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떠난 여의도 야인들 현주소

내년 총선까지 무사 귀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당을 들어가고 나가는 것. 민주주의 정치판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당적 변동은 비교적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각각 유별난 서사가 담겨 있는 탓이다. 혹시 생환할까? 아니면 그대로 내쳐질까. 이제 총선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국회로 출근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잠행에 들어간 지 17일 만이다. 앞서 가상화폐(코인) 자산 거액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지난달 14일 SNS를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며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탈당 
무소속 8인은?

이날 민주당 측은 김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탈당 절차가 완료됐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진상조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재명 대표가 긴급 지시했던 윤리감찰 역시 완전히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에 당 안팎에선 수세에 몰린 김 의원이 ‘꼼수 탈당’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절묘한 탈당 시점 또한 입길에 올랐다.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 등 의정활동 중에도 코인을 거래한 정황이 나온 직후 탈당을 선언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원조’ 꼼수 탈당으로 지적받았던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꼼수 탈당 논란이 불거졌다. 민 의원은 지난해 4월20일 검수완박 국면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스스로 탈당계를 제출한 바 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할 목적이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법안 논의를 위해 구성되는 해당 위원회는 여당 의원 3명, 야당 의원 3명으로 이뤄진다. 이때 야당 몫 중 한 자리는 비교섭단체에게 돌아간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한 자리를 양향자 의원으로 채우려 했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이 법안 통과에 찬성해주면, 과반을 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양 의원은 법안 반대 의사를 내비쳤고, 민 의원이 이 자리에 들어갈 요량으로 탈당을 감행한 것이었다. 결국 민주당과 민 의원의 계획대로 국민의힘의 안건조정위원회 방어선은 무너졌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다수 의견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고, 국회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월26일 민 의원의 특별 복당을 요청했다. 

민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반정치적인 정치 부정행위’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의 탈당이 자신의 사례와 동일선상에 놓이자 “(김 의원 탈당은)나와 전혀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민 의원은 지난달 25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 같은 경우에 입법활동을 하다가(그랬던 것)”라며 “전혀 다르다. 제가 볼 때는 당에서 (김 의원)복당을 고민할 시기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민 의원은 당헌 당규를 이유로 김 의원이 총선 전에 복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민형배 이어 김남국…‘꼼수 탈당’ 논란 
‘회전문’ 탈당→복당 반복에 비판 잇달아 


하지만 정작 김 의원에겐 추후 복당 의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탈당 선언문에서 “(당을)잠시 떠난다”는 표현을 두 차례 남겼다.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복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친명(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김 의원을 여전히 옹호하는 목소리가 남아있다.

민 의원의 적극적인 선 긋기에도 둘 사이 등호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이 같은 상황의 유사성에 있다.

다만 김 의원의 경우 민 의원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이 남아있다. 우선 김 의원에 관한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김 의원 징계 안건을 상정했다. 양측 간사는 너나 할 것 없이 ‘빠른 처리’를 강조했다.

국회가 김 의원에게 제명 등 중징계를 부여한다면 “무고함을 밝히고 돌아오겠다”던 김 의원의 복당 명분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당 자체 징계를 피해 탈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서 탈당한 경우’로 판단될 시 제명에 상응하는 제재가 가능하다. 복당은 향후 5년간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순전한 ‘자진 탈당’으로 해석하더라도 탈당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야 복당을 신청할 수 있다. 

의혹이 말끔하게 소명되거나, 당 지도부의 ‘예외적 결단’이 없다면 사실상 다음 총선 이전 복귀와 공천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측이 김 의원 탈당 직후 “징계 절차 중 탈당으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히긴 했지만, 비명(비 이재명)계 등 당내 비판 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기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평가다.

원조 꼼수 탈당의 ‘무사 생환기’와 또 다른 꼼수 탈당. 총선이 불과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서 민주당 출신 ‘야인’들에게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최근 복당한 민 의원과 탈당한 김 의원 외에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여럿 남아있다.

현재 원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은 총 9명으로 ▲김남국 ▲김진표 ▲김홍걸 ▲박완주 ▲양정숙 ▲양향자 ▲윤관석 ▲윤미향 ▲이성만 의원이 있다. 이 중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각종 범죄나 부정 의혹에 휘말리면서 당적을 잃었다.

징계 피해
밖으로∼

비례대표 출신의 김홍걸 의원은 2020년 9월 부동산 축소 신고, 투기 논란을 이유로 출당됐다. 비례대표는 탈당 시 의원직을 잃는다. 이에 민주당이 여론을 달래는 동시에 김 의원의 의원직을 지켜주기 위해 ‘탈당 권유’ 대신 출당 조치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후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의원직을 지킨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해둔 상태다. 민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복당 절차가 진행됐고, 현재 당무위원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의혹에 관한 사법절차가 종결된 만큼, 복당 절차에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셈이다.


