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⑥구명 로비 ‘VIP’ 비밀

임성근 구하기 동참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가 ‘VIP’에 말해주겠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이 되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발표되면서 채 상병 사망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 관련자들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VIP’는 누구며 로비는 실제 이뤄졌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서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휘말려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하고 1년여가 지나자 채 상병 사건 그 자체보다 수사외압, 구명 로비 등이 태풍의 눈이 된 상황이다.

격노설
의문 핵심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박정훈 전 대령이 수사단장이었던 해병대 수사단서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마쳤지만, 돌연 사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전 대령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서 윤 대통령이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나왔다. 


격노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을 경북경찰청서 회수했고 혐의자를 해병대 대대장 2명으로 줄여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했다. 이것이 수사외압 사건의 골자다.

수사외압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져 정쟁의 도구로 사용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사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실과 여권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다만 여기에는 ‘VIP는 왜 격노했는지’ ‘혐의자를 줄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문점이 남았다.

이후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나오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의문점을 풀 열쇠로 제기됐다.

2024년 7월10일 JTBC, MBC,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이종호 전 블랙퍽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활동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녹취록은 지난해 8월9일 공익 제보자 김규현 변호사와 이 전 대표의 통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경선서 탈락한 인물이다. 5월부터는 박정훈 대령 변호를 맡고 있다. 녹취록은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사건 ‘폭풍의 눈’
도이치 공범 통화 중 언급

녹취록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해병대 사단장 난리가 났다”고 운을 떼자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 아마 내년쯤 발표할 건데 (임성근을)해병대 별 4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렇지”라고 호응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녹취록에 나오는 VIP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재표는 김 여사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이른바 ‘BP 패밀리’로 권오수 전 회장과 이 전 대표, 김 여사, 이모씨 등이 핵심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은 녹취록이 보도되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나 이 전 대표 등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명 로비 의혹은 시기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B씨가 사직 의사를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인과 검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 전 대표나 B씨는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제를 번복한 7월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임성근을 모르고 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인용한 것”이라며 “녹취를 제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지 부분만 잘라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지칭
의견 지배적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VIP는 김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사령관”이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 장관도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을 보좌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VIP로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자 대통령실도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강력이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모두 부인하자 김 변호사는 JTBC 방송에 나와 “‘그 사람이 지금 입을 열면 영부인까지 다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용산서 굉장히 지금 신경을 써주고 있다’ 이런 취지로 제가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라든가 이런 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대통령하고 김건희 여사를 결혼시켜줬다. 중매를 시켜줬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 김 여사의 어떤 활동 상황이라든가 수행하는 사람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얘기를 했다. 그건 1년 전에 한 얘기는 술 먹다 한 얘기라 실명을 누군지 기억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명 로비 자체가 자신의 과장이었다. 허세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허세였다고 한다면 그걸로 그냥 끝나거나 했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통화나 이런 상황으로 봤을 때 내용이라든가, 태도라든가, 표현이라든가 하는 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신빙성 있게 저에게는 다가왔다”고 말했다.

VIP 구명 로비 이야기를 처음부터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종호 전 대표하고 그 선배들하고는 굉장히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동시에 박정훈 대령이나 채 해병 사건의 진실 사이서 솔직히 저도 1년간 굉장히 많은 갈등을 했다”고 고백했다.

구명 로비 의혹이 주목을 받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7월12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모든 의혹과 문제의 근원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라며 “특히 여러 정황을 볼 때 해병대원 사건 은폐 시도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보 공작
조사 요구


그는 “보도에 따르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종호 녹취록에는 이씨가 국방부 장관 인사에도 개입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임성근 구명 로비뿐 아니라 장관 인선이라는 핵심 국정도 비선의 검은 손길이 좌지우지했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 보도다. 사실이라면 일개 주가 조작범에게 대한민국이 휘둘렸다는 소리”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VIP가 해병대 사령관을 지칭한 것이라고 했지만 평소에 대통령과 김건희를 VIP1, 2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공익신고가 아니라 기획된 사전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월17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가 이뤄졌다는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단톡방)’ 의혹에 대해 ‘야당발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단톡방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 전 대표와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변호인이자 민주당 총선 경선 참여자인 김 변호사, 대통령 경호처 출신 B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클럽 ‘그래도 이재명’ 발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문제의 단톡방에 정작 임 전 사단장은 없었다. 그 대신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호 책임자와 민주당 국회의원 선거 경선 참여자가 있었다”며 “제보 공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들과 얼마나 교감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만일 제보 공작에 민주당이 직접 교감하고 개입했다면 이것은 단순한 제보 공작이 아닌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방은 지난 7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둘러싼 VIP(대통령) 격노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등을 규명하는 과정서 외압의 실체가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특검부터 청문회까지 정쟁 핵심
과태료 불과한 법적 처벌 가능성

특히 민주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해병대 1사단 방문 사진을 공개하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추궁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가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공개했다. 

장 의원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 방문했는데 두 사람을 모르냐, 이씨가 ‘김계환 사령관에게 별 4개 달아주고, 임성근 사단장에게 별 3개 달아주고’ 이런 말을 한 것 아니냐. 그 이후에 골프 모임 단톡방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를 모른다. 언론에 나온 뒤에야 알게 됐다”면서 “자신은 훈련 내내 배 안에 탑승해 있었고, B씨는 한두 달 뒤 자신이 왔다 갔다고 얘기해 줘 방문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 관계자들도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사기탄핵테스크포스(TF) 간담회서 단체대화방 참여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민주당이 해당 의혹의 진실을 알고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방 멤버이자 청문회 당시 민주당 장경태 의원 측에 사진을 제보한 이모씨는 임 전 사단장과 B씨, B씨와 이 전 대표가 각각 찍은 사진 두 장을 제공했다면서 “다른 날짜, 다른 장소서 찍힌 사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이)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같이 회식한 것처럼 했다. 왜곡이고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장 의원 측에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라고 했다”며 “7월17일 장 의원실을 찾아가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30분가량의 녹취 파일을 들려줬는데 (보좌관이)5분 정도 듣더니 ‘이거 들을 필요 있나요? 저희는 답은 정해져 있는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성근 구명 로비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발단이 된 녹취록을 확보하고 이 전 대표, B씨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아직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나더라도 법적인 처벌은 가벼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인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구명 로비를 부탁받았거나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또 이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나서 공직자 등에 로비를 했을 경우에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지) 위반 소지가 있지만 조치는 과태료 부과에 그치게 된다.

일제히
부인 중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까지 연결돼 실제 행사됐다면, 공직자 등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도 있게 된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과 더불어 구명 로비 의혹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만 검사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연임이 확정되지 않으면 수사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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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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