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⑤잡힐 듯 말 듯 공천 개입

특정인에 보이지 않게 손댔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배치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핵심이다. 덮고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사태가 커진 마당에 닮은꼴 의혹마저 추가됐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모양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5일, 김건희 여사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구 출마를 포기하고 경남 김해갑 출마를 선언하도록 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반박해도…
싸늘한 시선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서 애초에 이같이 결정했기에 공천 개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치러진 6·1 지방선거 때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 도전했으나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대통령실은 “김영선 전 의원은 당초 컷오프됐었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인가”라며 “공천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계기로 명태균씨가 조명받는 분위기다. <뉴스토마토>는 경남지역서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해 온 명씨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김 여사와의 인연을 내세워 김 전 의원이 창원 의창서 공천을 받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명씨는 SNS에 “영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음모적으로 해당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천 개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SBS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의 총선 공천 탈락은 주지의 사실이었다는 주장을 내비쳤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건 김 전 의원이 아닌 자신이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명씨가 즉각적으로 반박했음에도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요 방송사가 추가 보도를 내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JTBC, MBC 등은 지난달 20일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 직후 명태균씨에게 63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국힘 총선 후보 결정에 관여했나 
비선서 움직인 ‘명씨’는 누구?

경남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김 전 의원의 회계 담당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를 비롯한 관계자 5명을 수사 의뢰했다. 수사를 의뢰받은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다가 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 검찰은 돈이 오가게 된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에게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박은정(조국혁신당·비례) 의원 질의에 “그동안 공직선거법 위반 관점서 이 사건을 지켜봤는데,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의원은 오 공수처장에게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자금법 수사 필요성을 짚었다. 박 의원은 질의에서 “혜택을 받은 사람이 김영선 전 의원이고 혜택을 준 사람이 김건희 여사라면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을지 수사해야 한다”며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주고 돈은 김 전 의원에게서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명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여론조사 기관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치가 나올 때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계속 나오는
흔적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임의로 의뢰하고 지지율 추이를 무상으로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18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대선 기간에 총 80회의 여론조사를 실시·의뢰했고,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는 총 23회였다. 조사 대상이 3000명을 넘는 ‘면밀조사’도 9회 포함됐으며 관련 비용은 3억7520만원으로 추산된다.

박 의원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근거로는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그는 “2019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정치활동을 위해 약 1년 동안 렌터카 차량과 운전 노무를 제공받아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기소된 은수미 전 시장에 대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액수 불상 교통비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것으로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정치자금 부정수수 의혹이나 공천 개입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될 만큼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유린 사안이고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며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빠져나갈까

고위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수사 대상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사태가 커지자 공수처는 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을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고발한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한 상태다.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사세행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해달라며 대통령과 같은 공직자나 그 배우자에게 청탁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부정 청탁 행위”라며 고발 사유를 밝히고 엄정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공수처에 이어 검찰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창원지검 형사4부(김호경 부장검사)는 오전부터 김 전 의원의 자택, 명씨 자택과 미래한국연구소, 김 전 의원 회계담당자의 자택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도와 또 다른 지역구서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소리>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 4월 총선 공천 과정서 경기 용인갑에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전략공천된 배경으로 김 여사와 이 의원을 지목했다.

곳곳에서 드러난 뒷받침 증거 
그림자 권력 선 넘는 무법행위

당시 이 전 비서관과 공천 자리를 두고 경쟁 관계였던 김대남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이원모 (공천)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을)하고 있지. 그 루트가 이철규” 등을 언급했다. 김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의 용인갑 공천 밑그림을 국민의힘 공관위원이었던 이 의원에게 맡겼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튿날 이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김 전 행정관의 발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강남 출마를 희망했던 이 전 비서관의 출마지를 바꾸면서까지 공천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한 개인의 망상에 기초한 허구의 발언이며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범죄 행위”라며 “또 어떠한 근거와 사실 확인도 없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 유포하는 것 역시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와 김 전 행정관을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 전 행정관도 당시 경선 후보로서 당 공천에 관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서울의소리>를 대상으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김건희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의 공천을 위해 이 의원을 통해서 공천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록 보도를 거론하며 “김건희 게이트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서 “22대 총선 당시 경기 용인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김대남 전 행정관의 통화 내역이 공개됐다”며 “김건희 여사가 이 전 비서관 공천을 위해 당시 공관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을 수족으로 삼아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끝 없는
게이트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일부 공천에 개입한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지난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한 셈”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여당의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했다면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이자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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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