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05 17:46
국내서 책의 향이 가장 짙게 배어나는 파주출판도시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와 관련 업체만 입주한 전형적인 공간이 아니다. 출판사나 인쇄 회사가 만든 책방과 북카페에 머물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곳곳에 자리한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숲’, 북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등이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014년 개관한 지혜의숲은 책을 자유롭고 편하게 만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크고 넓은 세 공간에 높이 8m 대형 서가가 이어진다. 이 서가에 빼곡한 책이 13만여권, 수장고에 있는 책을 포함하면 20만권이 넘는다. 모두 기증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1관은 개인과 단체, 2관은 출판사, 3관은 출판사와 유통사, 미술관, 박물관서 기증한 도서로 구성했다. 높은 서고, 정돈된 독서 공간,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까지 책 읽기에 딱 좋다.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연인, 아이에게
버려진 철길이 ‘책’을 만나 개성 있는 복합 출판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폐철도 부지에 문학을 비롯해 여행, 인문, 예술 등 분야별 책방 6곳이 들어서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1년 312일 책 전시와 판매, 강연, 낭독, 저자와 만남,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경의선숲길의 일부이기도 한 경의선책거리는 산책하다 마음에 드는 책방에 들어가 책을 구경하며 늦가을 오후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경의선책거리는 2016년 10월에 조성됐다. 경의선 일부 구간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지상에 남은 공간을 이용해 마포구가 책 테마 거리를 만들었다. 경의선 문학 여행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250m가량 이어진다. 전철역에서 나와 먼저 만나는 곳은 경의선책거리 운영사무실 건물이다. 책거리 안내 지도가 비치됐으니 꼼꼼히 둘러보려면 꼭 챙기자. 월별 행사와 이벤트 일정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와 만남이나 북 콘서트가 열리는 ‘공간 산책’도 이곳에 자리한다. 운영사무실에서 나오면 폭 15~20m 산책로 양옆으로 책방 6동을 포함한 부스 9동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높고 푸른 하늘은 시나브로 땅으로 내려오면서 여름과 몸을 섞는다. 들판의 곡식은 뜨거운 햇볕을 쬐고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누렇게 익어간다. 벼가 고개를 숙이면 완연한 가을이다. 왜 황금빛 들판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질까. 하동 평사리들판은 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지다. 고소성에 오르면 평사리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자락 형제봉과 구재봉이 들판을 품고, 섬진강이 재잘재잘 흘러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고소성에서 내려와 평사리들판을 뚜벅뚜벅 걷다 보면 부부송을 만난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소나무 두 그루는 악양면의 상징이자 수호신이다. 가을바람이 황금 들판을 밟고 걸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악양면 평사리들판은 박경리 선생이 쓴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평사리들판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으면 하동 고소성(사적 151호)에 올라야 한다. 고소성의 입구는 한산사다. 드라마 〈토지〉 촬영장인 최참판댁 입구에서 왼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자동차로 5분쯤 가면 나온다. 사적 151호 ‘고소성’ 한산사는 구례 화엄사와 창건 시기가 비슷하다고 알려진 고찰이지만, 확
길에서 가을을 만난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 길 따라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둘레길로 가보자. 3개 도(전북, 전남, 경남)와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연결하며, 21개 읍·면과 120여개 마을을 잇는 장장 295km 걷기 길이다. 그중 인월-금계 구간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었다. 저녁노을보다 붉게 익은 고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다랑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건넛마을로 향하는 촌로의 느린 걸음이 마음을 달랜다. 용광로보다 뜨거운 여름을 온몸으로 견뎌낸 농작물은 흙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수확의 계절, 지리산둘레길의 가을은 도리어 푸르디푸르다. 지리산둘레길 걷기가 처음이라면 인월센터에서 시작하길 추천한다. 센터는 인월장터로에서 구인월교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200m 가면 나온다. 센터에는 구간 지도와 숙박 정보, 주변 관광지 안내 리플릿 등이 있다. 때론 함께 채비 중인 길동무도 만난다. 길의 상태, 기상 상황 등을 센터에서 확인하고 나서자(월요일은 휴관이니 참고할 것). 총 8시간 코스 출발 전 인월전통시장에 들러 뜨끈한 순댓국으로 배를 채워도 좋겠다. 