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행사에 동원됐던 경찰관들의 열악했던 근무 환경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문 앞에서 APEC 정상회의 당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발하는 사진전을 열었다. 공개된 사진엔 경찰관이 근무복을 입은 채 종이 박스를 이불 삼아 쪽잠을 취하거나,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 바닥에 모포를 깔고 취침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경찰직협은 “경찰청과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지휘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와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정당한 수당 지급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찰직협은 오는 12~1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해명에 나섰다. 이날 경찰청 APEC 기획단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생한 현장 근무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경찰직협이 개최한 사진전에 대해선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릴 필요가 있다”며 설명 자료를 냈다.
논란된 사진과 관련해선 “2시간 근무 후 4시간 대기하도록 조성된 대기 공간”이라며 “당시 임차 가능한 실내 공간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버스를 임차해 대기 공간으로 활용했다. 영화관 사진 등은 인근 근무자 중 대기 버스가 불편하다고 느낀 일부가 지급된 담요나 박스 등을 깔고 휴게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근무자들은 당번일 24시간을 3교대로 운영해 2시간 현장 근무 후 4시간 대기를 반복, 총 8시간 현장 근무를 수행했고, 비번일엔 지정된 숙소에 머물렀다”며 “실내 및 버스 대기자를 위해 담요 총 1만566장을 보급하고, 대기시설에 간이 침대 총 536개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숙소 확보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찰청은 “경북지역만 하루 최대 동원 인원이 약 1만8600명이었다”면서 “연초부터 숙소와 급식 부분에 신경써 인근 대구·영천·울산·포항까지 1만실을 확보했으나, 쾌적한 숙소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부에겐 노후 숙소가 제공돼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도 보도자료를 통해 “행사 준비 과정에서 대규모 파견 경찰관들의 처우 문제를 지적했었고,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문제없이 준비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장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돼 불편을 겪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철한 사명감으로 임무를 완수한 현장 경찰관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경찰청은 사실관계 등 경위를 정확히 보고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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