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한중 온도 차 “전면 중단” VS “해오던 대로…”

해수부 관계자 “이미 8개현 금지 조치 중이라…”
조승환 장관 국회서 “직접적 어민 피해 없을 것”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일본 정부가 지난 24일, 예고했던 대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이날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 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1시경,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지난 22일 방류 결정에 따라 사전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돼왔던 오염수가 바닷물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중국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항의와 함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중국은 그 동안 일본에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 메시지를 내왔던 바 있다.

또 다루미 히데오 주중일본대사를 초치해 “중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에 공공연히 핵오염의 위험을 전가하고 지역과 세계 각국 민중의 복지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보다 더 인접해 있는 한국은 어떤 입장일까? 이날 윤석열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피해 어민 지원 예산을 5000억원 규모로 책정하겠다”고 밝힌 것 외엔 일본 수산물 금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한 총리는 “내년엔 올해보다 지원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며 “정부는 내년도 피해 어민 지원 예산을 5000억원 규모로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수산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나가겠다. 가격 안정화를 위한 수산물 비축‧수매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지원할 것”이라며 “수산물 긴급경영안정자금을 5배 확대하고 대출한도를 한시적으로 상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같은 정부 기조는 사전예방보다는 사후약방문(이미 죽고 나서 약도 아닌 처방전이 나온 상황을 일컫는 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어민 지원을 위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또 관련 부처인 해양해수산부(장관 조승환)는 단 한 줄짜리 입장문조차 내지 않았다. 

다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정은 현재처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도 앞으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국민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후쿠시마산 어패류가 식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함께 챙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이 어제 일본산 수산물 수입에 대한 전면 중단을 선언했는데 한국은 별다른 입장이 없느냐’는 <일요시사> 질문에 “앞서 2019년 4월, 일본의 WTO 패소 후 이미 일본 후쿠시마 등 인근 8개현 생산되는 일본 수산물을 일체 금지해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금지 조치를 유지해오고 있는 만큼 같은 입장을 두 번 낼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정 지역 수산물에 대한 금지보다는 중국처럼 아예 일본산 수산물 자체를 금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과는 달리 일본과 인접해 있는 한국서 이전보다 더욱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중국은 “오염수 해양 배출로 인한 방사성 오염 위협을 전면적으로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며, 수입식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본을 원산지로 하는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혀 대비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게시 중인 해수부 홈페이지 ‘해양방사성물질 긴급조사’ 내용 중 ‘국내 75개 국외 8개’ 측정 장비에 대해선 “국내 75개소는 물론, 공해인 8개소의 일본 해상 해역도 한국 장비들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수의 방사성물질이 나오는 데 반해 분석 항목이 134Cs(세슘134), 137Cs(세슘137), 3H(삼중수소)로 국한돼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세 방사성물질들이 검출이 잘되는 데다, 국제적으로 방사능 검사 시 대표적인 방사능 대표 핵종으로 분류되는 물질”이라고 답했다.

지난 24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한다. 우리 어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조 장관은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우리나라 어민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25일,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사)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수연, 회장 김성호)는 수산물 안전관리시스템 구축과 소비 촉진 등 피해 어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수연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일본 정부가 기어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다. 어민 그 누구도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찬성하지 않았다”며 “우리 어민들은 국민 생명과 바다 먹거리 안전 위협, 수산업‧어촌‧어업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만큼 오염수 투기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국 국민은 물론 주변국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방류를 시작한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주변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인권을 완전히 짓밟는 무책임한 처사로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대형 원전사고로 막대한 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투기된 전례가 없기에 어떤 악영향을 초래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과 과학이라는 잣대를 내세우는 것만으론 국민적 불안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며 “원전 전문가들의 ‘우리 바다와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의견과 관계없이 수산물 소비 침체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수연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수산물 소비 기피, 수출 감소 등 자국 어민들을 위해 ‘어민지원기금 조성’으로 관련 피해까지 수십년 동안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도 수산물 소비 침체에 따른 소비 촉진사업, 소비 침체로 인한 적체물량 비축, 어가 경영 안정 대책 등 장기적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수산물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물론 어민들도 그만큼 덜 불안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수산물 안전과 위생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안전관리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올바른 정보를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종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일본 정부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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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