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인계 풍운아’ 김남국

딱 걸린 가난·약자·서민 코스프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 지도부도 재빠른 ‘손절’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범죄 의심’ 통보를 받은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금세탁 혐의까지 언급되고 있어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800원 밥 먹고 뜯어진 운동화 신고 다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두고 같은 당이던 장경태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평소 검소하다고 평가받았다. 과감한 ‘가상화폐 투자’로 겉으로 보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코인 업계 일각에선 의외의 ‘유망주’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
청년계

김 의원은 정치권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1982년 광주서 태어난 그는 2008년에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동문으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다. 김 의원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법무법인 예율, 김남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근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역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가정법원서 국선 보조인으로 근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백서>의 공동 저자기도 하다.

그가 ‘검찰개혁’에 동의하기 시작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은 2015년 1월14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2020년 2월18일에는 서울 강서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 후 국회 기자회견도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돌연 취소하면서 일각에선 그가 이전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글을 올리면서 “청년세대에게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갑은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지하던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에선 두 사람의 경선 과정을 “친 조국 대 반 조국” 구도로 묘사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김 의원이 공천 과정서 탈락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이 선거에 나서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결국 민주당은 당시 김 의원 대신 금 전 의원을 내세웠다가 강선우 후보에게 경선서 패배하고 말았다. 대신 김 의원을 경기 안산시 단원을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박순자 후보를 365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지난 5일 <조선일보>가 김 의원이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직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를 인출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위믹스 코인은 주로 지난해 1~2월 대량 유입됐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11월 약 2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당시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의 가치는 최고 60억원대였다. 김 의원은 약 80만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믹스 코인의 가격은 최저 4900원서 최고 1만1000원 사이를 오갔다. 위믹스가 다른 거래소로 이전된 시점의 가격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 백서>로 이름 날리다 한순간 나락으로
검소한 이미지 ‘와르르’…배신감 느낀 국민

김 의원이 직접 밝힌 건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 금액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과 위믹스를 이용해 빗썸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구매했다는 것뿐이다. 클레이스왑이나 비트토렌트, 그리고 타 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안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 후 김 의원의 지갑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공개되며 나온 이야기다.

언론과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의 지갑을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며 조금씩 그의 투자 방식 윤곽이 잡히게 됐다.

그는 2021년에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약 10억원의 금액으로 업비트에 상장된 비트토렌트에 투자했다. 비트토렌트는 2021년 2월 업비트서 가장 핫했던 코인이다. 김 의원은 비트토렌트를 매수·매도하여 10억원을 40억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40억원의 현금을 빗썸으로 옮겨 위믹스에 투자했다. 이 시절 위믹스는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 게임을 향한 기대감과 함께 게임사 중 꽤 큰 규모의 기업인 위메이드서 만든 코인이라는 점이 주목받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의 위믹스는 가치가 대략 100억원 남짓까지 올라갔으나, 그는 고점서 매도하지 못했고, 보유하던 위믹스를 지난해 업비트와 클립으로 나눠 옮겼다.

김 의원은 업비트에 있던 위믹스를 다시 빗썸과 클립으로 옮겨 다양한 가상자산에 재투자했다. 이후 클레이스왑을 이용해 위믹스와 클레이페이라는 잡코인을 교환했다. 당시 위믹스의 가치는 30억원 정도였기에 클레이페이(59만개)를 받았는데, 결국 클레이페이는 제작사가 도망간 스캠 프로젝트로 밝혀지며 30억원은 4700만원이 됐다.

이 밖에도 클레이스왑토큰, 메콩코인, 젬허브, 보물, 마브렉스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국 의원실은 “지난해 1~2월에 현금화하지 않았고 거래소를 옮긴 것이며 대부분 지금도 가상화폐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믹스 코인으로 다른 여러 가지 가상화폐를 샀다고 한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는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겉과 다른
‘자낳괴?’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2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이후 본인의 케이뱅크 계좌 이체 내역을 공개했지만 2021년 당시 케이뱅크와 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에는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LG디스플레이 주식 대금으로 위믹스에 투자한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위믹스가 상장돼있던 빗썸, 또는 빗썸과 제휴한 NH 농협의 계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에는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마브렉스 코인에도 약 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브렉스는 넷마블이 게임 거래용으로 출시한 암호화폐로, 빗썸에 지난해 5월6일 상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같은 해 4월21일부터 5월3일까지 10억원 가까이 코인을 매수했고, 5월3일부터 5월6일까지 보유량의 3분의 1을 매도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업비트,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계열사 세 곳을 압수수색해 김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향후 뇌물수수죄의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후원금(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성립한다. 즉, 김 의원이 입법 등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된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금 당장 입증하는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고 수사 과정서 대가성에 대한 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은 ‘금전’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밖의 물건’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서 “코인은 재산상 이익은 되지만 정치‘자금’이라는 유체물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2009년 대법원 판례에는 정치자금을 ‘금전 등 일체’로 규정한 대목이 있어, 코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억 수십억
자산 불리기

만약 김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돼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시 성립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는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등을 특정범죄 중 ‘중대범죄’로 정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분산 예치하면서 감췄다면 성립할 수 있다. 또 재산 형성 과정서의 은닉이 아닌 ‘형성 과정을 가장하는’ 행위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범죄수익은닉죄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혹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조세포탈 혐의도 나머지 두 혐의와 맞물려 있다. 자금 형성 중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코인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돼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대가성 입증에 성공한다면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의 이익 수수나 요구 혹은 약속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 성립한다. 형법 제129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뇌물과 직무 행위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의 경우, 위메이드가 관련 법 입법을 대가로 로비를 한 게 입증된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 때문에 입법 로비 및 대가 지급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당시 P2E 규제 완화에 대해 정치권의 스탠스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입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만약 정치인이 대가를 받고 법안을 발의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법정형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세포탈·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시
대가성 입증 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게 된 ‘시드머니’의 출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보은다. 남부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현금 출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드랍 형태로 코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관련 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탈당을 했으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 대표 지시로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당 차원의 자체조사단, 윤리감찰단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윤리특위 제소는 김 의원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12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늑장 제소’라며 ‘의원직 제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리특위는 당장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 대한 신속한 징계 절차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맞섰다.

윤리특위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정의당도 “제소 사유와 수위에 있어 국민 상식에서 납득 가능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날 권익위를 통해 의원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조사에 제약이 있다면 금융정보원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합동 조사도 가능하다”며 “양당도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즉각 결단해 의혹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은 ‘의원 전수조사’엔 긍정적이지만 권익위를 통한 조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김근태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당에 전수조사 권익위 요청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의원 관련 사안을 밝힌 후 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국회법에 따르면 전날 제출된 징계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회부된다. 이후에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청취를 거쳐야 한다. 자문위는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견을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본회의에 징계안을 올리기까지 최대 80일이 걸릴 수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 회의서의 경고 ▲공개 회의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단계 중 하나로 결정된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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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