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6·3 지방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이 수도권 ‘후보 기근’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공천 신청을 거부하는 배수진을 쳤고, 나경원·신동욱 의원 등 유력 주자들마저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광역·기초단체장 공천 신청 마감 시한인 오후 6시는 물론, 공천관리위원회가 연장한 오후 10시까지도 후보 접수를 하지 않았다.
오 시장 측은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풀어낼 때 패배의 길을 승리의 길로 바꿀 수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장동혁 지도부의 응답을 촉구했다. 이는 당내 개혁소장파 등이 요구해 온 ‘윤 어게인(친윤 노선 회귀)’ 탈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切尹) 요구를 당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항의 표시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그간 줄곧 윤 전 대통령 관련 대응 등을 두고 당 노선 정비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문제는 오 시장만이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나 의원은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전날 불출마를 선언했고, 신 의원 역시 같은 날 “나아가기보다 잠시 멈춰서서 당에 헌신하는 길을 찾겠다”고 경선 불참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안철수 의원도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서울시장 공천 신청자는 윤희숙 전 의원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두 명에 그쳤다.
경기도지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은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원유철 전 의원, 조광한 최고위원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양향자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만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수도권 양대 승부처에서 유력 후보 없이 공천 절차가 진행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당내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오 시장이 빠진 경선은 사실상 선거 포기”라며 “민심과 괴리된 노선을 고집해 지지세를 바닥까지 떨어뜨린 지도부가 책임지고 수습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상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수도 서울에서 현직 시장이 소속 정당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전국 정당은커녕 영남 자민련도 못 되는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 경고를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우리는 경쟁 정당과 싸우기도 전에 자중지란 속에서 공멸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후 3시 열리는 긴급 의총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당내에선 장동혁 대표가 이 자리에서 종래와 다른 전향적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 대표는 지난 4일 개혁소장파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윤’을 요구했을 때도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은 바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개별적인 한 사람을 위해 룰이나 노선을 바꿀 수 없다”는 기류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직 서울시장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한 데다, 수도권 전반에 걸쳐 후보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의총 분위기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 일각에선 “아무리 당이 막장으로 가더라도 설마 오 시장 없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겠느냐”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어, 의총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절충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공천 기강은 반드시 세우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추가 모집은 규정과 관례에 따라 공관위의 심의와 의결로 가능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 역시 철저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논의돼야할 사안”이라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추가 공모가 이뤄지더라도 오 시장이 요구하는 노선 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당 내홍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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