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IAEA 보고서 대해부

일본 자료만 보고…책임은 나 몰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여야 간 대립도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정부는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론의 반대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결정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예상했던 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측 자료로만 평가해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들여다본 한 전문가의 말이다. IAEA는 수년간 직접 설비 없이 점검해왔다. 보고서 도입부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전제만
깔았다

IAEA 최종 보고서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 발표와 함께 IAEA에 안전성 검토를 요청해서 발표된 결과물이다. IAEA는 같은 해 7월 일본의 요청을 수락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AEA의 전문 인력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마셜제도 11개국의 전문가들이 TF에 참여했다.

한국은 김홍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TF의 일원이었다.

IAEA는 당시 일본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검토 일정을 합의했다. 일본의 방류 계획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범위 등은 이때 정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염수 보관 탱크가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직접 찾아 일본 전문가들과 협의하면서 관심을 두고 살펴볼 장소를 파악하기도 했다.


1단계 작업은 일본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이후로 현장 조사를 통한 본격적인 검증이 진행됐다.

검증 방향은 ▲오염수 처리와 시설 내 안전관리, 방류 절차 등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수행되는지를 평가 ▲일본 원자력 안전 당국이 이를 제대로 규제·감독하는지 확인 ▲오염수 등 환경 영향 요인이 될 시료를 독립적으로 채취하고 데이터를 확인·분석하는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이를 위해 IAEA TF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TF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시설과 방류시설 조성 현장 등을 찾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접촉해 규제·감독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이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쳐 나온 오염수 샘플을 확보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바닷가서 해수와 해양 퇴적물, 물고기 등을 샘플로 수집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건설이 어떤 설계를 토대로 진행되는지도 점검 대상이었다. 현장 조사 과정서 IAEA 요청에 따라 일본이 자료를 수정·보강하기도 했다.

TF가 오염수 샘플을 분석하는 데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3의 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탱크서 채취한 샘플을 IAEA는 산하 연구소 3곳과 함께 같은 해 한국·프랑스·스위스·미국의 연구시설에도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국제 기준 부합 예정된 결과 막을 방법 전무
알프스 성능 논란 현재진행형…검증도 안 돼


오염수에 어떤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는지, 도쿄전력이 핵종 분석을 위해 채택한 방법이 적절한지 등을 비교 평가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이 같은 작업을 마친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자가 없다는 내용이지만 신뢰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진 게 크다.

일본 측이 넘긴 자료를 토대로 알프스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최종 보고서를 통해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과 후에 일본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 논란 중심에 선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능 물질 정화 장치로 62개 핵종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정수기에 달린 필터와 같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가 알프스 처리를 거친 이후에도 스트론튬-90과 세슘-134, 세슘-137, 이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등 6개 핵종이 남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해당 6개 핵종들의 경우 2019년 이전 사례로, 최근 실시한 검사에서 추가 핵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현재 1070여개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가 그대로 해양으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염수는 방류 전 K4탱크로 옮겨져 농도 측정 과정을 거치며, 이때 삼중수소 외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오염수는 다시 알프스로 보내져 처리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 해양 방류를 시작한 이후엔 사실상 알프스 성능 검증을 위한 수단이 제한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류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확한 검증을 위해 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에 대한 ‘직접 시료 채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 없다”
신뢰성 의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언론 인터뷰서 “이번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알프스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며 “알프스가 잘 돌아가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알프스가 믿을 수 있는 방사능 정화 장치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IAEA가 자체적으로 설비를 뜯어보는 식의 검증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의 도입부도 논란이다. 한 소장은 “이번 최종 보고서의 도입부를 보면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IAEA는 견해만 발표했을 뿐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보고서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대형 저장탱크 건설을 통한 육상 보관 같은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도 적시되지 않았다.

IAEA는 환경 모니터링 결론 도출을 위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실제 최종 보고서에도 3차례 진행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채취된 2·3차)두 시료에 대한 분석이 포함된 보고서는 2023년 후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시료 분석은 안전성 검토의 3가지 구성 요소의 하나인 ‘독립적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 활동’의 일부다.


최종 보고서는 오염수 시료뿐만 아니라,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서 공개됐다. 사실상 일본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확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이 밖에도 IAEA가 직업적 방사선 노출을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실 간 교차분석(ILC)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직업적 방사선 방호’는 원자력기구 안전성 검토의 8가지 기술적 주제 중 하나다. IAEA는 이 결과 역시 “올해 말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제 버리나
카운트다운

IAEA가 주요 시료에 대한 분석을 끝마치기도 전에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선 비판이 나왔다.

한 소장은 특히 오염수 시료 분석을 한 차례만 하고 끝낸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시료 분석은 신뢰 있는 값을 얻기 위해 3회 실시하는 게 화학 분석계의 ‘국룰’(모두가 지키는 규칙)”이라며 “IAEA도 세 번은 하기로 했을 텐데 1회 결과만 나온 상태서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분석 결과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의 또 다른 안전규제 전문가는 “IAEA가 가능한 한 보고서를 빨리 정리해줬으면 하는 일본 입장서 용역 기간을 바짝 당겨 완성되지도 않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것은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류설비 완성 ▲IAEA 최종보고서 ▲일본 NRA의 사용 전 검사를 오염수 방류를 위한 3가지 전제로 삼아왔다. 일단 조건은 충족된 상태인데, 문제는 일본 내의 부정적 여론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후쿠시마현 및 인근 지역의 어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불안이 강하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네 번째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내놨다.

전국 여론조사(민영 뉴스네트워크 JNN의 지난 1∼2일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40%로 찬성 의견(45%)보다 낮기는 했지만 만만찮은 비율이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 여론도 예의주시 중이다. 일본 언론이 최근 방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와 거부감 등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이 근거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는 불만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일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 데이터를 준비한 설명을 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도서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특사파견 등으로 공을 들여왔다.

기시다, 여론 봐가며 여름 중 방류 시기 결정
IAEA, 시료 분석 못 끝내고 보고서 발표 강행

방류 시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올해 여름쯤’이라는 기존 방침을 반복하며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사능=공포’라는 공식이 깨지길 바라는 쪽이 있는 반면, IAEA 최종 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과학적으로(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오염수 방출 과정서 우리나라 등 주변국이 참여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염수 방류 논란이 방사능을 향한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바로잡는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이준택 건국대 핵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은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 명예교수는 “IAEA는 일본 도쿄전력이 떠다 준 깨끗한 물을 갖고 깨끗하다는 보고서를 냈을 뿐”이라며 “IAEA 보고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외에도 방법이 있는데 IAEA는 단 한 번도 심도 있게 따져보지 않았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한하면 전문가 대 전문가로서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도 IAEA 보고서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일부는 미리 실험 방향을 잡아놓고 목표대로 수치를 조작하는 걸 볼 수 있다. IAEA 보고서가 그렇다”며 “세상엔 2000종 이상의 핵종이 있는데 IAEA는 입맛대로 64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바닷물에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창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방침 관련 질문을 받고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 내부도
반대 극심

마쓰노 장관은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는 게 계속된 정부의 중요 과제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도쿄전력은 지난달 12일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다. 현지 어민들은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방류 외에 콘크리트 용기 설치 후 보관이나 증발 등 다른 대책을 요구하는 일본 내 목소리도 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