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두레마을여행 ①가평 경기도잣향기푸른숲

깊고 짙은 초록색 비밀의 숲

우리가 뻔히 아는 가평 말고 조금 더 깊은 가평을 만나고 싶다면, 지역 주민이 직접 만든 관광 두레를 이용해보자. 가평 주민은 직접 경험한 가평의 숨은 가치와 소중한 순간을 여행자와 나누고 싶어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이하 가치가)를 만들었다. 모토는 ‘같이하는 가치 여행’. 지속 가능한 가평의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문화 행사 기획, 숲 해설, 예술 창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평관광문화콘텐츠협동조합 진짜여행가’의 구성원이 함께한다.

관광 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민 공동체의 관광 콘텐츠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 한국관광공사는 ‘관광 두레 리더스’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관광 두레 중 주민 사업체를 선별,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지원한다. 

수령 80년 잣나무

가평 가치가는 중소 규모 단체 고객을 타깃으로 가평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계절에 따라 다른 가평의 모습을 다양한 테마로 구성해, 가평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가치가 측의 설명이다.
이 계절 가평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 가치가는 잣나무 숲을 추천한다. 축령산과 서리산 일대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 잣나무 숲이 있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이하 잣향기푸른숲)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숲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산림 휴양 공간이다. 해발 450~600m에 위치한 잣향기푸른숲은 수령 80년이 넘는 잣나무가 숲을 이룬 곳. 미끈하게 뻗은 잣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해, 따가운 여름 햇볕도 이곳에서는 힘을 못 쓴다. 경기도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잣향기푸른숲 여행은 국내 최초의 잣 특성화 전시관인 축령백림관에서 시작한다. 잣나무의 특성과 잣 생산과정, 잣으로 만든 음식, 잣 생산도구 등 잣에 관해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전시한다. 잣나무와 소나무가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은데, 잎을 보면 단번에 구분할 수 있다. 소나무는 잎이 2개씩 다발로 자라고, 잣나무는 잎이 5개씩 다발로 자라 오엽송이라고도 불린다.


잣향기푸른숲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걷기다.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 노부부 등 모든 연령대 탐방객이 부담없이 즐기기 좋다. 축령백림관에서 시작한 탐방로는 잣향기목공방과 출렁다리를 지나 화전민마을, 힐링센터, 기체조장, 풍욕장, 사방댐,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탐방로는 나무 데크가 깔려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아름드리 잣나무가 탐방로 옆으로 늘어섰고, 다람쥐가 발 앞으로 쪼르르 지나가기도 한다. 심호흡을 하니 싱그러운 숲 향기가 가슴에 들어찬다. 높은 잣나무를 올려다보느라 발걸음이 자주 멈춘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 소리, 멀리서 달려오는 계곡물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화전민마을은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거주한 집터에 너와집과 귀틀집, 숯가마 등을 세웠다. 화전민이 사용한 생활 도구와 농기구도 전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숯가마다. 숯은 화전민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연료가 귀한 시절, 화전민은 참나무 숯을 구워 장에 내다 팔았다. 화전민마을에서 힐링센터까지 푹신한 흙길이 이어진다. 여기선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다. 발바닥에 닿는 흙이 아기 손바닥처럼 부드럽다.

축령산 서리산 일대 국내 최대 잣나무 숲
다양한 체험 즐길 수 있는 산림 휴양 공간

잣향기푸른숲을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가치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잣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잣나무 숲 여행’ 프로그램은 가평의 건강한 농산물로 농부무스비도시락 만들기, 조선 중기 문신이자 4대 문장가로 손꼽히는 월사 이정구가 문집을 간행하기 위해 만든 <월사집> 목판 탁본 뜨기 등 개별 여행으로 하기 힘든 체험으로 구성된다. 숲 아래 자리한 마을 농기계 창고에서 경험하는 나만의 우든펜 만들기도 인기다. 다양한 나무에 대한 소개가 흥미진진하고, 직접 나무를 깎는 선반 작업을 하다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하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잣나무 숲 여행’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잣향기푸른숲 입장료와 <월사집> 목판 탁본, 나만의 우든펜 만들기, 식사(도시락) 등을 포함해 4만원이다. 
가치가는 이 밖에도 이장님과 함께하는 ‘호수 마을 뱃길 여행’ ‘여행자 식탁’ ‘걸 크러쉬 레포츠 투어’ 등 가평의 멋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와 블로그·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가평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단연 아침고요수목원과 쁘띠프랑스다. 잣향기푸른숲 바로 아래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은 33만여㎡(10만여평)에 달하는 부지에 침엽수정원과 능수정원, 석정원, 분재정원, 허브정원, 한국정원 등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특징은 곧게 뻗은 길이 없다는 것. 좌우로 굽었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언덕길이어서 때로는 정원이 내려다보이고, 때로는 올려다보인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방문자가 선 위치에 따라 수목원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수목원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청평호 길은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자 수상 레포츠 명소다. 이곳에 자리한 업체를 이용하면 수상스키와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수상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보면 유럽풍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8년 7월, 프랑스 남부 지방 전원 마을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문을 연 쁘띠프랑스다. ‘작고 예쁜 프랑스’란 뜻이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와 여우 등이 보인다. 붉은 벽돌이 깔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에서 느껴지듯 귀여운 소품과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프랑스풍 건물 ‘쁘띠프랑스’

꼭 둘러봐야 할 곳은 생텍쥐페리기념관이다. 생텍쥐페리의 일대기를 다양한 사진과 이야기로 설명한 것은 물론 <어린 왕자> <야간 비행> 등 작품 해설과 뒷얘기가 잘 정리되었다. 프랑스전통주택전시관에도 들러보자. 의자와 침대, 욕조 등 가구뿐 아니라 기둥, 기와, 바닥, 창까지 프랑스에서 공수해 150년 전 프랑스 고택을 그대로 재현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경기도잣향기푸른숲→아침고요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기도잣향기푸른숲→아침고요수목원
둘째 날: 청평호 수상 레포츠→쁘띠프랑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 http://gachiga.kr
- 경기도잣향기푸른숲 http://farm.gg.go.kr/sigt/89
- 아침고요수목원 www.morningcalm.co.kr
- 쁘띠프랑스 www.pfcamp.com
- 가평군문화관광 www.gptour.go.kr  

문의 전화
-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 031)584-4267
- 경기도잣향기푸른숲 031)8008-6769
- 아침고요수목원 1544-6703
- 쁘띠프랑스 031)584-820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가평역, ITX-청춘 하루 18~30회(06:00~22:48)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서울-가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5~22:05)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진관 IC 춘천·화도 방면→경춘북로→금남 IC 춘천·청평 방면→경춘북로→하천교차로에서 일동·현리·아침고요수목원 방면→조종로→상면교차로에서 행현리·임초리 방면→수목원로→축령로45번길→경기도잣향기푸른숲

숙박 정보
- 잣향기푸른숲펜션: 상면 축령로, 031)585-8385, www.purunsup.com
- 독박골대청마루: 상면 축령로, 031)584-8113
- 솔향기별빛마을펜션: 상면 축령로, 031)585-9110, www.solps.com 

식당 정보
- 언덕마루가평잣두부집(잣두부전): 상면 수목원로, 031)584-5368, https://gpdubuz.modoo.at
- 채원(메밀막국수): 상면 수목원로, 031)585-0104, https://chaewonfood.modoo.at
- 산골농원(닭볶음탕): 설악면 어비산길99번길, 031)584-7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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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