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 대통령·정 대표,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야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에 이어 공개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검찰개혁은 정부 조직개편으로 큰 흐름을 잡았고, 언론 개혁도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 개편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사법개혁을 밀어붙여 민주당 영토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며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돼선 안 된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공개 사퇴를 요구하자, 이를 정 대표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추 의원 주장에 대한 질의에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서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그런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주장에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소속 추 법사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에게 ‘사퇴 포문’을 열자 정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고, 대통령실도 장단 맞추고 있는 모습이 16일 오전까진 뭔가 급하게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대통령실이 여권 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촉구’ 주장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 대변인의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14일 이후 조 대법원장 사퇴론이 나오자 야당과 법조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조 대법원장을 사퇴시키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 할 것”이라며 “공범들 판결도 무죄로 만들기 위해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6일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이자 법원을 인민재판소로 전락시키려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법조계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매우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여권의 사법부를 향한 압박이 대법원장 사퇴 이외에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는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대해 어떤 주장이 맞느냐를 떠나 민주당 소속 의원 모두는 찬성하고, 국민의힘 의원 모두는 반대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해결점을 찾으려면 각 정당이 당내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문제다. 굵직한 사안을 대할 때마다 우리나라 ‘패거리 정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 대법원장 사퇴론의 찬반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찬성 쪽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사법부 신뢰 위기에 중점을 두는 반면, 반대 쪽은 헌법적 임기 보장, 사법부 독립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법리적으로는 조 대법원장 사퇴 의무가 명확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사회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 차원의 사퇴 요구가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여론은 언제 바뀔지 모르니 최근 여론조사가 꼭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조 대법원장 사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유리하냐도 아직 판가름하기 어려운데, 왜 여야가 치킨게임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민주당은 사법부 불신을 공격할 명분은 갖지만, 중도층에겐 사법부 흔들기나 사퇴 강요로 비쳐 삼권분립 위반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무리한 사법부 압박을 막았다”는 성과는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대법원장 지키느라 사법개혁을 막았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해도 문제다. 민주당은 사법부 개혁 성과를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지만, 사법부 독립 훼손이라는 역공을 당할 수 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사법 장악 프레임으로 반격할 수 있겠으나 “사법부를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탄핵이 추진되더라도 상황은 같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 이미지 강화로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역풍을 맞게 되고, 국민의힘은 “사법부 길들이기를 막아냈다”는 소리는 듣겠지만, 탄핵 성사 시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지 못한 정당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일각에서 위헌이란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문했던 바 있다.

필자는 조 대법원장 사퇴를 두고 이 대통령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듯 한 인상을 주면, 국민 다수는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모습은 지지층에겐 환영받지만, 중도층·무당층엔 “너무 앞서간다”는 피로감을 준다.

16일 오후 늦게라도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사퇴 문제에 대해 선을 긋고 한 발 물러선 건 잘한 일이다.

정 대표도 조심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 즉각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는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층에는 독선과 사법부 흔들기로 비칠 위험이 크다. 즉, “너무 몰아부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평소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DJ의 “정치인이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국정 운영에 적용해야 한다.

이 말은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국가 비전을 제시하되, 항상 국민의 마음과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개혁을 할 때는 국민의 눈높이와 현실을 고려해 반 걸음 정도 앞서서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필자는 DJ의 위 명언을 “개혁을 한다는 핑계로 너무 앞서가면 독선이 되고 법과 원칙대로 국정 운영을 한다는 핑계로 너무 뒤처지면 무능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즉, 정치 지도자는 국민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보다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 반 걸음만 앞서가야 하는데, 지금은 두 걸음 이상 앞서 가는 느낌이다. 이재명정부의 개혁을 국민이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해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다간 당정이 추구하는 개혁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3대 개혁을 추진하되,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먼저 맞는 매가 좋다고 급하게 속도를 냈다간 당장 내년 지선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선거를 통해서든 임명을 통해서든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라며 “마치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민주당과 이정부가 정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하되,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면서 국민의 목소리도 듣고 야당의 반발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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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