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판 환단고기 늪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2.22 12:10:16
  • 호수 1563호
  • 댓글 3개

보수·진보 모두 빠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역사학계에선 <환단고기>를 위서로 규정한다.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진서론을 주장하는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을 여러 차례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현장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환단고기> 관련 질의를 했다. 역사학계에선 대체로 위서로 규정하는 <환단고기>는 이유립씨가 1979년 출간했다. 이씨에 따르면, <환단고기>는 스승 계연수가 저술했다. 계연수는 “1980년이 되면 <환단고기>를 세상에 공개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환빠’
공식 언급

이 대통령은 박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환빠’는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비하하는 명칭이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걸 모르느냐. <환단고기>를 주장·연구하는 사람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하지 않느냐”며 “동북아역사재단은 아예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박 이사장은 “재단은 재야 사학자들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게 역사가 아니라면,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건지, 문헌을 증거라고 하는 건지 논쟁거리 아니냐”며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 역사를 어떤 시각·입장에서 바라볼 건지는 근본적 관점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고민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은 큰 파문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갈등 관계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환단고기>는 역사학계가 거의 만장일치로 위서란 결론을 낸 지 오래인데, 이 대통령이 갑자기 의미 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관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역사는 <환단고기> 같은 위서를 안 믿어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판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환단고기> 옹호론에 동의하거나 관련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며 “국가의 역사관 수립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역사학자 출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이사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뉴라이트 성향 역사 기관장 중 1명”이라며 “이 대통령은 국가 역사 기관장의 역사관·책임 의식을 향해 질문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영국사를 전공한 서양 사학 전문가로서, 지난 2023년 12월 임명됐다. 박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근현대사 서적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의 공동 저자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했다.

뉴라이트 기관장 비판 위해 황당한 발언?
친일·군사독재 미화 논란에도 왜 꺼냈나


김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특정 사서의 진위를 가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왜곡된 역사 공세에 대한 대응을 책임질 국가기관이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지 분명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한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 논쟁은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거나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는 등 발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한민족 최초의 국가는 한국·일본·중국·중앙아시아·시베리아를 포괄하는 초대형 국가 환국이다. <환단고기>는 환국의 강역을 동서 2만리·남북 5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국은 총 12개국으로 구성돼있고, 그중 하나는 수밀이국이다. 수밀이국은 현재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알려진 수메르 문명을 일궜다.

초대형 국가 환국이 넓은 강역을 어떻게 통치했는지에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환국은 7명의 환인이 3301년 동안 다스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인 1명의 평균 재위 기간은 약 471.6년이다. 환국이 존재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는 신석기 시대라서 광범위한 강역을 통치할 수 있는 교통·통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군조선에 이르면 “정사는 천왕으로부터 말미암고, 삼한이 모두 하나가 돼 명령을 따랐다”는 등 봉건제·군현제를 조화시킨 군국제와 유사한 통치 형태가 보인다. 한 고제가 기원전 202년 전한을 건국한 후 군국제를 시행했다.

“천왕의 명령을 삼한이 모두 하나돼 따랐다”는 측면에선 중앙집권제 요소도 보인다. 한민족 계열 국가에서 왕이 강역 전체에 명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앙집권제가 자리 잡은 시기는 조선 태종 재위기였다.

태종은 친형 정종 재위 기간 중 사병을 혁파해 귀족의 군사적 기반을 없앴다. 1404년엔 탐라군을 제주목으로 승격시킨 후 목사를 파견해 모든 고을에 중앙이 임명한 수령을 파견하는 중앙집권제를 완수했다. <환단고기>의 주장대로라면, 중앙집권제는 단군조선에서 초기 형태를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이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16년 11월 이 소장을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당시 이 소장은 김현구 고려대 사범대 명예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친일 세력은 언젠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소장의 책을 읽은 후 강연을 들으러 간다”면서 이 소장의 강연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작성했다.

“왜인이
호남 지배”

김 교수는 학계에서 “평생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자신의 저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을 사실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 야마토 조정이 속국·식민지인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했다”고 서술했다.


이 소장은 1심에선 징역 6월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상고심에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던 이유는 “김 교수가 토론·반박을 위한 적극적 논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사법적 논쟁을 시작했다”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소장의 의견은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이 소장의 성향이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소장은 지난 2015년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회의에 참석해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아 역사 지도를 만들면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소장이 제시한 지도는 완성본이 아니라 수정·보완 중인 지도”라고 해명했다. 범여권 성향 일부 매체는 “식민사학을 비판한다”면서 이 소장의 의견을 따라 “지도에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소장의 친분과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비판을 토대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취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소장은 평소 사료 해석·논리 전개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정조 독살설을 제기한 저서 <사도세자의 고백>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누렸다. 그는 저서에서 “정조가 즉위하면서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하자,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 노론은 공포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일찍 사망한 큰아버지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돼 왕위를 승계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엔 이 소장의 주장에 반하는 기록이 있다.

