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경험담> 신천지 포교 극적 탈출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24 07:58:04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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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풀이로 유인…3명이 붙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터넷에 올라온 신천지 포교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 생생한 경험담이라며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진위 여부에 대한 의구심도 남는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신천지 포교를 직접 경험한 오창민씨를 만나 피해담을 들어봤다.
 

▲ 일요시사가 최근 신천지 포교로부터 탈출에 성공했다는 오창민씨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승환 기자

사람은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한다. ‘개명하면 인생이 확 달라질 것’이라는 유혹을 받기 때문이다. 오창민씨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오씨는 지난해 8월10일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공터서 ‘성명학 무료 상담’이라는 문구를 보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게 화근이었다. 

무료라더니…

평소 사주풀이에 관심이 많던 오씨는 무심코 천막에 들어가 상담을 받았다. 오씨는 “당시 상담해주던 A씨가 나를 보더니, 육해살과 도화살, 그리고 망신살이 꼈다는 등 안 좋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경이 쓰여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살풀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골적인 금전 요구가 없었기에 오씨는 의심을 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살풀이 방법을 묻자 A씨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아는 스승님을 만났다. 그 스승님에게 도움을 받은 걸 갚는다는 의미로 지금 무료로 상담을 하는 것”이라며 A씨와 따로 약속을 잡게 됐다고 했다.

오씨가 약속장소로 가니 A씨가 B씨를 데리고 나왔는데 당시 A씨는 그를 살풀이 전문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50대 중후반의 B씨는 박학다식하고 스마트한 모습으로 오씨에게 다가왔다.


오씨는 “B씨는 성경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믿음이 가 이후 한 달가량 스터디룸을 빌려 B씨에게 교육을 받았다. 교육과정서 스터디룸 사용료만 내가 냈을 뿐 별도의 교육비가 따로 들진 않았다. 교육을 듣다 보니 성경에 관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B씨는 “원하는 종교에 맞춰 살풀이를 해줄 수 있다”며 오씨를 안심시켰다. B씨가 말하는 포인트는 하나였다. “모든 종교서 말하는 신은 한 명이다. 지역별로, 시기적으로 차별성이 있어 선구자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 B씨는 오씨에게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새로운 곳으로 유인했다고 한다.

오씨는 “B씨가 인문학 강의를 하느라 자신이 좀 버겁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는 전도사가 공개강의를 하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위치는 구로디지털단지역서 가까운 거리였고, 간판 없는 건물이었다. 특강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돈 요구하지 않고 무상 교육
관심사 파악해 짝꿍 붙이기도 

결국 9월26일 처음 강의를 듣기 시작한 오씨는 종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거 교회를 다녀봤지만 성경 공부가 어렵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오씨는 “수업을 듣고 나니 B씨가 괜찮냐고 물어봤다. 성경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예전에 교회를 다녔던 곳에서 DTS라고 집중적으로 성경을 배우는 과정이 있었다. DTS 같은 거냐고 물어보니 비슷한 거라고 답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된 교육 내용은 성경 관련 내용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을 가지고 설명을 하자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홀린 듯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했다.

오씨에 의하면 수강생이 150명 정도 돼 강의실이 가득 찼으며, 수업에 대한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그는 “7개월 과정이 7만원밖에 하지 않았다. 매달 1만원은 학습자료 복사 비용이라고 했다. 7개월 과정은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등 3반을 다 합친 기간이었다. 특이한 점은 특강을 진행한 목사님과 1:1 상담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승환 기자

수업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이뤄졌다.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해 총 3시간으로 진행됐다. 일을 마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수업을 들으러 간 오씨에게 의지가 된 사람은 C씨였다. 

오씨는 “처음 갈 때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서 수강생 C씨를 소개해줬다. 짝꿍처럼 C씨와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금방 친해졌다. 수업을 듣고 나서 어땠는지 이야기도 같이 하고 간식도 챙겨주는 등 의지가 됐다. 그때만 해도 C씨를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으며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다”고 한다. 

수업 내용의 대부분은 비유를 통한 성경 공부였다. 포도주는 어떤 걸 의미하는지, 벼가 자라날 때 추수를 해서 창고로 가져가는 행위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등을 해석해줬다.

비유에 대한 뜻풀이가 그들만의 생각이냐고 묻자 오씨는 “그 사람만의 생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설명을 매우 잘했다. 특히 추수에 관한 내용이 정말 많았다. 구약에 나온 내용과 신약에 나온 내용이 매칭이 잘 돼있었고 성경 내용만을 설명하는 수업방식으로 신뢰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2주 넘게 수업을 들은 오씨에게 특별한 날이 있었다. 토요일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버스서 이상한 문구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추수 날을 기다리며’라는 문구를 본 오씨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수업을 통해 들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간판도 없는 건물서 수업
성경과 다른 구절로 특강

오씨는 “그 문구는 수업 내내 전도사님이 한 말이었다. 교육받을 당시 전도사님들은 ‘공부한 내용을 밖에 얘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들을 때만 해도 왜 좋은 걸 밖에 말하지 말라고 할까 의아해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필기한 노트를 밖으로 못 가져가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심이 든 오씨는 스마트폰으로 ‘성경공부 비유풀이’라고 검색했다. 알고 보니 수많은 신천지 포교 수법 중 한 가지였다. 사주풀이를 통해 포교활동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었다. 수강하러 온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분야가 있었다. 그런 부분을 이용해 포교한 다음 성경 공부로 이어지게끔 유도한 것이다.

오씨도 사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용당한 것이었다.


오씨는 “교육 받기 전에 B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부분을 캐치한 다음 이용한 것뿐이었다”며 “짝꿍이었던 C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C씨에게 수업 관련해 할 얘기가 있다고 한 뒤 만나자고 했다. 약속시간 10분 전에 맨 처음 저에게 이름풀이를 해줬던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한통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C씨를 만나 처음부터 신천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정이 생겨서 수업을 듣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C씨는 아쉬워하며 가끔 연락이나 하자며 오씨를 위로했다. 이때만 해도 오씨는 C씨가 신천지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C씨에게 조심스레 이들 무리가 신천지 교도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C씨는 놀라지 않았다.

오씨는 “C씨는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고 했다. 그래도 자기는 뭔가 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형(C씨)이 안 했으면 좋겠는데 한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 거라고 했다. 종교가 진짜고 아니고를 떠나 나를 속였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난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하려다가 참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은 C씨를 통해 전달하고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 이후로 전화번호도 다 차단했다”고 했다. 

정체 숨기고

이어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타로, 사주에 관심이 많아 관련 모임에 많이 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신천지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아무런 공지도 없이 그 모임은 해체돼 황당했다. 유튜브만 검색해봐도 신천지가 하는 포교수법은 굉장히 치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천지가 무서운 건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신천지라는 것을 알았을 땐 시간을 많이 허비한 상태”라며 “나도 한 달 반이란 시간 동안 공부한 게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주위서 비슷한 경향을 겼고 있다면 지체없이 빠져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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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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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