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십자포화 맞은 백종원

탈탈 털리는 ‘장사의 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국내 대표 외식업체 ‘더본코리아’가 연이은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믿고 먹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기업이 식품 위생 문제부터 직원 관리 논란까지 다양한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종원 대표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더본코리아에는 치명적인 오점이 남았다.

최근 출시된 ‘빽햄’의 가격 및 품질 논란을 시작으로 식품 위생 문제,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 직원 관리 논란 등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서 이번 논란들이 브랜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선생의
양파 까기

논란은 더본코리아의 신제품 ‘빽햄’의 품질 문제를 필두로 시작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더본코리아는 빽햄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빽햄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부대찌개 브랜드인 ‘백’s 부대찌개’서 사용하던 햄을 가정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으로,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 이후, 제품의 성분과 가격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급격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더본코리아는 빽햄을 정가 5만1900원에서 2만8500원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가성비를 강조했지만, 돼지고기 함량이 주요 경쟁 제품인 ‘스팸’보다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은 85.4%로, 스팸의 함량 91.3%보다 낮았다.


햄 제품은 보통 고기 함량이 높을수록 품질이 좋다고 평가되는데, 빽햄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고기 함량이 낮은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 대표는 “빽햄은 부대찌개용으로 특화된 제품이라 일반 햄과 비교하기 어렵다. 조미가 추가돼 고기 함량이 낮아졌지만, 조리 시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빽햄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과거 ‘사과당’에 대한 그의 비판도 재조명 됐다. 백 대표가 2023년 충청남도 예산시장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였다. 예산시장은 충남지역 경제의 중심지 중 하나지만, 상권이 쇠퇴한 이후 백 대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심을 끌었다.

백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산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당시 백 대표는 예산시장 근처에 새로 입점한 사과파이 전문점 사과당을 언급하며 “가격이 비싸다” “내 이름을 이용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과당은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고급 사과파이를 판매하는 가게였으며, 한 개당 약 5000~6000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돼있었다. 이 발언 이후 사과당은 소비자들 사이서 논란이 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이 낮아야 하는데,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며 백 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후,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 내에 자체적인 사과파이 전문점 ‘애플양과점’을 오픈했다. 백 대표의 브랜드서 만든 사과파이는 한 개당 2500원으로, 사과당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로 인해 ‘사과당 죽이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소비자들과 상인들은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작은 가게를 밀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빽햄부터 예산시장까지…줄줄이 도마에
‘가성비’ 강조하던 백선생 품질 논란도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빽햄 논란에 백종원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과당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던 백종원이 정작 본인이 비싼 제품을 팔고 있다”며 “자기 기준으로 남을 평가해놓고 자기 제품은 예외라는 태도가 문제”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 대표가 충청남도 예산군서 진행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된 된장 공장이 농업진흥구역 내에서 불법 운영됐으며, 이 과정서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된장을 생산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예산시장은 백 대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수년간 공들인 프로젝트의 중심지였으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실제 사업 운영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산군은 백 대표의 고향이자, 그가 직접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백 대표가 개인적으로 추진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예산시장의 음식점 및 전통시장 환경 개선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입점 및 신메뉴 개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개발 및 판매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백 대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국내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해 지역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그의 이러한 발언과 사업 운영 방식이 충돌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더본코리아는 예산군에 ‘백석공장’을 설립했다. 백석공장은 예산시장서 판매되는 일부 식품의 가공 및 유통을 담당하는 곳으로, 된장, 간장 등 장류 제품을 생산하며 지역 특산물과 연계된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백석공장이 위치한 부지가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점이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업 활동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해당 지역 내에서는 비농업용 건축물의 신축 및 변경이 엄격히 제한된다. 백석공장은 이 구역 내에서 농업 관련 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서 불법 운영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은 “농업진흥구역서 식품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백 대표가 예산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지역 농업 보호 원칙을 어긴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비싸다더니
비싸게 팔아