<실록>에 따르면, 정조가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선대왕께선 정통성을 위해 내게 큰아버지의 뒤를 잇도록 명령하신 것”이라며 “사도세자 추숭 논의를 하려는 자들은 선대왕의 유언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실제로 정조는 사도세자 사망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 유생들에게 욕설을 한 후 처형했다.

이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실록> 기사 중 해당 기술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정조가 사도세자의 복수를 선언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환인 7명이
3301년 통치?

왕조 국가에선 선왕의 방침이 헌법이다. 할아버지가 설계한 정통성을 손자가 함부로 취소할 순 없다. 단종은 세조에 의해 찬탈·살해당한 후 왕족 노산군으로 강등됐다. 다시 묘호가 복원돼 선왕으로 예우받은 시점은 단종 사망 후 241년이 지난 1698년이었다.

단종 복권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 이뤄질 수 있었다. 아울러 2대 독자라서 정통성이 막강했던 숙종이 신하들에게 ‘사육신과 같은’ 충성을 요구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치적 작업이었다. 이 소장의 해당 주장에 대해선 “왕조 국가에서 정통성·정치적 정당성을 얻는 방법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또 이 소장은 지난 2000년 출간한 <고구려 700년의 수수께끼>에서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하다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진 때문에 한반도에서 축출돼 일본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백제가 전라남도 지역을 완전히 점령·지배한 시점을 무령왕이 다스리던 6세기 초반으로 보고 있다. 그 전까지 전남을 지배한 세력으로는 마한 소국 연합체 침미다례가 거론된다. 침미다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일본 사학계 일각에선 “일본 야마토 왕조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란 통치기구를 세워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에 대해선 “역설적으로 일본 사학계 일각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재석 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는 “전라도에 ‘왜’라는 표시를 한 후, ‘왜’가 고구려에 패배한 후 일본으로 갔다는 기술을 한 책을 봤는데, 이런 게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 소장을 강력 비판했다.

이 소장의 주장에 대해선 “일본 극우 일각의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비판은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에 대해서도 제기된다. <환단고기>의 실질적 저술자로 거론되는 이씨는 친일단체 조선유교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단고기> 출간에 개입했던 박창암 준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간도특설대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술·출간·번역자는 친일·독재 찬양 이력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 이은 비판 자초

박광용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1990년 발표한 논문 <규원사화와 환단고기의 성격에 대한 재검토>에서 “<환단고기>는 도가 사상을 단군시대의 신교·일본 민족종교 신궁과 연결·연계한다”며 “이것이 한일 문화동원론이고,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일본 덴노 계보는 단군조선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된 후 사망한 추장 소시모리의 후손이 열도로 이주해 시작됐다.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은 “폭풍의 신 스사노오는 신라에서 열도로 건너간 것”이라는 일본 건국 신화 내용을 토대로 “소시모리는 스사노오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처음 제시한 세력은 조선유교회로 알려졌다.

아울러 <환단고기>는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1986년 <환단고기>의 한글 번역본 <한단고기>를 출간한 임승국 전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전두환씨를 향해 “가장 뛰어난 영단을 가진 민족 지도자”라면서 “공산주의에 대적하려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국수주의 독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광복절 축사 당시 <환단고기>에 나오는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라는 구절을 인용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018년엔 역사 연구 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유사 역사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었다”면서 감사원에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관련 감사를 청구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이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했고, 민주당 소속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환단고기> 진서론에 경도된 활동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거나, 본인이 ‘환빠’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 전 장관은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16년 “중국역사지도집과 같은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서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철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2017년엔 “고려의 영토는 요하까지였다”고 주장하는 인하대 고조선연구회가 국회에서 진행한 학술발표회에서도 축사를 했다. 당시 행사는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이 주최했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도 “일제가 우리 영토를 한반도로 축소했는데, 이것이 식민사관”이라며 축사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직접 <환단고기>를 언급하면서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한다.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에 대해선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과 함께 “비전문적이거나 유사 학문으로부터 비롯된 발언을 자주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비판·조롱

홍종기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지난 14일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을 듣고, 일본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 <은하영웅전설>이 사실 우리 민족의 얘기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 대통령을 조롱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란·갈등·조롱은 다시 거세졌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