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떠난 여의도 야인들 현주소

내년 총선까지 무사 귀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당을 들어가고 나가는 것. 민주주의 정치판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당적 변동은 비교적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각각 유별난 서사가 담겨 있는 탓이다. 혹시 생환할까? 아니면 그대로 내쳐질까. 이제 총선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국회로 출근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잠행에 들어간 지 17일 만이다. 앞서 가상화폐(코인) 자산 거액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지난달 14일 SNS를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며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탈당 
무소속 8인은?

이날 민주당 측은 김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탈당 절차가 완료됐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진상조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재명 대표가 긴급 지시했던 윤리감찰 역시 완전히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에 당 안팎에선 수세에 몰린 김 의원이 ‘꼼수 탈당’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절묘한 탈당 시점 또한 입길에 올랐다.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 등 의정활동 중에도 코인을 거래한 정황이 나온 직후 탈당을 선언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원조’ 꼼수 탈당으로 지적받았던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꼼수 탈당 논란이 불거졌다. 민 의원은 지난해 4월20일 검수완박 국면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스스로 탈당계를 제출한 바 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할 목적이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법안 논의를 위해 구성되는 해당 위원회는 여당 의원 3명, 야당 의원 3명으로 이뤄진다. 이때 야당 몫 중 한 자리는 비교섭단체에게 돌아간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한 자리를 양향자 의원으로 채우려 했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이 법안 통과에 찬성해주면, 과반을 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양 의원은 법안 반대 의사를 내비쳤고, 민 의원이 이 자리에 들어갈 요량으로 탈당을 감행한 것이었다. 결국 민주당과 민 의원의 계획대로 국민의힘의 안건조정위원회 방어선은 무너졌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다수 의견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고, 국회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월26일 민 의원의 특별 복당을 요청했다. 

민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반정치적인 정치 부정행위’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의 탈당이 자신의 사례와 동일선상에 놓이자 “(김 의원 탈당은)나와 전혀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민 의원은 지난달 25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 같은 경우에 입법활동을 하다가(그랬던 것)”라며 “전혀 다르다. 제가 볼 때는 당에서 (김 의원)복당을 고민할 시기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민 의원은 당헌 당규를 이유로 김 의원이 총선 전에 복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민형배 이어 김남국…‘꼼수 탈당’ 논란 
‘회전문’ 탈당→복당 반복에 비판 잇달아 


하지만 정작 김 의원에겐 추후 복당 의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탈당 선언문에서 “(당을)잠시 떠난다”는 표현을 두 차례 남겼다.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복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친명(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김 의원을 여전히 옹호하는 목소리가 남아있다.

민 의원의 적극적인 선 긋기에도 둘 사이 등호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이 같은 상황의 유사성에 있다.

다만 김 의원의 경우 민 의원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이 남아있다. 우선 김 의원에 관한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김 의원 징계 안건을 상정했다. 양측 간사는 너나 할 것 없이 ‘빠른 처리’를 강조했다.

국회가 김 의원에게 제명 등 중징계를 부여한다면 “무고함을 밝히고 돌아오겠다”던 김 의원의 복당 명분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당 자체 징계를 피해 탈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서 탈당한 경우’로 판단될 시 제명에 상응하는 제재가 가능하다. 복당은 향후 5년간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순전한 ‘자진 탈당’으로 해석하더라도 탈당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야 복당을 신청할 수 있다. 

의혹이 말끔하게 소명되거나, 당 지도부의 ‘예외적 결단’이 없다면 사실상 다음 총선 이전 복귀와 공천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측이 김 의원 탈당 직후 “징계 절차 중 탈당으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히긴 했지만, 비명(비 이재명)계 등 당내 비판 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기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평가다.

원조 꼼수 탈당의 ‘무사 생환기’와 또 다른 꼼수 탈당. 총선이 불과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서 민주당 출신 ‘야인’들에게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최근 복당한 민 의원과 탈당한 김 의원 외에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여럿 남아있다.

현재 원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은 총 9명으로 ▲김남국 ▲김진표 ▲김홍걸 ▲박완주 ▲양정숙 ▲양향자 ▲윤관석 ▲윤미향 ▲이성만 의원이 있다. 이 중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각종 범죄나 부정 의혹에 휘말리면서 당적을 잃었다.

징계 피해
밖으로∼

비례대표 출신의 김홍걸 의원은 2020년 9월 부동산 축소 신고, 투기 논란을 이유로 출당됐다. 비례대표는 탈당 시 의원직을 잃는다. 이에 민주당이 여론을 달래는 동시에 김 의원의 의원직을 지켜주기 위해 ‘탈당 권유’ 대신 출당 조치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후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의원직을 지킨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해둔 상태다. 민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복당 절차가 진행됐고, 현재 당무위원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의혹에 관한 사법절차가 종결된 만큼, 복당 절차에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셈이다.


