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튜브계 백종원’ 은현장

당당함 온데간데 없고…머리 숙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창업으로 서민 성공 신화를 썼던 은현장씨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씨는 네이버 카페 조회 수를 올리는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나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현장씨는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직접 가게를 찾아가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제2의 백종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그를 향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튜브를 접는 등 비판도 커지고 있다.

반지하서…
성공 신화

은씨는 어렸을 때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게서 네 식구가 다 자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반지하서 살았을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면서 가출을 하거나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와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당시 담임교사가 은씨에게 추천한 건 직업반에 진학해 요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은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파는 걸 목표로 살았다.

그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 곱창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치킨집까지 운영했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못했다. 이후 대박이 나게 되고 프랜차이즈로 급성장했다. 이 치킨집이 바로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다.


돈을 버는 삶에만 집중한 은씨는 건강 문제와 번아웃으로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200억원에 매각했고, 이후 현재까지 500억원 정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 놀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벌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돈 벌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의 곁에는 진정한 친구가 많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은씨는 몰려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없애려 유튜브판 골목식당 콘텐츠를 기획해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미, 재미, 명예, 자존심 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튜브를 그만두려고 벼랑 끝에 있을 때 즈음 유튜버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 측이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 영상이 바로 한강서 소주, 감자깡 먹는 영상이다. 원래의 구독자 수 목표는 10만명이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 타격을 입었거나 사업 수완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찾아가 가게를 심폐 소생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담으면서 또 다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30 사이서 열렬한 팬덤이 형성돼있는데, 그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거나 설루션 장소·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그 가게 앞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렇게 해당 가게를 접해본 지역 사람들이 단골이 돼 다시 가게를 찾으면서 영업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 매각해 대박
돈 버는 게 목표 어린 시절 생활고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와 달리 은씨는 ‘장사의 신’이란 타이틀에 ‘매울 신(辛)’ 자를 쓴다. 그리고 이름처럼 존폐 위기에 몰린 사장들에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가게가 왜 망할 수밖에 없는지, 생채기에 소금 뿌리듯 직언을 던지고 때로는 쌍욕을 퍼부으며 “잠은 죽어서 자라” “모든 걸 쏟아부어라”고 다그친다.


음식 맛, 메뉴판, 가격, 배달앱 팁 등 노하우가 전수되고, 무엇보다 업주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성공 비결을 전수하는 여느 멘토링 프로그램과 달리, 은씨의 채널이 유독 인기를 끌었던 건 다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재기 스토리를 은씨와 구독자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3평 고시원 살며 수천만원 빚에 허덕이는 장사 경력 17년 차 삼겹살집 사장, 코로나로 벌이가 사실상 끊기면서 이혼 위기에 내몰린 황태집 사장, 두 아이 아빠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가게 월세 내는 20대 족발집 사장 등 곡절 많은 사연을 가진 자영업자들이 진정성 있는 은씨의 솔루션과 구독자의 ‘돈쭐’에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은씨는 채널A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의정부 정육점 식당을 찾았을 당시 정체성 없는 메뉴 구성과 충격적인 국밥 육수 조리 과정이 공개돼 MC들을 충격에 빠트렸으나 눈물을 쏟아내며 절실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장의 진심에 은씨는 솔루션을 제시해 주기로 했다.

당시 그는 고기 손질법부터 ▲초벌 과정 ▲갈비 김치찌개 레시피까지 전수했다. 긴급 점검으로 불시에 정육점 식당을 찾은 은씨와 MC 제이쓴은 기대 속에 갈비 김치찌개를 시식하지만 기대와 달랐다.

사장들에게
매운맛 조언

당시 은씨는 “이건 김치찌개가 아니라 김칫국”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해당 방송에서의 은씨의 독설은 타 식당서도 마찬가지였다. 준비 기간도 없이 급하게 가게를 인수해 10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집을 찾은 은씨는 “도대체 이 가게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제 간식보다 더 많은 기성품을 판매 중인 데다, 수제 간식 클래스를 위해 만든 가게임을 알면서도 “클래스를 안 하는 게 목적”이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는 태도에 은씨는 화를 냈다. 이어지는 은씨의 일침에 그제야 사장은 “클래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채널A 시청자위원회 첫 회의에선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한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하는 은현장 대표가 자영업자를 돕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태도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이 같은 은씨의 독설은 지난해 11월 채널A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서 문제가 됐다. 채널A는 “제작진은 지속적으로 욕설과 비속어 금지하지만 독한 맛의 조언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욕설 비속어 금지는)향후 방송분에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는 “이와 함께 방송을 통해 독한 지적의 이유, 그 뒤에 숨은 진정성, ‘장사의 신’에 걸맞은 전문성을 알리는 장치 등을 준비해 반영하고 있다”며 “방송 기준 약 7주 전에 촬영이 시작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즉각 적용되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사과했다.

