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인계 풍운아’ 김남국

딱 걸린 가난·약자·서민 코스프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 지도부도 재빠른 ‘손절’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범죄 의심’ 통보를 받은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금세탁 혐의까지 언급되고 있어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800원 밥 먹고 뜯어진 운동화 신고 다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두고 같은 당이던 장경태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평소 검소하다고 평가받았다. 과감한 ‘가상화폐 투자’로 겉으로 보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코인 업계 일각에선 의외의 ‘유망주’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
청년계

김 의원은 정치권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1982년 광주서 태어난 그는 2008년에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동문으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다. 김 의원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법무법인 예율, 김남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근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역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가정법원서 국선 보조인으로 근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백서>의 공동 저자기도 하다.

그가 ‘검찰개혁’에 동의하기 시작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은 2015년 1월14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2020년 2월18일에는 서울 강서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 후 국회 기자회견도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돌연 취소하면서 일각에선 그가 이전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글을 올리면서 “청년세대에게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갑은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지하던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에선 두 사람의 경선 과정을 “친 조국 대 반 조국” 구도로 묘사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김 의원이 공천 과정서 탈락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이 선거에 나서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결국 민주당은 당시 김 의원 대신 금 전 의원을 내세웠다가 강선우 후보에게 경선서 패배하고 말았다. 대신 김 의원을 경기 안산시 단원을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박순자 후보를 365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지난 5일 <조선일보>가 김 의원이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직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를 인출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위믹스 코인은 주로 지난해 1~2월 대량 유입됐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11월 약 2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당시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의 가치는 최고 60억원대였다. 김 의원은 약 80만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믹스 코인의 가격은 최저 4900원서 최고 1만1000원 사이를 오갔다. 위믹스가 다른 거래소로 이전된 시점의 가격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 백서>로 이름 날리다 한순간 나락으로
검소한 이미지 ‘와르르’…배신감 느낀 국민

김 의원이 직접 밝힌 건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 금액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과 위믹스를 이용해 빗썸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구매했다는 것뿐이다. 클레이스왑이나 비트토렌트, 그리고 타 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안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 후 김 의원의 지갑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공개되며 나온 이야기다.

언론과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의 지갑을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며 조금씩 그의 투자 방식 윤곽이 잡히게 됐다.

그는 2021년에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약 10억원의 금액으로 업비트에 상장된 비트토렌트에 투자했다. 비트토렌트는 2021년 2월 업비트서 가장 핫했던 코인이다. 김 의원은 비트토렌트를 매수·매도하여 10억원을 40억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40억원의 현금을 빗썸으로 옮겨 위믹스에 투자했다. 이 시절 위믹스는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 게임을 향한 기대감과 함께 게임사 중 꽤 큰 규모의 기업인 위메이드서 만든 코인이라는 점이 주목받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의 위믹스는 가치가 대략 100억원 남짓까지 올라갔으나, 그는 고점서 매도하지 못했고, 보유하던 위믹스를 지난해 업비트와 클립으로 나눠 옮겼다.

김 의원은 업비트에 있던 위믹스를 다시 빗썸과 클립으로 옮겨 다양한 가상자산에 재투자했다. 이후 클레이스왑을 이용해 위믹스와 클레이페이라는 잡코인을 교환했다. 당시 위믹스의 가치는 30억원 정도였기에 클레이페이(59만개)를 받았는데, 결국 클레이페이는 제작사가 도망간 스캠 프로젝트로 밝혀지며 30억원은 4700만원이 됐다.

이 밖에도 클레이스왑토큰, 메콩코인, 젬허브, 보물, 마브렉스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국 의원실은 “지난해 1~2월에 현금화하지 않았고 거래소를 옮긴 것이며 대부분 지금도 가상화폐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믹스 코인으로 다른 여러 가지 가상화폐를 샀다고 한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는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겉과 다른
‘자낳괴?’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2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이후 본인의 케이뱅크 계좌 이체 내역을 공개했지만 2021년 당시 케이뱅크와 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에는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LG디스플레이 주식 대금으로 위믹스에 투자한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위믹스가 상장돼있던 빗썸, 또는 빗썸과 제휴한 NH 농협의 계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에는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마브렉스 코인에도 약 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브렉스는 넷마블이 게임 거래용으로 출시한 암호화폐로, 빗썸에 지난해 5월6일 상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같은 해 4월21일부터 5월3일까지 10억원 가까이 코인을 매수했고, 5월3일부터 5월6일까지 보유량의 3분의 1을 매도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업비트,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계열사 세 곳을 압수수색해 김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향후 뇌물수수죄의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후원금(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성립한다. 즉, 김 의원이 입법 등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된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금 당장 입증하는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고 수사 과정서 대가성에 대한 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은 ‘금전’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밖의 물건’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서 “코인은 재산상 이익은 되지만 정치‘자금’이라는 유체물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2009년 대법원 판례에는 정치자금을 ‘금전 등 일체’로 규정한 대목이 있어, 코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억 수십억
자산 불리기

만약 김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돼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시 성립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는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등을 특정범죄 중 ‘중대범죄’로 정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분산 예치하면서 감췄다면 성립할 수 있다. 또 재산 형성 과정서의 은닉이 아닌 ‘형성 과정을 가장하는’ 행위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범죄수익은닉죄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혹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조세포탈 혐의도 나머지 두 혐의와 맞물려 있다. 자금 형성 중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코인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돼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대가성 입증에 성공한다면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의 이익 수수나 요구 혹은 약속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 성립한다. 형법 제129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뇌물과 직무 행위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의 경우, 위메이드가 관련 법 입법을 대가로 로비를 한 게 입증된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 때문에 입법 로비 및 대가 지급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당시 P2E 규제 완화에 대해 정치권의 스탠스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입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만약 정치인이 대가를 받고 법안을 발의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법정형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세포탈·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시
대가성 입증 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게 된 ‘시드머니’의 출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보은다. 남부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현금 출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드랍 형태로 코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관련 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탈당을 했으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 대표 지시로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당 차원의 자체조사단, 윤리감찰단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윤리특위 제소는 김 의원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12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늑장 제소’라며 ‘의원직 제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리특위는 당장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 대한 신속한 징계 절차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맞섰다.

윤리특위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정의당도 “제소 사유와 수위에 있어 국민 상식에서 납득 가능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날 권익위를 통해 의원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조사에 제약이 있다면 금융정보원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합동 조사도 가능하다”며 “양당도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즉각 결단해 의혹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은 ‘의원 전수조사’엔 긍정적이지만 권익위를 통한 조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김근태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당에 전수조사 권익위 요청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의원 관련 사안을 밝힌 후 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국회법에 따르면 전날 제출된 징계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회부된다. 이후에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청취를 거쳐야 한다. 자문위는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견을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본회의에 징계안을 올리기까지 최대 80일이 걸릴 수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 회의서의 경고 ▲공개 회의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단계 중 하나로 결정된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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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