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는 옛말…정교해지는 사이비 포교법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55:18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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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은 먹을거로 남자는 미인계로 ‘꼬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이비·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대학교 신입생 등 순진무구한 일반인들을 노려 다양한 방법으로 포교를 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날로 정교해지는 포교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 전남대학교 포교금지 ⓒ전대신문

시대가 변하면서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길거리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던 시대는 지났다.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가는 거절당하기 일쑤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 신상을 알아내고 있는 것.

취업자 타깃

신도들은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다. 종교단체임을 숨기고 대외활동 및 봉사활동 단체로 둔갑한다.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해준다는 미끼로 취업준비생들을 끌어들인다. 이 단체들은 수준 높은 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참여자들을 유인한 후 활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광고 전단지나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통해 포교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말씀 청취 알바 구함’이란 제목으로 올린 이 광고는 하루 1시간30분만 선교사의 말을 들어주면 하루 1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총 10회 참여가 의무사항이다.

공고 내용에는 ‘선교사를 배출하는 과정서 상대로 스피치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앙인의 경우 우선채용하겠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말씀 청취 알바는 벽보 광고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는데, ‘예비 선교사님을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란 제목으로 1회에 1시간 가량 예비 선교사의 스피치를 듣고 소감문을 기록하면 6000원의 시급을 준다고 적혀있다.


“쉽게 돈 벌수 있다” 유인
유명 언론사 사칭해 인터뷰

이 알바는 ‘듣기만 하면 되는 쉬운 알바’로 소개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광고들은 신천지의 교리를 듣게 하는 교묘한 표교 방법으로,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선교사 관련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비교적 편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함정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특히 선교사를 도울 수 있다는 취지의 광고로 인해 기독교, 천주교 등 신앙인들이 더더욱 혹하게 된다. 

취업 스터디를 가장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스터디 초반에는 의심을 차단시키기 위해 취업 목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웠다 싶으면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활동을 한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집중공세를 활용해 판단력을 흐려놓는 게 특징이다. 

미인계 시도

카카오톡과 전화를 활용해 포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부터 해온 길거리 포교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톡 포교법의 대상자는 이성에 관심이 많고 외로운 남성을 주 타깃이다. 일명 미인계 포교법으로 통한다. 

포교자는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의 신천지 여성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다음 SNS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면 남성은 “누구세요?”라고 답이 돌아오면, “00이 아니냐”고 다른 이름을 댄다.


아니라고 하는 대답에 “그럼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서 잘못 알았다며 사과한다. 이후 친근감 있는 말투와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남성의 환심을 산 다음,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락처를 물어보면서 만남을 유도한다. 이후 만나는 횟수를 점점 늘리면서 남성을 종교에 끌어들인다. 

초등생 간식

대학교와 도심 길거리서 행해지던 포교활동은 이제 초등학교 교문 앞까지 침투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간식거리나 학용품으로 접근해 꾀어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로 사회경험이 적은 저학년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지 등 신상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부모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혼자 있는 아이들만 노리는 등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뷰 사칭

길거리서 인터뷰를 잠깐 할수 있겠냐는 말로 포섭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에선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잡지를 사칭한다. 인터뷰에 응한 대상자에게 대학생 트렌드에 대해 물으면서 일반적인 인터뷰를 진행한다. 점점 대상자를 친찬하는 등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다음 만날 약속을 잡는다.

공강시간이나 수업 끝나고 보자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낸 다음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수법이다. 인터뷰로만 여긴 학생들은 연락처를 알려주게 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유명한 잡지의 이름을 대고 첫사랑 이벤트에 당첨됐다면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신도는 대상자에게 “어떤 분이 당신을 첫사랑으로 지목했다.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는 줄 알고 나온 대상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자연스레 교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예비 대학생이나 신입생을 대상으로 방송국을 사칭해 종교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접근하기도 한다. 신도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국이라고 밝힌 뒤 청년들이 교회에 안 나가는 이유와 교회에 다닐 의향에 대해 물어본다. 진짜 방송국이라고 믿는 청년들은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면서 신도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이후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포교활동을 시작한다.