더본코리아는 일부 제품이 원산지 표기법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 입건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특정 제품의 원재료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했으나, 실제로는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원산지 표기법에 따르면, 식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오인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행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강조해 온 백 대표의 브랜드서 이 같은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원산지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된 것은, 백 대표가 그동안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서 ‘국내산 원재료 사용’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국내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상생을 강조했던 데 반해, 더본코리아가 정작 자사 제품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된장 공장 운영 논란과 함께 백석공장 부지 내 비닐하우스를 창고로 불법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비닐하우스는 원래 농산물 재배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더본코리아는 이를 제품 보관 창고로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비농업적 용도로 비닐하우스를 사용할 경우 위법에 해당하며, 해당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본코리아는 “비닐하우스를 원상 복구했으며, 더 이상의 위법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농업 관계자들은 “소상공인이나 개인 농민들은 농지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는데, 대기업이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더본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서 공개된 영상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왔다. 문제의 영상에서는 직원이 농약 분무기에 넣은 사과주스를 바비큐용 고기에 뿌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위생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설마 실제로 농약을 담았던 분무기를 재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본코리아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장비는 농업용이 아니라 식품 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식품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철저히 관리했어야 한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품 기업이 조리 도구를 사용할 때는 위생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기업의 내부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닐하우스
불법 사용

이와 함께 바비큐 조리에 사용된 그릴이 공사장서 사용되는 철재 자재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비자들은 “전문적인 식재료와 식기 관리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하며, 외식업체로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서도 식품 안전 논란이 발생했다. 일부 매장서 플라스틱(PET) 용기에 담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해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PET는 높은 온도서 변형될 가능성이 크며 특정 화학물질이 용출될 가능성도 있어, 식품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자레인지 가열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실은 한 소비자가 SNS를 통해 제보하면서 확산됐다.

한 소비자는 빽다방서 PET 용기에 담긴 ‘크림빵’ 제품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비자는 해당 장면을 촬영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용기인지 걱정된다. 식품 업체라면 기본적인 안전 기준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용기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렇게 제공하는 게 맞는 거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글이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다른 소비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더본코리아 식품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으며, 소비자들은 “안전 기준조차 모르는 직원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해당 사례가 ‘신입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빽다방에서는 PET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도록 교육한 적이 없으며, 이번 사례는 직원이 실수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모든 매장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본코리아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새마을식당도 ‘직원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 직원들의 제보에 따르면, 더본코리아가 특정 직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채용에 제한을 뒀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마을식당 가맹점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비공개 온라인 카페서 ‘직원 블랙리스트’ 라는 게시판이 운영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게시판은 2022년경 개설됐으며, 점주들 간에 문제가 있는 직원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위기의 더본, 하다 하다…
원산지 표기법 위반 입건

게시판 운영 방식에 대한 제보에 따르면, 특정 직원이 퇴사한 후 점주들이 해당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공유하며 성격, 태도, 업무 능력 등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새로 채용할 점주들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해당 게시판에 기록된 후 더본코리아 계열 매장 재취업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본코리아가 본사 차원서 직원 관리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에 더본코리아는 “본사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서 직원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것은 맞지만, 본사 차원서 이를 관리하거나 개입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게시판은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점주들에게도 공정한 고용 관행을 준수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가맹점 관계자들은 본사와 무관하다는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사가 운영하지 않았다면 왜 블랙리스트가 특정 계열 매장에서만 적용됐는지, 점주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한 것이라지만 본사와 연결된 직원 평가가 공유된 것은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본코리아는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더본코리아의 기업 이미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브랜드들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백종원을 광고모델서 제외하기 시작했으며, 더본코리아는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된 논란에 백종원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상장사로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사적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사과문에 누리꾼들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냐”며 비난을 이었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백 대표는 2차 사과문을 발표하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백 대표는 “최근 발생한 논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내부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더본코리아는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보다 나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거듭된 사과문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2차 사과문조차 “형식적인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개선책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깊이 반성”
재차 고개 숙여

연이은 논란과 법적 문제, 소비자 신뢰 하락이 겹치면서 더본코리아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 ‘장사의 신’ ‘골목식당 해결사’로 불렸던 백 대표가 연이은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식품 전문가들은 “원산지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사안으로 기업의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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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