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김건희 수사 맹탕 현주소

안 했나? 못 했나? 이대로 묻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동안 멈춰있던 대장동, 기획사정, 월성 원전 의혹 등 문재인정부 사건들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일가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겠다”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이례적’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받는 대표적인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허위 학력·경력 ▲모친 잔고증명서 위조 공모 등이다. 검찰과 경찰은 해당 의혹들을 수년간 수사하면서 김 여사를 한 번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김 여사가 받는 모든 의혹이 무혐의 처분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피의자 신분
봐주기 수순?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조만간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 개시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지난 1월 말부터 윤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당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자고 했으나 결과를 보고받은 김태훈 4차장 검사가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에 반대해 결정이 보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전문 시세 조종꾼(주가조작 선수) 이모씨,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전·현직 직원 등 8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09년 12월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 3년간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 7804회를 제출해 1661만주(654억원 상당)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이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146만주, 50억원어치를 거래했다.

검찰은 이후 전체 이상 거래내역을 담은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했고 이 가운데 김 여사가 DS·대신·미래에셋 등 증권사 계좌를 통해 수십차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한 기록도 포함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가 사건에 깊게 연루된 정황이 짙어졌음에도 소환조사를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 주가조작
허위 학력·경력

잔고증명서 위조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를 통해 김씨가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정하지 못해 섣불리 소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김씨는 투자자가 아닌 ‘전주’로 보는 것이 옳다. 현재 영부인이 된 만큼 정치적 부담감이 대선 때보다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도 “시세조종에 대한 혐의가 구체화되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것”이라며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무혐의로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사팀은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으로 의율 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김 여사의 계좌가 사용된 건 맞지만, 이 자체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통상 주가조작 범행 수사에서 전주를 처벌하는 핵심은 ‘공모’ 여부인데, 입증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피의자는 대부분 기소되지만 돈과 계좌를 제공한 ‘전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문 이유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에 동원된 계좌는 157개, 계좌주는 91명으로 김 여사가 유일한 전주였던 것도 아니다.

특히 공모 입증의 열쇠를 쥔 권 전 회장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도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 회장 측은 올 초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주가조작을 총괄했을 권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마당에 전주로 분류되는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수사팀 대다수의 의견이다.

서면조사만…
사건 끝내기

중앙지검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취임 당시 공정성을 강조한 송 지검장을 바라보는 형사부 검사들의 불만이 상당한 분위기다. 최근 수도권 재경지검에 지난 정부에서 검찰 수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며 ‘조국 수사’ 등을 벌이다가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뿔뿔이 좌천된 ‘특수통’들이 요직을 꿰찬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살아있는 권력이 된 김 여사와 윤석열정부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졌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며 “검찰 인사에 대해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송 지검장의 김 여사 사건 처리에 따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때 특수2부장을, 윤 대통령이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2019년엔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도 도이치모터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SNS에 기록된 문화 후원 내역과 코바나컨텐츠의 행사 협찬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가 2018년 3월14일 공식 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2010년 ‘미스 사이공’을 시작으로 ‘샤갈전’ ‘마크 리브’ ‘반 고흐 인 파리’ ‘고갱’ ‘점핑 위드 러브전’ ‘마크 로스코’ ‘르 코르뷔지에’ 등의 행사에 후원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행사는 모두 김 여사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에서 개최한 것이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의 행사 후원과 주가조작 수사 간 연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 측은 “도이치모터스의 후원이 진행됐던 기간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이뤄졌고 2013년 경찰이 이에 대한 내사까지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난해가 돼서야 권 전 회장을 비롯한 5명이 구속 기소되는 등 총 9명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안 대응 TF의 김병기 단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한창이던 2010년~2012년 윤 대통령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냈다”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권 회장이 일사천리로 구속 기소됐음에도 김건희씨는 여전히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코바나컨텐츠의 부당 협찬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또 무혐의 처분했다.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12월6일부터 3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전’에 삼성카드 등 19개 기업이 부당 협찬을 했다는 게 고발 내용의 골자다.

고발인인 황희석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코바나컨텐츠에 협찬한 기업들이 윤 대통령 혹은 동료 검사들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전시회에 협찬금을 지급한 회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나 내사가 진행되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부당하게 협찬금을 수령했는지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황 변호사는 주장했다.

