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인계 풍운아’ 김남국

딱 걸린 가난·약자·서민 코스프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 지도부도 재빠른 ‘손절’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범죄 의심’ 통보를 받은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금세탁 혐의까지 언급되고 있어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800원 밥 먹고 뜯어진 운동화 신고 다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두고 같은 당이던 장경태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평소 검소하다고 평가받았다. 과감한 ‘가상화폐 투자’로 겉으로 보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코인 업계 일각에선 의외의 ‘유망주’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
청년계

김 의원은 정치권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1982년 광주서 태어난 그는 2008년에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동문으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다. 김 의원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법무법인 예율, 김남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근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역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가정법원서 국선 보조인으로 근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백서>의 공동 저자기도 하다.

그가 ‘검찰개혁’에 동의하기 시작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은 2015년 1월14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2020년 2월18일에는 서울 강서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 후 국회 기자회견도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돌연 취소하면서 일각에선 그가 이전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글을 올리면서 “청년세대에게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갑은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지하던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에선 두 사람의 경선 과정을 “친 조국 대 반 조국” 구도로 묘사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김 의원이 공천 과정서 탈락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이 선거에 나서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결국 민주당은 당시 김 의원 대신 금 전 의원을 내세웠다가 강선우 후보에게 경선서 패배하고 말았다. 대신 김 의원을 경기 안산시 단원을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박순자 후보를 365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지난 5일 <조선일보>가 김 의원이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직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를 인출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위믹스 코인은 주로 지난해 1~2월 대량 유입됐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11월 약 2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당시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의 가치는 최고 60억원대였다. 김 의원은 약 80만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믹스 코인의 가격은 최저 4900원서 최고 1만1000원 사이를 오갔다. 위믹스가 다른 거래소로 이전된 시점의 가격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 백서>로 이름 날리다 한순간 나락으로
검소한 이미지 ‘와르르’…배신감 느낀 국민


김 의원이 직접 밝힌 건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 금액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과 위믹스를 이용해 빗썸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구매했다는 것뿐이다. 클레이스왑이나 비트토렌트, 그리고 타 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안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 후 김 의원의 지갑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공개되며 나온 이야기다.

언론과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의 지갑을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며 조금씩 그의 투자 방식 윤곽이 잡히게 됐다.

그는 2021년에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약 10억원의 금액으로 업비트에 상장된 비트토렌트에 투자했다. 비트토렌트는 2021년 2월 업비트서 가장 핫했던 코인이다. 김 의원은 비트토렌트를 매수·매도하여 10억원을 40억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40억원의 현금을 빗썸으로 옮겨 위믹스에 투자했다. 이 시절 위믹스는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 게임을 향한 기대감과 함께 게임사 중 꽤 큰 규모의 기업인 위메이드서 만든 코인이라는 점이 주목받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의 위믹스는 가치가 대략 100억원 남짓까지 올라갔으나, 그는 고점서 매도하지 못했고, 보유하던 위믹스를 지난해 업비트와 클립으로 나눠 옮겼다.

김 의원은 업비트에 있던 위믹스를 다시 빗썸과 클립으로 옮겨 다양한 가상자산에 재투자했다. 이후 클레이스왑을 이용해 위믹스와 클레이페이라는 잡코인을 교환했다. 당시 위믹스의 가치는 30억원 정도였기에 클레이페이(59만개)를 받았는데, 결국 클레이페이는 제작사가 도망간 스캠 프로젝트로 밝혀지며 30억원은 4700만원이 됐다.

이 밖에도 클레이스왑토큰, 메콩코인, 젬허브, 보물, 마브렉스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국 의원실은 “지난해 1~2월에 현금화하지 않았고 거래소를 옮긴 것이며 대부분 지금도 가상화폐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믹스 코인으로 다른 여러 가지 가상화폐를 샀다고 한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는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겉과 다른
‘자낳괴?’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2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이후 본인의 케이뱅크 계좌 이체 내역을 공개했지만 2021년 당시 케이뱅크와 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에는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LG디스플레이 주식 대금으로 위믹스에 투자한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위믹스가 상장돼있던 빗썸, 또는 빗썸과 제휴한 NH 농협의 계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에는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마브렉스 코인에도 약 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브렉스는 넷마블이 게임 거래용으로 출시한 암호화폐로, 빗썸에 지난해 5월6일 상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같은 해 4월21일부터 5월3일까지 10억원 가까이 코인을 매수했고, 5월3일부터 5월6일까지 보유량의 3분의 1을 매도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업비트,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계열사 세 곳을 압수수색해 김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향후 뇌물수수죄의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후원금(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성립한다. 즉, 김 의원이 입법 등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된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금 당장 입증하는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고 수사 과정서 대가성에 대한 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은 ‘금전’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밖의 물건’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서 “코인은 재산상 이익은 되지만 정치‘자금’이라는 유체물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2009년 대법원 판례에는 정치자금을 ‘금전 등 일체’로 규정한 대목이 있어, 코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억 수십억
자산 불리기

만약 김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돼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시 성립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는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등을 특정범죄 중 ‘중대범죄’로 정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분산 예치하면서 감췄다면 성립할 수 있다. 또 재산 형성 과정서의 은닉이 아닌 ‘형성 과정을 가장하는’ 행위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범죄수익은닉죄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혹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조세포탈 혐의도 나머지 두 혐의와 맞물려 있다. 자금 형성 중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코인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돼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대가성 입증에 성공한다면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의 이익 수수나 요구 혹은 약속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 성립한다. 형법 제129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뇌물과 직무 행위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의 경우, 위메이드가 관련 법 입법을 대가로 로비를 한 게 입증된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 때문에 입법 로비 및 대가 지급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당시 P2E 규제 완화에 대해 정치권의 스탠스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입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만약 정치인이 대가를 받고 법안을 발의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법정형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세포탈·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시
대가성 입증 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게 된 ‘시드머니’의 출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보은다. 남부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현금 출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드랍 형태로 코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관련 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탈당을 했으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 대표 지시로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당 차원의 자체조사단, 윤리감찰단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윤리특위 제소는 김 의원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12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늑장 제소’라며 ‘의원직 제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리특위는 당장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 대한 신속한 징계 절차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맞섰다.

윤리특위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정의당도 “제소 사유와 수위에 있어 국민 상식에서 납득 가능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날 권익위를 통해 의원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조사에 제약이 있다면 금융정보원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합동 조사도 가능하다”며 “양당도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즉각 결단해 의혹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은 ‘의원 전수조사’엔 긍정적이지만 권익위를 통한 조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김근태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당에 전수조사 권익위 요청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의원 관련 사안을 밝힌 후 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국회법에 따르면 전날 제출된 징계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회부된다. 이후에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청취를 거쳐야 한다. 자문위는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견을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본회의에 징계안을 올리기까지 최대 80일이 걸릴 수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 회의서의 경고 ▲공개 회의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단계 중 하나로 결정된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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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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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