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③학력·논문·경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08 09:48:38
  • 호수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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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붙·허위·오타…의문의 3종 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경찰은 ‘김건희 허위 학력’ 의혹을 불송치했고, 야권은 꾸준히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퇴임하면 거부권과 면책특권은 사라진다.

김건희 여사의 허위 학력·경력 의혹과 관련해, 법률상 진실로 확인된 사안은 아직 없다.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과 전국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회에 걸쳐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넘겼다. 

허위?
불송치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측이 의혹을 부인했고, 경찰은 2022년 9월 “이력서에 기재된 경력 중 일부 학교명의 오기가 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일부 기재가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에 부합하는 경력으로 확인된다”면서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꾸준히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했다.

김 여사의 허위 학력 의혹은 크게 복붙·허위·오타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긁어오거나,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표기했다”는 문제 제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황당한 영역(英譯)이나 오타가 발견된 사례도 존재한다. 

김 여사의 허위 학력 의혹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논문 표절이다. 문제가 됐던 논문은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 ▲2007년8월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지 논문 ▲2007년12월 한국디자인포럼 논문 ▲2007년12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이다.


숙명여대 석사 논문은 표절예방시스템 카피킬러에서 표절률 10%로 확인돼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참고문헌에 기록하지 않았던 1980~1990년대의 논문의 소재 독일 화가 파울 클레 관련 저서와 논문을 비교한 결과 표절률은 42%로 급등했다. 6개 단어 이상 베낀 문장들을 추려 확인한 결과, 논문 전체 48쪽 중 43쪽서 표절 의혹의 정황이 확인됐고, 전체 382개 문장 중 250개가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파울 클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로즈메리 람버트의 <20세기 미술사>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8월 논문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한 연구’는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35%로 확인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영문 초록이었고, 표절률은 94%에 달했다. 나머지 6%는 오타로 판정돼 시스템상에서 걸러졌다.

이 논문은 김영진씨의 2002년 논문 ‘인터넷 쇼핑몰에서 e-Satisfa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 임윤재씨의 2004년 논문 ‘CRM 구현을 위한 고객정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의 문장과 각각 100%, 95% 일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의 해당 논문의 본문 마지막 문장 “사이트 디자인, 편리성, 정보제공성, 상품 다양성이 e-Satisfaction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채택된다”는 김씨의 논문에 게재된 표현이었다.

김씨 논문의 영문 제목은 ‘A Study on Affecting Factors of e-Satisfaction on the Internet Shopping Mall’이었지만, 김 여사 논문의 영문 제목은 ‘The Analyze of the Affecting Factors of E-Satisfaction Focused on Internet Shopping Malls in Online E-Commerce Market’였다.


번역기로 돌려 번역 흔적 있지만…
점집·사주팔자 홈피 문구도 사용?

앞부분 ‘A Study on’을 ‘The Analyze of’로 바꾸고, 뒷부분에 ‘in Online E-Commerce Market’을 추가한 것이다.

김 여사 논문 중 가장 크게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2007년12월 한국디자인포럼에 전승규 국민대 교수와 공동저자로 등재됐던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였다. 이 논문은 영문 제목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회원 유지’라는 의미를 가진 ‘membership retentuin’이 ‘member yuji’라고 표기됐다. 이 사실이 밝혀진 이후 “어떻게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이 모두 그냥 넘어갈 수 있느냐”는 성토가 이어졌고, “번역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영문 초록에서는 첫 글자 Through가 though라고 표기되는 등 오타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의 카피킬러 표절률은 46%로 확인됐다. 서론은 김 여사 스스로 박사논문을 자기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고, <조선일보> <디지털타임스> 등 매체의 보도 4편을 출처 표기 없이 게재하거나 복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타임스> 기사는 단어 733개 중 549개 단어가 논문에 그대로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 참여 및 탈퇴 관련 검증 방법론은 김필승 중앙대 교수의 2004년 논문 ‘상업 스포츠센터의 효율적 고객관리를 위한 회원참여 및 탈퇴 메커니즘 연구’와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2022년10월 김 교수에게 확인차 이를 문의했고, 김 교수는 “(김 여사의 논문이)제 논문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등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보도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무단으로 발췌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논문은 또 있다.

김 여사는 2007년12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논문에 대해서는 “<디지털타임스>의 보도와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의 2002년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문화’를 무단 발췌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94% 표절 
6% 오타

