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발목 잡을 ‘셰셰 외교’ 족쇄

국익 나 몰라 맹목적 혐중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났지만,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혐중’ ‘반중’ 정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공산당 OUT’ 팻말을 든 극우 보수 세력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셰셰 외교’ ‘친중 반미’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던 첫날, 중국 선사의 크루즈 관광객과 승무원 등 약 2700여명이 인천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 제도 적용 대상은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다. 해당 제도를 통해 입국하는 관광객은 15일 범위에서 무사증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으며 기한은 내년 6월까지다.

돌아온
유커들

정부는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발맞춰 백화점과 면세점, 서울 명동 상점 같은 유통업계는 물론 제주도, 부산 등 관광지에서도 유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갖췄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우리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한중 간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짐으로써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무단이탈, 불법 체류 등의 상황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도 마련했다. 법무부 출입국 기관은 전담 여행사가 제출한 단체 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확인해 과거 불법 체류 기록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만약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무사증 입국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설명에 나섰지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반중 정서를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달 18일 국회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입국 허용을 즉각 폐지하고 치쿤구니야 감염 모기 유입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청원은 약 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도 혐오성이 짙은 글이 잇따르면서 반중 정서가 확대될 우려가 제기됐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자국 관광객에게 ‘반중 시위’와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최근 한국 일부 지역, 특히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지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시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 양측 모두 이에 대해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관광객은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자기 보호 의식을 강화해야 하며 현지의 정치 집회에는 접근하지 말고 공개적인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돌발 상황 발생 시 시위대와 언어·신체적 충돌을 피하고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당부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첫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반중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로 이뤄진 ‘민초결사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진상 규명 촉구 및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무비자 입국 ‘활짝’ 열렸다
동시에 시작된 ‘이 공산당’ 몰이

이 밖에도 대림동, 명동, 중국 대사관이나 광화문 광장 등 곳곳에서 ‘공산당 OUT’ 팻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Only 윤’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와 더불어 최근 피살된 미국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는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 한 노인을 인신매매하려 했다” “대한민국이 공산당처럼 되고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중국인이 밀집된 관광지를 중심으로 반중 시위가 계속된다면 외교 문제로도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명동의 혐중 시위에 대해 “그게 무슨 표현의 자유냐? 깽판이다. 그러면 안 된다”며 대응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반중 기류는 정치권에까지 손을 뻗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셰셰 외교 참사’라 비판했으며 더 나아가 ‘친중 반미’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셰셰 외교라는 표현은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에 관여하는 대신 각각 표준 중국어로 ‘셰셰(고마워)’ 하자”고 말하면서 생겼다.

당시 4·10 총선을 앞두고 충남 당진을 찾은 이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윤석열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 눈으로 보시고 몸으로 겪었죠”라며 “차라리 없었으면, 가만 놓아뒀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거다. 자꾸 집적거려서 더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크게 망가뜨려진건 외교”라며 “우리나라 최대 흑자 국가, 수출 국가인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 국가가 돼버렸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이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왜 중국에 집적거려요”라고 말한 뒤 “그냥 (중국에)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에 왜 우리가 개입하나? 그냥 우리는 우리가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해당 발언으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큰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6·3 조기 대선 정국에서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확산되는
음모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제가 작년에 셰셰라고 했다.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제가 틀린 말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일본 대사에게도 셰셰라고 말을 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므니다’라고 했다. 제가 잘못됐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지만 친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외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진행한 기내 간담회에서 ‘친중 성향’ 이미지를 불식할 만한 준비가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내 편 네 편 나누니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라며 “(이정부의 외교 철학은) 실용적인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하면 지금처럼 극우 세력의 호응은 좀 얻을 수 있겠으나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전화 통화도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진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 미국, 일본 순으로 통화를 했는데, 이 대통령은 중국과 가장 마지막에 소통한 것”이라며 “당시 미국 관세 협상 등 상황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 관계를 확인하고, 친중 프레임을 덜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정부는 ‘실용 외교’ ‘가치 외교’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셰셰 외교로 못 박았다. 여기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말을 얹으며 오히려 이들이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번 (국정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로 모바일 신분증 등 국민 개인정보 보안 행정 전산망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국가 행정망을 통해 자국민의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인 입국이 앞으로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고 수습과 전산 복구, 개인정보 보호·신원 확인 보안 대책, 이중화 체계 확립 등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두고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공 부문 고위 관리부터 초등학교 교사, 의사, 간호사, 정부 계약업체 직원, 일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해외여행을 승인 형태로 제한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국민의 출국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무비자로 한국에 대거 몰려드는 중국인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슬아슬
외줄 타기

