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자유한국당 웃음 짓는 이유

‘국민 불안’ 선거판에 이용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코로나 정국’에 대해 정치권은 총선 전의 큰 핵심변수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서 코로나 정국이 지속될수록 여당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장 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보건소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대응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정치적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정국’이 두 달 남은 총선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정부 향해
비판 수위↑

감염증 확산과 같은 국가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어지는 ‘문정부 저격’을 두고 일각에선 총선 전 국민들의 불안을 선거판에 끌어다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문정부를 향해 ‘늦장 대응’ ‘중국 눈치보기’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서 열린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국당·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서 황교안 대표는 “진료현장서 의료인들은 목숨을 걸고 있는데,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며 “부실한 검역관리 등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다 한 박자 늦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서 요청한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도 뒤늦게 수용됐는데 감염병 경보단계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입국제한도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중국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후베이성이 아닌 곳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의 40%가 발생했는데 후베이성에만 입국 제한을 두는 건 잘못됐다는 논리다.

정부는 중국발 국내 입국 제한 대상을 현재 ‘후베이성 방문자’로 국한해 정부가 입국 금지 확대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정부는 여행경보 조정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로 상향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철수권고와 여행 금지를 모두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선회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정국’ 총선 변수로 부상
중국 혐오 부추기는 자유한국당

이를 두고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매일 약 1만1000여명이 국내에 입국하고 있는데 정부는 관광 비자를 금지했다가 검토로 넘어갔고, 한국인에 대해 중국 여행 제한한다고 했다가 다시 돌아섰다”며 “늦은 대책으로 방역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제 집단적 모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국면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국제사회 동향도 살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중국과의 교역과 이동 제한에는 반대 의사를 권고했다.

이어 강 장관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상반기 내 방한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 주석이 상반기에 방한한다는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양국 간 양해 사항에 아직 변함이 없다”며 시 주석의 방한 일정 연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 박성중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 대해 허위사실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문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서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한 후, 중국정부의 긍정적인 화답으로 인해 총선 전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 방한이 총선을 앞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경색된 양국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완전 해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증가와 수출 증가 등 긍정적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짜뉴스’
여야 공방

이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성사시켜 그 바람으로 총선을 이기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며 “그 계획이 우한 폐렴 때문에 망가지니 중국에 대해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 계략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은 아예 뒷전”이라며 문정부를 겨냥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 우한 폐렴 명명 등 ‘혐중’ 조장으로 여권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중국 전역을 오염 지역으로 보고 중국 눈치를 그만 보고 초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우한, 후베이로부터 중국인 입국이 무방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한에 거주했거나 이곳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을 부르는 명칭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의 명칭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신종 코로나로, 한국당은 우한 폐렴으로 명명하고 있다. 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 손실 등 여러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가진 세계적 책임 부분에 대해 짚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 규범에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중동 지역 명칭이 있어 사태 이후 국제사회서 중동 지역에 대한 불편함과 피해가 추가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질병명을 정할 때 지리적 위치나 사람 이름 등이 포함된 용어는 배제하도록 만들어진 국제 규범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 대표는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는 데 신경 쓸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또 공방전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당이 특정 지역을 노골적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일부 야당 정치인이 재난을 정치 쟁점화하며 ‘중국인 포비아’까지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있다”며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행동에 대해 경계하고 나섰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질병 명명을 두고 “중국 눈치 보기 프레임으로 연결시키는 게 문제”라며 “국제기구의 권고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거라는 가짜 뉴스가 워낙 횡행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혐중 심리 조장 발언을 일삼는 이유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이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파장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6월, 박근혜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한 달 동안 대통령 지지율이 4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해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한국갤럽이 2015년 6월16∼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박근혜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인해 국내서 18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무려 20.4%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당 황 대표는 박정부의 국무총리였다.

총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당은 가짜뉴스를 유포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가짜뉴스 차단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황 대표는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300만개를 가져다준 데 이어, 중국 관광객도 마스크를 싹쓸이하고 있어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스크 300만장 등의 지원은 정부차원이 아닌 한·중 민간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기에 불리한 여권
야당 ‘절대적’ 유리

아울러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중국 출장에 나선 한 무소속 자치단체장을 민주당 소속이라고 비판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무주군수가 폐렴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해외출장을 필리핀으로 갔다”며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수는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알려졌다.


군수의 당적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한국당은 당 출입 기자들에게 ‘군수는 무소속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 잡는다. 언론인 여러분은 정정 보도해주시기 바라며, 민주당과 황 군수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왔다.
 

▲ 원내대책회의서 모두발언하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식 기자

한국당은 민주당의 브리핑 발표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고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한국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입국금지 등을 주장하며 국민 불안감만 정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응한 것이다. 당 미디어특위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약 70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한 상태로,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허위 사실을 게시한 것은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문제이자 민주당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국회 대응이 시급한 건 단언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코로나 사태 대응 특위 의결을 위해 서둘러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 건너 불구경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과거 박근혜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서 보여준 폐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로 인해 4·15 총선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예정대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이를 연기할 수 있다.

그럴 때가
아닌데…

총선이 이번 신종 코로나로 연기된다면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감이 확산될수록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에게는 총선 전 정부의 무능함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제공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역에 실패해 총선 일정이 바뀐다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커질 수밖에 없어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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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