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과 좌천’ 윤석열 사단 대해부

‘물 만난 영감님’ 검사들의 전성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인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모든 일은 사람을 어떤 자리에 어떤 역할로 쓰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신임 대통령의 인사 공식이 윤곽을 드러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검찰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은 ‘파격의 연속’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하다.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과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게 시작이었다.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하던 윤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한직을 전전했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팀에 발탁되면서 중앙으로 복귀했다. 

깜짝 발탁
파격 인선

문재인정부의 출범과 함께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다. 문정부에서의 꽃길은 그걸로 끝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끝에 그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내려왔다. 법으로 보장된 2년 임기를 미처 다 채우지 못했다. 

그 다음은 정치였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1년여 만에 선출직으로는 최고 자리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최초 기록도 여럿 남겼다. 최초의 서울 출신 대통령, 선출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최초의 대통령 등이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력은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이력은 윤 대통령이 절대로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됐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당선 이후에는 검찰 출신이 정부를 장악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인사 과정에서 후보자를 지명하면 그 배경에 검찰 이력이 있는지 들여다보는 게 첫 수순이 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이 지났다. 윤정부 1기 내각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서 그 인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신임 대통령의 1기 내각이 조각되면 이후 인사에 대한 ‘신조어’가 등장하곤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인사는 국정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 첫 인사 기조가 마지막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강부자(강남부동산 자산가), 박근혜정부 때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도)·수첩 인사라는 말이 인사철마다 유행처럼 떠돌았다. 문정부 인사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와 ‘여민호(여성·시민단체·호남)’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찬밥 취급받다
대통령 취임 동시에 화려한 부활

윤석열정부 인사를 두고는 ‘서오남(서울·50대·남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까지 지명된 대부분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검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윤석열 사단’이라 불렸던 인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윤석열 사단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총장으로 일할 무렵 검찰 핵심 요직에 포진됐던 검사들이다. 

이들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에서 친정부 검사에 밀려 한직을 전전했다. 추 전 장관의 첫 검찰 인사 당시에는 ‘검찰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 거듭된 검찰 인사로 와해 직전에 몰렸던 윤석열 사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는 대통령 당선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윤석열 사단의 대표격이면서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작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거듭된 좌천에도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됐을 땐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을 꿰찰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 장관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죄다 쏠린 시점이었다. 

한 장관의 법무부 장관행은 ‘깜짝’을 넘어 ‘파격’이라는 말이 나온 인사다. 한 장관이 검찰 요직을 넘어 검찰을 관리하는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되자 정치권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입성 이후 깜짝 검찰 인사를 단행, 윤석열 사단을 전진 배치했다.

법무부부터
금감원까지

문정부에서 홀대 받았던 특수통 검사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켰다. 

문정부 관련 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뭉개기 의혹’이 제기됐던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내친 김에 한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복구하는 조직 개편에 돌입하는 등 검찰권 강화에 나섰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등 민감한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윤정부의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공식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 교육부, 국방부, 국세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파견 받은 인력 13명과 검사 3명, 단장 1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관리단은 기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담당한다. 

초대 단장으로 비검찰 출신 박행열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이 임명됐다. 인사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검사가 자리했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합류한 바 있다.

관리단에 파견된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도 이 부장검사와 함께 인수위에서 일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윤석열 사단 검사가 꿰찼다.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그 주인공. 금감원 설립 이래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처음이다. 지난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은보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 전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비검찰 앞에
요직은 검사

이 신임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 형사부장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이 2006년 대검 중수1과장 시절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맡아 수사할 당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2013년에는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고, 2016년에는 박영수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다. 이 신임 원장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당시에도 윤정부에서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신임 원장 취임으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칼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이 신임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문정부 당시 미흡했다고 지적받은 의혹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다고 천명했다. 서울남부지검에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과의 합동 수사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의 조직관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자리했다. 2006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당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김건희 여사의 변호를 맡는 등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취소 소송 업무를 맡았던 최측근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사단을 비롯해 검찰 출신이 핵심 요직을 꿰차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도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박민식 보훈처장이 임명됐다. 통상 군 출신 인사가 맡았던 자리다.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검찰 출신인 박성근 변호사가 인선됐다. 이외에도 아직 비어있는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장 ‘막내’ 이복현 지명
야, ‘오만과 아집’ 날선 비판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 지명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같이 벌써 검사 그만둔 지 20년이 다 되고 국회의원 3~4선, 도지사까지 한 사람을 검사 출신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어폐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내각과 대통령실 고위급에 검찰 출신으로만 15명이 포진됐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다 법률가들이 가야 하는 자리고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만한 자리에 대해서만 배치했다.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는가”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대통령의 인재풀이 검찰에만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문정부 인사로 반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설이 제기됐던 검찰 출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인선에서 제외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스탠스를 취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인사에 날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 출신 측근만이 능력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오만과 아집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총리실, 국정원, 금감원까지 10여명의 측근 검사가 요직에 임명돼 윤석열 사단은 사정·인사·정보·사회 분야까지 통치하게 됐다”며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 원리가 잊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책임은
대통령 몫?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인사가 결국 실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실력’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수차례에 걸쳐 이념이나 진영에 좌우되지 않고 실용주의 노선을 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인사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지게 된다. 윤 대통령은 현재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무연수원 증원 왜?

법무부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인사에 대한 추가 좌천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에서 통상 ‘한직’으로 분류된다. 

현재 검사가 맡을 수 있는 연구위원 네 자리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전 대검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문정부에서 이른바 ‘꽃길’을 걸었던 고위 간부로 채워졌다.

이종근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는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에 일단 발령하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파견하는 우회 형식을 취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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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