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⑦명품백 스캔들 그 후…

성역 못 건드린 검, 특검 시계 빨라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종결됐다.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명분이 생긴 야권은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김 여사의 무혐의에 반발한 최 목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결과는 기소 권고였다. 검찰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사실상 봐주기를 선택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은 1년 가까이 지속됐다. 검찰은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모두 불기소로 정리했다. 최 목사는 지난 1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검찰이 조사 과정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영부인이 연루된 만큼 조용히 사건을 끝내려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조언으로
시작됐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여러 번 만났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인 정치적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을 만큼 돈독해졌다.

최 목사는 취임식 40여일 뒤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 그를 만났다. 앞서 김 여사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령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그는 주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최 목사는 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최 목사는 해당 시계로 김 여사와의 미팅을 촬영했다.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은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으나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았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같은 해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최측근인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을 선물받았다.

최 목사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가량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최 목사가 전달했던 디올백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수사팀 꾸린 지 1년여 만에 면죄부
수심위 기소 권고 안 받아들여…이례적 사례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김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행정관이 두꺼워 보이는 문건이 담긴 바구니를 갖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이 대통령실 문서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검증이 필요하다”며 “해당 문건이 정말 대통령실 문서라면 중차대한 정책과 현안들이 김 여사에게도 보고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서울중앙지검은 팀을 꾸리고 1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갔다. 결과는 사실상 성역 봐주기였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수사팀의 결론을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 목사를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권고와 달리 불기소 처리한 것은 최 목사가 언급한 민원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의 민원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김 여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청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15대 0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했고, 최 목사 수심위는 7대 8로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심위가 내린 최 목사 기소 권고 결정 역시 직무 연관성을 인정한 결과라기보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고 봤다.

수심위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위원 중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심위서 최 목사의 검찰 진술과 외부 발언이 다른 점 등을 근거로 최 목사의 청탁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 목사 측은 “이 사안의 본질은 부정청탁이 아니라 금품수수”라고 맞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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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수심위에선 청탁금지법 해석도 쟁점이 됐다. 청탁금지법 8조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반면, 8조 5항에서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별다른 규정 없이 공직자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만 정하고 있다.

이에 “금품을 건넨 최 목사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의견과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직무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사건의 주요 쟁점 사안이었던 ▲지인의 국립묘지 안장 청탁 ▲디올백 진위 여부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서지 않았다.

최 목사는 지난 5월13일과 31일 검찰 조사서 김 여사에게 전달한 물품들이 선물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목사는 갑자기 “청탁이었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달 24일 최 목사 수심위서도 “왜 말을 바꿨나”라는 질의가 집중적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측은 “검찰 유도 신문에 소극적으로 대답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김 여사에게 했다고 주장했다가 수사 도중 입장을 바꿨다. 최 목사는 지난 5월31일 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측에 청탁을 전달한 뒤 실제로 대통령실 직원에게 연락이 와 보훈처 직원 연락처를 전달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김 여사의 최측근인 유경옥 행정관이 김 여사를 보좌하는 조연경 과장(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여사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검찰 조사 과정서 드러났다.

봐주기?
자초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한 게 아니고 유 행정관에게 말한 것”이라며 “혼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행정관들을 통해 김 여사한테 전달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여사 측은 검찰 조사서 “행정관들이 김 여사한테 보고한 적이 없다”며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청탁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목사 측은 김 여사 측이 검찰에 제출한 디올백은 ‘가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여사가 가방을 유 행정관에게 줬고, 이미 현금화했다”며 “‘국가기록물’로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해 놓고 공개 못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방에 각인된 제조 연월, 공장번호, 기포 모양 개수, 바느질 검증 등을 통해 최 목사 측이 건넨 가방과 동일한 가방이라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디올백이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했다. 이는 소유권을 포기하고 환부받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김 여사 측은 의견서에 “소유권을 포기한다” 등 명시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불기소 처분 및 환부를 앞둔 상황서 굳이 검찰에 의견을 밝힌 것은 부차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는 지난 1월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과 상반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관리, 보관된다”며 디올백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디올백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대통령 선물로 규정하고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윤 대통령의 직무와는 무관해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양측 수차례 진술 번복…신빙성 치명타
대통령기록물이라던 디올백 소유권 포기

김 여사 측도 해명이 달랐던 건 마찬가지다. 디올백 보관의 경우 처음에는 “포장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후 “포장을 풀어 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다시 포장해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단순히 포장박스 겉면의 리본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던 정도”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했어도 이를 불복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서울의 소리> 측은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항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라도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의 불복 절차들이 있다.

