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⑥구명 로비 ‘VIP’ 비밀

임성근 구하기 동참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가 ‘VIP’에 말해주겠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이 되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발표되면서 채 상병 사망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 관련자들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VIP’는 누구며 로비는 실제 이뤄졌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서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휘말려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하고 1년여가 지나자 채 상병 사건 그 자체보다 수사외압, 구명 로비 등이 태풍의 눈이 된 상황이다.

격노설
의문 핵심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박정훈 전 대령이 수사단장이었던 해병대 수사단서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마쳤지만, 돌연 사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전 대령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서 윤 대통령이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나왔다. 


격노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을 경북경찰청서 회수했고 혐의자를 해병대 대대장 2명으로 줄여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했다. 이것이 수사외압 사건의 골자다.

수사외압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져 정쟁의 도구로 사용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사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실과 여권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다만 여기에는 ‘VIP는 왜 격노했는지’ ‘혐의자를 줄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문점이 남았다.

이후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나오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의문점을 풀 열쇠로 제기됐다.

2024년 7월10일 JTBC, MBC,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이종호 전 블랙퍽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활동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녹취록은 지난해 8월9일 공익 제보자 김규현 변호사와 이 전 대표의 통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경선서 탈락한 인물이다. 5월부터는 박정훈 대령 변호를 맡고 있다. 녹취록은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사건 ‘폭풍의 눈’
도이치 공범 통화 중 언급

녹취록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해병대 사단장 난리가 났다”고 운을 떼자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 아마 내년쯤 발표할 건데 (임성근을)해병대 별 4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렇지”라고 호응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녹취록에 나오는 VIP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재표는 김 여사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이른바 ‘BP 패밀리’로 권오수 전 회장과 이 전 대표, 김 여사, 이모씨 등이 핵심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은 녹취록이 보도되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나 이 전 대표 등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명 로비 의혹은 시기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B씨가 사직 의사를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인과 검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 전 대표나 B씨는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제를 번복한 7월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임성근을 모르고 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인용한 것”이라며 “녹취를 제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지 부분만 잘라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지칭
의견 지배적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VIP는 김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사령관”이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 장관도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을 보좌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VIP로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자 대통령실도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강력이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모두 부인하자 김 변호사는 JTBC 방송에 나와 “‘그 사람이 지금 입을 열면 영부인까지 다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용산서 굉장히 지금 신경을 써주고 있다’ 이런 취지로 제가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라든가 이런 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대통령하고 김건희 여사를 결혼시켜줬다. 중매를 시켜줬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 김 여사의 어떤 활동 상황이라든가 수행하는 사람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얘기를 했다. 그건 1년 전에 한 얘기는 술 먹다 한 얘기라 실명을 누군지 기억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명 로비 자체가 자신의 과장이었다. 허세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허세였다고 한다면 그걸로 그냥 끝나거나 했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통화나 이런 상황으로 봤을 때 내용이라든가, 태도라든가, 표현이라든가 하는 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신빙성 있게 저에게는 다가왔다”고 말했다.

VIP 구명 로비 이야기를 처음부터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종호 전 대표하고 그 선배들하고는 굉장히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동시에 박정훈 대령이나 채 해병 사건의 진실 사이서 솔직히 저도 1년간 굉장히 많은 갈등을 했다”고 고백했다.

구명 로비 의혹이 주목을 받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7월12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모든 의혹과 문제의 근원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라며 “특히 여러 정황을 볼 때 해병대원 사건 은폐 시도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보 공작
조사 요구


그는 “보도에 따르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종호 녹취록에는 이씨가 국방부 장관 인사에도 개입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임성근 구명 로비뿐 아니라 장관 인선이라는 핵심 국정도 비선의 검은 손길이 좌지우지했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 보도다. 사실이라면 일개 주가 조작범에게 대한민국이 휘둘렸다는 소리”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VIP가 해병대 사령관을 지칭한 것이라고 했지만 평소에 대통령과 김건희를 VIP1, 2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공익신고가 아니라 기획된 사전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월17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가 이뤄졌다는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단톡방)’ 의혹에 대해 ‘야당발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단톡방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 전 대표와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변호인이자 민주당 총선 경선 참여자인 김 변호사, 대통령 경호처 출신 B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클럽 ‘그래도 이재명’ 발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문제의 단톡방에 정작 임 전 사단장은 없었다. 그 대신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호 책임자와 민주당 국회의원 선거 경선 참여자가 있었다”며 “제보 공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들과 얼마나 교감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만일 제보 공작에 민주당이 직접 교감하고 개입했다면 이것은 단순한 제보 공작이 아닌 사기 탄핵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방은 지난 7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둘러싼 VIP(대통령) 격노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등을 규명하는 과정서 외압의 실체가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특검부터 청문회까지 정쟁 핵심
과태료 불과한 법적 처벌 가능성

특히 민주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해병대 1사단 방문 사진을 공개하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추궁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가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공개했다. 

장 의원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 방문했는데 두 사람을 모르냐, 이씨가 ‘김계환 사령관에게 별 4개 달아주고, 임성근 사단장에게 별 3개 달아주고’ 이런 말을 한 것 아니냐. 그 이후에 골프 모임 단톡방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를 모른다. 언론에 나온 뒤에야 알게 됐다”면서 “자신은 훈련 내내 배 안에 탑승해 있었고, B씨는 한두 달 뒤 자신이 왔다 갔다고 얘기해 줘 방문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해병대 골프 모임 단체 대화방 관계자들도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사기탄핵테스크포스(TF) 간담회서 단체대화방 참여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민주당이 해당 의혹의 진실을 알고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방 멤버이자 청문회 당시 민주당 장경태 의원 측에 사진을 제보한 이모씨는 임 전 사단장과 B씨, B씨와 이 전 대표가 각각 찍은 사진 두 장을 제공했다면서 “다른 날짜, 다른 장소서 찍힌 사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이)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같이 회식한 것처럼 했다. 왜곡이고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장 의원 측에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라고 했다”며 “7월17일 장 의원실을 찾아가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30분가량의 녹취 파일을 들려줬는데 (보좌관이)5분 정도 듣더니 ‘이거 들을 필요 있나요? 저희는 답은 정해져 있는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임성근 구명 로비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발단이 된 녹취록을 확보하고 이 전 대표, B씨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아직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나더라도 법적인 처벌은 가벼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인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구명 로비를 부탁받았거나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또 이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나서 공직자 등에 로비를 했을 경우에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지) 위반 소지가 있지만 조치는 과태료 부과에 그치게 된다.

일제히
부인 중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까지 연결돼 실제 행사됐다면, 공직자 등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도 있게 된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과 더불어 구명 로비 의혹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만 검사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연임이 확정되지 않으면 수사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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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