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자유한국당 웃음 짓는 이유

‘국민 불안’ 선거판에 이용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코로나 정국’에 대해 정치권은 총선 전의 큰 핵심변수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서 코로나 정국이 지속될수록 여당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장 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보건소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대응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정치적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정국’이 두 달 남은 총선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정부 향해
비판 수위↑

감염증 확산과 같은 국가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어지는 ‘문정부 저격’을 두고 일각에선 총선 전 국민들의 불안을 선거판에 끌어다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문정부를 향해 ‘늦장 대응’ ‘중국 눈치보기’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서 열린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국당·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서 황교안 대표는 “진료현장서 의료인들은 목숨을 걸고 있는데,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며 “부실한 검역관리 등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다 한 박자 늦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서 요청한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도 뒤늦게 수용됐는데 감염병 경보단계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입국제한도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중국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후베이성이 아닌 곳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의 40%가 발생했는데 후베이성에만 입국 제한을 두는 건 잘못됐다는 논리다.

정부는 중국발 국내 입국 제한 대상을 현재 ‘후베이성 방문자’로 국한해 정부가 입국 금지 확대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정부는 여행경보 조정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로 상향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철수권고와 여행 금지를 모두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선회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정국’ 총선 변수로 부상
중국 혐오 부추기는 자유한국당

이를 두고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매일 약 1만1000여명이 국내에 입국하고 있는데 정부는 관광 비자를 금지했다가 검토로 넘어갔고, 한국인에 대해 중국 여행 제한한다고 했다가 다시 돌아섰다”며 “늦은 대책으로 방역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제 집단적 모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국면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국제사회 동향도 살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중국과의 교역과 이동 제한에는 반대 의사를 권고했다.

이어 강 장관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상반기 내 방한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 주석이 상반기에 방한한다는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양국 간 양해 사항에 아직 변함이 없다”며 시 주석의 방한 일정 연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 박성중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 대해 허위사실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문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서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한 후, 중국정부의 긍정적인 화답으로 인해 총선 전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 방한이 총선을 앞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경색된 양국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완전 해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증가와 수출 증가 등 긍정적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짜뉴스’
여야 공방

이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성사시켜 그 바람으로 총선을 이기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며 “그 계획이 우한 폐렴 때문에 망가지니 중국에 대해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 계략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은 아예 뒷전”이라며 문정부를 겨냥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 우한 폐렴 명명 등 ‘혐중’ 조장으로 여권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중국 전역을 오염 지역으로 보고 중국 눈치를 그만 보고 초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우한, 후베이로부터 중국인 입국이 무방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한에 거주했거나 이곳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을 부르는 명칭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의 명칭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신종 코로나로, 한국당은 우한 폐렴으로 명명하고 있다. 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 손실 등 여러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가진 세계적 책임 부분에 대해 짚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 규범에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중동 지역 명칭이 있어 사태 이후 국제사회서 중동 지역에 대한 불편함과 피해가 추가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질병명을 정할 때 지리적 위치나 사람 이름 등이 포함된 용어는 배제하도록 만들어진 국제 규범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 대표는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는 데 신경 쓸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또 공방전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당이 특정 지역을 노골적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일부 야당 정치인이 재난을 정치 쟁점화하며 ‘중국인 포비아’까지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있다”며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행동에 대해 경계하고 나섰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질병 명명을 두고 “중국 눈치 보기 프레임으로 연결시키는 게 문제”라며 “국제기구의 권고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거라는 가짜 뉴스가 워낙 횡행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혐중 심리 조장 발언을 일삼는 이유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이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파장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6월, 박근혜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한 달 동안 대통령 지지율이 4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해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한국갤럽이 2015년 6월16∼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박근혜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인해 국내서 18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무려 20.4%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당 황 대표는 박정부의 국무총리였다.

총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당은 가짜뉴스를 유포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가짜뉴스 차단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황 대표는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300만개를 가져다준 데 이어, 중국 관광객도 마스크를 싹쓸이하고 있어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스크 300만장 등의 지원은 정부차원이 아닌 한·중 민간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기에 불리한 여권
야당 ‘절대적’ 유리

아울러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중국 출장에 나선 한 무소속 자치단체장을 민주당 소속이라고 비판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무주군수가 폐렴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해외출장을 필리핀으로 갔다”며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수는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알려졌다.


군수의 당적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한국당은 당 출입 기자들에게 ‘군수는 무소속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 잡는다. 언론인 여러분은 정정 보도해주시기 바라며, 민주당과 황 군수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왔다.
 

▲ 원내대책회의서 모두발언하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식 기자

한국당은 민주당의 브리핑 발표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고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한국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입국금지 등을 주장하며 국민 불안감만 정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응한 것이다. 당 미디어특위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약 70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한 상태로,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허위 사실을 게시한 것은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문제이자 민주당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국회 대응이 시급한 건 단언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코로나 사태 대응 특위 의결을 위해 서둘러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 건너 불구경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과거 박근혜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서 보여준 폐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로 인해 4·15 총선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예정대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이를 연기할 수 있다.

그럴 때가
아닌데…

총선이 이번 신종 코로나로 연기된다면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감이 확산될수록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에게는 총선 전 정부의 무능함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제공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역에 실패해 총선 일정이 바뀐다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커질 수밖에 없어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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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