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여행 ③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별 가득한 밤하늘 아래 즐기는 싱그러운 숲 산책

요즘 사람들, 하늘은 봐도 별은 보지 못한다. 밤이면 가로등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별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대낮처럼 환한 밤, 아이들은 이제 별을 보며 공상에 빠지거나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는다. 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 손잡고 ‘빛 오염’이 없는 곳에서 ‘별 구경’을 하고 싶은 이들은 전남 장흥군 억불산으로 가보자. 맑고 투명한 하늘을 인 곳이다. 해가 지면 서쪽 하늘 근처에 별이 하나둘 돋기 시작하고, 이내 쌀알을 뿌려놓은 듯 별이 가득 찬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편백은 보통 40 m까지 자란다. 언뜻 보면 삼나무나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하지만 납작하게 펼쳐진 잎이 특징이다. 장흥군은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피톤치드를 즐기려는 사람이 몰려든다.

피톤치드 가득

편백 숲 산책은 잠시 미루고 억불산에 올라보자. 정상 가까운 곳에 정남진천문과학관이 자리한다. 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주관측실에는 600mm 반사망원경과 152mm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성운, 성단, 은하 등 우주의 실제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에도 망원경 6대가 있어 태양의 홍염과 흑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흐리고 비가 오면 천체관측이 불가능하니, 출발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하고 천문과학관에 문의한다.

2층에 위치한 전시실도 흥미롭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우주 탐험의 역사와 재미있는 우주 속 현상을 학습하고, 별자리 역사와 사계절 별자리, 태양계의 행성, 행성의 운동, 케플러법칙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편백 숲을 걸으면서 보는 별은 어떨까. 사실 여름은 별을 관측하기 적당한 시기가 아니다. 대기가 불안정하고 희뿌연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불산 편백 숲 주변은 대기가 깨끗해서 하늘 가득 뿌려진 별을 관찰하기 좋다.


여름철 별자리는 저녁 무렵 하늘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다. 한여름 밤에 고개를 들면 직각삼각형으로 놓인 밝은 별 세 개가 보인다. 이 별이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가(직녀성),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알타이르(견우성),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데네브다.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세 별을 이용하면 다른 별자리를 찾기 쉽다. 베가와 데네브를 긋는 선을 경계로 알타이르와 반대되는 곳에 북극성이 자리한다. 이 별들을 찾았다면 여름철 별자리의 기본은 안 셈이다.



별빛 가득한 숲 속을 산책하면 형용할 수 없이 기쁘고 즐겁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로 오솔길이 희미하게 뻗었다.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가끔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싱그러운 숲 향기가 묻어난다. 힘껏 심호흡을 하면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가슴 가득 밀려든다. 도시에서 맡던 공기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마치 다른 세상의 공기 같다.

울창한 편백 숲 속, 여름별 관찰
황토흙집, 삼나무한옥에서 하룻밤 묵어

피톤치드는 식물을 뜻하는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이 있는 ‘cide’를 합친 말이다. 식물이 몸에 상처가 나면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분비하는 항균물질인데, 인간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편백은 침엽수 가운데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뿜어내, 소나무와 잣나무를 능가한다. 사람들이 호흡을 통해 마시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농도를 절반 이상 줄여준다. 고혈압과 심장병에 좋고,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숲이 좋은 것을 몸이 먼저 아는 듯,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꼭 밤이 아니어도 괜찮다. 편백 숲에는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3736m ‘말레길’이 있다. ‘말레’는 대청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장애인도 이 길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을 놓지 않았다. 정상까지 완만한 나무 데크를 따라 흙 한 번 밟지 않고 오른다.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황토흙집, 목조주택, 삼나무한옥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춰 밤하늘의 별과 피톤치드를 함께 만끽하기 좋다.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이청준, 한승원, 이승우, 송기숙 등 한국 현대 소설을 이끈 문인들이 나고 자란 곳이 바로 장흥이다. 먼저 들러야 할 곳은 회진면이다.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승원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한승원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재공원을 지나 한승원 생가와 신상리 해산한승원문학현장비까지 ‘한승원소설문학길’이 조성되었다. 한재공원에 오르면 회진면 일대와 노력도를 품은 남해가 보인다. 봄이면 10㎡에 이르는 이곳에 할미꽃이 가득 핀다.


한재공원에서 내려오면 고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진목마을이다.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끈 선생은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중편소설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진목마을은 이 묘사 그대로다. 마을 앞쪽 동산 같은 산 너머에는 회진 앞바다가 펼쳐지고, 마을 뒤쪽으로 천관산이 버티고 섰다.

마을 입구에서 표지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청준 생가가 보인다. 자그마한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마을에 들어서기 전, 〈천년학〉 세트장을 만난다. 〈천년학〉은 이청준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다. 임 감독은 이청준 연작소설 <서편제〉와 장편소설 <축제〉 등도 영화로 만들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자리한 곳이 장흥군 관산읍이다. 이곳에 10층 규모로 지은 정남진전망대가 있다. 보성과 고흥, 완도를 품은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문학의 고장 ‘장흥’

장흥은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장흥삼합’이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된장물회를 맛보자. 된장을 푼 시원한 국물에 열무김치를 푸짐하게 넣은 색다른 물회다.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리고 회를 듬뿍 얹어내는데,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숟가락을 바쁘게 만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천문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천문과학관
둘째 날: 한재공원→진목마을 이청준 생가→정남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정남진천문과학관 http://star.jangheung.go.k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57
- 정남진천문과학관 061)860-0651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7회(08:00~16:50) 운행, 약 5시간 소요. 광주-장흥,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05~20:3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버스타고 www.bustago.or.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제2순환도로→남해고속도로 장흥 IC→장흥읍→우드랜드길→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숙박 정보
- 스파리조트안단테: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100~3, www.andanteresort.com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장흥읍 우드랜드길, 061)864-0063, www.jhwoodland.co.kr
- 천관산자연휴양림: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huyang.go.kr
- 유치자연휴양림: 유치면 휴양림길, 061)863-6350, www.yuchi.or.kr


식당 정보
- 우리집횟집(된장물회): 회진면 회진선창길, 061)867-5208
- 끄니걱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명희네음식점(매생이탕):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3369, www.myunghee.net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보림사, 천관산문학공원, 방촌유물전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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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