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핵 전문가 서균렬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를 말하다

“시찰단 파견? 일본 홍보용 ‘립 서비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논쟁이 거세다. 12년 만에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기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인체 유해성과 해양 오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에 제동을 걸지 않는 이가 대부분이다. 위험성을 직접 언급하고 나선 이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유일하다.

“남들이 소설 쓰지 말라고 하지만 정말 소설이길 바란다. 해양 오염이 먹거리 파괴로 이어져 수십년 후 국민들의 식탁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불보듯 뻔하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모처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강조한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유일하게 반대하면서 ‘학계 아웃사이더’로 불리고 있는 서 명예교수는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자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셔틀외교
복원 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현장 내 물탱크에 보관해온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정화 처리한 뒤 올여름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ALPS로 한 차례 정화한 뒤 원전 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해왔다. 이 물탱크가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은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 오염수엔 ALPS로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해양 방출 시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서 계속됐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시찰단 파견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찰단의 성격과 활동 내용 등을 두고 한일 당국이 ‘온도 차이’를 보였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정부의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시찰단 파견에 대해 “(현지서)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시찰단은 오는 23~24일 이틀간 일본에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시설을 둘러보는 것 외엔 사실상 추가적인 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기시다 도끼에 발등 찍힌 윤석열? 시찰 인식 오락가락
사실상 일본편 IAEA…미, 묵인으로 방류 암묵적 승인

그러나 현재 정부 당국자들은 사찰단이 순수하게 일본서 활동하는 기간만 23~24일 이틀로 잡고, ‘22일 출국, 25일 입국’ 등으로 최소 3박4일 간 파견이며 일본 측과 일정에 대해 조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시찰단 파견을 통해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 중인 관련 조사와 별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기술적으로 평가·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같은 날 회견서 “(한국 시찰단은)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한국 측 이해를 심화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측이 우리 시찰단의 관련 정보 제공 등 요구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서 교수는 “일본이 그냥 떠다 주는 깨끗한 물이 아니기 때문에 10년이 넘은 (물탱크 속)찌꺼기나 원전 주변 바다에 서식하는 해조류·어패류, 오염토 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시찰단 파견은)의미가 크다고 볼 수 없다. IAEA와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시찰이 ‘단순히 둘러보는 것’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당국이 이를 부인하면서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IAEA가 지난 6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손을 들어줘 시찰단을 보내는 게 무의미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괴담이
아니다”

서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시찰만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알기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방사능의 파장은 수십년간 축적을 거쳐 현실로 다가온다. 반감기가 있다고는 하나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그렇지 않은 핵물질이 더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찰단은 윤석열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괴담이 가짜일 수도 있는 안전성을 홍보해주는 ‘립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시찰단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오는 6월 IAEA 전문가 그룹의 최종 보고서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방류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시찰단이 검증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심층 분석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중 언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4호기다. 4호기는 원자로 안에 핵연료는 없었지만 핵연료 저장소라는 게 위에 있다. 노심이라고 하는 핵연료 전량이 녹고, 녹으면 온도가 4000도 된다”며 “녹아서 쌓인 잔해가 데브리인데 1, 2, 3, 4호기 전체 물의 양이 1000톤쯤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처리해야 될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 양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고 또 농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당국이 정화 후 방류하겠다는 오염수는 원전 내부에 있는 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현재 약 1060개의 저장 용기에 가득 찬 물을 가리킨다.

서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어떠한 언급도 없는 게 문제다. 원전 안에 있는 물은 저장용기 탱크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농도가 높다. 적게는 100배, 많게는 1만배가 된다. 외부 탱크에 있는 물이 137만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하수가 매일 흐른다는 가정하에 30년 동안 방류한다고 치면 배를 방류시키겠다는 얘기다. 지금 도쿄전력은 137만톤의 물을 10배로 희석하겠다고 언급까지 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5~10년
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삼중수소다. 인체에 유해한 것은 맞지만 사실상 물과 다를 바 없어 방류 과정서 자연스레 희석된다.

서 교수는 삼중수소가 아닌 다른 방사성 물질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플루토늄, 탄소14, 바륨, 코발트 등이 있다. 삼중수소는 설계의 잘못으로 어차피 없애지 못한다. 물론 삼중수소가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체에 들어가게 되면 흡착돼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방사성 물질은 5~10년 후 혈액암과 백혈병 등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IAEA서 나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보고서도 편파적이라는 평가다.

서 교수는 “불완전하고 편파적이다. 방류 계획과 검출 계획은 좋아 보이지만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 플루토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삼중수소보다 심각한 게 두 물질인데 이것 말고도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방사성 핵종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있다”며 “삼중수소는 이미 미국, 중국, 한국 등 원전 시설이 있는 나라에선 각국이 정한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IAEA와 미국이 일본 결정에 대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극히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오염수 핵심 물질 삼중수소 아닌 세슘·플루토늄”
“방류 승인 시 수산물 수입 거부 명분 사라진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최종 방류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최소 30년간 방류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과 수준을 검증할 체계도 마련돼있지 않다.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하고도 세슘, 스트론튬 등 삼중수소 외에도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하지만 우리 정부는 수입 금지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면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15년 일본은 “한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가 부당한 차별”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1심(2018년)서 승소했다. 그러나 2심(2019년)에서는 이례적으로 결과가 뒤집히며 한국이 승소해 ‘기적의 승소’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서 “1심서 일본이 이긴 논리는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치가 한국 수산물의 검역 기준을 다 통과하는데 왜 막느냐’는 거였다”며 “그런데 2심에서는 일본의 논리처럼 물고기 대 물고기(의 방사능 수치)로 비교할 게 아니라 ‘오염된 일반 해양 생태계가 아직 일본 수산물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오염된 일본 해양 생태계와 우리 해양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이것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WTO 협정서 말하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논리로) 우리가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의 ‘오염된 해양 생태계’가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있었던 중요한 근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것은 “일본 해양 생태계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게 꼴이 된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 중 ‘국제기준 검증’은 결국 IAEA의 검증을 뜻하는데, IAEA는 이미 2020년에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일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IAEA는 일관되게 일본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서 교수는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서 한국이 지는 길로 가고 있다”며 “오염수가 방출되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승인 아닌
침묵 일관

이어 “미국은 승인이 아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원자탄 2방을 날렸고, 태평양서 원자탄, 수소탄 시험을 수백번 해서 태평양 환초가 사라지고 주민들이 아직도 못 들어간다. 원죄가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쪽서도 저지하려 하는데 국력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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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