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인계 풍운아’ 김남국

딱 걸린 가난·약자·서민 코스프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 지도부도 재빠른 ‘손절’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범죄 의심’ 통보를 받은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금세탁 혐의까지 언급되고 있어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800원 밥 먹고 뜯어진 운동화 신고 다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두고 같은 당이던 장경태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평소 검소하다고 평가받았다. 과감한 ‘가상화폐 투자’로 겉으로 보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코인 업계 일각에선 의외의 ‘유망주’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
청년계

김 의원은 정치권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1982년 광주서 태어난 그는 2008년에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동문으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다. 김 의원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법무법인 예율, 김남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근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역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가정법원서 국선 보조인으로 근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백서>의 공동 저자기도 하다.

그가 ‘검찰개혁’에 동의하기 시작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은 2015년 1월14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2020년 2월18일에는 서울 강서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 후 국회 기자회견도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돌연 취소하면서 일각에선 그가 이전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글을 올리면서 “청년세대에게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갑은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지하던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에선 두 사람의 경선 과정을 “친 조국 대 반 조국” 구도로 묘사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김 의원이 공천 과정서 탈락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이 선거에 나서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결국 민주당은 당시 김 의원 대신 금 전 의원을 내세웠다가 강선우 후보에게 경선서 패배하고 말았다. 대신 김 의원을 경기 안산시 단원을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박순자 후보를 365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지난 5일 <조선일보>가 김 의원이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직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를 인출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위믹스 코인은 주로 지난해 1~2월 대량 유입됐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11월 약 2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당시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의 가치는 최고 60억원대였다. 김 의원은 약 80만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믹스 코인의 가격은 최저 4900원서 최고 1만1000원 사이를 오갔다. 위믹스가 다른 거래소로 이전된 시점의 가격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 백서>로 이름 날리다 한순간 나락으로
검소한 이미지 ‘와르르’…배신감 느낀 국민


김 의원이 직접 밝힌 건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 금액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과 위믹스를 이용해 빗썸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구매했다는 것뿐이다. 클레이스왑이나 비트토렌트, 그리고 타 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안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 후 김 의원의 지갑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공개되며 나온 이야기다.

언론과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의 지갑을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며 조금씩 그의 투자 방식 윤곽이 잡히게 됐다.

그는 2021년에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약 10억원의 금액으로 업비트에 상장된 비트토렌트에 투자했다. 비트토렌트는 2021년 2월 업비트서 가장 핫했던 코인이다. 김 의원은 비트토렌트를 매수·매도하여 10억원을 40억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40억원의 현금을 빗썸으로 옮겨 위믹스에 투자했다. 이 시절 위믹스는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 게임을 향한 기대감과 함께 게임사 중 꽤 큰 규모의 기업인 위메이드서 만든 코인이라는 점이 주목받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의 위믹스는 가치가 대략 100억원 남짓까지 올라갔으나, 그는 고점서 매도하지 못했고, 보유하던 위믹스를 지난해 업비트와 클립으로 나눠 옮겼다.

김 의원은 업비트에 있던 위믹스를 다시 빗썸과 클립으로 옮겨 다양한 가상자산에 재투자했다. 이후 클레이스왑을 이용해 위믹스와 클레이페이라는 잡코인을 교환했다. 당시 위믹스의 가치는 30억원 정도였기에 클레이페이(59만개)를 받았는데, 결국 클레이페이는 제작사가 도망간 스캠 프로젝트로 밝혀지며 30억원은 4700만원이 됐다.

이 밖에도 클레이스왑토큰, 메콩코인, 젬허브, 보물, 마브렉스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국 의원실은 “지난해 1~2월에 현금화하지 않았고 거래소를 옮긴 것이며 대부분 지금도 가상화폐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믹스 코인으로 다른 여러 가지 가상화폐를 샀다고 한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는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겉과 다른
‘자낳괴?’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2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이후 본인의 케이뱅크 계좌 이체 내역을 공개했지만 2021년 당시 케이뱅크와 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에는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LG디스플레이 주식 대금으로 위믹스에 투자한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위믹스가 상장돼있던 빗썸, 또는 빗썸과 제휴한 NH 농협의 계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에는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마브렉스 코인에도 약 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브렉스는 넷마블이 게임 거래용으로 출시한 암호화폐로, 빗썸에 지난해 5월6일 상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같은 해 4월21일부터 5월3일까지 10억원 가까이 코인을 매수했고, 5월3일부터 5월6일까지 보유량의 3분의 1을 매도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업비트,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계열사 세 곳을 압수수색해 김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향후 뇌물수수죄의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후원금(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성립한다. 즉, 김 의원이 입법 등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된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금 당장 입증하는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고 수사 과정서 대가성에 대한 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은 ‘금전’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밖의 물건’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서 “코인은 재산상 이익은 되지만 정치‘자금’이라는 유체물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2009년 대법원 판례에는 정치자금을 ‘금전 등 일체’로 규정한 대목이 있어, 코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억 수십억
자산 불리기

만약 김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돼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시 성립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는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등을 특정범죄 중 ‘중대범죄’로 정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분산 예치하면서 감췄다면 성립할 수 있다. 또 재산 형성 과정서의 은닉이 아닌 ‘형성 과정을 가장하는’ 행위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범죄수익은닉죄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혹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조세포탈 혐의도 나머지 두 혐의와 맞물려 있다. 자금 형성 중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코인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돼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대가성 입증에 성공한다면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의 이익 수수나 요구 혹은 약속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 성립한다. 형법 제129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뇌물과 직무 행위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의 경우, 위메이드가 관련 법 입법을 대가로 로비를 한 게 입증된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 때문에 입법 로비 및 대가 지급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당시 P2E 규제 완화에 대해 정치권의 스탠스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입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만약 정치인이 대가를 받고 법안을 발의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법정형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세포탈·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시
대가성 입증 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게 된 ‘시드머니’의 출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보은다. 남부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현금 출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드랍 형태로 코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관련 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탈당을 했으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 대표 지시로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당 차원의 자체조사단, 윤리감찰단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윤리특위 제소는 김 의원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12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늑장 제소’라며 ‘의원직 제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리특위는 당장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 대한 신속한 징계 절차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맞섰다.

윤리특위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정의당도 “제소 사유와 수위에 있어 국민 상식에서 납득 가능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날 권익위를 통해 의원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조사에 제약이 있다면 금융정보원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합동 조사도 가능하다”며 “양당도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즉각 결단해 의혹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은 ‘의원 전수조사’엔 긍정적이지만 권익위를 통한 조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김근태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당에 전수조사 권익위 요청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의원 관련 사안을 밝힌 후 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국회법에 따르면 전날 제출된 징계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회부된다. 이후에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청취를 거쳐야 한다. 자문위는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견을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본회의에 징계안을 올리기까지 최대 80일이 걸릴 수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 회의서의 경고 ▲공개 회의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단계 중 하나로 결정된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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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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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