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③학력·논문·경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08 09:48:38
  • 호수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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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붙·허위·오타…의문의 3종 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경찰은 ‘김건희 허위 학력’ 의혹을 불송치했고, 야권은 꾸준히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퇴임하면 거부권과 면책특권은 사라진다.

김건희 여사의 허위 학력·경력 의혹과 관련해, 법률상 진실로 확인된 사안은 아직 없다.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과 전국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회에 걸쳐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넘겼다. 

허위?
불송치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측이 의혹을 부인했고, 경찰은 2022년 9월 “이력서에 기재된 경력 중 일부 학교명의 오기가 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일부 기재가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에 부합하는 경력으로 확인된다”면서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꾸준히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했다.

김 여사의 허위 학력 의혹은 크게 복붙·허위·오타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긁어오거나,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표기했다”는 문제 제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황당한 영역(英譯)이나 오타가 발견된 사례도 존재한다. 

김 여사의 허위 학력 의혹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논문 표절이다. 문제가 됐던 논문은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 ▲2007년8월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지 논문 ▲2007년12월 한국디자인포럼 논문 ▲2007년12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이다.


숙명여대 석사 논문은 표절예방시스템 카피킬러에서 표절률 10%로 확인돼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참고문헌에 기록하지 않았던 1980~1990년대의 논문의 소재 독일 화가 파울 클레 관련 저서와 논문을 비교한 결과 표절률은 42%로 급등했다. 6개 단어 이상 베낀 문장들을 추려 확인한 결과, 논문 전체 48쪽 중 43쪽서 표절 의혹의 정황이 확인됐고, 전체 382개 문장 중 250개가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파울 클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로즈메리 람버트의 <20세기 미술사>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8월 논문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한 연구’는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35%로 확인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영문 초록이었고, 표절률은 94%에 달했다. 나머지 6%는 오타로 판정돼 시스템상에서 걸러졌다.

이 논문은 김영진씨의 2002년 논문 ‘인터넷 쇼핑몰에서 e-Satisfa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 임윤재씨의 2004년 논문 ‘CRM 구현을 위한 고객정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의 문장과 각각 100%, 95% 일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의 해당 논문의 본문 마지막 문장 “사이트 디자인, 편리성, 정보제공성, 상품 다양성이 e-Satisfaction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채택된다”는 김씨의 논문에 게재된 표현이었다.

김씨 논문의 영문 제목은 ‘A Study on Affecting Factors of e-Satisfaction on the Internet Shopping Mall’이었지만, 김 여사 논문의 영문 제목은 ‘The Analyze of the Affecting Factors of E-Satisfaction Focused on Internet Shopping Malls in Online E-Commerce Market’였다.


번역기로 돌려 번역 흔적 있지만…
점집·사주팔자 홈피 문구도 사용?

앞부분 ‘A Study on’을 ‘The Analyze of’로 바꾸고, 뒷부분에 ‘in Online E-Commerce Market’을 추가한 것이다.

김 여사 논문 중 가장 크게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2007년12월 한국디자인포럼에 전승규 국민대 교수와 공동저자로 등재됐던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였다. 이 논문은 영문 제목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회원 유지’라는 의미를 가진 ‘membership retentuin’이 ‘member yuji’라고 표기됐다. 이 사실이 밝혀진 이후 “어떻게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이 모두 그냥 넘어갈 수 있느냐”는 성토가 이어졌고, “번역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영문 초록에서는 첫 글자 Through가 though라고 표기되는 등 오타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의 카피킬러 표절률은 46%로 확인됐다. 서론은 김 여사 스스로 박사논문을 자기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고, <조선일보> <디지털타임스> 등 매체의 보도 4편을 출처 표기 없이 게재하거나 복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타임스> 기사는 단어 733개 중 549개 단어가 논문에 그대로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 참여 및 탈퇴 관련 검증 방법론은 김필승 중앙대 교수의 2004년 논문 ‘상업 스포츠센터의 효율적 고객관리를 위한 회원참여 및 탈퇴 메커니즘 연구’와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2022년10월 김 교수에게 확인차 이를 문의했고, 김 교수는 “(김 여사의 논문이)제 논문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등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보도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무단으로 발췌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논문은 또 있다.

김 여사는 2007년12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논문에 대해서는 “<디지털타임스>의 보도와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의 2002년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문화’를 무단 발췌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94% 표절 
6% 오타

