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십자포화 맞은 백종원

탈탈 털리는 ‘장사의 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국내 대표 외식업체 ‘더본코리아’가 연이은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믿고 먹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기업이 식품 위생 문제부터 직원 관리 논란까지 다양한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종원 대표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더본코리아에는 치명적인 오점이 남았다.

최근 출시된 ‘빽햄’의 가격 및 품질 논란을 시작으로 식품 위생 문제,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 직원 관리 논란 등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서 이번 논란들이 브랜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선생의
양파 까기

논란은 더본코리아의 신제품 ‘빽햄’의 품질 문제를 필두로 시작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더본코리아는 빽햄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빽햄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부대찌개 브랜드인 ‘백’s 부대찌개’서 사용하던 햄을 가정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으로,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 이후, 제품의 성분과 가격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급격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더본코리아는 빽햄을 정가 5만1900원에서 2만8500원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가성비를 강조했지만, 돼지고기 함량이 주요 경쟁 제품인 ‘스팸’보다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은 85.4%로, 스팸의 함량 91.3%보다 낮았다.


햄 제품은 보통 고기 함량이 높을수록 품질이 좋다고 평가되는데, 빽햄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고기 함량이 낮은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 대표는 “빽햄은 부대찌개용으로 특화된 제품이라 일반 햄과 비교하기 어렵다. 조미가 추가돼 고기 함량이 낮아졌지만, 조리 시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빽햄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과거 ‘사과당’에 대한 그의 비판도 재조명 됐다. 백 대표가 2023년 충청남도 예산시장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였다. 예산시장은 충남지역 경제의 중심지 중 하나지만, 상권이 쇠퇴한 이후 백 대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심을 끌었다.

백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산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당시 백 대표는 예산시장 근처에 새로 입점한 사과파이 전문점 사과당을 언급하며 “가격이 비싸다” “내 이름을 이용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과당은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고급 사과파이를 판매하는 가게였으며, 한 개당 약 5000~6000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돼있었다. 이 발언 이후 사과당은 소비자들 사이서 논란이 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이 낮아야 하는데,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며 백 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후,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 내에 자체적인 사과파이 전문점 ‘애플양과점’을 오픈했다. 백 대표의 브랜드서 만든 사과파이는 한 개당 2500원으로, 사과당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로 인해 ‘사과당 죽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소비자들과 상인들은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작은 가게를 밀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빽햄부터 예산시장까지…줄줄이 도마에
‘가성비’ 강조하던 백선생 품질 논란도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빽햄 논란에 백종원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과당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던 백종원이 정작 본인이 비싼 제품을 팔고 있다”며 “자기 기준으로 남을 평가해놓고 자기 제품은 예외라는 태도가 문제”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 대표가 충청남도 예산군서 진행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된 된장 공장이 농업진흥구역 내에서 불법 운영됐으며, 이 과정서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된장을 생산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예산시장은 백 대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수년간 공들인 프로젝트의 중심지였으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실제 사업 운영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산군은 백 대표의 고향이자, 그가 직접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백 대표가 개인적으로 추진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예산시장의 음식점 및 전통시장 환경 개선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입점 및 신메뉴 개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개발 및 판매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백 대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국내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해 지역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그의 이러한 발언과 사업 운영 방식이 충돌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더본코리아는 예산군에 ‘백석공장’을 설립했다. 백석공장은 예산시장서 판매되는 일부 식품의 가공 및 유통을 담당하는 곳으로, 된장, 간장 등 장류 제품을 생산하며 지역 특산물과 연계된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백석공장이 위치한 부지가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점이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업 활동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해당 지역 내에서는 비농업용 건축물의 신축 및 변경이 엄격히 제한된다. 백석공장은 이 구역 내에서 농업 관련 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서 불법 운영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은 “농업진흥구역서 식품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백 대표가 예산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지역 농업 보호 원칙을 어긴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비싸다더니
비싸게 팔아