검찰 수사팀은 1년3개월 동안의 수사 과정에서 협찬 기업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한편,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도 진행했지만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피고발인들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전고검 검사로 국정 농단 특검팀에 파견돼있던 윤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할 때 해당 협찬이 공무원 직무상 받은 금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씨는 지난해 12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2020년 3월 최씨를 동업자인 안모씨와 공모해 2013년 1~8월 4차례에 거쳐 총 349억원 상당의 신안상호저축은행 명의 잔고증명서(사문서) 위조 ▲위조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함에 따른 사문서 행사 ▲부동산을 차명으로 소유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일반인이라면…
고심하는 검찰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혐의만 인정했고 ▲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최씨는 사문서 행사 혐의를 두고 ‘동업자 안씨가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2013년 8월7일 관련 재판에 위조한 잔고증명서 1건(100억 원 상당)을 제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잔고증명서를 제출하면서 함께 법원에 제출했던 최씨 명의 사실확인서에 최씨가 직접 서명날인한 점 등에 비추어 최씨가 안씨와 공모했다고 봄이 옳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부동산 차명 소유 혐의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씨 부탁을 받고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모씨와 도촌동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했던 이모씨 모두 해당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최씨라고 증언했고, 최씨와 그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부동산 관련 대출금을 변제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최씨가 도촌동 부동산을 소유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놀라운 것은 해당 재판에서 김 여사가 여러 번 언급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관련 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최씨의 부탁을 받고 잔고증명서를 위조한)김씨는 2010년경 서울대 EMBA 과정에서 김건희를 알게 됐고, 2012년경 김건희의 전시회를 통해 최은순을 우연하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경, 대질·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정황 짙다” 지적 불구 불기소 무게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김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사세행은 “최씨가 허위 잔고 증명서를 김 여사의 회사 감사에게 부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이런 상황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김 여사에게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사세행은 이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했고 경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

김 여사의 과거 허위 학력·경력 기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도 검찰처럼 사건을 무혐의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환 없이 서면으로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무혐의를 전제로 한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서면조사가 무혐의를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 내용을 받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여사 허위경력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여사 변호인 측과 조율한 뒤 서면조사서를 발송했다고 전했다.

최 청장은 “대학 관계자 입장도 다 조사했고 서면조사 단계가 됐다고 생각해서 질의서를 보냈다. 성급하게 한 건 아니다”라며 “제반 상황을 고려해서 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3일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김 여사에 대해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로 강의한 한림성심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20개에 달하는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며 사기와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는 이에 같은 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일부 의혹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남은 한 사건
마지막 기회?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김 여사를 처벌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로 형법상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 업무방해가 꼽히는데, 두 혐의 모두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수원여대 겸임교수 관련 의혹은 2007년으로 이미 10년도 훌쩍 넘은 일이고, 안양대 관련 의혹도 이력서 작성일이 2013년 6월이라 김씨는 1년 차이로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건희 녹취 소송 현주소

김건희 여사가 지난 대선 기간에 <서울의소리> 측을 상대로 낸 1억원 손해배상 소송 사건이 조정에 회부됐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익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김건희 여사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및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를 상대로 낸 1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조정 회부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보다는 합의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량 권한으로 해당 사건을 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첫 조정기일은 오는 24일로 잡혔다.

김 여사 측은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지난 1월 <서울의소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의소리>가 유튜브에 올린 김 여사와 이 기자 간 통화 내용 중 법원이 공개를 허용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는 이유였다.

서울서부지법은 김 여사의 MBC 상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김 여사가 연관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발언과 일부 사적이거나 감정적인 발언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은 김 여사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또 서울남부지법은 김 여사가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모두 일부 인용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은 서울서부지법의 판단과는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수사 중 사안에 대한 발언도 보도가 가능하다고 봤다.

<서울의소리> 측 변호인은 언론에 “<서울의소리> 상대 가처분 결정에서 방송을 해도 된다고 한 범위 내에서 방송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서울의소리> 상대 가처분 결정은 녹음파일 공개 이후 나왔다”고 반박했다.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음파일은 MBC 보도 관련 가처분 결정에서 허용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것이 분명하고, 이때는 <서울의소리> 상대 가처분 결정도 나지 않았던 시기라는 주장이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가처분 결정과 무관하게 해당 녹음파일을 공개한 데 따라 김 여사의 인격권 등이 침해됐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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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