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타결’ 일본과 비교하니…

버티기 승부수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7분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나란히 악수를 나눴다. 3개월 넘게 이어진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하며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협상에서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한일 양국의 정상회의 성적표를 비교해 봤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국제회의장. 이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 중 가장 주목받은 날이었다. 87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를 이뤘으며 무역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상호 이익의 균형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속에서 한국은 마지막 협상국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협상을 마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무역(Fair Trade)’을 내세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중국 등을 대상으로 25%의 관세 인상 조치를 예고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무관세였던 한국엔 사실상 FTA 무력화 선언이었다.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수출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자동차 업계는 25% 관세 적용 시 연간 4조원 이상 손실을, GDP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을 우려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2024년 말 윤석열정부가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통상 대응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미국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는 실질적 협상이 불가능했다.

정치 공백 속에서 산업계는 초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자동차·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농축산물 시장 개방, 주한 미군 방위비, 정밀지도 반출 등 민감한 현안이 한꺼번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7월, “일본과의 무역 협상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산 수입품에는 상호 관세 15%, 기존 25%보다 10%포인트 낮은 세율이 적용됐다. 대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농산물·자동차 시장 일부 개방을 약속했다.

닷새 뒤 유럽연합(EU)도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15% 관세율을 받아들이는 합의를 발표했다.

남은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미국은 “일본보다 낮은 관세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이 결정을 미루면 25%가 그대로 발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6월부터 협상이 재개됐다. 첫 외교 과제로 한미 관세 협상을 꺼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라며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곧바로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통상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실무 라인을 맡았다.


7월 초 워싱턴에서 첫 실무 협상이 열렸지만, 미국은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과도하다”며 3500억~4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투자보다 관세율 조정이 우선”이라며 맞섰고,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과 전면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합의는 25%로 예고된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이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펀드(MASGA 프로젝트)로 운용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큰 틀의 합의는 있었지만, 세부 조율이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협상은 ‘얼마를 투자하고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까지만 결정됐을 뿐, 자금 운용·수익 배분·외환시장 충격 완화 조항 등 핵심 내용은 빠뜨린 상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8월1일까지 최종 합의가 없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 통첩성 문서를 보냈고, 협상은 교착에 빠졌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3개월 교착 끝 극적 결실
87분 회담 세부 조항 확정

8월 이후 한국 측은 외환시장 안정장치 삽입과 투자 상한제 설정을 요구했고, 미국은 자동차 15% 관세 유지와 농산물 시장 확대를 고수했다. 23차례 이상의 장관급 회담이 이어졌지만, 합의는 지연됐다.

교착을 깬 것은 10월 APEC 정상회의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약 87분간의 정상회담 끝에 세부 협정을 매듭지었다. 핵심은 투자 구조의 변화였다. 총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으로 구분됐다.

특히 현금 투자분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cap)을 두고 10년간 단계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 협상에서는 허용하지 않았던 조항이다.

또 투자 운용 주체가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양해각서(MOU)에는 “한국 추천 기업 참여” “상업적 합리성이 입증된 프로젝트에 한정” “수익 5대 5 배분” “외환 불안 시 납입 시기 조정 가능” 등의 조건이 명시됐다.

일본이 미국에 전액 위임한 것과 달리, 한국은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익 배분 구조도 새로 정리됐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5:5로 나누되, 20년 내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손실 발생 시 다른 사업 수익으로 보전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한국이 방어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 ‘쌀·쇠고기 전면 개방’을 요구했으나, 최종 합의문에서는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검역·비관세 절차 개선 수준의 협의만 반영됐다.

자동차 관세는 일본·EU와 동일한 15%로 확정됐다. FTA 무관세(0%)였던 한국에는 손실이지만, 25%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투자 규모

표면적으로만 보면 일본의 투자 규모가 훨씬 크다. 일본은 총 5500억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제시하며 15% 상호 관세를 받아냈다. 반면 한국은 총 3500억달러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협상 방식과 자금 운용 조건, 투자 결정권의 주체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관리 가능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은 5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인프라 및 제조 투자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투자처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한국의 경우 투자 규모는 총 3500억달러지만 구조는 다르다. 투자금 전액을 한번에 내는 대신, 연간 200억달러 한도를 둬 10년간 분할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 정부는 “시장 매입이 아닌 방식으로 조달할 것”이라며 외환 수급 불안에 대응할 여지를 남겼다.

