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52년 행적마다 의문 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어릴 적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이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김건희는 무려 10살 차이를 극복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현재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랐다. 개명하기 전 이름인 김명신의 과거 행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녹취록 공개 파장에 무속 논란으로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의혹이 빗발치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으나 이를 까먹은 듯 광폭 행보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김건희는 지난 1972년 9월2일 경기도 양평군서 아버지 고 김광섭, 어머니 최은순 사이서 셋째로 태어났다. 서울 남동부로 이주해 지금의 송파구에 살며 잠동초등학교, 잠실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동구로 이사한 후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이름은 김명신이다. 

예술 두각
숱한 경력

김건희가 15세 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최은순이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부친 김광섭은 양평군청 공무원으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987년 작고했다.

김건희는 어린 시절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연스레 그림과 예술에 관심이 커진 김건희는 향후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든다.

서울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서양화 전공)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던 그는 이 시기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지난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서 입선을 차지하는 등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였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교육 분야서 전문성을 증명했다. 이후 2001년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서 미술 강사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고, 한림성심대서도 강단에 섰다. 

서일대학교와 서울정보기능대학교서도 강의를 맡으며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전문 지식을 공유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문학 과정(AFP)과 글로벌 리더 과정(GLA)을 이수하며 지식을 넓혔다. 

지난 2007년 해외 유명 소장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회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서 보기 힘든 유명 작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2015년 ‘마코 로스코 전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엔 안양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문화 콘텐츠와 색채,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학문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고, 테크노디자인대학원서 강의를 통해 학문적 기여를 이어갔다. 

김건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이던 지난 2012년 3월 결혼했다.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나이는 52세로, 40세였던 김건희와 12살 띠동갑의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서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유흥주점 근무” 주장
“쥴리 하고 싶어도 못해” 반박


윤 대통령 주변 인사는 “김건희를 처음 만난 자리서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가 많고 여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김건희의 명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윤 대통령은 명함에 적혀있던 김건희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해 메일을 보내 마음을 표현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지난 2017년 남편인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그의 직업적 성취와 함께 김건희는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면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으며, 지난 2019년 청와대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도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재산은 대부분 김건희 명의로 밝혀졌다. 그는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재산이 불과 200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약 77억4500만원이다.

신고액 중 68억9900여만원이 김건희의 재산이다. 대부분 김건희가 소유한 땅과 건물, 예금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1990년대 IT붐이 일었을 당시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돼 사업체를 키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 중 유일하게 자녀가 없다. 한 번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유산한 후 다시는 임신하지 못했다.

김건희는 지난 2021년 12월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비숑 프리제 종 2마리를 제외한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3마리는 모두 유기동물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중 각종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유흥업소서 일했다는 의혹과 경력 관련 논란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은 김건희가 과거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지하 1층 모 나이트클럽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해 왔다.

나이트클럽서 접대부로 활동했던 김건희를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개인 접대 공간(호텔 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봤다고 말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김건희는 지난 2021년 6월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혹에 해명했다. 먼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두고 김건희는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고 억울해했다. 


각종 소문들
숨겨진 과거

이어 “제가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이라며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도 “김건희가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사람이 술집 가서 이상한 짓 했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안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집사람은 새벽 2~3시까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만큼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고교 교사와 대학 초빙 겸임교수도 했고, 석사학위도 2개나 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운영자들 역시 정천수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천수 전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나이트클럽 공동대표였던 조모씨와 배모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쥴리에 대해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씨는 “삼부토건 회장을 비롯해 이른바 VIP들이 따로 사용하는 공간은 없었다”며 “또 호텔 건물로 직결되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비중 있는 손님들과 친교를 가진 여성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엔 “한번도 들은 적 없고, 전혀 없다”며 “종업원 외에 다른 여자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르네상스 지하 또는 1층에 그림을 전시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조남욱 회장이 특정 여성을 동석시키거나 같이 다녔냐는 물음에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배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호텔 6층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냐는 취지로 검사가 묻자 “구조상, 상식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며 “건물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건 미친 사람 아니면 그걸 왜 하나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특정 여성이랑 있거나 다른 사람을 초대한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못 봤다”고 답했다. ‘김 교수’라는 여성의 호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경력 논란도 김건희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김건희는 지난 2008년 개명한 이후 전시 관련 일을 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업계에서는 김건희를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또 거물급 대형 전시회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김건희는 페이스북에 서울대 대학원 졸업이라고 개재하며 SNS로도 본인을 홍보하는 데 힘썼다. YG 빅뱅 멤버들이 홍보도 해줄 정도로 정관계, 연예계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때 전시회에 LG전자,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12~16곳이 넘는 협찬을 끌어오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될 무렵 일주일 사이에 협찬사가 무려 12곳이나 불어났다. 

무속인 연결
녹취록 공개

수사에 들어가 확인해 본 결과 김건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사였던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협찬에 나선 한 유명 게임업체 대표는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행사를 주최한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에 협찬한 거라고 해명해 왔지만, 수사팀은 협찬금이 언론사를 거쳐 그대로 코바나컨텐츠 측에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건희의 무속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한 국면서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선 경선 과정서부터 이어졌다.

김건희와 인터넷 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대통령과 역술인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022년 1월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윤 대통령을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는 지난 2021년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 대통령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에게 초청 받아 코바나컨텐츠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를 통해 윤 대통령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건진·천공과 인연은?
“도사들과 대화 좋아해”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서 사퇴했던 지난 2021년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같은 해 10월 <YTN> 인터뷰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에게서)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 줬다고 했다. 김건희가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김건희와 <서울의 소리> 이 기자 통화 녹취록서도 윤 대통령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같은 해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김건희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건희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사법고시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문재인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갑자기 남편 앞에서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내가 무당을 많이 만난다고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며 “제가 더(점괘 등을) 잘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며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부부는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내 역할만 
충실한다더니…

김건희는 대선 과정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자 지난 2021년 12월 기자회견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이른바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취임 초반에는 패션 등이 시선을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설과 논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건희가 남편인 윤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조용한 내조 대신 ‘광폭 행보’라는 논란이 이어졌다.

<yuncastl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