여행 일정이 맞으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리움이다. 수확의 계절, 시월이 오면 그리움도 들녘의 이삭처럼 무르익는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세찬 물살을 거슬러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본능은 어떤 그리움보다 뜨겁다. 남대천 갈대숲이 은빛으로 출렁이고 어머니의 강으로 돌아온 연어가 산란을 시작하면, 남대천 일대는 단풍과 양양연어축제로 붉게 달아오른다. 이 가을, 핫 플레이스는 양양이다. 양양8경에서 1경으로 꼽히는 남대천은 양양 남쪽을 흐르는 청정수역이다. 오대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은 영동 지역 하천 중에 가장 맑고 길어, 무성한 갈대숲에서 백로가 쉬는 풍광을 만나는 곳이다. 청정수역 봄에는 황어, 여름에는 은어, 가을에는 연어 떼가 돌아오는 풍요로운 강이다. 지리적으로 바다와 강의 경계선에 있는 남대천은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연어 70% 이상이 강을 거슬러 오르는 대표적인 연어 회귀 하천이기도 하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남대천에서 태어나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알래스카의 바다로 가서 3~5년간 성장한 뒤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남대천 갈대가 은빛 물결을 이루면, 바다에서 강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르며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연어가 남대천에 산란한 뒤 생을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큼해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 꽃게 천국이다.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의 약 8%를 생산하는 곳으로,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고, 암수 구분해 크기별로 상자에 담는다. 대부분 인천항에 있는 인천수협연안위판장이나 옹진수협연안위판장으로 보내고, 일부는 급랭 후 택배를 보낸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날에는 밤중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연평도 하면 자연스레 꽃게가 떠오른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주위에 형성된 연평어장은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게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는 것이 연평도 주민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어획량 8% 생산 꽃게는 봄가을에 조업한다. 연간 조업 일수를 180일로 제한하고,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 잡
바다 향기는 남해 깊숙이 들어설수록 완연하다. 경남 남해는 여행길 마지막에 펼쳐 보고 싶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소담스런 어촌과 점점이 뜬 섬이 남해의 푸른 기운과 함께 다가선다. 상주면 두모마을은 남해가 간직한 소박한 체험 마을이다. 마을은 남해읍에서 상주 은모래비치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비탈진 샛길을 내려서면 다랑논 너머 녹색과 감색 지붕을 인 아담한 바닷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모마을 주변으로 펼쳐진 풍광을 보면 남해의 고장에 들어섰다는 실감이 난다. 마을 뒤편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산 봉우리가 드리워지고, 포구 건너편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가깝다.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 우리나라 3대 관음 기도처인 금산 보리암, <사씨남정기>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의 사연을 더듬다 보면 시간은 더디게 흘러간다. 시골 마을과 문화, 해양 레저가 어우러진 두모마을은 외국인에게도 인기다. 가을이면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바다 놀이터’를 지향하는 두모마을의 관광 두레 체험은 잔잔한 해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두모마을의 옛 이름은 드므개마을이다. ‘드므’는 예전 궁궐에서 쓰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까운 비봉산 정상에서 호수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하거나,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누비거나, 청풍랜드 번지점프대에 올라 호수를 향해 뛰어내린다. 몇 해 전부터 청풍호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생겼다. 카누나 카약을 타고 기암괴석 사이로 노를 저으며 하늘과 바람, 산과 물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에 자리 잡은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이하 청풍호 체험장)에서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선착장에서 10분쯤 노를 저어 나가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 옥순봉을 만난다. 가까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옥순대교가 있고, 멀리 비단에 수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산이 보인다. 가이드이자 안전 요원이 모터보트를 타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니, 셀카 부담 없이 느릿느릿 풍경과 여유를 만끽하면 된다. 여유 만끽 제천시가 조성한 청풍호 체험장은 수산면 주민이 설립한 수산나드리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한다. 주민이 합심해서 자발적으로 만든 사업체가 지역 관광을 주도하는 ‘관광 두레 사업’의 일환이다. 20
