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5박6일 ‘24시간 국회’의 민낯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종결–법안 표결’ 5차례

이번 2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하나의 공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법안 상정, 무제한 토론 요구, 24시간 경과, 종결 동의 표결, 본회의 가결, 그리고 곧바로 다음 법안 상정. 이 과정이 첫날부터 다섯 차례나 반복됐다.

절차는 모두 국회법 안에 있었으며 위법은 없었다. 그러나 정치의 평가는 합법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공간이라면, 그 법을 만드는 방식 또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합법의 반복
신뢰의 축적

결국 2월 임시국회는 ‘24시간 단위 입법’이라는 새로운 정치 풍경을 남겼다. 야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요구했고, 여당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으로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면 종결 표결, 통과되면 즉시 본회의 표결. 숫자는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숫자의 정확함이 정치의 설득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합법의 반복이 신뢰의 축적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1차 (2월24~25일), 상법 개정안 통과=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상정 직후 국민의힘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요건을 충족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회는 즉시 24시간 체제로 전환됐다.

이튿날 오후, 토론 개시 24시간이 경과하자 민주당은 곧장 종결 동의를 제출했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이어진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상정–토론–종결–표결이라는 구조가 처음 완성된 순간이었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를 예외로 규정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이 일련의 공식 안에서 처리된 만큼 향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2차 (2월25~26일),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통과= 이날 오후,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민주당이 주도한 일명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국회는 하루 만에 두 번째 24시간 구조에 진입했다.

같은 달 26일 오후, 24시간 경과 직후 종결 동의 표결이 이뤄졌고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다.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서 형법 개정안은 가결됐다.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 하루 뒤 종결, 즉시 통과라는 패턴이 명확해졌다.

임시국회 새로운 정치 풍경
첫날부터 다섯 차례나 반복

법왜곡죄는 판사·검사가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법리 왜곡이나 사실관계 조작으로 국민의 권리와 공정한 절차를 침해할 경우 처벌하도록 명문화했다. 사법 책임성 강화라는 명분은 분명했지만, 반복된 공식에 의해 법안이 통과돼 판사 위축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3차 (2월26~27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 통과= 이날 오후, 법왜곡제가 가결된 직후 역시 민주당 주도의 재판소원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또다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됐다.

다음 날 저녁, 24시간 경과 후 다시 종결 동의 표결이 이뤄졌고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다. 이어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 역시 같은 반복 구조 속에서 처리됐다.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보호 확대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동시에 사법 안정성 약화 우려도 존재한다. 제도 변화의 깊이에 비해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4차 (2월27~28일),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통과= 이날 재판소원제 통과 직후, 대법관 12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 주도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즉시 필리버스터를 요구했고 국회는 네 번째 24시간 구조에 진입했다.

다음 날인 28일 저녁, 24시간 경과 후 종결 동의가 가결됐다. 이어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최종 통과됐다. 사법 구조 개편 법안 3건이 나흘 사이에 연속 처리됐다.

대법관 증원은 적체 해소라는 현실적 명분과 권력 균형 변화라는 구조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처리 과정 역시 평가 대상이다. 속도는 있었지만 숙의의 밀도는 충분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5차 (2월28일~3월1일),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 외 통과= 이날 저녁, 사법 패키지 처리 직후 역시 민주당 주도의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됐다. 전자투표 도입과 재외국민 참여 확대 등 제도 전반을 손보는 전면 개편안이었다. 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3월1일 오후 3시30분, 필리버스터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법사위를 열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5박6일, 약 100시간 만인 3월1일 오후 3시47분경 종료됐다.

필리버스터
선택했지만…

본회의는 법안 처리를 위해 같은 날 저녁 다시 열렸고, 민주당 주도의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어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도 상정 직후 별도의 필리버스터 없이 곧바로 가결됐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3월3일까지 하루에 한 건씩 처리할 계획이었다.

결국 3월1일 오후를 기점으로,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경과–종결–표결’이라는 반복 공식과 이른바 ‘24시간 국회’의 구조는 깨졌다.

정족수와 24시간이 만든 입법 공식= 이번 2월 임시국회는 총 다섯 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진 기록으로 남았다.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했고, 토론은 정확히 24시간을 채운 뒤 곧바로 종결 동의 표결로 넘어갔다. 그리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고 이어진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는 사법 구조 개편 법안 세 건이 연속 처리됐다. 형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 다음 날 즉시 가결되는 동일한 경로대로 진행됐다. 입법 속도는 전례 없이 빨랐고 정치적 공방은 24시간이라는 시간 단위 안에 압축됐다.

특히 필리버스터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과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안까지 더해지며 다섯개 법안이 반복된 공식으로 가결됐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회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운영된 것이다. 다수는 정족수로 밀어붙였고 소수는 시간으로 맞섰다. 5박6일은 숫자의 기록이자 신뢰를 시험한 시간이었다.

