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봉하마을 수행원 대선 전 여론조작 의혹

개 사과·귤 사진 이어 ‘댓글’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남정운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최근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이때 수행원 일부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 정모씨는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는 정씨가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에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들은 이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에서 여론조작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수차례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정모씨는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석연치 않은
영부인 행보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이 기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 김 여사에게 한동훈한테 제보할 게 있다고 했다. 당시 김 여사는 ‘나한테 보내줘’라고 했다가 ‘정XX한테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기자는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에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이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관련 논의가 오고 간 때는 지난해 8월30일 저녁. 당시 김 여사가 심 박사에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정보를 물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는 “정씨가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가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한 차례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정씨가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 번만 더 올려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둘은 특정 워딩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정씨는 대화 끝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당시 이들은 구체적인 인물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 대상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당시 대선 예비후보)과 ‘에펨XXX’였다.

김 여사 밀착 수행원 알고 보니…
코바나 방문 당시 댓글 작업 논의

당시 홍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다. 대선후보 경선 때 홍 당선인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이 기자는 정씨 외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도 동조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코바나컨텐츠의 한 직원이 정씨에게 홍 당선인과 관련해 언급한 적이 있다”며 “에펨XXX를 강조하면서 홍 당선인 지지자들이 어떤 ‘게시물을 올린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정씨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정씨는 이 같은 ‘물밑작업’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글로 여러 번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개 사과’ 사진이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은 고 전두환씨의 일부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남겨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에 사과를 주는, 일명 ‘개 사진’이 게시되면서 논란이 빗발친 것이다. 당시 캠프는 사진을 게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야, 총공세
여, 자중론

이어 대선 직전인 지난 3월에는 귤 사진이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윤 대통령 인스타그램에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는 문구와 함께 귤에 얼굴을 그려 넣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씨는 이 두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씨는 현재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때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윤석열정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라며 “정씨를 채용하는 건 인사권자의 권한이지만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던 직원을 굳이 채용하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코바나컨텐츠 출신’은 정씨뿐만이 아니다. 정씨 외에도 김량영씨와 유모씨가 김 여사 수행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알려졌다. 김 여사와는 10년가량 알고 지냈으며, 코바나컨텐츠에서는 전무 직함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공식 석상에서도 코바나컨텐츠 직함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에 참가할 때 ‘코바나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수차례 나눈
수상한 발언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김 교수의 동행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김 여사 요청으로 김 교수가 동행한 것”이라며 “김 여사와 가까운 사이고, (김 교수)고향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 보니 동행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공식 일정에 지인이 동행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비공개 행사였고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 여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비공개 행사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전날부터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결국 대통령실 공동취재단까지 꾸려지면서 사실상 ‘공개 행사’로 전환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지인은 (권 여사 예방에서)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노 전 대통령을 함께 추모했을 뿐”이라며 “추모의 마음을 사적 논란으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행태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 여사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졸지에 전담기구 설치 논쟁도 재점화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건진법사 제자와 함께…
정황 담긴 녹취록 확보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 (대통령 업무를)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지인 동행 논란’은 일축하며 김 여사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은 “언론에 나온 그분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며 “(처가 권양숙)여사님 만나러 갈 때 좋아하는 빵이라든지 이런 걸 많이 들고 간 모양인데 부산에서 잘하는 집을 안내해준 것 같다.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대외 행보를 두고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논란을 소환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제2부속실 폐지와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를 공약했으나 막상 김 여사는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 김 여사와 그 주변이 공사를 구분 못한 채 연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봉하마을 방문 당시 김 여사와 동행했던 사람들은 코바나컨텐츠 임직원이었고 현재 이 중 두 명은 대통령실 직원이 됐다”며 “이들을 보며 박근혜정부 시절 헬스트레이너 출신 3급 행정관 윤모씨를 떠올리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출신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만약 김 여사가 실수를 하게 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팬클럽 회장이라는 사람이 마치 부속실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던데 그걸 방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명에도
여전한 의심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여사의 대외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자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영부인 동선이나 활동 내역 같은 경우 안전과 국가 안보에도 상당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jeongun15@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잇단 김건희 리스크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이 잇단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 13일 경남 봉하마을 방문 때의 동행인 ‘정체’ 등을 놓고 논란의 불길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부부 동반 영화 관람·빵집 방문은 통신·교통통제로 야권의 비판 공세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여 공세 일환으로 김 여사를 향한 날을 한껏 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물의를 빚은 김 여사 팬클럽 ‘건희 사랑’이 주된 먹잇감이다.

여권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20대 대선 때 뇌관이었던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8%를 기록하며 2주 연속 하락했다.

인사이트케이 배종찬 연구소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역대 대통령 중 임기 한 달 차에 지지율이 뒷걸음질 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에 타격을 준 것은 인사”라고 진단했다.

함께 출연한 전민기 한국인사이트연구소 팀장은 “빅데이터 상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감성어가 70까지 올라왔다”며 “부정 감성어는 3가지로 인선, 빵집 방문에 따른 교통통제, 김 여사 외부활동”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여사 외부활동이 노출되면 될수록 이상하게 부정 감성어가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봉하행을 공격하며 “차라리 대선공약을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공약인 ‘제2부속실’ 폐지로 김 여사의 대외 행보 컨트롤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잠행하던 민주당 이재명 의원도 거들었다. 북한이 방사포를 쏜 지난 12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영화 관람을 뒤늦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보 최고책임자가 (방사포 발사를) 보고받지 못했다면 국기 문란이고 보고받았다면 대통령의 안보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에서도 팬클럽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KBS라디오에서 팬클럽을 통한 김 여사 사진 유출 논란을 두고 “한 번 정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여옥 전 의원은 전날 SNS을 통해 “팬클럽을 해체하고 ‘나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과 김건희씨가 진영불문 사랑하는 이 나라 국민들을 위해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자꾸 사소한 것들로 (상대편에)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는 전략을 쓴다”며 “이것이 민주당을 망쳤다”고 질타했다.

CBS 라디오에서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최순실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너무 뻔하다. 그만하시라”고 비판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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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