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십자포화 맞은 백종원

탈탈 털리는 ‘장사의 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국내 대표 외식업체 ‘더본코리아’가 연이은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믿고 먹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기업이 식품 위생 문제부터 직원 관리 논란까지 다양한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종원 대표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더본코리아에는 치명적인 오점이 남았다.

최근 출시된 ‘빽햄’의 가격 및 품질 논란을 시작으로 식품 위생 문제,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 직원 관리 논란 등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서 이번 논란들이 브랜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선생의
양파 까기

논란은 더본코리아의 신제품 ‘빽햄’의 품질 문제를 필두로 시작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더본코리아는 빽햄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빽햄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부대찌개 브랜드인 ‘백’s 부대찌개’서 사용하던 햄을 가정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으로,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 이후, 제품의 성분과 가격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급격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더본코리아는 빽햄을 정가 5만1900원에서 2만8500원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가성비를 강조했지만, 돼지고기 함량이 주요 경쟁 제품인 ‘스팸’보다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은 85.4%로, 스팸의 함량 91.3%보다 낮았다.


햄 제품은 보통 고기 함량이 높을수록 품질이 좋다고 평가되는데, 빽햄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고기 함량이 낮은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 대표는 “빽햄은 부대찌개용으로 특화된 제품이라 일반 햄과 비교하기 어렵다. 조미가 추가돼 고기 함량이 낮아졌지만, 조리 시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빽햄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과거 ‘사과당’에 대한 그의 비판도 재조명 됐다. 백 대표가 2023년 충청남도 예산시장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였다. 예산시장은 충남지역 경제의 중심지 중 하나지만, 상권이 쇠퇴한 이후 백 대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심을 끌었다.

백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산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당시 백 대표는 예산시장 근처에 새로 입점한 사과파이 전문점 사과당을 언급하며 “가격이 비싸다” “내 이름을 이용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과당은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고급 사과파이를 판매하는 가게였으며, 한 개당 약 5000~6000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돼있었다. 이 발언 이후 사과당은 소비자들 사이서 논란이 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이 낮아야 하는데,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며 백 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후,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 내에 자체적인 사과파이 전문점 ‘애플양과점’을 오픈했다. 백 대표의 브랜드서 만든 사과파이는 한 개당 2500원으로, 사과당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로 인해 ‘사과당 죽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소비자들과 상인들은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작은 가게를 밀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빽햄부터 예산시장까지…줄줄이 도마에
‘가성비’ 강조하던 백선생 품질 논란도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빽햄 논란에 백종원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과당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던 백종원이 정작 본인이 비싼 제품을 팔고 있다”며 “자기 기준으로 남을 평가해놓고 자기 제품은 예외라는 태도가 문제”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 대표가 충청남도 예산군서 진행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된 된장 공장이 농업진흥구역 내에서 불법 운영됐으며, 이 과정서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된장을 생산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예산시장은 백 대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수년간 공들인 프로젝트의 중심지였으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실제 사업 운영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산군은 백 대표의 고향이자, 그가 직접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백 대표가 개인적으로 추진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예산시장의 음식점 및 전통시장 환경 개선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입점 및 신메뉴 개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개발 및 판매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백 대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국내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해 지역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그의 이러한 발언과 사업 운영 방식이 충돌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더본코리아는 예산군에 ‘백석공장’을 설립했다. 백석공장은 예산시장서 판매되는 일부 식품의 가공 및 유통을 담당하는 곳으로, 된장, 간장 등 장류 제품을 생산하며 지역 특산물과 연계된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백석공장이 위치한 부지가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점이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업 활동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해당 지역 내에서는 비농업용 건축물의 신축 및 변경이 엄격히 제한된다. 백석공장은 이 구역 내에서 농업 관련 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서 불법 운영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은 “농업진흥구역서 식품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백 대표가 예산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지역 농업 보호 원칙을 어긴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비싸다더니
비싸게 팔아

