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판 환단고기 늪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2.22 12:10:16
  • 호수 1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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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모두 빠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역사학계에선 <환단고기>를 위서로 규정한다.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진서론을 주장하는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을 여러 차례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현장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환단고기> 관련 질의를 했다. 역사학계에선 대체로 위서로 규정하는 <환단고기>는 이유립씨가 1979년 출간했다. 이씨에 따르면, <환단고기>는 스승 계연수가 저술했다. 계연수는 “1980년이 되면 <환단고기>를 세상에 공개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환빠’
공식 언급

이 대통령은 박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환빠’는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비하하는 명칭이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걸 모르느냐. <환단고기>를 주장·연구하는 사람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하지 않느냐”며 “동북아역사재단은 아예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박 이사장은 “재단은 재야 사학자들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게 역사가 아니라면,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건지, 문헌을 증거라고 하는 건지 논쟁거리 아니냐”며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 역사를 어떤 시각·입장에서 바라볼 건지는 근본적 관점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고민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은 큰 파문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갈등 관계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환단고기>는 역사학계가 거의 만장일치로 위서란 결론을 낸 지 오래인데, 이 대통령이 갑자기 의미 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관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역사는 <환단고기> 같은 위서를 안 믿어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판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환단고기> 옹호론에 동의하거나 관련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며 “국가의 역사관 수립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역사학자 출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이사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뉴라이트 성향 역사 기관장 중 1명”이라며 “이 대통령은 국가 역사 기관장의 역사관·책임 의식을 향해 질문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영국사를 전공한 서양 사학 전문가로서, 지난 2023년 12월 임명됐다. 박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근현대사 서적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의 공동 저자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했다.

뉴라이트 기관장 비판 위해 황당한 발언?
친일·군사독재 미화 논란에도 왜 꺼냈나


김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특정 사서의 진위를 가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왜곡된 역사 공세에 대한 대응을 책임질 국가기관이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지 분명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한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 논쟁은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거나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는 등 발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한민족 최초의 국가는 한국·일본·중국·중앙아시아·시베리아를 포괄하는 초대형 국가 환국이다. <환단고기>는 환국의 강역을 동서 2만리·남북 5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국은 총 12개국으로 구성돼있고, 그중 하나는 수밀이국이다. 수밀이국은 현재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알려진 수메르 문명을 일궜다.

초대형 국가 환국이 넓은 강역을 어떻게 통치했는지에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환국은 7명의 환인이 3301년 동안 다스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인 1명의 평균 재위 기간은 약 471.6년이다. 환국이 존재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는 신석기 시대라서 광범위한 강역을 통치할 수 있는 교통·통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군조선에 이르면 “정사는 천왕으로부터 말미암고, 삼한이 모두 하나가 돼 명령을 따랐다”는 등 봉건제·군현제를 조화시킨 군국제와 유사한 통치 형태가 보인다. 한 고제가 기원전 202년 전한을 건국한 후 군국제를 시행했다.

“천왕의 명령을 삼한이 모두 하나돼 따랐다”는 측면에선 중앙집권제 요소도 보인다. 한민족 계열 국가에서 왕이 강역 전체에 명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앙집권제가 자리 잡은 시기는 조선 태종 재위기였다.

태종은 친형 정종 재위 기간 중 사병을 혁파해 귀족의 군사적 기반을 없앴다. 1404년엔 탐라군을 제주목으로 승격시킨 후 목사를 파견해 모든 고을에 중앙이 임명한 수령을 파견하는 중앙집권제를 완수했다. <환단고기>의 주장대로라면, 중앙집권제는 단군조선에서 초기 형태를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이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16년 11월 이 소장을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당시 이 소장은 김현구 고려대 사범대 명예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친일 세력은 언젠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소장의 책을 읽은 후 강연을 들으러 간다”면서 이 소장의 강연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작성했다.

“왜인이
호남 지배”

김 교수는 학계에서 “평생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자신의 저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을 사실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 야마토 조정이 속국·식민지인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했다”고 서술했다.


이 소장은 1심에선 징역 6월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상고심에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던 이유는 “김 교수가 토론·반박을 위한 적극적 논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사법적 논쟁을 시작했다”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소장의 의견은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이 소장의 성향이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소장은 지난 2015년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회의에 참석해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아 역사 지도를 만들면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소장이 제시한 지도는 완성본이 아니라 수정·보완 중인 지도”라고 해명했다. 범여권 성향 일부 매체는 “식민사학을 비판한다”면서 이 소장의 의견을 따라 “지도에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소장의 친분과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비판을 토대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취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소장은 평소 사료 해석·논리 전개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정조 독살설을 제기한 저서 <사도세자의 고백>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누렸다. 그는 저서에서 “정조가 즉위하면서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하자,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 노론은 공포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일찍 사망한 큰아버지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돼 왕위를 승계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엔 이 소장의 주장에 반하는 기록이 있다.

