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5극3특에 묻힌 육지섬 충북

바다섬은 특별해졌는데, 육지섬 전략은 어디 있나

지난 4일 윤갑근 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6·3 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충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지만 그동안 변방에 머물러야 했던 것은 제대로 된 전략과 추진력이 부족했고, 힘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중부권 특별자치도’ 구축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충북을 단순한 행정 단위가 아니라 국가 공간 전략의 중심축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선언은 단순한 지방선거 공약을 넘어 최근 국가 공간 전략의 변화와 맞물린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고, 이재명정부가 제시한 ‘5극3특’ 구상 속에서 충청권은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 있다. 형식적으로 충북은 충청권 안에 포함돼있다.

그러나 권역 통합이 진행될수록 충북의 독자적 존재감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동시에 제기된다.

비슷한 사례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나타났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되자 전북은 호남권 내부에서 전략적 공백을 우려하며 ‘전북특별자치도’를 추진했고,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특별자치도가 됐다. 권역 통합이 곧 지역의 존재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우리나라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 있는데, 우리는 그곳을 제주특별자치도라고 부른다. 사방이 수평선으로 막힌 공간이지만 그 고립은 오히려 브랜드가 됐다. 섬이라는 조건은 관광자원이 됐고 독립성은 특별자치라는 제도로 보상받았다.

물리적 단절은 전략 자산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제주는 더 이상 고립이 아니라 선택된 공간이 됐다.

그렇다면 육지로 둘러싸인 또 하나의 ‘섬’은 어떤가. 바다가 아니라 산과 도로 막힌 공간, 대한민국 유일의 내륙도 충청북도다. 바닷길이 없으니 항만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방이 타 시도로 둘러싸여 있지만 중심성은 힘이 아니라 경계로 작동해 왔다. 제주가 바다섬이라면 충북은 육지섬이다.

문제는 이번 ‘5극3특’ 구상에서 충북이 빠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충청권에 포함돼있다. 그러나 전국의 다른 도들이 각 권역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충북은 ‘충청권’이라는 큰 틀 속에 흡수돼 독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이름은 들어갔지만 역할은 흐릿하다. 이것이 더 본질적인 공백이다.

충북은 제주를 제외하면 인구가 가장 적은 도다. 인구 160만 가운데 청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회의원 수 역시 최소 축에 속하다 보니, 정치적 발언권은 구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작은 규모는 전략 집중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권역 통합 논리 속에서는 오히려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충북은 반도국인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도다. 항만이 없고 해상 물류 기반 자체도 없다.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지만 광역시는 배출하지 못했다. 경부 축을 공유하면서도 상징적 거점 도시를 갖지 못한 유일한 도다. 구조적으로 ‘지나는 공간’이 돼버린 셈이다.

충청권을 보면 대전과 세종은 행정·연구 중심이고 충남은 북부 산업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북은 무엇인가. ‘충청권의 일부’라는 설명은 가능하지만 ‘충북의 전략’은 무엇인지 선명하지 않다. 권역 통합은 있었지만 도 단위 전략 설계는 부족했다.

강원은 춘천·원주·강릉이 권역 거점으로 작동하고 전북은 전주·익산·군산이 하나의 도시권으로 이어졌다. 충남은 천안·아산·당진 등 북부 산업권이 형성됐다. 각 도는 권역 내 중심 역할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러나 충북은 청주 외에 뚜렷한 거점이 없다. 전략이 청주에 집중되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괴산과 보은은 소멸 고위험 지역에 포함됐다. 진천과 증평은 고령사회, 다수 지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산업·재정·복지 구조를 동시에 압박한다. 작은 도일수록 충격은 더 빠르게 온다. 권역 흡수형 구조는 이 문제를 세밀하게 다루기 어렵다.

충북의 또 다른 특징은 ‘영향력의 경계’다. 서쪽은 대전·세종 생활권, 서북부는 수도권 영향권, 동북은 강원권, 동남은 경북과 연결된다. 도내 결속보다 도외 연계가 더 강한 지역도 적지 않다. 이것은 약점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7개 시도와 접하는 유일한 교차 지점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는다. 5극3특이 권역 중심 전략이라면 권역 안의 ‘내륙 중추’는 어디인가. 충청권이 하나의 극이라면 그 안에서 충북의 독자 기능은 무엇인가. 지금 구조는 충청권 통합에는 기여하지만 충북의 전략적 정체성은 흐린 상태다. 빠진 것은 아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충북을 살리는 길은 ‘흡수’를 ‘중추’로 바꾸는 것이다. 바다가 없다는 것은 항만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신 철도와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전국 2시간 내 연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항만 중심이 아니라 철도와 데이터 중심의 내륙 물류 허브 전략이다.

또 하나는 초연결 실험 지대다. 대전·세종과 행정·연구 협력, 경기와 산업 연계, 강원과 관광·에너지 협력, 경북과 농생명·바이오 협력. 충북을 경계가 아니라 ‘다중 연결 허브’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흡수된 공간이 아니라 연결의 중심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청주 집중 구조도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인구 과반이 한 도시에 몰려 있다는 것은 정책 실험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AI 행정, 스마트 농업, 바이오 헬스, 첨단 배터리 산업을 묶어 ‘내륙형 혁신특구’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작은 도이기에 가능한 집중 모델이다.

소멸 위험 지역은 은퇴자 도시와 고령친화 산업 실증지로 전환할 수 있다. 의료·요양·치유 관광을 결합한 내륙형 실버 메가존. 산과 호수, 조용한 환경은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다. 초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는 도가 미래 산업 모델을 먼저 만들 수도 있다.

충북은 땅도 작고, 정치적 힘도 크지 않다. 그러나 작다는 것은 빠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심이 비어 있다는 것은 새로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빠졌느냐가 아니라 역할이 보이지 않느냐다.

이재명정부의 5극3특이 완성형이 아니라면 이제 권역 내부 전략을 세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충청권 안에서 충북의 독자 기능을 명확히 해 5극4특으로 가야 한다. ‘흡수된 도’가 아니라 ‘내륙 중추권’으로 재정의하는 것, 그것이 진짜 균형발전이다.

바다섬은 이미 특별해졌다. 이제 육지섬을 전략섬으로 만들 차례다. 충청권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략이 보이지 않으면 존재감도 약해진다. 충북을 권역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의 연결축으로 설계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공간 구조를 입체로 만드는 길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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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