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핵 전문가 서균렬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를 말하다

“시찰단 파견? 일본 홍보용 ‘립 서비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논쟁이 거세다. 12년 만에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기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인체 유해성과 해양 오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에 제동을 걸지 않는 이가 대부분이다. 위험성을 직접 언급하고 나선 이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유일하다.

“남들이 소설 쓰지 말라고 하지만 정말 소설이길 바란다. 해양 오염이 먹거리 파괴로 이어져 수십년 후 국민들의 식탁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불보듯 뻔하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모처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강조한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유일하게 반대하면서 ‘학계 아웃사이더’로 불리고 있는 서 명예교수는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자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셔틀외교
복원 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현장 내 물탱크에 보관해온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정화 처리한 뒤 올여름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ALPS로 한 차례 정화한 뒤 원전 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해왔다. 이 물탱크가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은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 오염수엔 ALPS로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해양 방출 시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서 계속됐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시찰단 파견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찰단의 성격과 활동 내용 등을 두고 한일 당국이 ‘온도 차이’를 보였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정부의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시찰단 파견에 대해 “(현지서)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시찰단은 오는 23~24일 이틀간 일본에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시설을 둘러보는 것 외엔 사실상 추가적인 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기시다 도끼에 발등 찍힌 윤석열? 시찰 인식 오락가락
사실상 일본편 IAEA…미, 묵인으로 방류 암묵적 승인

그러나 현재 정부 당국자들은 사찰단이 순수하게 일본서 활동하는 기간만 23~24일 이틀로 잡고, ‘22일 출국, 25일 입국’ 등으로 최소 3박4일 간 파견이며 일본 측과 일정에 대해 조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시찰단 파견을 통해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 중인 관련 조사와 별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기술적으로 평가·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같은 날 회견서 “(한국 시찰단은)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한국 측 이해를 심화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측이 우리 시찰단의 관련 정보 제공 등 요구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서 교수는 “일본이 그냥 떠다 주는 깨끗한 물이 아니기 때문에 10년이 넘은 (물탱크 속)찌꺼기나 원전 주변 바다에 서식하는 해조류·어패류, 오염토 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시찰단 파견은)의미가 크다고 볼 수 없다. IAEA와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시찰이 ‘단순히 둘러보는 것’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당국이 이를 부인하면서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IAEA가 지난 6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손을 들어줘 시찰단을 보내는 게 무의미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괴담이
아니다”

서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시찰만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알기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방사능의 파장은 수십년간 축적을 거쳐 현실로 다가온다. 반감기가 있다고는 하나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그렇지 않은 핵물질이 더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찰단은 윤석열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괴담이 가짜일 수도 있는 안전성을 홍보해주는 ‘립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시찰단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오는 6월 IAEA 전문가 그룹의 최종 보고서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방류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시찰단이 검증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심층 분석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중 언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4호기다. 4호기는 원자로 안에 핵연료는 없었지만 핵연료 저장소라는 게 위에 있다. 노심이라고 하는 핵연료 전량이 녹고, 녹으면 온도가 4000도 된다”며 “녹아서 쌓인 잔해가 데브리인데 1, 2, 3, 4호기 전체 물의 양이 1000톤쯤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처리해야 될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 양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고 또 농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당국이 정화 후 방류하겠다는 오염수는 원전 내부에 있는 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현재 약 1060개의 저장 용기에 가득 찬 물을 가리킨다.

서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어떠한 언급도 없는 게 문제다. 원전 안에 있는 물은 저장용기 탱크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농도가 높다. 적게는 100배, 많게는 1만배가 된다. 외부 탱크에 있는 물이 137만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하수가 매일 흐른다는 가정하에 30년 동안 방류한다고 치면 배를 방류시키겠다는 얘기다. 지금 도쿄전력은 137만톤의 물을 10배로 희석하겠다고 언급까지 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5~10년
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삼중수소다. 인체에 유해한 것은 맞지만 사실상 물과 다를 바 없어 방류 과정서 자연스레 희석된다.

서 교수는 삼중수소가 아닌 다른 방사성 물질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플루토늄, 탄소14, 바륨, 코발트 등이 있다. 삼중수소는 설계의 잘못으로 어차피 없애지 못한다. 물론 삼중수소가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체에 들어가게 되면 흡착돼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방사성 물질은 5~10년 후 혈액암과 백혈병 등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IAEA서 나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보고서도 편파적이라는 평가다.

서 교수는 “불완전하고 편파적이다. 방류 계획과 검출 계획은 좋아 보이지만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 플루토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삼중수소보다 심각한 게 두 물질인데 이것 말고도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방사성 핵종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있다”며 “삼중수소는 이미 미국, 중국, 한국 등 원전 시설이 있는 나라에선 각국이 정한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IAEA와 미국이 일본 결정에 대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극히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오염수 핵심 물질 삼중수소 아닌 세슘·플루토늄”
“방류 승인 시 수산물 수입 거부 명분 사라진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최종 방류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최소 30년간 방류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과 수준을 검증할 체계도 마련돼있지 않다.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하고도 세슘, 스트론튬 등 삼중수소 외에도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하지만 우리 정부는 수입 금지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면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15년 일본은 “한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가 부당한 차별”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1심(2018년)서 승소했다. 그러나 2심(2019년)에서는 이례적으로 결과가 뒤집히며 한국이 승소해 ‘기적의 승소’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서 “1심서 일본이 이긴 논리는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치가 한국 수산물의 검역 기준을 다 통과하는데 왜 막느냐’는 거였다”며 “그런데 2심에서는 일본의 논리처럼 물고기 대 물고기(의 방사능 수치)로 비교할 게 아니라 ‘오염된 일반 해양 생태계가 아직 일본 수산물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오염된 일본 해양 생태계와 우리 해양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이것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WTO 협정서 말하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논리로) 우리가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의 ‘오염된 해양 생태계’가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있었던 중요한 근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것은 “일본 해양 생태계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게 꼴이 된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 중 ‘국제기준 검증’은 결국 IAEA의 검증을 뜻하는데, IAEA는 이미 2020년에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일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IAEA는 일관되게 일본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서 교수는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서 한국이 지는 길로 가고 있다”며 “오염수가 방출되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승인 아닌
침묵 일관

이어 “미국은 승인이 아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원자탄 2방을 날렸고, 태평양서 원자탄, 수소탄 시험을 수백번 해서 태평양 환초가 사라지고 주민들이 아직도 못 들어간다. 원죄가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쪽서도 저지하려 하는데 국력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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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