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과 이재명 딜레마

‘50% 키맨’ 드디어 만나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만나지 않았다. 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다. 마주쳐도 어색한 눈빛만 보낼 뿐이다. 지지율 하락 때는 이 대표에게 득이 될 만남이 불발됐다. 지금은 윤 대통령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다. 이제 두 인물이 정말로 만날 때가 된 듯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최고 지지율인 40%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다. 인사 문제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지율은 더 내려가 20%까지 주저앉았다. 대통령실의 측근 채용 의혹, 김건희 여사 논란, 강제동원, 양곡법·간호법 거부권 사용 등이 이유다. 

변하는
국정기조

그러나 초반부터 밀어붙인 외교의 영향과 북한을 향한 강한 태도로 안보를 강조하며 지지율 반등이 시작됐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속적으로 30%후반대~40%대를 기록 중이다. 국정 지지율이 5주 연속 상승하면서 12주 만에 이뤄낸 결과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현재 흐름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지지를 보내줬던 중도층의 이탈이 심했다. 대부분 대선 기간 지지를 보내준 이들이다. 중도층 이탈의 이유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와 69시간 근로제 논란 때문이었다.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많은 2030의 이탈이 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게도 곧바로 영향이 갔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뒤처지기 시작한 때다.

본격적으로 다시 지지율 상승이 이뤄진 시기는 연속적인 순방외교를 펼쳤을 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무리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민주노총의 불법집회 대응,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도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로 보고 있다. 보수 진영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직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호남의 호감도도 높았다. 대선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호남에 공을 들였던 덕에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높은 표를 받았다. 점차 지지율이 상승하자, 윤 대통령도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소통’을 강조해온 행보를 다시 펼칠 기세다. 얼마 전 SBS <동물농장> 출연에 이어 조만간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기자회견이 열리면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뒤, 약 반년 만에 공식적으로 자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지율 회복에 따른 자신감을 표시 차원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지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외교의 영향도 있지만,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및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의혹 등 민주당의 악재에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지율을 대선 직후 수준인 50%선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용산 개각설까지 언급되면서 내각 개편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국정운영의 기조가 점차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시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장 기간 등 돌린 대통령과 야당 대표
당내서도 회담 필요하단 목소리 커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TV 토론을 예고해 정치 대화의 복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협치와 신경전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거대 양당의 대표가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모아진다. 두 양당 대표는 모두 복잡한 당내 현안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토론은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서로의 처해 있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적이 강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반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당정일체가 무색해졌다. 민주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비롯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법안들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 등을 끌어가며 다시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내주며 이리저리 치이기 바쁘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 오르기 마련이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려야만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찾아오기도 수월하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제안했던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두 차례나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대통령실 측은 단독 회담을 거절하고 다자 회담을 요구했다. 결국 만남은 그렇게 미뤄졌고, 지난해 8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3분간 짧게 통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이후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두 인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으며 짧은 통화도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이 대표에게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응하면서다. 

기약없이
깜짝 만남?

이 대표의 만남 요청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에도 민생 회담을 제안했으나 역시 다자 회담을 고집했다. 

최근 있던 조계사 방문 때도 어색한 악수에 따른, 미묘한 기류만 흘렀고 별 다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의힘은 혼란을 거듭했고, 당은 지금도 여러 사안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도부 내부의 잡음은 사라졌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국정 초반에는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게 오히려 이 대표에게 유리했던 측면이 있었다. 대선서 패배했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 정국에 선제적이라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 대표도 이를 잘 활용했다. 

이 대표는 줄곧 자신을 저격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앞서 김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시킨 바 있다. 

이런 시점서 만난 이 대표와 홍 시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목소리까지 나왔다. 홍 시장이 이 대표와 만남을 가졌던 속내는 결국 중도층을 붙잡으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약해지면서, 중도층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표면상으로 협치의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사실상 시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윤 대통령에겐 이 대표를 지금 만나는 게 적기로 보인다. 오히려 당내서 협치해야 한다는 요구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중이다.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 역시 위기는 매한가지로 ‘이재명 회의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도 다시 한번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나뉘어 각종 사안마다 내부서 혼란을 거듭 중이다. 


중도층
끌어오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민생, 청년에 방점을 찍고 보수당이 해왔던 행보와 다른 길을 걸으려 안간힘이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라도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해줘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과 무당층이 충분히 움직일만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세력은 충성도가 높은 세력이 아니다. 단순히 반사이익으로 인해 잠깐 지지를 보내는 정도다.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은 최장기록을 쓴 인물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야당은 협력과 견제의 관계다. 협상과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 시장(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 약 340일 만에 첫 만남을 가졌던 기간보다 더 길다. 그 사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자주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 대표, 당 지도부, 연찬회 등 상당히 많은 이를 만나왔다. 

윤 대통령이 원래 이 대표를 만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선 인사 당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만으로는 불가하다”며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정연설서도 “국정 주요 사안을 의회 지도자와 의원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당과의 관계가 점점 악화된 탓은 민주당의 발목잡기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서로 간에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걸 꼽았다. 경찰국 예산을 받아주면 지역 상품권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문제삼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유리해진 상황에 먼저 손 내밀어야
총선 끝나고 물러난 다음에야 조우?

또 이 대표가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 검찰 수사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선 피의자와 만나는 격이라는 인식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민주당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 불발이 된 점에 대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며 아예 이 대표를 패싱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정치권서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 지도부가 탐탁지 않던 차에 대통령실이 박 원내대표에게 먼저 제안한 것.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먼저라며 일단 같은 편인 이 대표의 편을 들었다. 

여당은 소수고 야당은 다수다.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되찾고 윤 대통령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지지율까지 포기하면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결국 당내서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는 다시 윤석열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정부 역할은 국민을 때려 잡는 게 아니라는 말로 윤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작심 비판했다. 또 직전 윤 대통령 당선 1주년 토론회서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방임을 넘어선 방치”라며 “1년간 사회의 모든 분야서 거대한 후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서 물러날 경우,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주도권
되찾기

지금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여야 관계는 뒷전이고 우리 편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통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혀가고만 있다. 대통령실도 공식 회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 탓에 회담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만남은 서로에게 득으로 앞으로도 이 대표가 제안할 수 있다. 그때는 윤 대통령도 만남을 가져야 한다”며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현-이재명 토론은 언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토론 날짜가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양당은 토론을 위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TV토론 실무단인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이 만나 TV 토론 날짜·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협상을 추가로 이어간다.

구체적인 의제 등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아직까지 토론의 주제 등은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

정치권에 따르면 TV 토론은 6월 중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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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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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