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과 이재명 딜레마

‘50% 키맨’ 드디어 만나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만나지 않았다. 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다. 마주쳐도 어색한 눈빛만 보낼 뿐이다. 지지율 하락 때는 이 대표에게 득이 될 만남이 불발됐다. 지금은 윤 대통령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다. 이제 두 인물이 정말로 만날 때가 된 듯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최고 지지율인 40%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다. 인사 문제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지율은 더 내려가 20%까지 주저앉았다. 대통령실의 측근 채용 의혹, 김건희 여사 논란, 강제동원, 양곡법·간호법 거부권 사용 등이 이유다. 

변하는
국정기조

그러나 초반부터 밀어붙인 외교의 영향과 북한을 향한 강한 태도로 안보를 강조하며 지지율 반등이 시작됐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속적으로 30%후반대~40%대를 기록 중이다. 국정 지지율이 5주 연속 상승하면서 12주 만에 이뤄낸 결과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현재 흐름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지지를 보내줬던 중도층의 이탈이 심했다. 대부분 대선 기간 지지를 보내준 이들이다. 중도층 이탈의 이유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와 69시간 근로제 논란 때문이었다.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많은 2030의 이탈이 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게도 곧바로 영향이 갔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뒤처지기 시작한 때다.

본격적으로 다시 지지율 상승이 이뤄진 시기는 연속적인 순방외교를 펼쳤을 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무리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민주노총의 불법집회 대응,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도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로 보고 있다. 보수 진영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직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호남의 호감도도 높았다. 대선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호남에 공을 들였던 덕에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높은 표를 받았다. 점차 지지율이 상승하자, 윤 대통령도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소통’을 강조해온 행보를 다시 펼칠 기세다. 얼마 전 SBS <동물농장> 출연에 이어 조만간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기자회견이 열리면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뒤, 약 반년 만에 공식적으로 자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지율 회복에 따른 자신감을 표시 차원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지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외교의 영향도 있지만,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및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의혹 등 민주당의 악재에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지율을 대선 직후 수준인 50%선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용산 개각설까지 언급되면서 내각 개편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국정운영의 기조가 점차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시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장 기간 등 돌린 대통령과 야당 대표
당내서도 회담 필요하단 목소리 커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TV 토론을 예고해 정치 대화의 복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협치와 신경전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거대 양당의 대표가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모아진다. 두 양당 대표는 모두 복잡한 당내 현안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토론은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서로의 처해 있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적이 강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반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당정일체가 무색해졌다. 민주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비롯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법안들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 등을 끌어가며 다시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내주며 이리저리 치이기 바쁘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 오르기 마련이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려야만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찾아오기도 수월하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제안했던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두 차례나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대통령실 측은 단독 회담을 거절하고 다자 회담을 요구했다. 결국 만남은 그렇게 미뤄졌고, 지난해 8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3분간 짧게 통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이후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두 인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으며 짧은 통화도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이 대표에게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응하면서다. 

기약없이
깜짝 만남?

이 대표의 만남 요청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에도 민생 회담을 제안했으나 역시 다자 회담을 고집했다. 

최근 있던 조계사 방문 때도 어색한 악수에 따른, 미묘한 기류만 흘렀고 별 다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의힘은 혼란을 거듭했고, 당은 지금도 여러 사안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도부 내부의 잡음은 사라졌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국정 초반에는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게 오히려 이 대표에게 유리했던 측면이 있었다. 대선서 패배했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 정국에 선제적이라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 대표도 이를 잘 활용했다. 

이 대표는 줄곧 자신을 저격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앞서 김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시킨 바 있다. 

이런 시점서 만난 이 대표와 홍 시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목소리까지 나왔다. 홍 시장이 이 대표와 만남을 가졌던 속내는 결국 중도층을 붙잡으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약해지면서, 중도층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표면상으로 협치의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사실상 시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윤 대통령에겐 이 대표를 지금 만나는 게 적기로 보인다. 오히려 당내서 협치해야 한다는 요구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중이다.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 역시 위기는 매한가지로 ‘이재명 회의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도 다시 한번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나뉘어 각종 사안마다 내부서 혼란을 거듭 중이다. 


중도층
끌어오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민생, 청년에 방점을 찍고 보수당이 해왔던 행보와 다른 길을 걸으려 안간힘이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라도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해줘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과 무당층이 충분히 움직일만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세력은 충성도가 높은 세력이 아니다. 단순히 반사이익으로 인해 잠깐 지지를 보내는 정도다.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은 최장기록을 쓴 인물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야당은 협력과 견제의 관계다. 협상과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 시장(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 약 340일 만에 첫 만남을 가졌던 기간보다 더 길다. 그 사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자주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 대표, 당 지도부, 연찬회 등 상당히 많은 이를 만나왔다. 

윤 대통령이 원래 이 대표를 만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선 인사 당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만으로는 불가하다”며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정연설서도 “국정 주요 사안을 의회 지도자와 의원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당과의 관계가 점점 악화된 탓은 민주당의 발목잡기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서로 간에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걸 꼽았다. 경찰국 예산을 받아주면 지역 상품권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문제삼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유리해진 상황에 먼저 손 내밀어야
총선 끝나고 물러난 다음에야 조우?

또 이 대표가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 검찰 수사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선 피의자와 만나는 격이라는 인식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민주당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 불발이 된 점에 대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며 아예 이 대표를 패싱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정치권서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 지도부가 탐탁지 않던 차에 대통령실이 박 원내대표에게 먼저 제안한 것.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먼저라며 일단 같은 편인 이 대표의 편을 들었다. 

여당은 소수고 야당은 다수다.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되찾고 윤 대통령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지지율까지 포기하면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결국 당내서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는 다시 윤석열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정부 역할은 국민을 때려 잡는 게 아니라는 말로 윤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작심 비판했다. 또 직전 윤 대통령 당선 1주년 토론회서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방임을 넘어선 방치”라며 “1년간 사회의 모든 분야서 거대한 후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서 물러날 경우,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주도권
되찾기

지금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여야 관계는 뒷전이고 우리 편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통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혀가고만 있다. 대통령실도 공식 회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 탓에 회담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만남은 서로에게 득으로 앞으로도 이 대표가 제안할 수 있다. 그때는 윤 대통령도 만남을 가져야 한다”며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현-이재명 토론은 언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토론 날짜가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양당은 토론을 위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TV토론 실무단인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이 만나 TV 토론 날짜·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협상을 추가로 이어간다.

구체적인 의제 등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아직까지 토론의 주제 등은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

정치권에 따르면 TV 토론은 6월 중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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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