춘천에는 6개 주민 사업체가 참여하는 관광 두레가 있다. 그중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공동체 쟁강협동조합이 눈에 띈다. 먼저 ‘쟁강’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쟁강은 자양강에서 유래했다. 이곳 주민은 북한강을 자양강이라 불렀고, 자양강이 변해 쟁강이 되었다. 쟁강협동조합은 쟁강가에 있다. 북한강 서쪽에 자리한 춘천시 서면에 여러 채의 게스트하우스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맞물린 형태다. 쟁강협동조합은 여행 여건이 아주 매력적이다. 서면의 북한강을 끼고 있으며, 북한강자전거길이 인접하다. 10분 남짓이면 춘천 시내에 닿을 정도지만, 가장 농촌다운 풍경이 특징이다. 쟁강협동조합에서 자전거 투어, 일출 카누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춘천 낭만 여행 1번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쟁강협동조합은 건강한 게스트하우스 문화에 더해 머무는 이에게 기분 좋은 힐링과 낭만적인 휴식 시간을 제공하며, 더 나아가 농촌 재생을 지향한다. 자전거 투어 쟁강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잠깐 들여다보자. 춘천시 최초의 게스트하우스 ‘나비야’는 주인장이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옛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문짝 등을
우리가 뻔히 아는 가평 말고 조금 더 깊은 가평을 만나고 싶다면, 지역 주민이 직접 만든 관광 두레를 이용해보자. 가평 주민은 직접 경험한 가평의 숨은 가치와 소중한 순간을 여행자와 나누고 싶어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이하 가치가)를 만들었다. 모토는 ‘같이하는 가치 여행’. 지속 가능한 가평의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문화 행사 기획, 숲 해설, 예술 창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평관광문화콘텐츠협동조합 진짜여행가’의 구성원이 함께한다. 관광 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민 공동체의 관광 콘텐츠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 한국관광공사는 ‘관광 두레 리더스’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관광 두레 중 주민 사업체를 선별,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지원한다. 수령 80년 잣나무 가평 가치가는 중소 규모 단체 고객을 타깃으로 가평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계절에 따라 다른 가평의 모습을 다양한 테마로 구성해, 가평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바다가 육지로 변하고,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는 다리로 연결됐다.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는 세상이다. 새로 열린 길 따라 선유도에서 여름을 즐겨보자. 유람선 타고 바다에서 고군산군도를 입체적으로 감상한 다음, 자동차로 선유도까지 달려보자. 신시도에서 무녀도, 무녀도에서 선유도, 선유도에서 장자도를 징검다리처럼 건넌다. 장자교, 대봉전망대, 선유도해수욕장 등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 명소를 둘러보면 어느새 더위가 사라진다. 새만금방조제를 달리는 길은 거침이 없다. 고속도로보다 반듯한 길이 바다 위에 직선으로 놓였다. 비현실적이라 어리둥절하지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비응도에서 13.5km쯤 가면 유람선이 출발하는 야미도선착장이 나오고, 다시 3.5km 남짓 달리면 신시도에 들어선다. 예전에는 모두 섬이던 곳이다. 63개의 섬 ‘고군산군도’ 선유도유람선을 타기 전에 새만금휴게소 신시광장에 들러보자. 광장 한가운데 새만금방조제준공탑이 있고, 신시배수갑문도 보인다. 갑문 뒤로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고군
여름철 태안 여행은 백사장이 좋은 바닷가에 숙소를 잡아놓고 해수욕을 하면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정답이다. 물이 아직 차가운 오전에 관광지 한두 군데 돌아보고, 오후 내내 물놀이하면서 느긋하게 즐긴다. 태양이 뜨겁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더위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 한가운데로 달려가는 유람선을 타면 바람이 더 시원하다. 산에 국립공원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안(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기암절벽이 발달했으며, 눈부신 백사장이 많다. 가까운 바다에는 작지만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졌다. 태안반도 일대의 해안과 섬을 엮어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흥유람선 타기다. 독특한 바위들 안흥내항과 신진대교로 연결된 신진도에 들어가면 안흥외항이 나온다. 섬 이름을 따서 신진도항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있는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안흥유람선과 가의도행 여객선이 출발한다. 유람선은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1시간 소요), 안흥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B코스(1시간30분 소요), 옹도에서 내려 등대를 보고 오는 옹도 하선 코스(2시간40분 소요)가 있다. 옹도 하선 코스는
