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이 포함됐다.

즉, 일본은 기존 산업의 연장을 선택했고, 한국은 미국의 정책적 수요를 충족시키며 협상 여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안전 장치

일본의 투자금은 일시 지급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즉각적 지원으로 미국 경제가 활력을 얻을 것”이라며 ‘즉시 집행’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을 두는 분납 구조로 설계했다. 한국은 이를 통해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차단했다.

또 납입 시기·금액 조정 조항을 넣어, 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협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 협상 때는 허용하지 않았던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운용의 안전성은 더 높다.

배분과 회수

수익 배분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일본의 경우 대미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에 유리한 협상”이라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 5 수익 배분으로 결정됐다.

또 20년 이내 원리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즉, 한국은 수익형 구조, 일본은 정책성 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관세 협상은 일본보다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외신들도 공통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며 “한국은 투자 규모는 작지만 상업적 합리성과 자주성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개월간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예상 밖의 진전으로 타결됐다”며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에 직접 부합하는 양보이자, 한국 기업에 실질적 이익을 제공할 조치”라고 분석했다.

한미 협상은 타결됐지만, 실질적 이행은 이제 시작이다. 2029년까지 이어질 3500억달러의 투자 계획이 어떻게 집행되고 어떤 산업에 배분되느냐에 따라 이번 합의의 진정한 평가가 내려진다. 또 일본과 달리, 한국은 조선업 협력이라는 ‘새로운 산업축’을 구축한 만큼 해당 프로젝트의 성패가 향후 통상 외교의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문제 외에도 핵추진 잠수함 협력이 새로운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미국의 연료 공급이 필요하다. 다만 핵연료 공급과 기술 이전 등 세부 사항은 향후 추가 협의가 남아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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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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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