상법 개정-투명성 강화와 시장의 신호= 지난달 25일 가결된 상법 개정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주주 권리 강화와 책임 경영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설득력이 있다.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개혁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기업 활동은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급격한 제도 변화는 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 정책 신호가 안정적으로 전달돼야 시장은 신뢰를 유지한다. 반복된 속도전 입법은 시장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개혁과 안정은 함께 가야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기업, 노동자, 투자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법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법은 통과됐지만 그 영향은 이제 현실에서 드러날 것이다. 제도 변화는 현장에서 평가받고, 신뢰는 결과로 축적된다.

법왜곡죄-책임 강화인가, 사법 위축의 시작인가= 지난달 26일 가결된 법왜곡죄는 사법 책임성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판결의 고의적 왜곡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사법 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기도 하다. 사법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일정 부분 국민 정서와 맞닿아 있다. 판결이 절대 영역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점에서 개혁의 명분은 분명하다.

충분한 협의?
폭넓은 논의?

그러나 사법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축이다. 판결 판단 과정이 형사적 책임의 영역으로 들어올 경우 판사의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법리 해석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인데, 그 경계를 어디까지 책임으로 볼 것인지 모호하다. 위축은 곧 소극적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책임 강화와 독립 보장은 정교한 균형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내용 못지않게 처리 과정이다. 사법 체계에 영향을 주는 형법 개정이 24시간 단위 구조 속에서 반복 처리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논의가 더 충분히 축적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절차적 합법성은 확보됐지만 숙의의 밀도는 평가 대상이다. 개혁은 속도보다 설득이 먼저다.

재판소원제-권리 확대의 이상과 구조 변화의 현실= 같은 달 27일 가결된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보호 확대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법원 판결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은 권리 구제의 폭을 넓힌다. 억울한 국민에게 또 하나의 통로를 열어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권리 중심 국가로의 진전을 상징한다. 이 취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사법 체계는 안정성이 핵심이다. 사실상 4심 구조가 형성될 경우 재판의 종결성이 약화될 수 있다. 판결의 확정성이 흔들리면 법적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는 사회 전반의 신뢰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권리 확대와 제도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관계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권한 중첩과 해석 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법 권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중대한 제도 변화는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24시간 단위 반복 구조는 그 깊이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 설계는 속도전이 아니다.

대법관 증원-적체 해소인가, 권력 구조 재편인가= 2월28일 가결된 대법관 증원은 사법 적체 해소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했다. 사건 처리 지연은 국민 불편으로 직결된다. 인원 확대는 즉각적 대응책처럼 보인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실무적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증원이 곧 구조 개선은 아니다. 재판 시스템과 사건 배당 구조, 판결 방식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인원 확대는 단기 처방일 뿐 장기 설계가 필요하다. 숫자는 늘릴 수 있지만 구조는 설계해야 한다. 제도는 총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표결 및 숫자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반복

사법 권력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관 수 증가는 판결 방향과 법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의 인사 추천 구조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중요하다. 사법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구조적 설계 위에서 유지된다. 단순 인원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직접민주주의의 확장과 정치 구조의 재설계= 지난 1일 가결된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은 헌법상 직접민주주의 장치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와 선거 제도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절차의 명확성과 접근성 확대는 국민 참여를 넓히는 방향이다. 주권자의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민주주의의 형식을 현대화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강력한 정치적 도구다. 의제 설정 방식에 따라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질문의 설계, 투표 시기, 캠페인 규칙 등 세부 구조가 결과를 좌우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참여를 확대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제도는 의도뿐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권력 구조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대통령, 국회, 헌법기관 간 권한 배분 속에서 국민투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반복적 활용은 대의제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제한은 형식적 장치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균형은 설계에서 나온다. 직접성과 숙의는 함께 가야 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지역 재편인가, 국가 공간 전략 신호인가= 이날 가결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방 소멸 위기와 행정 비효율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제시됐다. 인구 감소와 재정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는 선택지다. 광역 행정 단위를 재설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역 차원의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가진다. 공간 재구성이 곧 정책 역량의 확대라는 논리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단순한 조직 합병이 아니다. 권한 배분, 재정 조정, 인사 구조 등 복합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지역 정체성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갈등 가능성도 높다. 통합 이후의 권력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통합은 선언보다 설계가 핵심이다.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전략과의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 특정 지역의 통합이 다른 권역과 어떤 파급을 낳을지 예측이 필요하다. 연쇄적 통합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간 정책은 하나로 끝나는 선택이 아니라, 다음 결정을 부르는 흐름이다. 한 지역의 선택이 국가 전체 지형을 바꿀 수 있다.

합법의 반복은 신뢰를 보장할까= 이번 2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의 절차를 정확히 실행한 사례였다. 국회법 제106조의2는 무제한토론을 허용하면서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입법 과정은 이 조항이 설계한 절차가 그대로 작동한 사례였다. 상정, 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종결 동의, 본회의 표결. 모든 과정은 합법이었다.

2월이 남긴
분명한 질문

그러나 민주주의는 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다섯차례 반복된 24시간 구조는 정치적 효율성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목격한 것은 설득의 축적이 아니라 힘의 반복이었다.

숫자는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작동했다. 그러나 기계는 설득하지 않는다. 신뢰는 시간과 설명의 축적에서 나온다. 속도는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공감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 없이 반복되는 표결은 피로감을 남길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합법은 지켰다. 절차도 완비됐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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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