한 시청자위원은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 MC를 맡고 있는 은현장 대표가 사연자에게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 거슬렸다”며 “반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답변을 통해 “은씨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아무래도 유튜브서 장시간 본인 콘텐츠를 하면서 생긴 습관들이 아직 몸에 배어 있어서 초반에는 그런 색깔을 많이 빼내고 방송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뒤졌어!”
“짜증 나?”

또 다른 시청자위원도 “은씨가 도움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지나친 표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도를 넘는 표현이 꽤 있어서 업주도 불편하지만 시청자들도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시청자위원에 따르면, 불편하게 느낀 발언으로 1~2화서 “유튜브였으면 넌 뒤졌어” “야” “씨” “음식을 잘할 것 같지가 않아” “짜증 나” 등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은씨의 반말과 독설이 줄기도 했다. 강한 어조의 말을 할 때도 솔루션을 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효과를 내기 위해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위원들이 방송 내용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로 방송법에 근거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은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라이브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서 자신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거나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게시물을 전부 캡처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장되자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프랜차이즈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던 200억이 허위라는 사실과 매각처인 드라마 제작기업 초록뱀미디어의 계열사이자 연예기획사인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주가조작 연루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은씨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갖가지 의혹도 제기됐다. 은씨가 운영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사들인 기업의 공시에 따르면, 현금 10억원과 전환사채 50억원에 주식 매각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 은씨가 밝힌 매각 대금과 실제 매각액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됐다.

자영업자 솔루션 선행 뒤 잇단 논란
주가조작 의혹에 매크로 운용 나락행

이에 은씨는 “200억원의 매각 대금을 한 번에 받은 건 아니지만, 200억원을 받은 건 맞다”면서 계좌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제가 관련이 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회사 매각 대금 받은 것도 인증해서 올렸는데 안 믿고, 사업자 홈택스 캡처한 거 올렸는데도 안 믿는다”며 “주가조작 안 했다고 했는데도 안 믿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은씨는 또 ‘장사의 신’ 채널 운영은 중단을 통해 피해 규모를 입증하고, 배상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악플러들 때문에)내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증명하는 게 진짜 힘든데 제가 방송하지 않고 수익이 없으면 그걸로 증명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절대로 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비용으로 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같은 달 28일 해명 방송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의 슈퍼챗에 발끈해 각자 채널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씨의 취재 의지만 더 불태우게 되자 바로 사과하고 댓글로도 재차 사과했다. 다시 방송을 켜 유튜브 중단을 선언하고 2억원짜리 USB를 입수했다며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가 보낸 슈퍼챗 50만원도 돌려주겠다 약속했으나 다음 날까지 해당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는 지난달 29일 라이브를 통해 ‘장사의신 유니버스’로 묶인 것에 관해 “은씨와 절친한 사이가 아니다. 직접 은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은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서 “네이버 카페 운영에 대해 사죄드릴 게 있다”며 “2022년 8월경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고, 이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카페를 운영해본 지인의 소개로 카페 자동 관리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받은 전문가 플랫폼서 개발자에게 의뢰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다”며 “광고 글이나 회원들의 게시글에서 조회수를 10~15씩, 많을 땐 몇백씩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중지했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광고주들과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하겠다”고 했다.

200억
진실은?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자동으로 댓글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 어딜 봐서 큰 문제 없나” “결국 매크로가 맞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암암리에 (매크로)다 한다” “쇼핑몰은 리뷰 작업이랑 상위 노출하려고 저런 거 다 한다. 문제 삼으면 문제 되는 거고 ‘장사의 신’이 마음에 안 드니까 다들 이러는 것” 등의 옹호 의견도 제기됐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