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란과 부속실 딜레마

‘튀는 영부인’ 컨트롤 불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잇단 구설수에 빠지지 않고 있다. 이번엔 공천 개입 의혹이다. 실제로 대화를 나눴던 텔레그램과 김 여사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제2부속실의 가동 날짜도 구체적이지 않다. ‘공사 중’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제외하면 무엇하나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를 공식화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이르면 이달 말에 본격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제2부속실만으로 김건희 여사를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여당 안팎서 제기되면서 특별감찰관 임명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뒤늦게…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 착수를 공식화한 건 지난 7월30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서 “(제2부속실을)설치 준비 중”이라면서도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마땅한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초 공사가 끝나고 서관 발령 등 인사가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약 2주는 지나야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제2부속실장에는 장순칠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사회2비서관이 내정된 상태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는데 대통령실은 지난 1월 “국민 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들어 김 여사는 공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하고 현장 근무자 등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인 지난달 6~7일에 따로 부산으로 향해 부산 전통시장과 지역 특산품 개발업체를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보였다. 장 비서관은 김 여사의 일정에 동행하며 사실상 제2부속실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여사의 공개 행보가 늘어난 까닭은 검찰과 수사심의위원회의 최근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가방 사건에 대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뇌물수수 혐의 등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부담을 덜어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김 여사를 둘러싼 시비가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검찰의 김 여사 수사를 ‘정치 수사’라고 주장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를 추진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결국 무산됐다.

설치 착수 공식화 두 달째 감감무소식
비서관 인사 마무리까지 장시간 소요

이번 특검법엔 명품 가방 사건과 지난 총선 공천 개입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수십 차례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도 부담이다. 김 여사의 혐의를 부인해 오던 대통령실은 “계좌가 활용당한 것”이란 입장이었고, 이 전 대표 측은 ‘연락이 끊겼다’고 했지만 이와 상반된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김 여사가 아닌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통화한 것이라며 김 여사와의 직접적인 연락을 부인했다.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가 2020년 9월23일부터 10월20일까지 40차례에 걸쳐 전화 및 문자를 주고받은 통신 내역을 입수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인물이다. 최근 2심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동시에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시단장의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김 여사에게 자주 연락하던 시기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을 때로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신분이었다.

검찰은 2020년 9월25일 고발인 자격으로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소환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의정부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후 같은 해 4월 형사1부에 배당했다가 5개월 뒤에 형사6부로 재배당한 뒤에서야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제2부속실만으로 김 여사를 컨트롤하기엔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동 전망 불구 현실은 ‘공사 중’
“측근·주변 인물도 문제…특감 필요”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김 여사가)마포대교 시찰을 나간 것은 이제까지 못 보던 영부인의 모습이라서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서 민의를 잘 수렴해 영부인이 움직이는 데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된 질문에는 “제2부속실장도 사실상 내정된 상태 아닌가. 인원은 다 정비된 걸로 알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든가, 영부인에 대한 민심 동향을 아주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은 민정수석실서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 여사 주변에 있는 참모라는 분들이 무슨 판단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 이 시점서 김 여사를 등장시키는 게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초보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별감찰관도 임명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서 해야 할 걸 하고 난 다음에 영부인의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감 제도는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 2014년 도입됐으나, 초대 특별감찰관이 1년5개월 만에 사직하면서 공석 상태다. 현재 여야는 특감 도입에 소극적이지 않다. 여야 합의로 추천이 이뤄지면 언제든지 공식화될 수는 있다.

코바나컨텐츠 출신인 김 여사의 측근들이 아직 그를 보좌하고 있다는 점도 특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무게를 더한다.

늦었다?

대통령실 출신 한 정치권 인사는 “최재영 목사 때 논란도 그렇고 김 여사의 주변 인물들이 항상 문제가 됐다. 정모씨와 유모씨 둘 다 지금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연락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김 여사에게 이득을 취하려 하는 등의 인물들도 있다. 제2부속실만으로는 김 여사가 또 연루됐을지도 모를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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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