투자 결정권


두 나라 협상 결과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는 투자처 결정권이다. 일본 투자금의 사용처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자금이 미국 내 산업과 인프라 재건에 직접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일본이 미국의 ‘재정적 후원자’가 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투자 결정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운용 주체가 되는 ‘상업 투자형’ 방식을 택했다.

한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은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직접 프로젝트를 검토·선정해 집행하게 된다. 다만 투자 분야는 ‘미국 내 첨단산업 및 공급망 안정화 프로젝트’로 한정돼있어, 미국 정부가 제시한 전략적 방향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부분적 자율성을 가진 형태다.

한국이 제시한 부분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사업 한정, 수익 5:5 배분, 외환 불안 시 납입 조정 요청 가능 등의 조건을 포함한다.

한미 협상의 결과로 적용되는 상호 관세율은 15%. 이는 일본, EU와 동일한 수치다. 하지만 출발점이 달랐다. 일본은 기존보다 관세율이 올라갔다. 반면 한국은 FTA로 무관세(0%) 상태에서 15%로 인상됐다. 한국은 무관세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됐지만, 이는 ‘불가피한 현실적 타결’로 평가되고 있다.

25% 관세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연간 4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농업 부문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농산물 일부 개방을 수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시장 내 미국산 농산물 점유율 확대를 협상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반면 한국은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끝까지 막았다.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장벽 완화는 일부 수용했지만, 시장 자체 개방은 내주지 않았다.

일, 즉시 납부·미국 위임
한, 10년 분납·자율 확보

김용범 정책실장은 “쌀‧쇠고기를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농업 방어전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협력 구조

핵심에 놓인 산업 분야도 다르다. 일본은 자동차·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협력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공장 투자 확대를 공표했다.

한국은 방향을 달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강조한 ‘조선업 부흥’을 공략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미국 내 조선소 확충, MRO(유지·보수·정비) 및 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이 포함됐다.

즉, 일본은 기존 산업의 연장을 선택했고, 한국은 미국의 정책적 수요를 충족시키며 협상 여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안전 장치

일본의 투자금은 일시 지급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즉각적 지원으로 미국 경제가 활력을 얻을 것”이라며 ‘즉시 집행’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을 두는 분납 구조로 설계했다. 한국은 이를 통해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차단했다.

또 납입 시기·금액 조정 조항을 넣어, 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협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 협상 때는 허용하지 않았던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운용의 안전성은 더 높다.

배분과 회수

수익 배분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일본의 경우 대미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에 유리한 협상”이라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 5 수익 배분으로 결정됐다.

또 20년 이내 원리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즉, 한국은 수익형 구조, 일본은 정책성 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관세 협상은 일본보다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외신들도 공통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며 “한국은 투자 규모는 작지만 상업적 합리성과 자주성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개월간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예상 밖의 진전으로 타결됐다”며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에 직접 부합하는 양보이자, 한국 기업에 실질적 이익을 제공할 조치”라고 분석했다.

한미 협상은 타결됐지만, 실질적 이행은 이제 시작이다. 2029년까지 이어질 3500억달러의 투자 계획이 어떻게 집행되고 어떤 산업에 배분되느냐에 따라 이번 합의의 진정한 평가가 내려진다. 또 일본과 달리, 한국은 조선업 협력이라는 ‘새로운 산업축’을 구축한 만큼 해당 프로젝트의 성패가 향후 통상 외교의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문제 외에도 핵추진 잠수함 협력이 새로운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미국의 연료 공급이 필요하다. 다만 핵연료 공급과 기술 이전 등 세부 사항은 향후 추가 협의가 남아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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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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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