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는 옛말…정교해지는 사이비 포교법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55:18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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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은 먹을거로 남자는 미인계로 ‘꼬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이비·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대학교 신입생 등 순진무구한 일반인들을 노려 다양한 방법으로 포교를 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날로 정교해지는 포교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 전남대학교 포교금지 ⓒ전대신문

시대가 변하면서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길거리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던 시대는 지났다.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가는 거절당하기 일쑤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 신상을 알아내고 있는 것.

취업자 타깃

신도들은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다. 종교단체임을 숨기고 대외활동 및 봉사활동 단체로 둔갑한다.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해준다는 미끼로 취업준비생들을 끌어들인다. 이 단체들은 수준 높은 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참여자들을 유인한 후 활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광고 전단지나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통해 포교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말씀 청취 알바 구함’이란 제목으로 올린 이 광고는 하루 1시간30분만 선교사의 말을 들어주면 하루 1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총 10회 참여가 의무사항이다.

공고 내용에는 ‘선교사를 배출하는 과정서 상대로 스피치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앙인의 경우 우선채용하겠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말씀 청취 알바는 벽보 광고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는데, ‘예비 선교사님을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란 제목으로 1회에 1시간 가량 예비 선교사의 스피치를 듣고 소감문을 기록하면 6000원의 시급을 준다고 적혀있다.


“쉽게 돈 벌수 있다” 유인
유명 언론사 사칭해 인터뷰

이 알바는 ‘듣기만 하면 되는 쉬운 알바’로 소개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광고들은 신천지의 교리를 듣게 하는 교묘한 표교 방법으로,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선교사 관련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비교적 편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함정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특히 선교사를 도울 수 있다는 취지의 광고로 인해 기독교, 천주교 등 신앙인들이 더더욱 혹하게 된다. 

취업 스터디를 가장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스터디 초반에는 의심을 차단시키기 위해 취업 목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웠다 싶으면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활동을 한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집중공세를 활용해 판단력을 흐려놓는 게 특징이다. 

미인계 시도

카카오톡과 전화를 활용해 포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부터 해온 길거리 포교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톡 포교법의 대상자는 이성에 관심이 많고 외로운 남성을 주 타깃이다. 일명 미인계 포교법으로 통한다. 

포교자는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의 신천지 여성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다음 SNS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면 남성은 “누구세요?”라고 답이 돌아오면, “00이 아니냐”고 다른 이름을 댄다.


아니라고 하는 대답에 “그럼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서 잘못 알았다며 사과한다. 이후 친근감 있는 말투와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남성의 환심을 산 다음,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락처를 물어보면서 만남을 유도한다. 이후 만나는 횟수를 점점 늘리면서 남성을 종교에 끌어들인다. 

초등생 간식

대학교와 도심 길거리서 행해지던 포교활동은 이제 초등학교 교문 앞까지 침투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간식거리나 학용품으로 접근해 꾀어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로 사회경험이 적은 저학년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지 등 신상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부모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혼자 있는 아이들만 노리는 등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뷰 사칭

길거리서 인터뷰를 잠깐 할수 있겠냐는 말로 포섭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에선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잡지를 사칭한다. 인터뷰에 응한 대상자에게 대학생 트렌드에 대해 물으면서 일반적인 인터뷰를 진행한다. 점점 대상자를 친찬하는 등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다음 만날 약속을 잡는다.

공강시간이나 수업 끝나고 보자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낸 다음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수법이다. 인터뷰로만 여긴 학생들은 연락처를 알려주게 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유명한 잡지의 이름을 대고 첫사랑 이벤트에 당첨됐다면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신도는 대상자에게 “어떤 분이 당신을 첫사랑으로 지목했다.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는 줄 알고 나온 대상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자연스레 교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예비 대학생이나 신입생을 대상으로 방송국을 사칭해 종교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접근하기도 한다. 신도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국이라고 밝힌 뒤 청년들이 교회에 안 나가는 이유와 교회에 다닐 의향에 대해 물어본다. 진짜 방송국이라고 믿는 청년들은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면서 신도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이후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포교활동을 시작한다.