또 수사 과정서 숱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서 야권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특검)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심 총장이 검찰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수심위 절차 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15차례 열린 수심위 가운데 11차례는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4차례는 따르지 않은 바 있다. 4차례 모두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기소로 강행한 경우였다. 반면 수심위서 기소를 권고했을 때 수사팀이 불기소 처분을 강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럴 거면 수심위가 왜 있냐는 비판이 많다. 검찰 내부서도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심 총장도 긴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디올백 사건을 자신의 임기 내에 끝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전 총장은 고발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야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수사팀 구성 후 열흘 만에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됐다.

새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이끈 전담수사팀이 지난 7월 김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 조사해 논란이 일었고, 이 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예상대로
묻히나?

이 전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며 임기 말 디올백 사건 처분을 앞두고 김 여사에 대해 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당시 최 목사에 대해선 별도로 소집하지 않았다. 이후 최 목사의 수심위 소집 요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사건 처분 시기는 더욱 늦어졌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재영 목사 공직선거법 위반?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최재영 목사가 “권력지향적인 수사기관이 지난 대선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중립법 위반 사건은 외면하고 나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지난달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으며, 초접전 지역이나 자당이 불리한 지역만 골라 다니는 등 선거중립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목사는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고발됐는데 공수처는 검찰로 이첩하고, 검찰은 다시 서울경찰청 마포경찰서로 이첩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내가 경기 여주와 양평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단 몇 분, 몇 마디 지원유세 연설을 한 건 집요하게 고발하고 있다”며 “이것은 권력 지향적인 검찰과 경찰의 사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자신을 기소해야 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수심위는 나의 부정청탁금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해야 한다는 권고사안을 냈지만, 정작 검찰이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강수사나 조사 방법은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디올백 사건을 인지하고 있고, 국민의 눈높이는 부정부패로 보고 있다”며 “(사건을 맡고 있는)검찰과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제22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주·양평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최 전 위원장의 유세차에 올라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목사는 미국 국적자로, 공직선거법 제60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체류 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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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고심 끝에 평택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또다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동안 두 당은 꾸준히 아군에서 적군으로, 적군에서 또다시 아군으로 돌아서길 반복했다. 이번에는 양보 없는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지난 2월 합당 논의로 훈풍이 부나 싶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등을 돌렸다. 혁신당 조국 대표가 평택을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판도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살아남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혁신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상처만 남은 합당 추진”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양쪽 진영의 파열음만 계속됐다. 합당 무산 이후 지난 3월, 양 당은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지금 전면적인 선거 연대를 위한 위원회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며 지방선거 지역구 배분과 같은 구체적인 선거 협상 가능성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다시 독자 노선을 걷게 된 혁신당은 자강론에 힘을 실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합당 논의가 오가던 중 혁신당의 실무는 ‘올스톱’이었다. 논의 시기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혁신당은 남들보다 반 발 늦게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고심 끝에 조 대표 ‘국민의힘 제로(0)’와 ‘부패 제로(0)’ 실현을 앞세워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을은 지난 1월 민주당 이병진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을 받아 재보궐이 확정된 곳이다. 조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혁신당의 13번째 국회의원이 돼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내란 완전 종식, 진짜 개혁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개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막고 내란 이후 대한민국을 위한 입법과 정책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더 강력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 대표의 출마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추측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경기 평택을·안산갑, 부산 북구갑·해운대갑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때마다 조 대표는 출마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가야 국민의힘이 당선될 수 없는 곳” “험지인 곳” 등 조건만 나열할 뿐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벼랑 끝 조국’ 스스로 올라간 시험대 사실상 마지막 기회...평택을 출사표 기자회견에서 조 대표는 평택을을 출마지로 택한 배경에 대해 “일찍부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상위 목표는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국민의힘을 제로로 만드는 것임을 반복해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이뤄지는 곳에는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이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며 “평택을 출마는 정치인이 된 후 줄기차게 역설해 온 이 같은 저의 비전과 가치, 그리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평택에 연고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평택을 도약시킬 비전과 정책, 실행할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중앙정치에서 평택의 목소리를 키우겠다. 평택의 현안이 곧 국가적 과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 시민들께서 조국을 선택해주시면 반드시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 반드시 평택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큰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평택을은 단숨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대열에 합류하면 최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일찌감치 이곳에서 터를 닦았던 김재연 상임대표는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김 상임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이곳 평택인가”라며 “대의도 명분도 없는 평택 출마를 철회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며칠 전부터 언론인들이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마다, 저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그는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상식과 양당이 맺어온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도 저는 조국 대표의 ‘동지애’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며 “정치는 원래 이토록 비정하게 신의를 밟고 올라서는 아수라장이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찢어지는 여당 표? 