토익 매개체로

로버트 할리가 믿는다는 몰몬교에선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면서 접근을 시도한다. 2인1조로 다니는 몰몬교 신도들은 지방대학교를 주로 공략하는데, ‘무료 영어과외’ 전단지를 붙여 놓는다. 영어를 무료로 배우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은 몰몬교 신도에 꾐에 빠져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게 되고, 결국 몰몬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토익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포교활동도 있다. 이들은 토익 점수가 낮은 대학생을 노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토익 스터디에 가입하자고 한다. 토익 스터디의 강사들은 영어스터디의 일환으로 영어 성경묵상(QT)을 제안한다. 영어 공부에 열의가 있는 대학생들은 이를 수락하고, 수업에서는 점점 성경묵상의 빈도가 높아진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도 주의해야 한다. 영어훈련을 한다는 3박4일 캠프가 세칭 ‘구원파’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어교실에서는 회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을로 알려져 있다. 


신입생 타깃

대학의 교내 신입생들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신입생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접근해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 실제로 한 대학 SNS에 수상한 종교단체의 꾐에 넘어갈 뻔한 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무료 영어 과외로 빙자해 섭외
“말만 들어도 하루 1만원” 접근

자신을 신입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면접이 끝나고 단과대학 건물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면접 잘 봤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과를 물어보더니 자신이 그 학과 출신이라며 종교를 물었다. (본인이) 선배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 줄테니 핸드폰 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며 “속으로는 알려주기 싫었지만 번호를 알려줬다. 그 뒤에도 선배란 사람이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종교 이야기를 함께했다. (당시)단호하게 연락을 끊었어야 했는데 성격상 말을 못 꺼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포교 활동이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거부 의사를 표현해도 지속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교활동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심리상담 호객


포교활동은 대개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길거리에 부스를 차리거나 지인 섭외를 통해 심리상담을 해준다면서 포교활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상담을 해야 한다며 그림을 그리라거나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다음,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려면 한 번 더 만나야 되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수한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상담을 해주는 척 하다가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로 이어진다. 길거리서 흔히 ‘미술치료’ ‘심리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을 호객한다. 젊은 청년들은 호기심에 접근을 하면 신도들은 자연스럽게 포교활동을 시작된다. 

학회 관계자는 “길거리서 상담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전문가들은 거리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소, 센터, 기관, 대학 기구서 연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해당 관계자는 “혹시라도 길거리서 자신을 한국상담학회 회원이나 또는 다른 학회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학회에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민성 변호사는 <법률방송뉴스>와의 인터뷰서 “길거리 포교활동은 불법이다. 왜냐하면 싫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속 따라오거나, 물품 강매, 위협적인 말을 통해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형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상을 운운하거나, 앞으로 불운이 닥친다거나, 누가 죽는다거나 하는 식의 공포심을 유발해 금전을 받아도 협박죄로 형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와 강요를 할 경우 나중에 피해를 당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녹음을 해야한다. 녹취를 증거로 이러한 피해를 받았다는 입증이 되는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이 같은 포교행위로 신고된 선수는 연중 20건 미만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17건, 2017년 10건, 올해 6월 기준으로 18건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포교 행위에 비해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동영상, 녹음 등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현장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펴자” vs “접자" 성경책 트집
천기총-신천지 공개토론 결렬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이하 천기총)가 신천지에 제안한 공개토론이 결렬됐다. 양쪽은 진행 방식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성경을 보고 토론하는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토론을 거부했다. 

천기총 관계자 3명과 신천지 천안교회 측 3명은 공개토론 최종조율을 위해 마주앉아 양측이 각각 5개 주제를 정해 발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신천지에선 성경을 보지 않고 성경 내용을 증거한다”며 양측 모두 성경을 펼치지 않고 토론할 것을 요구했다.

천기총은 “성경 공개토론서 성경을 보면서 토론하자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건데 이를 트집 잡아 토론할 수 없다고 하는 신천지 측의 태도는 공개토론에 응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객관적 자료를 통해 청중들이 어느 쪽 말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토론 방식을 놓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공개토론은 결렬됐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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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