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발’ 신천지 연예인 소문과 진실

제시카 고메즈가 거기 교인이라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전국을 지배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연예계에도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서 급격하게 확산된 배경으로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신천지 연예인 명단이라는 이름으로 지라시가 나돌았다. 국내 최정상급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일각에선 해당 지라시를 두고 ‘악의적일 뿐만 아니라 성의조차 없다’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방송인 유재석, 배우 이병헌·장동건

지난 3일 오후, ‘신천지 연예인 명단’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불분명한 출처의 이 지라시에는 국내 대다수 연예인의 이름이 적혀 있다. 배우와 가수, 예능인 등 최정상급 국내 연예인들이 대거 들어있다. 

최정상급 
대거 포함

원빈과 이나영, 정려원, 이동욱, 장동건, 하지원, 문채원, 남규리 등의 배우들과 김경호, 박완규, 테이와 같은 솔로 가수, 원더걸스, 동방신기처럼 그룹이 통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심지어 제시카 고메즈처럼 외국인 배우도 포함됐다. 대중은 이 찌라시를 두고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 명단은 대중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그걸 믿냐’ ‘말도 안 된다’ ‘성의가 너무 없다’ 등의 의견이 나온다. 

현재 신천지에 대한 시선은 최악에 가깝다. 코로나19 확산을 가속화시키며 국가적인 폐를 끼친 것으로 인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했다. 그런데도, 신천지를 향한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런 상황에 연예인에게 있어 신천지와 연루되는 것 자체가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지라시가 나온 것. 연예계에선 해당 지라시를 만든 사람에 대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고인이 된 구하라를 언급한 부븐은 도적적 비난을 불러 일으키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신천지 연예인 명단’ 누가 작성?
“가짜가 판치는 세상” 들끓는 분노

대중이 이번 지라시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과 무관하게, 해당 연예인들과 소속사들은 SNS나 보도자료를 통해 발 빠르게 해명하고 있다. 이동욱의 소속사 킹콩 by 스타쉽과 이병헌과 한가인, 한효주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유재석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정려원과 강지영의 소속사 키이스트 등은 사실과 무관한 루머 양성 및 악의적인 비방과 관련한 게시물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네티즌을 향해 철퇴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아무리 연예인이 대중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라 하지만, 너무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비록 이번 지라시는 영향력의 수준이 약하긴 하나, 악의성을 고려해 강력한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지라시에 직접 분노를 드러내는 예도 있다. 가수 테이와 아이비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테이는 “조금 화나려 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달려왔던 가게의 오픈이 미뤄졌다. 미뤄진 이유도 어떤 종교의 모임이 속상하게도 이 근방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미룬 것이다. 오픈 날짜도 정하지 못한 채 직원들과 하루하루 애태우고 있는데 제가 그 종교인이라니”라며 분노했다. 이어 그는 “거짓 정보를 재미 삼아 흘리고 이용하지 마세요. 제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확진 판정?


아이비도 자신의 SNS에 신천지 연예인 명단이라는 메신저 내용에 본인 이름이 적힌 사진을 올린 후 “이럴 때일수록 유언비어가 많아져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온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고 썼다.

가수 청하는 지난 2일 네이버 브이 라이브 채널서 데뷔 1000일 축하 방송 중 신천지 루머에 관해 언급했다. 청하는 “많은 분이 걱정해 주시는데 제 매니저들을 포함해 저까지, 우려할 만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신천지 찌라시’ 뿐만 아니라 앞서서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석했던 스타들이 루머에 시달렸다. 배우 한예슬과 박민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뉴이스트 민현, 청하 등 많은 스타들이 최근 진행된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석해 일정을 소화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악성 소문이 퍼졌다.

청하의 경우 그의 매니저가 확진자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니저와 밀접하게 접촉한 청하 역시 양성일 가능성이 높고, 이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특히 이 매니저가 확진 판정 이후 자가격리를 해야 함에도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는 말도 나돌았다. 소문이 기정사실화되자 청하는 직접 해명했다. 