물놀이 계절의 절정이다. 계곡과 바다, 수영장, 얼음물 세숫대야까지 모두 경험했다면, 색다른 물길 여행을 떠나보자. 호반의 도시로 떠나는 ‘춘천 물레길’이다. 이색 체험으로 각광받는 우든 카누가 물레길의 주인공.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패들 젓는 노동까지 더해졌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의암호 한가운데 무인도로 다가가 아마존 정글을 탐사하듯 짜릿한 경험이 더위를 삼킨다. 카누 타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10분 남짓한 카누 탑승 교육 시간이 얼마나 쉬운지 말해준다. 앞으로 나가고 싶으면 그립(패들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블레이드를 물속 깊숙이 담근 뒤 앞에서 뒤로 민다. 후진할 때나 물풀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뒤에서 앞으로 젓는다. 방법을 외우지 말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쉽다. 가볍고 탄성이 좋은 적삼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호수로 나아가 패들링을 해보면 방향감각이 바로 잡힌다. 친환경 레포츠 춘천중도물레길 조윤호 이사는 춘천 물레길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꼽힌 이유를 설명한다. “적삼나무로 만든 카누는 플라스틱 카누보다 견고하고, 중심 잡기도 수월해
단순한 천문대가 아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 경기도 양주시 계명산 자락에 들어앉은 송암스페이스센터는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와 교육 공간인 스페이스센터, 전망이 끝내주는 케이블카에 호텔급 숙소, 레스토랑까지 갖춘 ‘천문 테마파크’다.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산책 코스와 널찍한 잔디광장은 연인들이 걷고 아이들이 뛰놀기에 좋다. 송암스페이스센터는 천문교실에서 영어우주과학캠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서울특별시교육청 현장 체험 학습 지정 기관’으로, 유치원이나 학교 등 단체 관람객이 많다. 개별 관람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 방문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외국인도 쉽게 서울에서 가깝고 대중교통이 편리해 외국인이 찾기에도 적당하다. 단체로 방문하면 우주 관련 영어 버전 동영상을 별도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영어 안내가 따로 없으니 통역이나 한국인 친구와 함께 찾는 것이 적당하다. 정문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잔디광장에 오르면 커다란 돔이 인상적인 스페이스센터가 관람객을 맞는다. 돔 안에는 밤하늘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한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관)이 있다. 360°로 펼쳐지는 반구형 스크린에 마치
제주는 별 보기 좋은 여행지다. 넘치는 불빛에 별을 만나기 힘든 도시와 달리, 조금만 벗어나도 캄캄한 공간이 나타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가로등도 많지 않고 조용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초저녁, 밤하늘이 맑다면 별을 보러 떠나야 한다. 수많은 별이 밤하늘을 장식하는 동화 같은 장면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제주의 푸른 밤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바닷가에서도 별을 볼 수 있지만, 아름다운 밤하늘이 탐난다면 불빛이 없는 장소를 찾아보자. 여름철 제주 바다는 고깃배의 불빛에 점령 당해 별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맑은 밤이면 어디서나 별을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도 마방목지와 제주별빛누리공원, 1100고지휴게소, 새별오름이 별 구경 명당으로 꼽힌다. 혼자보다 친구나 가족과 동행하기를 권한다. 황홀한 광경을 혼자 보기 아깝고, 어두운 밤길이라 함께 가면 더 안전하다. 가족과 함께 5·16도로에 위치한 마방목지는 제주축산진흥원이 관리하는 초원이다. 드넓은 초원에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된 제주 조랑말(제주마)이 한가롭게 노니는 광경을 보면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진다. 흰 눈이 살포시 내린 겨울 풍경도 멋지지만, 역시 마방목
도심에서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인공의 빛 공해 때문이다. 무공해 청정 지역으로 이름난 영양에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칠흑 같은 밤에 반짝이는 별과 사랑스러운 반딧불이를 만나는 최적의 장소다. 반딧불이생태숲 아침 산책도 별밤만큼 감동적이다. 깊은 숲 속에 울려 퍼지는 풀벌레 소리와 싱그러운 풀 냄새에 에너지가 100% 충전된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대에 자리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반딧불이천문대는 밤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주변에 민가의 불빛이 없기 때문이다. 생태공원 주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체험 영양은 전국에서 가장 어두운 밤하늘을 만나는 곳이다. 국제밤하늘협회는 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구 일부를 포함한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390만㎡를 아시아에서 처음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반딧불이생태공원은 반딧불이천문대, 반딧불이생태학교, 청소년수련원, 펜션 등을 운영한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내에 자리해 여름철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를 동시에 관찰할