더본코리아는 일부 제품이 원산지 표기법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 입건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특정 제품의 원재료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했으나, 실제로는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원산지 표기법에 따르면, 식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오인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행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강조해 온 백 대표의 브랜드서 이 같은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원산지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된 것은, 백 대표가 그동안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서 ‘국내산 원재료 사용’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국내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상생을 강조했던 데 반해, 더본코리아가 정작 자사 제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된장 공장 운영 논란과 함께 백석공장 부지 내 비닐하우스를 창고로 불법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비닐하우스는 원래 농산물 재배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더본코리아는 이를 제품 보관 창고로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비농업적 용도로 비닐하우스를 사용할 경우 위법에 해당하며, 해당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본코리아는 “비닐하우스를 원상 복구했으며, 더 이상의 위법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농업 관계자들은 “소상공인이나 개인 농민들은 농지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는데, 대기업이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더본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서 공개된 영상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왔다. 문제의 영상에서는 직원이 농약 분무기에 넣은 사과주스를 바비큐용 고기에 뿌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위생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설마 실제로 농약을 담았던 분무기를 재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본코리아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장비는 농업용이 아니라 식품 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식품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철저히 관리했어야 한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품 기업이 조리 도구를 사용할 때는 위생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기업의 내부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닐하우스
불법 사용

이와 함께 바비큐 조리에 사용된 그릴이 공사장서 사용되는 철재 자재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비자들은 “전문적인 식재료와 식기 관리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하며, 외식업체로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서도 식품 안전 논란이 발생했다. 일부 매장서 플라스틱(PET) 용기에 담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해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PET는 높은 온도서 변형될 가능성이 크며 특정 화학물질이 용출될 가능성도 있어, 식품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자레인지 가열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실은 한 소비자가 SNS를 통해 제보하면서 확산됐다.

한 소비자는 빽다방서 PET 용기에 담긴 ‘크림빵’ 제품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비자는 해당 장면을 촬영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용기인지 걱정된다. 식품 업체라면 기본적인 안전 기준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용기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렇게 제공하는 게 맞는 거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글이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다른 소비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더본코리아 식품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으며, 소비자들은 “안전 기준조차 모르는 직원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해당 사례가 ‘신입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빽다방에서는 PET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도록 교육한 적이 없으며, 이번 사례는 직원이 실수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모든 매장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본코리아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새마을식당도 ‘직원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 직원들의 제보에 따르면, 더본코리아가 특정 직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채용에 제한을 뒀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마을식당 가맹점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비공개 온라인 카페서 ‘직원 블랙리스트’ 라는 게시판이 운영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게시판은 2022년경 개설됐으며, 점주들 간에 문제가 있는 직원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위기의 더본, 하다 하다…
원산지 표기법 위반 입건

게시판 운영 방식에 대한 제보에 따르면, 특정 직원이 퇴사한 후 점주들이 해당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공유하며 성격, 태도, 업무 능력 등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새로 채용할 점주들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해당 게시판에 기록된 후 더본코리아 계열 매장 재취업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본코리아가 본사 차원서 직원 관리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에 더본코리아는 “본사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서 직원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것은 맞지만, 본사 차원서 이를 관리하거나 개입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게시판은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점주들에게도 공정한 고용 관행을 준수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가맹점 관계자들은 본사와 무관하다는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사가 운영하지 않았다면 왜 블랙리스트가 특정 계열 매장에서만 적용됐는지, 점주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한 것이라지만 본사와 연결된 직원 평가가 공유된 것은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본코리아는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더본코리아의 기업 이미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브랜드들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백종원을 광고모델서 제외하기 시작했으며, 더본코리아는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된 논란에 백종원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상장사로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사적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사과문에 누리꾼들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냐”며 비난을 이었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백 대표는 2차 사과문을 발표하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백 대표는 “최근 발생한 논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내부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더본코리아는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보다 나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거듭된 사과문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2차 사과문조차 “형식적인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개선책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깊이 반성”
재차 고개 숙여

연이은 논란과 법적 문제, 소비자 신뢰 하락이 겹치면서 더본코리아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 ‘장사의 신’ ‘골목식당 해결사’로 불렸던 백 대표가 연이은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식품 전문가들은 “원산지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사안으로 기업의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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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