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사는 중소형 아파트

부동산시장서 중소형 평형의 아파트는 ‘없어서 못 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성시대다. 공급 물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1~2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 최근 분양하는 신규 단지의 경우 최신 설계가 적용돼 넓은 공간감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형 평형의 공급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전용면적 85㎡이하의 중소형 평형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31만1773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공급 물량 33만6777가구 대비 2만5004가구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2025년 22만236가구, 2026년 12만3449가구로 해를 거듭할수록 중소형 평형의 공급은 줄어들 예정이다.

거듭할수록
공급은 줄어

반면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시장서 전용면적 61~85㎡의 중소형 평형 아파트의 매매는 2021년 10월 이후 최고 거래치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거래 규모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전국 아파트 전용면적 61~85㎡의 매매는 1만9404호로, 지난 2년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1만6578호) 대비 17.04%, 전년 동월(1만92 88호) 대비 0.6% 증가한 수치다.

동기간(올해 3월 기준) 전용면적 60㎡ 이하 거래량(1만6949호)과 전용면적 86㎡ 이상 거래량(3880호)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국내 세대당 인구(가족구성원) 감소에 따른 소가족화 현상에 따른 영향이 한몫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세대당 인구는 지난 2014년 2.48명에 달했지만, 2016년에는 2.43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18년 2.35명, 2020년 2.24명, 2022년 2.17명, 그리고 올해 3월 기준으로는 2.14명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에 공급되는 전용면적 61~85㎡의 신규 분양 아파트는 이 같은 소가족화 현상에 맞춘 공간 설계와 다른 전용면적 대비 경쟁력 있는 분양가를 내세우면서, 수요자들의 행방은 계속해서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를 필두로 가격 적정성과 공간 활용성이 돋보이는 틈새면적이 가성비 측면서 높은 주목을 받으며 거래량 상승을 견인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매매 진입장벽이 낮고, 입주 후에 유지 관리비가 적다는 것도 중소형 평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틈새면적
상승 견인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분양가 상승과 금리인상 등으로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서 비교적 낮은 가격에 새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중소형 평형에 수요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 희소성이 커진 만큼 올해 청약시장서 중소형 평형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중대형과 견줘도 무방할 정도로 수납공간이 많고, 실사용 면적도 높아진 만큼 2인가구나 3인가구 등 소가족이라면 해당 면적의 아파트를 적극적으로 노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중소형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가 회사 보유분 잔여세대 선착순 분양에 들어갔다. 단지는 후분양 단지로 즉시 입주 가능한 아파트이다.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동, 전용면적 59~84㎡ 총 771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1차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3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고금리에 1~2인 가구 꾸준히 증가
청약 몰리고 거래 늘고 ‘전성시대’

단지 전체가 남향 위주로 배치돼 조망과 채광을 극대화했다. 전용면적 74㎡와 84㎡ 타입은 안방 파우더룸 및 드레스룸이 있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침실 2 붙박이장, 시스템에어컨, 하이브리드쿡탑,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등 3000~4000만원에 상당하는 다양한 옵션을 무상제공하고 있다. 

단지 내에는 보행녹도를 설치했다. 단지 중앙에 위치한 ‘워터가든’, 소나무와 정원으로 만들어진 휴식 공간 ‘라운지 가든’, 티하우스에서 잔디밭을 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그린 파티오’, 초화원과 돌담, 수목 등으로 조성된 ‘스텝가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테마 놀이터와 물놀이 공간으로 꾸며진 ‘어린이 놀이터’ 등도 조성돼있다. 또 단지 내에 구립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다.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제13구역 재개발 단지인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15층, 12개동, 총 827세대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49~84㎡, 409세대가 일반에 분양된다. 특히 전용면적 84㎡에는 테라스 하우스 설계가 적용된 T84㎡ 타입 24가구가 포함된다.

소가족화
수요 쏠림

아이파크 브랜드와 걸맞은 혁신 특화설계를 적용해 주거민들의 편의를 높인다. 남향 및 판상형 위주의 평면계획으로 개방감을 극대화하며, 일부 84㎡ 평형에 경사지를 활용한 테라스하우스를 조성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다. 피트니스, 작은 도서관,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조성해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을 더할 전망이다.

