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붉은 자국만 남았다⋯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상흔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5 19:48:33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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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자국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두툼한 외투를 여민 여대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율동기념음악관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잠시 평온한 캠퍼스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건물 뒤편의 그림자 아래에는 여전히 붉고 푸른 래커 자국이 선명하다.

동덕여대는 지난해부터 공학 전환을 두고 내홍을 겪었다. 내부 갈등은 폭발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총장의 기습 발표가 뇌관이었다. 학생들의 반대가 컸음에도 학교는 2029년 공학 전환을 향해 방향을 굳혔다. 거리에 남은 건 공학 반대의 잔흔뿐이다. 이제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 확정’이라는 한 줄이 운명을 대신하고 있다.

캠퍼스는 지금…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일 <일요시사> 취재진은 오후 3시에 예정됐던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에 참석하기 위해 동덕여대로 향했다. 그러다 1시50분경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동덕여대 2029년 남녀공학 전환’ 화면에 떠오른 제목은 계획된 발표를 앞질러 이미 내린 결론인 듯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2029년부터 대학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교문 앞을 서성이는 취재진과 마주한 A씨는 자신을 동덕여대 동문이라고 소개하면서 “교내 경비가 동문인 본인의 교내 출입을 저지했다”며 “나보고 경찰을 부른다고 했다”고 외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은 공론화위로부터 제출받은 최종 권고안을 존중하고 수용한다면서 “지난 갈등을 슬기롭게 마무리해 대학의 담대한 여정에 함께해주시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학 전환 논란이 불거지며 동덕여대 내에 극단적인 시위 소동이 벌어지자 대학은 공론화위를 7월 출범시켰다. 김 총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공론화위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들의 참여로 이뤄질 것이며, 공학 전환에 대한 모든 것들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부터 외부 컨설팅 용역업체를 통해 중장기 발전 계획 연구와 공론화 과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대학 본부가 갑작스레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를 지난 3일에 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6월부터 외부 컨설팅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진행한 공학 전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대학은 또 지난달 26일부터 사설 경비업체를 통해 본관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동덕여대는 그동안 외부인 출입을 제한해 왔는데, 오전·오후로 번갈아가며 경비를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내에는 긴장감이 조성됐다.

대학은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 ‘건물 래커 제거 행사’를 공지했으나, 위협성 글이 확인돼 잠정 연기했다. 이 행사는 학생과 교수, 직원들이 참여가 가능했으며,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커피 쿠폰을 증정하고, 교내 마일리지를 준다는 혜택이 있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이 행사가 “학생 사회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총투표 앞두고 기습 발표
학생 반대 무릅쓰고 전환

교내 곳곳에는 학생들의 심정이 담긴 대자보가 잇따라 붙기 시작했다. 졸속으로 추진되는 공학 전환과 교내 경비 투입으로 불안감이 조성됐다는 의견 등 다양한 내용이었다. 정문 기둥에 부착된 가장 큰 대자보는 “래커 시위 복구 비용으로 대학이 학생에게 요구했던 54억원의 산정 근거와 논리적 구조를 밝히고 있지 않다. 학생을 향한 압박으로 느껴지는 행사를 취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학생들은 이번 결정에 학교 구성원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덕여대 20학번 B씨는 “학생들은 십중팔구 (공학 전환을) 이해할 거다. 다만 여대를 선택해서 온 학생들과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이 미흡했고, 총장 직선제 등 투명한 재정 운영과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산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이날 총장 입장문 발표에 대해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조정을 요청해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학을 위해 학우들과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운위는 학교 측에 지난 3일부터 5일 오후 6시까지 이뤄지는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총투표’ 결과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동덕여대의 정관 변경을 허가하지 말고 공학 전환 추진 과정에 개입해달라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졸업한 동문들로 구성된 동덕여대 민주동문회는 지난 3일,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회가 열리는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섰다. 이들은 동문과 학생의 의사 존중 없이 여대 존치를 무너뜨리고, 이해당사자를 포괄적으로 구성하지 않는 등 대학 본부의 처사를 비판했다.

김종분(국어국문학과 77학번) 동덕여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공학 전환 논란의 본질은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열악한 교육 환경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방향만 바꾸는 것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동덕여대 24학번 C씨는 “학교의 경쟁력을 이유로 공학 전환을 한다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 그동안 제기됐던 사학 비리부터 우선 해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래커칠 시위와 고소 후…
본관 통제 및 동문 패싱

김 총장은 공학 발표문에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으나, 사실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의 다수 의견은 ‘여대 유지’였다. 지난 2일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논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학생 2059명(71.3%, 최종조사 기준)은 여대 유지 의견을 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구성원 수가 3176명(학생 2889명, 교원 163명, 직원 124명)임을 따져보면, 응답자 3명 중 최소 2명이 여대 존치 의견을 낸 셈이 된다. 다만 대학은 재학생들의 반대와 우려가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했다.


중운위는 입장문을 통해 “115년간 이어져 온 여성고등교육기관인 동덕여대가 2029년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원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미래 발전이나 구성원 간 화합이라는 추상적 표현 뒤에 숨지 말아야 하며, 재학생들이 왜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5일, 대학의 발전을 논의하는 대학비전혁신추진단 2차 회의에서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대비해 남녀공학 전환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의 도중 나온 수의 언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이 확실해졌다는 소문은 빠르게 확산돼 며칠 뒤인 11월11일부터 2000여명의 반대 시위, 서명, 대자보와 총학생회의 반발을 낳았다.

대학 측은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 결정된 건 없다”고 해명했으나, 총학생회 측은 공학 전환이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전환 시도의 철회를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동덕여대 캠퍼스 교문 앞에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래커로 ‘공학 반대’ 등 문구를 칠하는 등 교내 시설을 훼손하고 수차례 농성까지 벌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총장의 임기 내 역할 수행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학교 측은 교내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학교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해당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학생 22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9월에 네 차례, 양일에 걸쳐 하루 두 차례씩 진행한 타운홀미팅에 김 총장은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성 대학의 존립과 관련된 중요한 자리에 의사결정권자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에 논란이 일었다.

한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김명애 총장보다 재단의 결정권이 더 크기 때문에 교수나 교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결정된 공학 전환에 대해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조속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횡령 혐의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4일, 김명애 총장을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교육과 무관한 법률 자문·소송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학교 측은 “대학 운영상 필요한 법률 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성의당은 “총장이 횡령 혐의로 송치됐는데도 학교는 아무 조치 없이 공학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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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