<실록>에 따르면, 정조가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선대왕께선 정통성을 위해 내게 큰아버지의 뒤를 잇도록 명령하신 것”이라며 “사도세자 추숭 논의를 하려는 자들은 선대왕의 유언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실제로 정조는 사도세자 사망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 유생들에게 욕설을 한 후 처형했다.

이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실록> 기사 중 해당 기술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정조가 사도세자의 복수를 선언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환인 7명이
3301년 통치?

왕조 국가에선 선왕의 방침이 헌법이다. 할아버지가 설계한 정통성을 손자가 함부로 취소할 순 없다. 단종은 세조에 의해 찬탈·살해당한 후 왕족 노산군으로 강등됐다. 다시 묘호가 복원돼 선왕으로 예우받은 시점은 단종 사망 후 241년이 지난 1698년이었다.

단종 복권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 이뤄질 수 있었다. 아울러 2대 독자라서 정통성이 막강했던 숙종이 신하들에게 ‘사육신과 같은’ 충성을 요구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치적 작업이었다. 이 소장의 해당 주장에 대해선 “왕조 국가에서 정통성·정치적 정당성을 얻는 방법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 이 소장은 지난 2000년 출간한 <고구려 700년의 수수께끼>에서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하다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진 때문에 한반도에서 축출돼 일본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백제가 전라남도 지역을 완전히 점령·지배한 시점을 무령왕이 다스리던 6세기 초반으로 보고 있다. 그 전까지 전남을 지배한 세력으로는 마한 소국 연합체 침미다례가 거론된다. 침미다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일본 사학계 일각에선 “일본 야마토 왕조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란 통치기구를 세워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에 대해선 “역설적으로 일본 사학계 일각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재석 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는 “전라도에 ‘왜’라는 표시를 한 후, ‘왜’가 고구려에 패배한 후 일본으로 갔다는 기술을 한 책을 봤는데, 이런 게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 소장을 강력 비판했다.

이 소장의 주장에 대해선 “일본 극우 일각의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비판은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에 대해서도 제기된다. <환단고기>의 실질적 저술자로 거론되는 이씨는 친일단체 조선유교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단고기> 출간에 개입했던 박창암 준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간도특설대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술·출간·번역자는 친일·독재 찬양 이력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 이은 비판 자초

박광용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1990년 발표한 논문 <규원사화와 환단고기의 성격에 대한 재검토>에서 “<환단고기>는 도가 사상을 단군시대의 신교·일본 민족종교 신궁과 연결·연계한다”며 “이것이 한일 문화동원론이고,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일본 덴노 계보는 단군조선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된 후 사망한 추장 소시모리의 후손이 열도로 이주해 시작됐다.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은 “폭풍의 신 스사노오는 신라에서 열도로 건너간 것”이라는 일본 건국 신화 내용을 토대로 “소시모리는 스사노오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처음 제시한 세력은 조선유교회로 알려졌다.

아울러 <환단고기>는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1986년 <환단고기>의 한글 번역본 <한단고기>를 출간한 임승국 전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전두환씨를 향해 “가장 뛰어난 영단을 가진 민족 지도자”라면서 “공산주의에 대적하려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국수주의 독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광복절 축사 당시 <환단고기>에 나오는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라는 구절을 인용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018년엔 역사 연구 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유사 역사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었다”면서 감사원에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관련 감사를 청구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이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했고, 민주당 소속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환단고기> 진서론에 경도된 활동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거나, 본인이 ‘환빠’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 전 장관은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16년 “중국역사지도집과 같은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서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철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2017년엔 “고려의 영토는 요하까지였다”고 주장하는 인하대 고조선연구회가 국회에서 진행한 학술발표회에서도 축사를 했다. 당시 행사는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이 주최했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도 “일제가 우리 영토를 한반도로 축소했는데, 이것이 식민사관”이라며 축사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직접 <환단고기>를 언급하면서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한다.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에 대해선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과 함께 “비전문적이거나 유사 학문으로부터 비롯된 발언을 자주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비판·조롱

홍종기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지난 14일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을 듣고, 일본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 <은하영웅전설>이 사실 우리 민족의 얘기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 대통령을 조롱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란·갈등·조롱은 다시 거세졌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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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