단지가 위치한 서대문구는 비규제지역으로 세대주, 세대원 모두 청약이 가능하고, 주택 소유 여부나 재당첨 제한도 없다. 전매제한은 1년이며, 실거주 의무는 없다.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 DL건설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일원에 짓는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원하는 동·호수를 골라 즉시 계약할 수 있다. 

지하 3층~지상 20층, 6개동, 전용면적 59~98㎡, 총 458세대로 지어진다. 전용면적별로는 ▲59㎡ 189세대 ▲74㎡ 45세대 ▲79㎡ 37세대 ▲84㎡ 128세대 ▲98㎡ 59세대 등으로 구성된다. 내 집 마련 비용 최소화를 위한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e편한세상만의 특화 설계인 ‘C2 HOUSE(C2 하우스)’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입구에는 다양한 물품의 효율적 보관이 가능한 대형 현관 팬트리가 설치(일부 세대 제외)되며, 다용도실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병렬로 배치할 수 있는 원스톱 세탁존이 마련된다.

단지 내·외부에는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이 도입돼 공기질도 깨끗하게 유지된다. 또 지상에는 주차공간이 없는 100%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된다.


▲롯데캐슬 위너스포레= 롯데건설은 경기 오산시 양산동 일원에 짓는 ‘롯데캐슬 위너스포레’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7층, 16개동, 전용면적 59~103㎡, 총 1672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면적별 가구수는 ▲59㎡A 184가구 ▲59㎡B 63가구 ▲59㎡C 62가구 ▲75㎡A 209가구 ▲75㎡B 191가구 ▲84㎡A 648가구 ▲84㎡B 40가구 ▲84㎡C 50가구 ▲103㎡A 179가구 ▲103㎡B 46가구다.

‘국민평형’ 61~84㎡ 필두
가격 적정성·공간 활용성

단지는 행정구역상 오산시에 자리 잡고 있지만, 생활권은 병점 역세권 및 동탄신도시와 인접한 입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접한 양산 3·4구역 및 세마2구역 개발 완료 시 이 일대는 약 9000여가구의 브랜드 아파트가 밀집한 신흥주거타운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분양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공급 소식에 일찍부터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뜨겁다”며 “브랜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설계 및 커뮤니티시설과 탄탄한 대형 개발호재까지 있어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 현대건설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황금동 일원에 짓는 ‘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최고 40층, 5개동, 아파트 전용면적 82·83㎡, 총 337세대와 주거형 오피스텔 전용면적 84·89㎡ 총 74실로 이뤄졌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전 세대 판상형 평면 설계로 일조권은 물론 탁 트인 조망과 개방감을 확보했다. 상품 구성으로는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전용면적 82·83㎡(구 34·35평형) 337세대와 신혼부부 등 소가족을 위한 주거형 오피스텔 전용면적 84·89㎡ 74실로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고급화된 마감재 사용과 풀 빌트인 평면을 선보여 수분양자의 부담감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 전 주택형은 현관 팬트리 또는 복도 팬트리를 제공하고, 전용면적 82㎡B 주택형과 전용면적 82㎡D 주택형은 대형 주방팬트리도 별도로 제공되는 만큼 주거 쾌적성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전용면적 89㎡로 구성된 오피스텔도 3베이 판상형 설계를 적용했으며, 현관 또는 복도 팬트리를 제공한다.

판상형 평면
수납공간 ↑

여기에 우수한 공간 설계는 물론 전 세대 주방 상판과 벽체, 거실의 아트월타일은 이탈리아산 세라믹타일로 시공된다. 주방, 복도와 거실의 바닥, 벽체 및 욕실 벽체에는 포세린타일이 적용돼 품격 있는 세대 내 인테리어 효과를 제공한다.

전 세대 확장 발코니 평면(오피스텔 제외)을 선보여 세대 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오피스텔을 포함한 전 타입 시스템에어컨과 3연동 슬라이딩(일부 타입 스윙도어) 중문, 반침장이 설치된다. 타입별로 안방 붙박이장 또는 드레스룸 내 시스템 가구서랍장을 설치해 수납을 강화했다.

다양한 빌트인 가전도 적용된다. 냉장고(냉장·냉동·김치)를 비롯해 올인원 세탁건조기, 3구인덕션, 식기세척기, 기능성 오븐, 욕실비데, 의류관리기(에어드레서) 등 전 세대에 다양한 가전이 세대 내 설치된다. 하이엔드 아파트나 고급주상복합에 적용되는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가 각 세대에 설치돼 주거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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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