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신천지 표적 포교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4:29:08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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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걸려도…발끝부터 세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신천지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신천지 신도 수도 충격을 주고 있다. 기상천외한 이들의 포교 수법을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코로나19 확산에 결정적 계기가 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최근 10년 간 신도 수가 무려 4배 증가하면서 지난해 2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신천지 특유의 교리와 함께, 젊은 층에 대한 ‘맞춤형 전도’가 신도 수 급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천천히
치밀하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신천지는 전체 신도 수가 수천명에 불과한 작은 단체에 불과했다. 1980년부터 포교를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20년 넘게 1만명도 미혹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신천지는 급격히 신도 수를 늘려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엔 아래와 같은 다양한 수법들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의 편지 = 낭만을 그리워하는 청년들에게 ‘익명으로부터 온 편지’를 전달해주겠다며 접근한다. 예를 들어 신도들은 대학교 입구 근처서 지나가는 20대 중후반의 행인을 붙잡는다. 연애 관련 웹툰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얼마나 연애해봤나?” “선호하는 연애 스타일이 있느냐” 등 비교적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또 인근 학교의 동문이라고 속이며 친밀감을 조성한다. 이후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전화번호를 묻는 식이다. 

열흘이 지난 뒤, 신도는 행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연합 동아리원’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익명으로 편지를 남겼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쑥스러워서 편지를 쓴 것 같다. 편지를 전해줄 테니 그 대가로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2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한 탓에 몸과 마음이 지친 행인은 편지를 받고 싶어 인터뷰에 응할 마음을 갖는다. 


신도들은 인터뷰 약속 날짜를 계속 바꾸며 애를 태운다. 결국 약속 장소를 신천지 관련 장소로 잡은 뒤 본심을 드러내는 수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교 피해자는 “요즘 청년들이 힘든 시기다 보니 포교활동도 점차 낭만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사이비라고 해도 사람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경험하니, 정말 기분이 나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애 포교 = 신천지 포교 방식 중 가장 오래된 방식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에게 여성 신도들이 접근해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포교하는 방식이다. 신천지는 남녀 성비가 3:7일 정도로 여성 신도 비율이 매우 높다. 건전한 이성교제로 시작해 신천지 포교까지 이어졌다는 피해담이 속출한다.

여성 신도들은 거리서 맘에 든다며 행인 남성에게 번호를 묻는다. 교제를 시작한 뒤 평상시처럼 데이트를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대화 도중 은연 중에 신천지에 관한 얘기를 가볍게 꺼낸다. 신천지가 나쁘지 않은 것이라며 남자친구를 세뇌시킨다. 이후 신천지센터까지 남자친구를 유도해 정상적으로 공부하는 것처럼 모여 포교하는 방식이다. 

심리상담 활용 지속적 만남 유도
정서적 교감 뒤 신천지센터 소개

익명을 요구한 한 연애 포교 피해자는 “연애 시작 단계에선 정말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천지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을 알게 됐다. 신천지를 강요하지 는 않았지만 은연 중에 이야기를 꺼냈다. 신천지만 제외하면 정상적인 사람인데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뒤 이별을 통보했다. 당시 여자친구는 개인사보다 신천지 공부를 더 중요하게 여겼으며, 헤어지고 나서도 전 여자친구를 비롯해 다른 신천지 신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언급했다.

▲설문·상담 = 신천지서 전통적으로 오늘날까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길거리 포교서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관심을 끌고 차후 만남을 약속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아이템이 심리검사다. 
 

대화를 나누기에도 적당한 소재인데다 심리검사 결과를 설명해주겠다는 구실로 다음번 만남을 약속하기도 쉬운 만큼 비교적 성공률이 높다. 특히 이 방법은 대학생들에게 효과적인데, 주로 심리학과 학생으로 위장해 과제를 도와달라거나 리서치 단체를 사칭해 설문에 응한 이들에게 무료로 전문가를 통한 심리검사를 해준다는 식의 방법을 사용한다. 


실제 심리학과 대학생들이 과제로 자신의 상담 녹취록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선 상담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 신천지에 대한 교리를 전하면서 마음을 움직인다. 물론 아무에게나 접근하지 않고 설문 과정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종교를 확인한다. 십자가 모양의 목걸이나 귀걸이 등을 확인한 후 접근하기도 한다. 기독교 서점이나 백화점을 출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취미활동 = 동아리나 동호회 활동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선교단체나 대학의 기독교 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교회서와 동일하게 활동한다. 동호회는 탁구, 낚시, 자전거, 등산 등과 같이 종교적 성격이 없고 단순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모임이나 사전에 기독교인 비율을 조사한 뒤 대상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가입해 활동한다. 이 경우 동호회 내에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과 의도적으로 친해진 뒤 정보를 캐내는 방식의 활동을 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일 년 이상 활동한 신천지 신도들은 지인들을 이미 포섭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독교인들을 지속적으로 사귈 방법이 필요하다.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 새로운 사람을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동호회들이 있는데 이런 단체들은 신천지 신도들의 좋은 타깃이 된다.

단체에 침입한 신천지 신도는 열심히 활동하며 친분을 쌓고 자신의 영향력을 넓힌 뒤 신천지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체 내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식이다.