반면 양향자 의원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양 의원은 광주 서구 을 지역구서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 그러다 2021년 7월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성폭력 사건에 관해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 출당을 건의하자, 실제 출당이 이뤄지기 전에 자진 탈당했다. 이후 복당을 신청했지만, 당규 원칙상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양 의원과 민주당이 완전히 척을 지게 된 건 검수완박 국면 때다. 양 의원이 법안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기권 투표까지 감행한 것이다. 몇 주 뒤 양 의원은 자신의 SNS에 복당 신청을 철회하겠다며 “내가 입당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후 한동안 오히려 여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민의힘서 제안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이에 국민의힘 합류설도 돌았으나 실제 입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먼저 “양 의원이 신청한 복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양 의원이 복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약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 의원의 향후 거취는 안갯속이다. 

탈당 후에도
돌격대 활약

윤미향 의원은 2021년 6월22일 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부동산 의혹으로 출당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관련 의혹이 있는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했는데, 비례대표인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해주기 위해 출당 조치했다. 


양이 의원은 같은 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당한 반면, 윤 의원은 아직 복당하지 못했다. 윤 의원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1심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민주당 내부서 윤 의원을 복당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윤 의원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양정숙 의원은 당선인 신분인 2020년 4월29일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던 더불어시민당서 제명됐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제20대 총선에 비해 43억원가량 증가한 액수였다. 양 의원이 재산을 급격히 불려나가는 과정서 동생 명의를 도용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과 시민당은 양 의원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등에 고발했다. 양 의원은 1심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민주당은 양 의원을 고발하기 이전에 “복당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양 의원을 직접 고발하는 것을 간접적 사퇴 요구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의원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무죄 선고 뒤에도 양 의원 복당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은 지난해 5월 보좌진 성추행 의혹으로 제명됐다. 피해자를 입막음하고 2차 가해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지난해 말, 박 의원에게 성추행‧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선거를 참패한 이력이 있는 민주당이 박 의원을 다시 품으려 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박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홍역을 앓고 있는 돈봉투 사건에 발목을 잡혔다. 이들은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자진 탈당했다.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도울 목적으로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도 바깥에…열 달 내 생환 가능성은?
대여투쟁 최전선 서지만…커지는 손절 확률

지난달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이 ‘다른 경쟁 캠프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역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이들의 복당과 공천은 사실상 수사·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수사 향방의 첫 가늠자는 이들의 체포 동의안 통과 여부가 될 전망이다.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오는 12일 본회의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거리낌 없는 탈당과 슬그머니 이뤄지는 복당의 반복. 민주당 안팎서 ‘당이 회전문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그 의원들이 탈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탈당 후에도 조만간 복귀할 것을 시사하는 일부 의원은 탈당 후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위해 싸우기도 한다. 복당을 위한 명분을 쌓고자 하는 마음과, 당에 자신의 ‘과오’로 인한 정치적 부담보다 활약에 따른 득이 더 크다는 인상을 안겨주기 위한 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예컨대 민 의원은 야인 시절 일명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는 천막 농성 선봉에 섰던 바 있다. 현 정부를 “군사독재정권의 후예, 검사독재정권”이라고 맹폭하기도 했다. 검수완박 국면 이후에도 강성 발언과 활동으로 당 지도부·지지층 등에 꾸준히 존재감을 표출한 것이다.

민 의원이 이번에 ‘특별 복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탈당 후 1년간의 강성 행보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문제는 이들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는 당이 탈당자를 먼저 궂은 일에 동원하는 사례가 왕왕 포착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서 국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수차례 활용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서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공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단독 통과를 추진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를 활용해 지연 전술을 펴고자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야당 몫 중 한 자리를 꿰차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역시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민 의원이 검수완박 국면서 보여준 수법이 어김없이 올해도 재현된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강행 통과될 땐 윤미향 의원이 투입됐다. 이때도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부로 시간을 끌고자 했지만, 안건조정위에 윤 의원이 배치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법안에 취임 후 첫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했다. 

민주당은 입법부 내부의 저지 시도를 봉쇄함으로써,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이라는 여권의 정치적 부담 증대를 이끌어냈다.

몇이나
살아남나

하지만 정치권엔 이들을 향한 회의적 시선이 가득하다. 몇 명이나 당으로 생환할 수 있을지, 또 다음 공천을 받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마침 이들 8명 중 박완주·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6명은 초선 의원들로 비례 의원도 섞여 있다. 당 입장에선 무리하면서까지 ‘흠결’이 있는 초선 의원을 품어줄 이유가 딱히 없다. 이들 중 상당수가 여느 초선 의원들처럼 ‘손절’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군다나 이들의 탈당·제명 사유는 부동산, 선거비리, 성추문 등의 의혹이다. 하나같이 민주당의 ‘모순’을 도드라지게 해 앞서 선거 참패를 야기한 전적이 있는 사유들이다. 선거가 접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질수록,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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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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