책임론 불똥 
연예계로∼ 

청하는 “우리 스태프 두 분이 확진을 받았다고 나왔지만, 그분들도 전부터 다 자가격리를 충실히 유지하고 있었다. 매니저님 포함 스태프 두 분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매니저님들 세 분 계시는데 다 음성이고, 정말 건강하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이 외에도 한예슬과 박민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뉴이스트 민현 등 이탈리아 밀란 패션 위크에 참석한 다른 스타들 역시 해명하기에 바빴다. 
 

▲ ▲(사진 왼쪽부터)가수 남규리, 청하, 테이 ⓒ인스타그램

한예슬의 소속사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연락이 와서 검사를 받으라는 얘기도 없었다. 현재까지 특별한 이상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스태프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는 보도는 오보다. 앞으로 예정된 국내 스케줄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영의 소속사 관계자도 “확진자와 비행기, 숙소, 동선, 스태프 중 겹치는 것이 없고 증상도 없다. 선제적 대응을 위해 보건소에 문의했고 검사 대상이 아니며 추이를 지켜볼 것을 권고받았다. 동선과 스케줄을 최소화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출연 중인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촬영은 일주일간 휴식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속 루머에 몸살 앓는 스타들
솜방망이 처벌…속 썩는 연예계 소속사

정샘물 역시 계속되는 루머에 SNS를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정샘물은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 코로나 안 걸렸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건강하다. 지난주 사랑하는 청하의 밀라노 출장에 동행했던 우리 스태프들도 다행히 음성 판정 나왔다.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 때문에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오해를 풀었다.


뉴이스트 민현은 밀라노 패션위크 참석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뉴이스트의 소속사 플레디스는 “민현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코로나19 전조 증상이 없었지만, 혹시 하여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연예계서 지라시는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출처도 불분명하며 진실과도 거리가 먼 허위사실에도 불구, 저마다 입장 발표를 이어가고 있는 연예계의 모습이 애처롭다는 반응까지 존재한다. 말도 안 되는 소문임에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화들짝’ 놀라고 대처하는 모습서 비롯된 반응이다.

강력 대응
무대응도

실제로 한 소속사 관계자는 “사실 이번 ‘신천지 연예인 명단’ 지라시는 대중을 미혹할 정도의 영향력은 없어 보여서, 무대응으로 일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다른 소속사에서 발 빠르게 대처를 했고, 우리도 소속사도 대응이 없으면 기정사실이 될 것을 우려해 4일 오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사실 이런 허위사실과 관련해서 고소를 해도 벌금형에 그친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누군가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기 위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행위에 있어서는 처벌이 강력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단 연루 의혹 연예인은 누구?
스타들의 종교 진실은 어디에?


이단(異端)의 사전적 용어는 ‘다를 이’와 ‘끝 단’을 사용한 다른 교단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기성교회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교리가 달라 한기총으로 흡수되지 않은 경우에 이단으로 치부된다.

국내에도 적지 않은 교회가 이단으로 불리고 있다. 그 가운데 대다수 연예인들이 이단으로 불리는 교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연예인 중 한 명은 가수 싸이다. 싸이는 아내 유혜연씨의 아버지인 장인이 이단으로 분류된 장막성전의 교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된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은 장막성전서 벌어진 사건을 증거하는 것을 교리로 삼는다.

비록 가족관계서 연루됐기는 하나, 싸이가 종교적인 활동을 하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가수 박진영과 배우 배용준은 구원파 소속의 교회와 연루된 바 있다. 구원파는 구원의 체험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하여 대한민국의 개신교계서 이단으로 지목된 교파들에 붙여진 별칭이다.

지난 2018년 <디스패치>는 박진영이 서울 역삼동서 열린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소속 교회) 전도 집회에 참여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집회에 참여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배용준도 참석해 구원파 모임을 도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진영과 배용준은 “구원파 소속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 외에도 박보검은 귀신을 쫓아내 병을 치료한다는 교리를 주장하는 이초석 목사의 예수중심교회, 슈퍼주니어 은혁은 교회에서 제공한 물(무안단물)을 마시면 피부가 좋아지고 병이 낫는다고 주장하는 이재록 목사의 만민중앙교회, 빅뱅의 대성은 이단전문가 탁명환 소장을 죽인 사람이 개인 운전기사였던 박윤식 목사의 대성교회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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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