요즘 사람들, 하늘은 봐도 별은 보지 못한다. 밤이면 가로등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별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대낮처럼 환한 밤, 아이들은 이제 별을 보며 공상에 빠지거나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는다. 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 손잡고 ‘빛 오염’이 없는 곳에서 ‘별 구경’을 하고 싶은 이들은 전남 장흥군 억불산으로 가보자. 맑고 투명한 하늘을 인 곳이다. 해가 지면 서쪽 하늘 근처에 별이 하나둘 돋기 시작하고, 이내 쌀알을 뿌려놓은 듯 별이 가득 찬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편백은 보통 40 m까지 자란다. 언뜻 보면 삼나무나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하지만 납작하게 펼쳐진 잎이 특징이다. 장흥군은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피톤치드를 즐기려는 사람이 몰려든다. 피톤치드 가득 편백 숲 산책은 잠시 미루고 억불산에 올라보자. 정상 가까운 곳에 정남진천문과학관이 자리한다. 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주관측실에는 600mm 반사망원경과 15
좌구산천문대는 충북 증평군과 청주시 일대 최고봉인 좌구산(657m)에 자리한다. 주변에 불빛이 없어 맑고 깨끗한 밤하늘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천체를 관찰하기 좋다. 여름철에는 토성과 목성 등을 찾아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좌구산자연휴양림이 가까이 있어 밤이 늦어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휴양과 별 관측을 동시에 즐기는 가족 여행지다. 낮에 맑다가 밤에 흐려진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낮 시간에 과감하게 좌구산천문대를 찾았다. 낮에는 별이 안 보여 천문대가 쉴 것 같지만 태양 관측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좌구산천문대 앞에 서면 시뻘건 태양 구조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반구형 돔 스크린이 설치된 천체투영실의 둥근 외관을 태양으로 꾸민 것이다. 그 앞에는 토성과 목성 등 태양계 모형이 있다. 태양 크기에 비례해서 만들어 재미있다. 태양과 비교해 작은 목성과 토성이 장난감처럼 귀엽다. 휴양·별 관측 동시에 천문대에 들어가면 3층 주관측실로 향한다. 천문대의 상징인 관측 돔이 있는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관측실 가운데 356mm 굴절망원경이 위풍당당하다. 경통 길이가 무려
강원도 화천군 가장 서쪽에 자리한 광덕산에는 화천조경철천문대가 있다. 체크무늬 정장에 나비넥타이, 굵은 안경테,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인상이 푸근한 조경철 박사의 이름을 딴 천문대다. 조 박사는 인기 있는 천문학자로, ‘아폴로박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1969년 7월16일, 인류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를 발사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에서도 생방송됐다. 당시 조경철 박사가 동시통역을 맡았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지는 모습이 TV에 잡히며 아폴로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경철 박사는 광덕산과 인연이 꽤 깊다. 북에 고향을 둔 조 박사는 북녘땅이 보이는 이곳을 좋아했고, 천문대 부지로 광덕산을 추천했다. 안타깝게도 조 박사는 천문대 개관을 보지 못한 채 2010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래 광덕산천문과학관으로 착공했으나, 천문학자로 평생을 별과 함께 살다 간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화천조경철천문대로 명명·헌정했다. 형형색색 천체 화천조경철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10m)에 있고, 시민 천문대 중 가장 큰 구경 1m 망원경이 설치됐다. 고도가 높고 사방이 트였으며, 운무나
무안갯벌은 넓고 비옥하다. 간조 때 갯벌은 깊은 주름을 만들고, 갈라진 골은 삶의 공간과 맞닿아 있다. 갯벌 너머 포구와 바다가 아득하게 시야를 채운다. 황토를 머금은 갯벌은 언뜻언뜻 붉은빛이다.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무안갯벌은 우리나라 바다 습지의 상징적 공간이다. 2001년 ‘습지보호지역 1호’에 이름을 올렸고,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1732호)와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무안 읍내에서 해제반도를 따라 국도24호선을 달리면 바다는 자맥질하며 오랜 시간 동행이 된다. 무안갯벌의 대표 지역은 해제반도가 서해를 품에 안은 함평만(함해만) 일대다. 함평만의 340여㎢에 달하는 갯벌은 칠산바다와 만나며 품 넓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갯벌 생태계의 보고 무안갯벌은 갯벌 생태계의 보고다. 황토를 머금은 기름진 공간은 갯벌 생명체의 보금자리이자 물새의 서식처다. 흰발농게와 말뚝망둥어 등 저생생물 240여종, 칠면초와 갯잔디 등 염생식물 40여종, 혹부리오리와 알락꼬리마도요 등 철새 50여종이 갯벌에 기대어 살아간다. 한쪽 발이 크고 커다란 흰발농게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멸종 위기종이 서식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