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과 이재명 딜레마

‘50% 키맨’ 드디어 만나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만나지 않았다. 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다. 마주쳐도 어색한 눈빛만 보낼 뿐이다. 지지율 하락 때는 이 대표에게 득이 될 만남이 불발됐다. 지금은 윤 대통령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다. 이제 두 인물이 정말로 만날 때가 된 듯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최고 지지율인 40%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다. 인사 문제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지율은 더 내려가 20%까지 주저앉았다. 대통령실의 측근 채용 의혹, 김건희 여사 논란, 강제동원, 양곡법·간호법 거부권 사용 등이 이유다. 

변하는
국정기조

그러나 초반부터 밀어붙인 외교의 영향과 북한을 향한 강한 태도로 안보를 강조하며 지지율 반등이 시작됐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속적으로 30%후반대~40%대를 기록 중이다. 국정 지지율이 5주 연속 상승하면서 12주 만에 이뤄낸 결과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현재 흐름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지지를 보내줬던 중도층의 이탈이 심했다. 대부분 대선 기간 지지를 보내준 이들이다. 중도층 이탈의 이유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와 69시간 근로제 논란 때문이었다.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많은 2030의 이탈이 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게도 곧바로 영향이 갔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뒤처지기 시작한 때다.

본격적으로 다시 지지율 상승이 이뤄진 시기는 연속적인 순방외교를 펼쳤을 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무리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민주노총의 불법집회 대응,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도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로 보고 있다. 보수 진영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직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호남의 호감도도 높았다. 대선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호남에 공을 들였던 덕에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높은 표를 받았다. 점차 지지율이 상승하자, 윤 대통령도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소통’을 강조해온 행보를 다시 펼칠 기세다. 얼마 전 SBS <동물농장> 출연에 이어 조만간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기자회견이 열리면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뒤, 약 반년 만에 공식적으로 자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지율 회복에 따른 자신감을 표시 차원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지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외교의 영향도 있지만,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및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의혹 등 민주당의 악재에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지율을 대선 직후 수준인 50%선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용산 개각설까지 언급되면서 내각 개편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국정운영의 기조가 점차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시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장 기간 등 돌린 대통령과 야당 대표
당내서도 회담 필요하단 목소리 커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TV 토론을 예고해 정치 대화의 복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협치와 신경전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거대 양당의 대표가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모아진다. 두 양당 대표는 모두 복잡한 당내 현안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토론은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서로의 처해 있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적이 강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반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당정일체가 무색해졌다. 민주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비롯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법안들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 등을 끌어가며 다시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내주며 이리저리 치이기 바쁘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 오르기 마련이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려야만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찾아오기도 수월하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제안했던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두 차례나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대통령실 측은 단독 회담을 거절하고 다자 회담을 요구했다. 결국 만남은 그렇게 미뤄졌고, 지난해 8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3분간 짧게 통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이후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두 인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으며 짧은 통화도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이 대표에게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응하면서다. 

기약없이
깜짝 만남?

이 대표의 만남 요청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에도 민생 회담을 제안했으나 역시 다자 회담을 고집했다. 

최근 있던 조계사 방문 때도 어색한 악수에 따른, 미묘한 기류만 흘렀고 별 다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의힘은 혼란을 거듭했고, 당은 지금도 여러 사안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도부 내부의 잡음은 사라졌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국정 초반에는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게 오히려 이 대표에게 유리했던 측면이 있었다. 대선서 패배했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 정국에 선제적이라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 대표도 이를 잘 활용했다. 

이 대표는 줄곧 자신을 저격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앞서 김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시킨 바 있다. 

이런 시점서 만난 이 대표와 홍 시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목소리까지 나왔다. 홍 시장이 이 대표와 만남을 가졌던 속내는 결국 중도층을 붙잡으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약해지면서, 중도층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표면상으로 협치의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사실상 시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윤 대통령에겐 이 대표를 지금 만나는 게 적기로 보인다. 오히려 당내서 협치해야 한다는 요구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중이다.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 역시 위기는 매한가지로 ‘이재명 회의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도 다시 한번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나뉘어 각종 사안마다 내부서 혼란을 거듭 중이다. 

중도층
끌어오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민생, 청년에 방점을 찍고 보수당이 해왔던 행보와 다른 길을 걸으려 안간힘이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라도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해줘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과 무당층이 충분히 움직일만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세력은 충성도가 높은 세력이 아니다. 단순히 반사이익으로 인해 잠깐 지지를 보내는 정도다.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은 최장기록을 쓴 인물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야당은 협력과 견제의 관계다. 협상과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 시장(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 약 340일 만에 첫 만남을 가졌던 기간보다 더 길다. 그 사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자주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 대표, 당 지도부, 연찬회 등 상당히 많은 이를 만나왔다. 

윤 대통령이 원래 이 대표를 만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선 인사 당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만으로는 불가하다”며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정연설서도 “국정 주요 사안을 의회 지도자와 의원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당과의 관계가 점점 악화된 탓은 민주당의 발목잡기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서로 간에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걸 꼽았다. 경찰국 예산을 받아주면 지역 상품권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문제삼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유리해진 상황에 먼저 손 내밀어야
총선 끝나고 물러난 다음에야 조우?

또 이 대표가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 검찰 수사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선 피의자와 만나는 격이라는 인식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민주당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 불발이 된 점에 대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며 아예 이 대표를 패싱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정치권서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 지도부가 탐탁지 않던 차에 대통령실이 박 원내대표에게 먼저 제안한 것.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먼저라며 일단 같은 편인 이 대표의 편을 들었다. 

여당은 소수고 야당은 다수다.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되찾고 윤 대통령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지지율까지 포기하면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결국 당내서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는 다시 윤석열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정부 역할은 국민을 때려 잡는 게 아니라는 말로 윤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작심 비판했다. 또 직전 윤 대통령 당선 1주년 토론회서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방임을 넘어선 방치”라며 “1년간 사회의 모든 분야서 거대한 후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서 물러날 경우,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주도권
되찾기

지금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여야 관계는 뒷전이고 우리 편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통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혀가고만 있다. 대통령실도 공식 회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 탓에 회담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만남은 서로에게 득으로 앞으로도 이 대표가 제안할 수 있다. 그때는 윤 대통령도 만남을 가져야 한다”며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현-이재명 토론은 언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토론 날짜가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양당은 토론을 위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TV토론 실무단인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이 만나 TV 토론 날짜·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협상을 추가로 이어간다.

구체적인 의제 등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아직까지 토론의 주제 등은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

정치권에 따르면 TV 토론은 6월 중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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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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