반면 양향자 의원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양 의원은 광주 서구 을 지역구서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 그러다 2021년 7월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성폭력 사건에 관해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 출당을 건의하자, 실제 출당이 이뤄지기 전에 자진 탈당했다. 이후 복당을 신청했지만, 당규 원칙상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양 의원과 민주당이 완전히 척을 지게 된 건 검수완박 국면 때다. 양 의원이 법안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기권 투표까지 감행한 것이다. 몇 주 뒤 양 의원은 자신의 SNS에 복당 신청을 철회하겠다며 “내가 입당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후 한동안 오히려 여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민의힘서 제안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이에 국민의힘 합류설도 돌았으나 실제 입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먼저 “양 의원이 신청한 복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양 의원이 복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약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 의원의 향후 거취는 안갯속이다. 

탈당 후에도
돌격대 활약

윤미향 의원은 2021년 6월22일 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부동산 의혹으로 출당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관련 의혹이 있는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했는데, 비례대표인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해주기 위해 출당 조치했다. 


양이 의원은 같은 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당한 반면, 윤 의원은 아직 복당하지 못했다. 윤 의원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1심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민주당 내부서 윤 의원을 복당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윤 의원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양정숙 의원은 당선인 신분인 2020년 4월29일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던 더불어시민당서 제명됐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제20대 총선에 비해 43억원가량 증가한 액수였다. 양 의원이 재산을 급격히 불려나가는 과정서 동생 명의를 도용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과 시민당은 양 의원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등에 고발했다. 양 의원은 1심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민주당은 양 의원을 고발하기 이전에 “복당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양 의원을 직접 고발하는 것을 간접적 사퇴 요구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의원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무죄 선고 뒤에도 양 의원 복당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은 지난해 5월 보좌진 성추행 의혹으로 제명됐다. 피해자를 입막음하고 2차 가해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지난해 말, 박 의원에게 성추행‧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선거를 참패한 이력이 있는 민주당이 박 의원을 다시 품으려 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박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홍역을 앓고 있는 돈봉투 사건에 발목을 잡혔다. 이들은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자진 탈당했다.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도울 목적으로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도 바깥에…열 달 내 생환 가능성은?
대여투쟁 최전선 서지만…커지는 손절 확률

지난달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이 ‘다른 경쟁 캠프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역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이들의 복당과 공천은 사실상 수사·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수사 향방의 첫 가늠자는 이들의 체포 동의안 통과 여부가 될 전망이다.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오는 12일 본회의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거리낌 없는 탈당과 슬그머니 이뤄지는 복당의 반복. 민주당 안팎서 ‘당이 회전문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그 의원들이 탈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탈당 후에도 조만간 복귀할 것을 시사하는 일부 의원은 탈당 후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위해 싸우기도 한다. 복당을 위한 명분을 쌓고자 하는 마음과, 당에 자신의 ‘과오’로 인한 정치적 부담보다 활약에 따른 득이 더 크다는 인상을 안겨주기 위한 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예컨대 민 의원은 야인 시절 일명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는 천막 농성 선봉에 섰던 바 있다. 현 정부를 “군사독재정권의 후예, 검사독재정권”이라고 맹폭하기도 했다. 검수완박 국면 이후에도 강성 발언과 활동으로 당 지도부·지지층 등에 꾸준히 존재감을 표출한 것이다.

민 의원이 이번에 ‘특별 복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탈당 후 1년간의 강성 행보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문제는 이들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는 당이 탈당자를 먼저 궂은 일에 동원하는 사례가 왕왕 포착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서 국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수차례 활용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서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공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단독 통과를 추진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를 활용해 지연 전술을 펴고자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야당 몫 중 한 자리를 꿰차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역시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민 의원이 검수완박 국면서 보여준 수법이 어김없이 올해도 재현된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강행 통과될 땐 윤미향 의원이 투입됐다. 이때도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부로 시간을 끌고자 했지만, 안건조정위에 윤 의원이 배치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법안에 취임 후 첫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했다. 

민주당은 입법부 내부의 저지 시도를 봉쇄함으로써,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이라는 여권의 정치적 부담 증대를 이끌어냈다.

몇이나
살아남나

하지만 정치권엔 이들을 향한 회의적 시선이 가득하다. 몇 명이나 당으로 생환할 수 있을지, 또 다음 공천을 받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마침 이들 8명 중 박완주·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6명은 초선 의원들로 비례 의원도 섞여 있다. 당 입장에선 무리하면서까지 ‘흠결’이 있는 초선 의원을 품어줄 이유가 딱히 없다. 이들 중 상당수가 여느 초선 의원들처럼 ‘손절’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군다나 이들의 탈당·제명 사유는 부동산, 선거비리, 성추문 등의 의혹이다. 하나같이 민주당의 ‘모순’을 도드라지게 해 앞서 선거 참패를 야기한 전적이 있는 사유들이다. 선거가 접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질수록,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