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⑤잡힐 듯 말 듯 공천 개입

특정인에 보이지 않게 손댔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배치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핵심이다. 덮고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사태가 커진 마당에 닮은꼴 의혹마저 추가됐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모양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5일, 김건희 여사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구 출마를 포기하고 경남 김해갑 출마를 선언하도록 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반박해도…
싸늘한 시선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서 애초에 이같이 결정했기에 공천 개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치러진 6·1 지방선거 때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 도전했으나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대통령실은 “김영선 전 의원은 당초 컷오프됐었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인가”라며 “공천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계기로 명태균씨가 조명받는 분위기다. <뉴스토마토>는 경남지역서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해 온 명씨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김 여사와의 인연을 내세워 김 전 의원이 창원 의창서 공천을 받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명씨는 SNS에 “영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음모적으로 해당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천 개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SBS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의 총선 공천 탈락은 주지의 사실이었다는 주장을 내비쳤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건 김 전 의원이 아닌 자신이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명씨가 즉각적으로 반박했음에도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요 방송사가 추가 보도를 내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JTBC, MBC 등은 지난달 20일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 직후 명태균씨에게 63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국힘 총선 후보 결정에 관여했나 
비선서 움직인 ‘명씨’는 누구?

경남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김 전 의원의 회계 담당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를 비롯한 관계자 5명을 수사 의뢰했다. 수사를 의뢰받은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다가 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 검찰은 돈이 오가게 된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에게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박은정(조국혁신당·비례) 의원 질의에 “그동안 공직선거법 위반 관점서 이 사건을 지켜봤는데,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의원은 오 공수처장에게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자금법 수사 필요성을 짚었다. 박 의원은 질의에서 “혜택을 받은 사람이 김영선 전 의원이고 혜택을 준 사람이 김건희 여사라면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을지 수사해야 한다”며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주고 돈은 김 전 의원에게서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명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여론조사 기관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치가 나올 때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계속 나오는
흔적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임의로 의뢰하고 지지율 추이를 무상으로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18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대선 기간에 총 80회의 여론조사를 실시·의뢰했고,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는 총 23회였다. 조사 대상이 3000명을 넘는 ‘면밀조사’도 9회 포함됐으며 관련 비용은 3억7520만원으로 추산된다.

박 의원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근거로는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그는 “2019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정치활동을 위해 약 1년 동안 렌터카 차량과 운전 노무를 제공받아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기소된 은수미 전 시장에 대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액수 불상 교통비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것으로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정치자금 부정수수 의혹이나 공천 개입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될 만큼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유린 사안이고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며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빠져나갈까

고위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수사 대상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사태가 커지자 공수처는 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을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고발한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한 상태다.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사세행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해달라며 대통령과 같은 공직자나 그 배우자에게 청탁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부정 청탁 행위”라며 고발 사유를 밝히고 엄정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공수처에 이어 검찰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창원지검 형사4부(김호경 부장검사)는 오전부터 김 전 의원의 자택, 명씨 자택과 미래한국연구소, 김 전 의원 회계담당자의 자택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도와 또 다른 지역구서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소리>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 4월 총선 공천 과정서 경기 용인갑에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전략공천된 배경으로 김 여사와 이 의원을 지목했다.

곳곳에서 드러난 뒷받침 증거 
그림자 권력 선 넘는 무법행위

당시 이 전 비서관과 공천 자리를 두고 경쟁 관계였던 김대남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이원모 (공천)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을)하고 있지. 그 루트가 이철규” 등을 언급했다. 김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의 용인갑 공천 밑그림을 국민의힘 공관위원이었던 이 의원에게 맡겼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튿날 이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김 전 행정관의 발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강남 출마를 희망했던 이 전 비서관의 출마지를 바꾸면서까지 공천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한 개인의 망상에 기초한 허구의 발언이며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범죄 행위”라며 “또 어떠한 근거와 사실 확인도 없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 유포하는 것 역시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와 김 전 행정관을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 전 행정관도 당시 경선 후보로서 당 공천에 관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서울의소리>를 대상으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김건희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의 공천을 위해 이 의원을 통해서 공천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록 보도를 거론하며 “김건희 게이트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서 “22대 총선 당시 경기 용인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김대남 전 행정관의 통화 내역이 공개됐다”며 “김건희 여사가 이 전 비서관 공천을 위해 당시 공관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을 수족으로 삼아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끝 없는
게이트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일부 공천에 개입한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지난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한 셈”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여당의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했다면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이자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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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