더본코리아는 일부 제품이 원산지 표기법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 입건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특정 제품의 원재료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했으나, 실제로는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원산지 표기법에 따르면, 식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오인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행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강조해 온 백 대표의 브랜드서 이 같은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원산지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된 것은, 백 대표가 그동안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서 ‘국내산 원재료 사용’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국내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상생을 강조했던 데 반해, 더본코리아가 정작 자사 제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된장 공장 운영 논란과 함께 백석공장 부지 내 비닐하우스를 창고로 불법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비닐하우스는 원래 농산물 재배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더본코리아는 이를 제품 보관 창고로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비농업적 용도로 비닐하우스를 사용할 경우 위법에 해당하며, 해당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본코리아는 “비닐하우스를 원상 복구했으며, 더 이상의 위법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농업 관계자들은 “소상공인이나 개인 농민들은 농지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는데, 대기업이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더본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서 공개된 영상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왔다. 문제의 영상에서는 직원이 농약 분무기에 넣은 사과주스를 바비큐용 고기에 뿌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위생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설마 실제로 농약을 담았던 분무기를 재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본코리아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장비는 농업용이 아니라 식품 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식품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철저히 관리했어야 한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품 기업이 조리 도구를 사용할 때는 위생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기업의 내부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닐하우스
불법 사용

이와 함께 바비큐 조리에 사용된 그릴이 공사장서 사용되는 철재 자재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비자들은 “전문적인 식재료와 식기 관리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하며, 외식업체로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서도 식품 안전 논란이 발생했다. 일부 매장서 플라스틱(PET) 용기에 담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해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PET는 높은 온도서 변형될 가능성이 크며 특정 화학물질이 용출될 가능성도 있어, 식품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자레인지 가열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실은 한 소비자가 SNS를 통해 제보하면서 확산됐다.

한 소비자는 빽다방서 PET 용기에 담긴 ‘크림빵’ 제품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비자는 해당 장면을 촬영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용기인지 걱정된다. 식품 업체라면 기본적인 안전 기준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용기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렇게 제공하는 게 맞는 거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글이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다른 소비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더본코리아 식품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으며, 소비자들은 “안전 기준조차 모르는 직원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해당 사례가 ‘신입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빽다방에서는 PET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도록 교육한 적이 없으며, 이번 사례는 직원이 실수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모든 매장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본코리아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새마을식당도 ‘직원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 직원들의 제보에 따르면, 더본코리아가 특정 직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채용에 제한을 뒀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마을식당 가맹점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비공개 온라인 카페서 ‘직원 블랙리스트’ 라는 게시판이 운영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게시판은 2022년경 개설됐으며, 점주들 간에 문제가 있는 직원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위기의 더본, 하다 하다…
원산지 표기법 위반 입건

게시판 운영 방식에 대한 제보에 따르면, 특정 직원이 퇴사한 후 점주들이 해당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공유하며 성격, 태도, 업무 능력 등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새로 채용할 점주들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해당 게시판에 기록된 후 더본코리아 계열 매장 재취업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본코리아가 본사 차원서 직원 관리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에 더본코리아는 “본사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서 직원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것은 맞지만, 본사 차원서 이를 관리하거나 개입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게시판은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점주들에게도 공정한 고용 관행을 준수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가맹점 관계자들은 본사와 무관하다는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사가 운영하지 않았다면 왜 블랙리스트가 특정 계열 매장에서만 적용됐는지, 점주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한 것이라지만 본사와 연결된 직원 평가가 공유된 것은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본코리아는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더본코리아의 기업 이미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브랜드들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백종원을 광고모델서 제외하기 시작했으며, 더본코리아는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된 논란에 백종원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상장사로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사적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사과문에 누리꾼들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냐”며 비난을 이었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백 대표는 2차 사과문을 발표하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백 대표는 “최근 발생한 논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내부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더본코리아는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보다 나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거듭된 사과문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2차 사과문조차 “형식적인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개선책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깊이 반성”
재차 고개 숙여

연이은 논란과 법적 문제, 소비자 신뢰 하락이 겹치면서 더본코리아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 ‘장사의 신’ ‘골목식당 해결사’로 불렸던 백 대표가 연이은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식품 전문가들은 “원산지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사안으로 기업의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