그러면서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며 “마약 유통 및 불법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창구가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께서는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경계, 신고, 위생, 정보 확인, 공유 총 다섯 단계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이정부는 국민 안전을 고려치 않았다. 죄송하지만, 스스로의 안전 반드시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불안감을 조성해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가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강공 태세를 보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을 향해 보란 듯이 ‘관세 보복’을 단행하면서 외교 정세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외교가 ‘양자택일’이 될 수 없는 만큼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면서 한중 외교는 더 이상 단순한 두 나라 간의 협력만이 아니라 미국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6월 백악관은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다.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국 보수 지지층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구심점으로 힘을 키우면서 이정부를 둘러싼 반미 친중이라는 프레임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국 보수 성향 의원들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이 대통령을 ‘반미’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한국 지도부는 미국에 두 가지 엿을 줬다”고 주장하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고민
‘경주 APEC’ 최대 분수령

최근에는 손현보·전광훈 목사 등 한국 보수 기독교 세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MAGA 세력에 은근한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다. 한미 극우의 연대를 발판 삼아 이정부의 반미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정부의 반미 꼬리표가 질겨질수록 친중 외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오는 31일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이정부의 최대 난관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일본, 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 국가가 자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 정세가 다시 한번 출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가 APEC을 통해 얼마만큼 국익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APEC 정상회의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초청했고, 왕 부장 역시 한국서 조 장관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서 조 장관은 이같이 밝히며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가되 국익과 실용에 기초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왕 부장 역시 “중국이 대(對) 한국 우호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번 APEC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셰셰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번씩 작심 발언을 하는데 (보수에서는) 귀담아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반중 시위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북·중·러가 연대를 과시하며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합류하면 반서방 연대로 보여질 수밖에 없는데, 일각에서 신냉전이라고 주장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면서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한국이)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하나만 꼬여도
줄줄이 엇박자

그는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핵을 용인하겠다고 공언한 건 아니지만 (이번 회담서) 언급하지 않은 건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변수가 가져올 나비효과가 무척 크다. 한국 정부는 모든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용 외교를 하겠다는 건데,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라호텔 노쇼 후폭풍

중국 정부가 경주 APEC 기간 동안 신라호텔을 전체 대관했다가 취소하자 국민의힘이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호텔 경제학’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신라호텔에서 중국 정부의 예약으로 고객의 결혼식 날짜를 변경했는데, 돌연 대관이 취소되자 “호텔 예약이 취소돼도 돈이 돌았으니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호텔 경제학을 꼬집은 것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중국이 대한민국의 호의에 ‘노쇼’로 보답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과연 경주 APEC에 참석을 하긴 할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오랜만에 대한민국이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이재명정부의 준비 부족과 잘못된 외교 전략으로 인해 걷어차 버리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이라며 “열심히 중국에 셰셰 해온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고 질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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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진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농업회사법인 지니스램프에 공통 투자했다. 지니스램프에 대해선 “자두 맛·수박 맛 제품 생산 과정에서 외국산 농축액을 사용해놓고, 상품 정보에 ‘국산’이라고 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대표와 진은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고발됐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하면, 원산지표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울러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