평택이 ‘험지 출마’라는 조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을 비롯해 여권 내에서도 평택이 과연 험지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조 대표는 “평택을은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게 험지 중 험지”라며 출마 명분 굳히기에 나섰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평택에는 친윤(친 윤석열) 부정선거 음모론자이자 내란 피의자인 황교안씨가 깃발을 들었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극우 집회까지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 같은 경우 후보난을 겪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후보가 각축하고 있다”며 “(평택을이) 국민의힘에는 평지고, 민주당 또는 다른 범민주 진보 진영엔 험지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 역시 “(조 대표는) 평택, 안산, 군산 세 지역을 놓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을 거듭했다”며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역인 동시에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고, 또 혁신당에게 험지가 아닌 지역을 추리다 보니 평택을이 최종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조 대표는 또 평택을 재보선의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으므로 ‘무공천 원칙’이 지켜져야 할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출마가 합당 무산에 대한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합당 무산으로 혁신당 의원들은 물론 당직자, 지지자들 까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그 이후에 선거 연대 이야기가 나왔지만 물밑 접촉도 미지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합당이 무산된 그림이지 않았나. 조 대표 입장에서는 평택을 출마를 굽힐 이유가 없다”며 “따라서 혁신당은 민주당에게 당당히 무공천 원칙을 요구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마음의 빚 민주당도 ‘전 지역 공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 대표가 평택을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말했다시피 재보선은 전략공천이 원칙이고 전 지역에서 공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역시 “조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며 민주당에 무공천을 요구했다”며 “돌아보면 조 대표가 22대 비례의원으로 (당선)됐다가 사임하고 그래서 비례를 다른 분이 승계했고 이번에 평택에서 출마하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귀책 사유 아니겠나”라고 직접 겨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24년 12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지난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을을 둘러싼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민주 진영의 분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표의 대항마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내보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평택을이 ‘사법 리스크 공방’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김용 평택을 카드’는 민주당에게도 갈등의 뇌관이다.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면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은 안산 출마를 희망했지만 결국 당 지도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출마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조 대표의 출마는 울산시장 선거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 평택을 후보는 진보당으로 단일화한다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혁신당 황명필 의원이 울산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곳에서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당 김종훈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을 향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저와 진보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가장 큰 목표는 내란 청산”이라며 “전국의 모든 민주, 진보, 개혁 후보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말한다. 내란 청산을 위해, 국민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울산까지 부는 출마 후폭풍 골머리 앓는 범여권 지도부 회견에 배석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역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실질적으로 민주·진보 개혁 세력이 하나로 모여 총선 189석의 성과를 만들고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이번 지방선거도 똑같은 방식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선거 연대가 헝클어질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후보자 주도 단일화’를 공개 요청했다. 김 의원은 김종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혁신당 황명필 울산시장 후보를 향해 단일화 동참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국 최대 제조업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지키며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일은 어느 한 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과 진보당, 혁신당이 함께할 때, 울산은 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3인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제가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중 가장 큰 교집합을 담고 있고, 따라서 가장 강력한 합집합을 만들 수 있다”며 “더 나은 정책을 공유하고, 울산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단일화를 통해 본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가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 계획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유권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짜놓은 판에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힘 있는 후보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어디서든 진보당과 아름다운 경쟁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택을 선거의 핵심은 단일화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 대표와 체급이 맞는 후보를 내보내야 (단일화) 논의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을 봐서는 조 대표의 완주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당 대표가 낙선하면 체면도 구겨지고 더 나아가 당이 존폐 위기까지 놓인다. 단일화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사활을 거는 조 대표를 설득할 만한 주자를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붙느냐 마느냐 이어 “민주당과 혁신당 간의 합당 논의가 없었으면 두 당이 조금 더 편하게 단일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 대표가 조금만 양보를 해주는 제스처를 보여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니, 양쪽 모두 입장이 곤란하긴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일각에서는) ‘합당 논의를 성급하게 띄운 것도, 지지자를 설득하지 못해 (논의를) 깬 것도 정 대표’라는 불만이 있었다”며 “결국 조 대표만 독박을 썼다. 민주당이 평택을에 조 대표보다 체급이 약한 후보를 내보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산 피해 간 조국, 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자신의 고향이 부산 북갑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국 대 한동훈’ 구도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또는 제게 직접 연락해 ‘부산은 선택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장에서 박형준을 척결하고 쫓아내려면 (부산 북갑 선거에) 안 나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에서) 부산은 박형준 시장으로부터 뺏어와야 하는 지역구다. ‘박형준 대 전재수’ 구도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제가 나가면 ‘조국 대 한동훈’으로 구도가 바뀌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에 공감했다. 그는 “박형준을 정말 그만 보고 싶은 부산 출신 사람으로서 그 말이 이해되더라”며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거론하며 “나가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