구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와 SNS 계정 등에 꾸준히 “김 여사의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라서 국민대의 ‘연구 부정 없음’ 판단은 부당하다”며, “김 여사의 사과와 피해 복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14개 교수·학술단체가 모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은 2022년9월 “논문 일부가 “점집 홈페이지·사주팔자 블로그·지식거래 사이트 등 상식 밖의 자료를 출처 명기 없이 무단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에 따르면, 김 여사의 박사논문 중 6쪽 분량은 지식거래 사이트 ‘해피캠퍼스’에 2005년 최초 등록된 ‘주역의 음양사상’ 레포트 내용이 그대로 복사됐고, ‘궁합점보기’라는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 등에 올라간 게시글이 그대로 복사됐다. 심지어 문법 오류까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이사로 재직했던 에이치컬처테크놀로지의 대표가 2004년 특허출원했던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관상 어플’의 사업계획서를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베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서 9000만원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검증단은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된 사업계획서의 핵심 내용과 저작권이 개인의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도용된 것인 만큼 저작권법 침해와 보조금 관리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 860개 문장 중 220개 문장이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이용됐고, 전체 147쪽 중 출처가 제대로 표시된 쪽수는 8쪽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김 여사의 석·박사 논문 상당수는 타인의 논문 등 저작물을 무단발췌한 ‘복붙’ 의혹과 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오타’와 ‘기계 번역’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복붙’의 대상은 ▲교수의 논문 ▲언론 보도 ▲개인 블로그 자료 등 출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허위 학력 의혹의 다른 큰 덩어리는 각종 허위 이력 표기였다. 이는 주로 대학교 교원 채용공고에 제출했던 이력서에서 불거졌다. 

수상한 
이력들


김 여사는 2007년과 2013년에 각각 수원여대와 안양대에 제출했던 교수 초빙 지원서에 ‘2006 NYU 스턴 스쿨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프로그램(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 ‘2006-10∼2006-11 뉴욕대 엔터테인먼트 앤드 미디어 비즈니스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New York University Entertainment and Media Business Executive Program)’이라는 이력을 표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12월 “2006년도 뉴욕대 학사 안내를 확인한 결과, 이력서에 적은 과정과 동일한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허위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은 사문서 위조·위조 사문서 행사·업무방해죄 등 범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뉴욕대 스턴 스쿨 관계자는 2021년 12월 “해당 프로그램은 외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2~5일 동안 대면 교육으로 진행되는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이라며 “해당 과정을 마친 교육생에게 스턴 스쿨 명의의 수료증이 지급되지만, 해당 과정이 학력으로 인정되거나 학점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2006년 이수했던 ‘문화콘텐츠 글로벌리더 과정(GLA)’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운영했고, 전체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교육 과정 중 뉴욕대서 진행되는 교육은 1주 동안 진행된 것이었다. 

김 여사는 2012년2월 서울대서 경영전문석사(EMBA: Executive 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기업체 임원이나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매주 주말(금·토)에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현업과 병행할 수 있는 산학협력 과정이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자격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안양대·국민대에 겸임교수로 지원하면서 이력서 학력사항에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서울대 학칙과 학위 수여 과정에 따르면, ‘경영대학원 석사’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는 구분되고, 학위 명칭도 ‘경영학 석사’와 ‘경영전문석사’로 구분된다. 의혹이 확산한 시점은 2021년 11월이었지만, 2019년 7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당시 윤 후보자에게 김 여사의 학력사항을 질의했고, 당시 윤 후보자는 “경영대학원서 2년 코스로 정식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1주 연수 다녀오고 학력 표기
법적으로 문제된 사실은 없어

이 외에도 김 여사가 대학들에 제출했던 이력서에 대해 다양한 경력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당시 ‘숙명여대 미술대학원 졸업(1999년 2월)’이라고 표기했다. 김 여사는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는데, 미대와 교육대는 엄연히 다른 학교다. 또 2006년 공동번역에 참여한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에서도 스스로 ‘숙명여대 대학원 미술학과’라는 학력으로 소개했다.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당시 이력서에는 ‘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근무’라는 경력사항이 표기돼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시점은 1999년 2월이었던 만큼 1998년에는 교사로 근무할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도 2021년 10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에게 “(김 여사는)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근무이력이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김 여사는 1998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소속으로 서울 광남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01~2004년 2년제 한림성심대학교서 시간강사로 근무한 이력을 4년제 한림대 근무이력으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는 ‘영락여고 미술교사(정교사)’라고 기재돼있으나, 김 여사는 2001년 영락여상서 미술강사로 근무했다.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 당시 제출 이력서에는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부교수(겸임)’라는 경력사항을 적었지만, 김 여사는 2005~2007년 시간강사·산학겸임 교원(조교수 대우)으로 근무했고, 2008~2009년 부교수 대우를 받았다. 

김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과 대해서는 국민대에도 따가운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대는 2021년 7월 “연구윤리위의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가, 두 달 뒤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접수된 연구부정행위 제보에 대해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 제4장 제17조에 근거한 발표였다. 이 규정은 2012년 9월1일 개정됐고, 부칙에는 ‘2012년 8월31일 이전의 부정행위의 경우 만 5년의 시효를 둔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국민대는 2020년 교육부에 ‘연구윤리 검증 시효를 폐지했다’고 보고했고, 2019년 시효가 지난 미성년 공저자 논문 10여건에 대한 연구부정 조사를 진행했다.  

국민대는 교수·동문회·정치권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듣고, 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김 여사의 논문 4편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2022년 8월 “3편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1편은 학회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조사위원회의 명단 및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해명은?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 안에 학력·경력 관련 의혹을 포함해 지난 9월11일, 본회의서 가결시켰다. 같은 달 30일,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이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지휘했고, 2018년4월 이 전 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약 6년 2개월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전직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거부권과 면책특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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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