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발목 잡을 ‘셰셰 외교’ 족쇄

국익 나 몰라 맹목적 혐중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났지만,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혐중’ ‘반중’ 정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공산당 OUT’ 팻말을 든 극우 보수 세력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셰셰 외교’ ‘친중 반미’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던 첫날, 중국 선사의 크루즈 관광객과 승무원 등 약 2700여명이 인천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 제도 적용 대상은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다. 해당 제도를 통해 입국하는 관광객은 15일 범위에서 무사증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으며 기한은 내년 6월까지다.

돌아온
유커들

정부는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발맞춰 백화점과 면세점, 서울 명동 상점 같은 유통업계는 물론 제주도, 부산 등 관광지에서도 유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갖췄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우리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한중 간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짐으로써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무단이탈, 불법 체류 등의 상황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도 마련했다. 법무부 출입국 기관은 전담 여행사가 제출한 단체 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확인해 과거 불법 체류 기록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만약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무사증 입국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설명에 나섰지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반중 정서를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달 18일 국회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입국 허용을 즉각 폐지하고 치쿤구니야 감염 모기 유입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청원은 약 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도 혐오성이 짙은 글이 잇따르면서 반중 정서가 확대될 우려가 제기됐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자국 관광객에게 ‘반중 시위’와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최근 한국 일부 지역, 특히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지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시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 양측 모두 이에 대해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관광객은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자기 보호 의식을 강화해야 하며 현지의 정치 집회에는 접근하지 말고 공개적인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돌발 상황 발생 시 시위대와 언어·신체적 충돌을 피하고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당부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첫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반중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로 이뤄진 ‘민초결사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진상 규명 촉구 및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무비자 입국 ‘활짝’ 열렸다
동시에 시작된 ‘이 공산당’ 몰이

이 밖에도 대림동, 명동, 중국 대사관이나 광화문 광장 등 곳곳에서 ‘공산당 OUT’ 팻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Only 윤’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와 더불어 최근 피살된 미국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는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 한 노인을 인신매매하려 했다” “대한민국이 공산당처럼 되고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중국인이 밀집된 관광지를 중심으로 반중 시위가 계속된다면 외교 문제로도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명동의 혐중 시위에 대해 “그게 무슨 표현의 자유냐? 깽판이다. 그러면 안 된다”며 대응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반중 기류는 정치권에까지 손을 뻗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셰셰 외교 참사’라 비판했으며 더 나아가 ‘친중 반미’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셰셰 외교라는 표현은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에 관여하는 대신 각각 표준 중국어로 ‘셰셰(고마워)’ 하자”고 말하면서 생겼다.

당시 4·10 총선을 앞두고 충남 당진을 찾은 이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윤석열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 눈으로 보시고 몸으로 겪었죠”라며 “차라리 없었으면, 가만 놓아뒀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거다. 자꾸 집적거려서 더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크게 망가뜨려진건 외교”라며 “우리나라 최대 흑자 국가, 수출 국가인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 국가가 돼버렸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이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왜 중국에 집적거려요”라고 말한 뒤 “그냥 (중국에)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에 왜 우리가 개입하나? 그냥 우리는 우리가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해당 발언으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큰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6·3 조기 대선 정국에서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확산되는
음모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제가 작년에 셰셰라고 했다.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제가 틀린 말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일본 대사에게도 셰셰라고 말을 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므니다’라고 했다. 제가 잘못됐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지만 친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외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진행한 기내 간담회에서 ‘친중 성향’ 이미지를 불식할 만한 준비가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내 편 네 편 나누니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라며 “(이정부의 외교 철학은) 실용적인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하면 지금처럼 극우 세력의 호응은 좀 얻을 수 있겠으나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전화 통화도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진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 미국, 일본 순으로 통화를 했는데, 이 대통령은 중국과 가장 마지막에 소통한 것”이라며 “당시 미국 관세 협상 등 상황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 관계를 확인하고, 친중 프레임을 덜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정부는 ‘실용 외교’ ‘가치 외교’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셰셰 외교로 못 박았다. 여기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말을 얹으며 오히려 이들이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번 (국정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로 모바일 신분증 등 국민 개인정보 보안 행정 전산망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국가 행정망을 통해 자국민의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인 입국이 앞으로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고 수습과 전산 복구, 개인정보 보호·신원 확인 보안 대책, 이중화 체계 확립 등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두고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공 부문 고위 관리부터 초등학교 교사, 의사, 간호사, 정부 계약업체 직원, 일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해외여행을 승인 형태로 제한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국민의 출국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무비자로 한국에 대거 몰려드는 중국인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슬아슬
외줄 타기

그러면서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며 “마약 유통 및 불법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창구가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께서는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경계, 신고, 위생, 정보 확인, 공유 총 다섯 단계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이정부는 국민 안전을 고려치 않았다. 죄송하지만, 스스로의 안전 반드시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불안감을 조성해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가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강공 태세를 보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을 향해 보란 듯이 ‘관세 보복’을 단행하면서 외교 정세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외교가 ‘양자택일’이 될 수 없는 만큼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면서 한중 외교는 더 이상 단순한 두 나라 간의 협력만이 아니라 미국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6월 백악관은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다.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국 보수 지지층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구심점으로 힘을 키우면서 이정부를 둘러싼 반미 친중이라는 프레임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국 보수 성향 의원들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이 대통령을 ‘반미’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한국 지도부는 미국에 두 가지 엿을 줬다”고 주장하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고민
‘경주 APEC’ 최대 분수령

최근에는 손현보·전광훈 목사 등 한국 보수 기독교 세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MAGA 세력에 은근한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다. 한미 극우의 연대를 발판 삼아 이정부의 반미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정부의 반미 꼬리표가 질겨질수록 친중 외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오는 31일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이정부의 최대 난관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일본, 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 국가가 자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 정세가 다시 한번 출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가 APEC을 통해 얼마만큼 국익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APEC 정상회의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초청했고, 왕 부장 역시 한국서 조 장관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서 조 장관은 이같이 밝히며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가되 국익과 실용에 기초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왕 부장 역시 “중국이 대(對) 한국 우호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번 APEC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셰셰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번씩 작심 발언을 하는데 (보수에서는) 귀담아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반중 시위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북·중·러가 연대를 과시하며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합류하면 반서방 연대로 보여질 수밖에 없는데, 일각에서 신냉전이라고 주장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면서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한국이)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하나만 꼬여도
줄줄이 엇박자

그는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핵을 용인하겠다고 공언한 건 아니지만 (이번 회담서) 언급하지 않은 건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변수가 가져올 나비효과가 무척 크다. 한국 정부는 모든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용 외교를 하겠다는 건데,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라호텔 노쇼 후폭풍

중국 정부가 경주 APEC 기간 동안 신라호텔을 전체 대관했다가 취소하자 국민의힘이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호텔 경제학’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신라호텔에서 중국 정부의 예약으로 고객의 결혼식 날짜를 변경했는데, 돌연 대관이 취소되자 “호텔 예약이 취소돼도 돈이 돌았으니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호텔 경제학을 꼬집은 것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중국이 대한민국의 호의에 ‘노쇼’로 보답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과연 경주 APEC에 참석을 하긴 할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오랜만에 대한민국이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이재명정부의 준비 부족과 잘못된 외교 전략으로 인해 걷어차 버리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이라며 “열심히 중국에 셰셰 해온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고 질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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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