구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와 SNS 계정 등에 꾸준히 “김 여사의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라서 국민대의 ‘연구 부정 없음’ 판단은 부당하다”며, “김 여사의 사과와 피해 복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14개 교수·학술단체가 모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은 2022년9월 “논문 일부가 “점집 홈페이지·사주팔자 블로그·지식거래 사이트 등 상식 밖의 자료를 출처 명기 없이 무단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에 따르면, 김 여사의 박사논문 중 6쪽 분량은 지식거래 사이트 ‘해피캠퍼스’에 2005년 최초 등록된 ‘주역의 음양사상’ 레포트 내용이 그대로 복사됐고, ‘궁합점보기’라는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 등에 올라간 게시글이 그대로 복사됐다. 심지어 문법 오류까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이사로 재직했던 에이치컬처테크놀로지의 대표가 2004년 특허출원했던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관상 어플’의 사업계획서를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베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서 9000만원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검증단은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된 사업계획서의 핵심 내용과 저작권이 개인의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도용된 것인 만큼 저작권법 침해와 보조금 관리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 860개 문장 중 220개 문장이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이용됐고, 전체 147쪽 중 출처가 제대로 표시된 쪽수는 8쪽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김 여사의 석·박사 논문 상당수는 타인의 논문 등 저작물을 무단발췌한 ‘복붙’ 의혹과 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오타’와 ‘기계 번역’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복붙’의 대상은 ▲교수의 논문 ▲언론 보도 ▲개인 블로그 자료 등 출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허위 학력 의혹의 다른 큰 덩어리는 각종 허위 이력 표기였다. 이는 주로 대학교 교원 채용공고에 제출했던 이력서에서 불거졌다. 

수상한 
이력들


김 여사는 2007년과 2013년에 각각 수원여대와 안양대에 제출했던 교수 초빙 지원서에 ‘2006 NYU 스턴 스쿨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프로그램(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 ‘2006-10∼2006-11 뉴욕대 엔터테인먼트 앤드 미디어 비즈니스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New York University Entertainment and Media Business Executive Program)’이라는 이력을 표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12월 “2006년도 뉴욕대 학사 안내를 확인한 결과, 이력서에 적은 과정과 동일한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허위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은 사문서 위조·위조 사문서 행사·업무방해죄 등 범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뉴욕대 스턴 스쿨 관계자는 2021년 12월 “해당 프로그램은 외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2~5일 동안 대면 교육으로 진행되는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이라며 “해당 과정을 마친 교육생에게 스턴 스쿨 명의의 수료증이 지급되지만, 해당 과정이 학력으로 인정되거나 학점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2006년 이수했던 ‘문화콘텐츠 글로벌리더 과정(GLA)’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운영했고, 전체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교육 과정 중 뉴욕대서 진행되는 교육은 1주 동안 진행된 것이었다. 

김 여사는 2012년2월 서울대서 경영전문석사(EMBA: Executive 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기업체 임원이나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매주 주말(금·토)에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현업과 병행할 수 있는 산학협력 과정이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자격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안양대·국민대에 겸임교수로 지원하면서 이력서 학력사항에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서울대 학칙과 학위 수여 과정에 따르면, ‘경영대학원 석사’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는 구분되고, 학위 명칭도 ‘경영학 석사’와 ‘경영전문석사’로 구분된다. 의혹이 확산한 시점은 2021년 11월이었지만, 2019년 7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당시 윤 후보자에게 김 여사의 학력사항을 질의했고, 당시 윤 후보자는 “경영대학원서 2년 코스로 정식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1주 연수 다녀오고 학력 표기
법적으로 문제된 사실은 없어

이 외에도 김 여사가 대학들에 제출했던 이력서에 대해 다양한 경력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당시 ‘숙명여대 미술대학원 졸업(1999년 2월)’이라고 표기했다. 김 여사는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는데, 미대와 교육대는 엄연히 다른 학교다. 또 2006년 공동번역에 참여한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에서도 스스로 ‘숙명여대 대학원 미술학과’라는 학력으로 소개했다.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당시 이력서에는 ‘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근무’라는 경력사항이 표기돼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시점은 1999년 2월이었던 만큼 1998년에는 교사로 근무할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도 2021년 10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에게 “(김 여사는)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근무이력이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김 여사는 1998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소속으로 서울 광남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01~2004년 2년제 한림성심대학교서 시간강사로 근무한 이력을 4년제 한림대 근무이력으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는 ‘영락여고 미술교사(정교사)’라고 기재돼있으나, 김 여사는 2001년 영락여상서 미술강사로 근무했다.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 당시 제출 이력서에는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부교수(겸임)’라는 경력사항을 적었지만, 김 여사는 2005~2007년 시간강사·산학겸임 교원(조교수 대우)으로 근무했고, 2008~2009년 부교수 대우를 받았다. 

김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과 대해서는 국민대에도 따가운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대는 2021년 7월 “연구윤리위의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가, 두 달 뒤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접수된 연구부정행위 제보에 대해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 제4장 제17조에 근거한 발표였다. 이 규정은 2012년 9월1일 개정됐고, 부칙에는 ‘2012년 8월31일 이전의 부정행위의 경우 만 5년의 시효를 둔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국민대는 2020년 교육부에 ‘연구윤리 검증 시효를 폐지했다’고 보고했고, 2019년 시효가 지난 미성년 공저자 논문 10여건에 대한 연구부정 조사를 진행했다.  

국민대는 교수·동문회·정치권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듣고, 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김 여사의 논문 4편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2022년 8월 “3편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1편은 학회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조사위원회의 명단 및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해명은?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 안에 학력·경력 관련 의혹을 포함해 지난 9월11일, 본회의서 가결시켰다. 같은 달 30일,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이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지휘했고, 2018년4월 이 전 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약 6년 2개월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전직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거부권과 면책특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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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