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두레마을여행 ①가평 경기도잣향기푸른숲

깊고 짙은 초록색 비밀의 숲

우리가 뻔히 아는 가평 말고 조금 더 깊은 가평을 만나고 싶다면, 지역 주민이 직접 만든 관광 두레를 이용해보자. 가평 주민은 직접 경험한 가평의 숨은 가치와 소중한 순간을 여행자와 나누고 싶어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이하 가치가)를 만들었다. 모토는 ‘같이하는 가치 여행’. 지속 가능한 가평의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문화 행사 기획, 숲 해설, 예술 창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평관광문화콘텐츠협동조합 진짜여행가’의 구성원이 함께한다.

관광 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민 공동체의 관광 콘텐츠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 한국관광공사는 ‘관광 두레 리더스’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관광 두레 중 주민 사업체를 선별,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지원한다. 

수령 80년 잣나무

가평 가치가는 중소 규모 단체 고객을 타깃으로 가평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계절에 따라 다른 가평의 모습을 다양한 테마로 구성해, 가평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가치가 측의 설명이다.
이 계절 가평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 가치가는 잣나무 숲을 추천한다. 축령산과 서리산 일대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 잣나무 숲이 있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이하 잣향기푸른숲)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숲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산림 휴양 공간이다. 해발 450~600m에 위치한 잣향기푸른숲은 수령 80년이 넘는 잣나무가 숲을 이룬 곳. 미끈하게 뻗은 잣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해, 따가운 여름 햇볕도 이곳에서는 힘을 못 쓴다. 경기도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잣향기푸른숲 여행은 국내 최초의 잣 특성화 전시관인 축령백림관에서 시작한다. 잣나무의 특성과 잣 생산과정, 잣으로 만든 음식, 잣 생산도구 등 잣에 관해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전시한다. 잣나무와 소나무가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은데, 잎을 보면 단번에 구분할 수 있다. 소나무는 잎이 2개씩 다발로 자라고, 잣나무는 잎이 5개씩 다발로 자라 오엽송이라고도 불린다.


잣향기푸른숲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걷기다.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 노부부 등 모든 연령대 탐방객이 부담없이 즐기기 좋다. 축령백림관에서 시작한 탐방로는 잣향기목공방과 출렁다리를 지나 화전민마을, 힐링센터, 기체조장, 풍욕장, 사방댐,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탐방로는 나무 데크가 깔려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아름드리 잣나무가 탐방로 옆으로 늘어섰고, 다람쥐가 발 앞으로 쪼르르 지나가기도 한다. 심호흡을 하니 싱그러운 숲 향기가 가슴에 들어찬다. 높은 잣나무를 올려다보느라 발걸음이 자주 멈춘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 소리, 멀리서 달려오는 계곡물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화전민마을은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거주한 집터에 너와집과 귀틀집, 숯가마 등을 세웠다. 화전민이 사용한 생활 도구와 농기구도 전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숯가마다. 숯은 화전민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연료가 귀한 시절, 화전민은 참나무 숯을 구워 장에 내다 팔았다. 화전민마을에서 힐링센터까지 푹신한 흙길이 이어진다. 여기선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다. 발바닥에 닿는 흙이 아기 손바닥처럼 부드럽다.

축령산 서리산 일대 국내 최대 잣나무 숲
다양한 체험 즐길 수 있는 산림 휴양 공간

잣향기푸른숲을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가치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잣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잣나무 숲 여행’ 프로그램은 가평의 건강한 농산물로 농부무스비도시락 만들기, 조선 중기 문신이자 4대 문장가로 손꼽히는 월사 이정구가 문집을 간행하기 위해 만든 <월사집> 목판 탁본 뜨기 등 개별 여행으로 하기 힘든 체험으로 구성된다. 숲 아래 자리한 마을 농기계 창고에서 경험하는 나만의 우든펜 만들기도 인기다. 다양한 나무에 대한 소개가 흥미진진하고, 직접 나무를 깎는 선반 작업을 하다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하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잣나무 숲 여행’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잣향기푸른숲 입장료와 <월사집> 목판 탁본, 나만의 우든펜 만들기, 식사(도시락) 등을 포함해 4만원이다. 
가치가는 이 밖에도 이장님과 함께하는 ‘호수 마을 뱃길 여행’ ‘여행자 식탁’ ‘걸 크러쉬 레포츠 투어’ 등 가평의 멋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와 블로그·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가평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단연 아침고요수목원과 쁘띠프랑스다. 잣향기푸른숲 바로 아래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은 33만여㎡(10만여평)에 달하는 부지에 침엽수정원과 능수정원, 석정원, 분재정원, 허브정원, 한국정원 등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특징은 곧게 뻗은 길이 없다는 것. 좌우로 굽었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언덕길이어서 때로는 정원이 내려다보이고, 때로는 올려다보인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방문자가 선 위치에 따라 수목원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수목원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청평호 길은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자 수상 레포츠 명소다. 이곳에 자리한 업체를 이용하면 수상스키와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수상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보면 유럽풍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8년 7월, 프랑스 남부 지방 전원 마을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문을 연 쁘띠프랑스다. ‘작고 예쁜 프랑스’란 뜻이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와 여우 등이 보인다. 붉은 벽돌이 깔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에서 느껴지듯 귀여운 소품과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프랑스풍 건물 ‘쁘띠프랑스’

꼭 둘러봐야 할 곳은 생텍쥐페리기념관이다. 생텍쥐페리의 일대기를 다양한 사진과 이야기로 설명한 것은 물론 <어린 왕자> <야간 비행> 등 작품 해설과 뒷얘기가 잘 정리되었다. 프랑스전통주택전시관에도 들러보자. 의자와 침대, 욕조 등 가구뿐 아니라 기둥, 기와, 바닥, 창까지 프랑스에서 공수해 150년 전 프랑스 고택을 그대로 재현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경기도잣향기푸른숲→아침고요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기도잣향기푸른숲→아침고요수목원
둘째 날: 청평호 수상 레포츠→쁘띠프랑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 http://gachiga.kr
- 경기도잣향기푸른숲 http://farm.gg.go.kr/sigt/89
- 아침고요수목원 www.morningcalm.co.kr
- 쁘띠프랑스 www.pfcamp.com
- 가평군문화관광 www.gptour.go.kr  

문의 전화
-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 031)584-4267
- 경기도잣향기푸른숲 031)8008-6769
- 아침고요수목원 1544-6703
- 쁘띠프랑스 031)584-820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가평역, ITX-청춘 하루 18~30회(06:00~22:48)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서울-가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5~22:05)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진관 IC 춘천·화도 방면→경춘북로→금남 IC 춘천·청평 방면→경춘북로→하천교차로에서 일동·현리·아침고요수목원 방면→조종로→상면교차로에서 행현리·임초리 방면→수목원로→축령로45번길→경기도잣향기푸른숲

숙박 정보
- 잣향기푸른숲펜션: 상면 축령로, 031)585-8385, www.purunsup.com
- 독박골대청마루: 상면 축령로, 031)584-8113
- 솔향기별빛마을펜션: 상면 축령로, 031)585-9110, www.solps.com 

식당 정보
- 언덕마루가평잣두부집(잣두부전): 상면 수목원로, 031)584-5368, https://gpdubuz.modoo.at
- 채원(메밀막국수): 상면 수목원로, 031)585-0104, https://chaewonfood.modoo.at
- 산골농원(닭볶음탕): 설악면 어비산길99번길, 031)584-7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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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