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⑦명품백 스캔들 그 후…

성역 못 건드린 검, 특검 시계 빨라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종결됐다.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명분이 생긴 야권은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김 여사의 무혐의에 반발한 최 목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결과는 기소 권고였다. 검찰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사실상 봐주기를 선택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은 1년 가까이 지속됐다. 검찰은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모두 불기소로 정리했다. 최 목사는 지난 1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검찰이 조사 과정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영부인이 연루된 만큼 조용히 사건을 끝내려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조언으로
시작됐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여러 번 만났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인 정치적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을 만큼 돈독해졌다.

최 목사는 취임식 40여일 뒤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 그를 만났다. 앞서 김 여사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령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그는 주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최 목사는 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최 목사는 해당 시계로 김 여사와의 미팅을 촬영했다.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은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으나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았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같은 해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최측근인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을 선물받았다.

최 목사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가량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최 목사가 전달했던 디올백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수사팀 꾸린 지 1년여 만에 면죄부
수심위 기소 권고 안 받아들여…이례적 사례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김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행정관이 두꺼워 보이는 문건이 담긴 바구니를 갖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이 대통령실 문서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검증이 필요하다”며 “해당 문건이 정말 대통령실 문서라면 중차대한 정책과 현안들이 김 여사에게도 보고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서울중앙지검은 팀을 꾸리고 1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갔다. 결과는 사실상 성역 봐주기였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수사팀의 결론을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 목사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권고와 달리 불기소 처리한 것은 최 목사가 언급한 민원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의 민원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김 여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청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15대 0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했고, 최 목사 수심위는 7대 8로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심위가 내린 최 목사 기소 권고 결정 역시 직무 연관성을 인정한 결과라기보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고 봤다.

수심위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위원 중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심위서 최 목사의 검찰 진술과 외부 발언이 다른 점 등을 근거로 최 목사의 청탁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 목사 측은 “이 사안의 본질은 부정청탁이 아니라 금품수수”라고 맞섰다고 한다.

15:0
7:8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해석도 쟁점이 됐다. 청탁금지법 8조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반면, 8조 5항에서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별다른 규정 없이 공직자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만 정하고 있다.

이에 “금품을 건넨 최 목사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의견과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직무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사건의 주요 쟁점 사안이었던 ▲지인의 국립묘지 안장 청탁 ▲디올백 진위 여부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서지 않았다.

최 목사는 지난 5월13일과 31일 검찰 조사서 김 여사에게 전달한 물품들이 선물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목사는 갑자기 “청탁이었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달 24일 최 목사 수심위서도 “왜 말을 바꿨나”라는 질의가 집중적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측은 “검찰 유도 신문에 소극적으로 대답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김 여사에게 했다고 주장했다가 수사 도중 입장을 바꿨다. 최 목사는 지난 5월31일 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측에 청탁을 전달한 뒤 실제로 대통령실 직원에게 연락이 와 보훈처 직원 연락처를 전달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김 여사의 최측근인 유경옥 행정관이 김 여사를 보좌하는 조연경 과장(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여사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검찰 조사 과정서 드러났다.

봐주기?
자초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한 게 아니고 유 행정관에게 말한 것”이라며 “혼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행정관들을 통해 김 여사한테 전달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여사 측은 검찰 조사서 “행정관들이 김 여사한테 보고한 적이 없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청탁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목사 측은 김 여사 측이 검찰에 제출한 디올백은 ‘가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여사가 가방을 유 행정관에게 줬고, 이미 현금화했다”며 “‘국가기록물’로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해 놓고 공개 못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방에 각인된 제조 연월, 공장번호, 기포 모양 개수, 바느질 검증 등을 통해 최 목사 측이 건넨 가방과 동일한 가방이라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디올백이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했다. 이는 소유권을 포기하고 환부받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김 여사 측은 의견서에 “소유권을 포기한다” 등 명시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불기소 처분 및 환부를 앞둔 상황서 굳이 검찰에 의견을 밝힌 것은 부차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는 지난 1월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과 상반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관리, 보관된다”며 디올백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디올백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대통령 선물로 규정하고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윤 대통령의 직무와는 무관해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양측 수차례 진술 번복…신빙성 치명타
대통령기록물이라던 디올백 소유권 포기

김 여사 측도 해명이 달랐던 건 마찬가지다. 디올백 보관의 경우 처음에는 “포장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후 “포장을 풀어 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다시 포장해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단순히 포장박스 겉면의 리본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던 정도”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했어도 이를 불복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서울의 소리> 측은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항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라도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의 불복 절차들이 있다.

또 수사 과정서 숱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서 야권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특검)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심 총장이 검찰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수심위 절차 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15차례 열린 수심위 가운데 11차례는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4차례는 따르지 않은 바 있다. 4차례 모두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기소로 강행한 경우였다. 반면 수심위서 기소를 권고했을 때 수사팀이 불기소 처분을 강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럴 거면 수심위가 왜 있냐는 비판이 많다. 검찰 내부서도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심 총장도 긴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디올백 사건을 자신의 임기 내에 끝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전 총장은 고발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야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수사팀 구성 후 열흘 만에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됐다.

새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이끈 전담수사팀이 지난 7월 김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 조사해 논란이 일었고, 이 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예상대로
묻히나?

이 전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며 임기 말 디올백 사건 처분을 앞두고 김 여사에 대해 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당시 최 목사에 대해선 별도로 소집하지 않았다. 이후 최 목사의 수심위 소집 요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사건 처분 시기는 더욱 늦어졌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재영 목사 공직선거법 위반?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최재영 목사가 “권력지향적인 수사기관이 지난 대선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중립법 위반 사건은 외면하고 나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지난달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으며, 초접전 지역이나 자당이 불리한 지역만 골라 다니는 등 선거중립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목사는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고발됐는데 공수처는 검찰로 이첩하고, 검찰은 다시 서울경찰청 마포경찰서로 이첩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내가 경기 여주와 양평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단 몇 분, 몇 마디 지원유세 연설을 한 건 집요하게 고발하고 있다”며 “이것은 권력 지향적인 검찰과 경찰의 사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자신을 기소해야 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수심위는 나의 부정청탁금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해야 한다는 권고사안을 냈지만, 정작 검찰이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강수사나 조사 방법은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디올백 사건을 인지하고 있고, 국민의 눈높이는 부정부패로 보고 있다”며 “(사건을 맡고 있는)검찰과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제22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주·양평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최 전 위원장의 유세차에 올라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목사는 미국 국적자로, 공직선거법 제60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체류 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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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