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④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이제 빠져나갈 구멍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여사를 따라다니는 의혹 중 가장 긴 ‘꼬리표’다.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검찰까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꽁꽁 묶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김 여사에 대한 향후 사법처분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김건희 여사의 지위는 검찰총장의 부인서 영부인으로 격상됐다. 사건 관련자는 기소돼 재판장서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과 법원의 눈은 당시 사건서 김 여사가 한 ‘역할’에 쏠려 있다. 

지위 격상
의혹 여전

지난달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주가조작을 총괄기획한 ‘주포’ 김모씨, 돈을 댄 ‘전주’ 손모씨 등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매매 등 시장서 금지된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이 사건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있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상장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만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시세조종 행위를 도모했다”며 “범행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이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하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 재판부는 주포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 손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손씨는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경우를 두고 재판부가 일부지만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편승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뒤집힌 ‘쩐주’ 판결
검찰 처분 영향 미칠 가능성↑

손씨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역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서  김 여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이들은 권 전 회장 등 9명이다. 이들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해 2000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를 8000원대까지 띄웠다는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범(범죄를 실행한 사람)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는 방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항소심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면서 김 여사의 계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계좌 중 3개가 김 여사 명의다. 최근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신증권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계좌는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 중 하나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 대면조사에서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의 지시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식을 거래했고, 따라서 서로 짜고치는 통정매매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온 셈이다. 재판부는 해당 계좌 거래를 통정매매에 이용된 것으로 봤다. 

이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돼 체결됐다. 당시 매도 주문은 주가조작 가담자 민모씨와 ‘주포’ 김씨가 문자메시지로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제출됐다.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을 토대로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해명에도
의심 커져

반면 김 여사 측은 매도 결정은 김씨 등이 서로 나눈 문자메시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누군가의 매도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김 여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에서 7초 만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서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온 점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특히 김 여사는 검찰 진술서 ‘2010년 5월 이후로는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주식매매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시기를 특정했다.

이는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진술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MW 공식 딜러였던 도이치모터스는 2009년 1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상장 당시 9000원에 이르던 주가가 같은 해 3월 2000원대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09년 12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1년 3월에는 7940원까지 올랐다.

주가조작 의심이 제기되면서 2013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에 김 여사를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권 전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히는 이모씨가 검거됐고 권 전 회장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수사가 김 여사의 턱밑까지 겨누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의 ‘리스크’로 작용했다.

검찰과 피고인 사이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공소시효를 결정하는 범행 기간이다. 검찰은 2021년 10월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적시했다. 이 기간에 있던 5단계의 시세조종 행위를 3년 동안 이어진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해석대로면 10년에 이르는 자본시장법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이 끝나는 시점부터 따져서 2022년 12월7일로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공범 중 1명만 재판에 넘겨져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면 권 전 회장과 공범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서
가려진다

상황에 따라 김 여사의 죄를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은 설령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단계별로 떼어내 범죄 행위를 각각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통상 시세조종이 6개월 미만 단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변수가 많은 만큼 3년 동안 시세를 조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 주장대로면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2011년 4~10월)에 해당하는 범행의 공소시효는 검찰이 기소한 시점(2021년 10월)에 이미 완료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1~2단계(2009년 12월~2011년 4월) 시기에 집중돼있다. 

재판부가 범죄 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김 여사의 공소시효 완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전체 주가조작 기간 중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를 나눠서 판단했다. 두 시기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가 다르고 범행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1차 작전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했고 나머지 2차 작전 시기에 대해서만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단계별로 보면 1단계 시세조종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고, 2010~2012년 이뤄진 2~5단계 시세조종은 일부 유죄로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혔던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을 피했지만 별도 법인인 아리온테크놀로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이종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피고인들이 큰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으며 일부는 손해까지 봤다는 것이다.

야권 특검법으로 파상공세
힘 잃어가는 대통령 거부권

재판부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은 있었겠지만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에서는 이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면서 “일반투자자가 손해를 입거나 시장질서에 상당한 정도의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전주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 판결이 일부 엇갈리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서 날 것으로 보인다. 전주 손씨 등 피고인 9명 가운데 일부가 항소심 판결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손씨의 유죄 여부가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앞둔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2차 시기 주포 김씨가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BP패밀리가 있다”며 “거기에는 권오수(전 회장), 이종호(대표), 김모씨, 김건희씨, 이모씨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BP패밀리는 이 대표가 운영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인 BP를 딴 것으로 추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과 김 여사가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실이 확인되면 전주에 불과했다는 그동안의 해명은 모두 깨지게 된다. 김 여사 처지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점차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방어막을 펼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국민 여론 악화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야권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인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첫머리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은 ‘될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기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재표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리스크’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국정지지율 20%대가 무너지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로 언급되기 시작한 ‘레임덕’ 가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언제까지
버틸까

야당의 총공세에 거부권이라는 기름을 끼얹는 순간 정국 자체가 ‘김건희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산적해 있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내부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건희 리스크의 도화선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제 폭발을 앞두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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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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