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④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이제 빠져나갈 구멍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여사를 따라다니는 의혹 중 가장 긴 ‘꼬리표’다.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검찰까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꽁꽁 묶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김 여사에 대한 향후 사법처분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김건희 여사의 지위는 검찰총장의 부인서 영부인으로 격상됐다. 사건 관련자는 기소돼 재판장서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과 법원의 눈은 당시 사건서 김 여사가 한 ‘역할’에 쏠려 있다. 

지위 격상
의혹 여전

지난달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주가조작을 총괄기획한 ‘주포’ 김모씨, 돈을 댄 ‘전주’ 손모씨 등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매매 등 시장서 금지된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이 사건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있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상장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만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시세조종 행위를 도모했다”며 “범행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이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하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 재판부는 주포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 손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손씨는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경우를 두고 재판부가 일부지만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편승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뒤집힌 ‘쩐주’ 판결
검찰 처분 영향 미칠 가능성↑

손씨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역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서  김 여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이들은 권 전 회장 등 9명이다. 이들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해 2000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를 8000원대까지 띄웠다는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범(범죄를 실행한 사람)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는 방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항소심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면서 김 여사의 계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계좌 중 3개가 김 여사 명의다. 최근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신증권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계좌는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 중 하나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 대면조사에서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의 지시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식을 거래했고, 따라서 서로 짜고치는 통정매매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온 셈이다. 재판부는 해당 계좌 거래를 통정매매에 이용된 것으로 봤다. 

이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돼 체결됐다. 당시 매도 주문은 주가조작 가담자 민모씨와 ‘주포’ 김씨가 문자메시지로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제출됐다.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을 토대로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해명에도
의심 커져

반면 김 여사 측은 매도 결정은 김씨 등이 서로 나눈 문자메시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누군가의 매도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김 여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에서 7초 만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서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온 점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특히 김 여사는 검찰 진술서 ‘2010년 5월 이후로는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주식매매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시기를 특정했다.

이는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진술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MW 공식 딜러였던 도이치모터스는 2009년 1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상장 당시 9000원에 이르던 주가가 같은 해 3월 2000원대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09년 12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1년 3월에는 7940원까지 올랐다.

주가조작 의심이 제기되면서 2013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에 김 여사를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권 전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히는 이모씨가 검거됐고 권 전 회장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수사가 김 여사의 턱밑까지 겨누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의 ‘리스크’로 작용했다.

검찰과 피고인 사이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공소시효를 결정하는 범행 기간이다. 검찰은 2021년 10월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적시했다. 이 기간에 있던 5단계의 시세조종 행위를 3년 동안 이어진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해석대로면 10년에 이르는 자본시장법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이 끝나는 시점부터 따져서 2022년 12월7일로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공범 중 1명만 재판에 넘겨져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면 권 전 회장과 공범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서
가려진다

상황에 따라 김 여사의 죄를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은 설령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단계별로 떼어내 범죄 행위를 각각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통상 시세조종이 6개월 미만 단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변수가 많은 만큼 3년 동안 시세를 조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 주장대로면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2011년 4~10월)에 해당하는 범행의 공소시효는 검찰이 기소한 시점(2021년 10월)에 이미 완료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1~2단계(2009년 12월~2011년 4월) 시기에 집중돼있다. 

재판부가 범죄 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김 여사의 공소시효 완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전체 주가조작 기간 중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를 나눠서 판단했다. 두 시기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가 다르고 범행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1차 작전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했고 나머지 2차 작전 시기에 대해서만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단계별로 보면 1단계 시세조종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고, 2010~2012년 이뤄진 2~5단계 시세조종은 일부 유죄로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혔던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을 피했지만 별도 법인인 아리온테크놀로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이종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피고인들이 큰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으며 일부는 손해까지 봤다는 것이다.

야권 특검법으로 파상공세
힘 잃어가는 대통령 거부권

재판부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은 있었겠지만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에서는 이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면서 “일반투자자가 손해를 입거나 시장질서에 상당한 정도의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전주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 판결이 일부 엇갈리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서 날 것으로 보인다. 전주 손씨 등 피고인 9명 가운데 일부가 항소심 판결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손씨의 유죄 여부가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앞둔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2차 시기 주포 김씨가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BP패밀리가 있다”며 “거기에는 권오수(전 회장), 이종호(대표), 김모씨, 김건희씨, 이모씨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BP패밀리는 이 대표가 운영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인 BP를 딴 것으로 추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과 김 여사가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실이 확인되면 전주에 불과했다는 그동안의 해명은 모두 깨지게 된다. 김 여사 처지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점차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방어막을 펼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국민 여론 악화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야권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인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첫머리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은 ‘될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기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재표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리스크’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국정지지율 20%대가 무너지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로 언급되기 시작한 ‘레임덕’ 가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언제까지
버틸까

야당의 총공세에 거부권이라는 기름을 끼얹는 순간 정국 자체가 ‘김건희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산적해 있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내부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건희 리스크의 도화선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제 폭발을 앞두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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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