토익 매개체로

로버트 할리가 믿는다는 몰몬교에선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면서 접근을 시도한다. 2인1조로 다니는 몰몬교 신도들은 지방대학교를 주로 공략하는데, ‘무료 영어과외’ 전단지를 붙여 놓는다. 영어를 무료로 배우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은 몰몬교 신도에 꾐에 빠져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게 되고, 결국 몰몬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토익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포교활동도 있다. 이들은 토익 점수가 낮은 대학생을 노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토익 스터디에 가입하자고 한다. 토익 스터디의 강사들은 영어스터디의 일환으로 영어 성경묵상(QT)을 제안한다. 영어 공부에 열의가 있는 대학생들은 이를 수락하고, 수업에서는 점점 성경묵상의 빈도가 높아진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도 주의해야 한다. 영어훈련을 한다는 3박4일 캠프가 세칭 ‘구원파’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어교실에서는 회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을로 알려져 있다. 


신입생 타깃

대학의 교내 신입생들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신입생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접근해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 실제로 한 대학 SNS에 수상한 종교단체의 꾐에 넘어갈 뻔한 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무료 영어 과외로 빙자해 섭외
“말만 들어도 하루 1만원” 접근

자신을 신입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면접이 끝나고 단과대학 건물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면접 잘 봤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과를 물어보더니 자신이 그 학과 출신이라며 종교를 물었다. (본인이) 선배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 줄테니 핸드폰 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며 “속으로는 알려주기 싫었지만 번호를 알려줬다. 그 뒤에도 선배란 사람이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종교 이야기를 함께했다. (당시)단호하게 연락을 끊었어야 했는데 성격상 말을 못 꺼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포교 활동이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거부 의사를 표현해도 지속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교활동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심리상담 호객


포교활동은 대개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길거리에 부스를 차리거나 지인 섭외를 통해 심리상담을 해준다면서 포교활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상담을 해야 한다며 그림을 그리라거나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다음,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려면 한 번 더 만나야 되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수한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상담을 해주는 척 하다가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로 이어진다. 길거리서 흔히 ‘미술치료’ ‘심리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을 호객한다. 젊은 청년들은 호기심에 접근을 하면 신도들은 자연스럽게 포교활동을 시작된다. 

학회 관계자는 “길거리서 상담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전문가들은 거리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소, 센터, 기관, 대학 기구서 연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해당 관계자는 “혹시라도 길거리서 자신을 한국상담학회 회원이나 또는 다른 학회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학회에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민성 변호사는 <법률방송뉴스>와의 인터뷰서 “길거리 포교활동은 불법이다. 왜냐하면 싫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속 따라오거나, 물품 강매, 위협적인 말을 통해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형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상을 운운하거나, 앞으로 불운이 닥친다거나, 누가 죽는다거나 하는 식의 공포심을 유발해 금전을 받아도 협박죄로 형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와 강요를 할 경우 나중에 피해를 당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녹음을 해야한다. 녹취를 증거로 이러한 피해를 받았다는 입증이 되는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이 같은 포교행위로 신고된 선수는 연중 20건 미만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17건, 2017년 10건, 올해 6월 기준으로 18건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포교 행위에 비해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동영상, 녹음 등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현장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펴자” vs “접자" 성경책 트집
천기총-신천지 공개토론 결렬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이하 천기총)가 신천지에 제안한 공개토론이 결렬됐다. 양쪽은 진행 방식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성경을 보고 토론하는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토론을 거부했다. 

천기총 관계자 3명과 신천지 천안교회 측 3명은 공개토론 최종조율을 위해 마주앉아 양측이 각각 5개 주제를 정해 발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신천지에선 성경을 보지 않고 성경 내용을 증거한다”며 양측 모두 성경을 펼치지 않고 토론할 것을 요구했다.

천기총은 “성경 공개토론서 성경을 보면서 토론하자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건데 이를 트집 잡아 토론할 수 없다고 하는 신천지 측의 태도는 공개토론에 응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객관적 자료를 통해 청중들이 어느 쪽 말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토론 방식을 놓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공개토론은 결렬됐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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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