▲자원봉사 =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기독교인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고정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기독교인들을과 접촉하거나 사귀기 수월하다. 혹은 자원봉사단체를 사칭하기도 하는데 이때 대상자는 자연스럽게 신천지 사람들이 많은 자원봉사 현장으로 인도된다. 실제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사회복지학과 학생에게 해당 지역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를 사칭해 접근한 경우가 있었다. 

신천지 신도는 자원봉사활동을 연결해주겠다며 복지관 앞에서 만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기본교육을 진행했다. 편부모 가정에 방문해 아이를 돌보고 학습지도를 해주는 봉사활동으로 학습지도를 하며 친분을 쌓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 사회복지사, 방문 가정, 아이의 이모, 심지어 아이까지 모두 신천지 신도인 것. 위장된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포교 대상자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봉사활동 포교에 당한 한 대학생은 “‘맹인에게 책 읽어주기’라는 봉사활동에 등록했는데, 봉사활동은 못하고 신천지센터에 유인돼 신천지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대전종교문제연구소 실장은 “결국 신천지는 문화예술봉사단체를 운영해 포교에 나서고 외연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단체를 활용한다. 전국에 신천지 위장 문화단체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 시립도서관 등에서 고정적으로 공부하러 나오는 사람을 노린다. 먼저 도서관 열람실서 자리를 찾는 것처럼 한 바퀴를 돌며, 자리에 성경책을 올려둔 사람을 찾는다.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면 기독교 신자일 확률이 높다. 

신원 감추고 
큰 그림 접근

특히 시험공부 전에 성경책을 잠깐 보고 기도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의도적으로 옆자리에 앉은 뒤, 자연스럽게 지우개나 연필 등을 빌리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읽고 싶은데 가져오지 않았다며 성경책을 빌리기도 한다. 하루 종일 시험 공부하는 사람들은 몇 시간 정도 집중해 공부하다가 쉬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따라 나가 우연히 마주친 척 음료수를 하나 뽑아주고 “아까 정말 감사했다”며 인사를 건넨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매일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냈으면, 서두르지 않고 매일 도서관에 들른다. 얼굴 도장을 찍고 간단한 인사를 건넨다. 가끔은 휴게실서 만나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금 공부 중인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혹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겠냐”며 연락처를 교환하고, 실제로 정보도 공유하며 친분을 쌓는다. 
 

혹은 도서관 내에서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하기도 한다. 스터디 모집을 통해 사람들을 모은 뒤, 기독교인이 있으면 그대로 위장 스터디를 진행하고, 없다면 스터디를 기획한 사람이 잠수를 했다는 핑계 등으로 스터디 모임을 중단하고 진행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 금전이 필요한 청년들은 좋은 타깃이 된다. 선교단체 등으로 위장한 신천지센터서 강의를 듣고 필기해주면 강의 당 일정한 비용을 주겠다며, 아르바이트 희망자를 유혹한다.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신천지 교리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혹은 신학생이나 선교사 준비생인데 말씀을 가르치는 연습을 하고 싶다며 듣고 평가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기도 한다. 

노골적인 유도는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는 않는 방식이지만 수월해보이는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라 여러 가지 내용을 섞어 유인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며 활용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내용은 무엇이든 가능하기에,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위장 교회 = 신천지의 위장 교회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신천지에는 2010년 기준으로 목회자 출신 신천지 교인이 약 350명가량이다. 물론 대부분 군소교단 출신이지만 장로교 합동이나 통합 등 규모 있는 출신의 목회자들도 있다.

기독교 신자 노려 접근해서 위장
초등학생 포교 위해 교대 진학도


또 전략적으로 꾸준히 신천지 사람들을 신학교로 침투시켜 목사안수를 받게 하는데, 신학교를 다니는 기간 동안 들키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게 되면 그 사람을 통해 신천지 위장 교회를 개척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목사안수도 받지 않은 신천지 교인이 정통교단 이름으로 교회를 만들어놓고 목사 행세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간판만 보고 속아서 위장 교회에 출석한 사람이 교회에 정착하게 되면, 교회 모임과 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천지 성경을 공부하게 되고 신천지로 쉽게 인도되는 것이다.

▲해외 포교 = 신천지는 국내 포교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 포교팀서 활동했다 이탈한 신도에 따르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언어 교육의 미비를 지적해 비행기 내에서 언어 교육을 한다. 예를 들면, 터키에 포교하러 가는 도중에 출국 비행기 안과 길거리서 대화하며 언어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신천지에선 해외 파견자 언어 교육을 한다 해도 교육 시 정신 교육, 복음방 교육, 섭외 교육과 병행하면서 포교를 진행한다.

또 해외 포교를 위해 신천지 측에서는 UN NGO단체 모임을 이용한다. 처음 다문화 모임을 만들어 UN NGO단체 모임에 참가하게 해 해외 파견을 나간다. 예를 들어 발칸반도 지부를 맡은 국제부장이 인사들을 섭외하던 중 각 나라에 팀을 꾸려달라고 부탁할 경우 팀 단위로 파견하는 것. 현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활동하게 되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해외파견 사업을 기획하게 되는데, 바로 한류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 신천지 수료식

신천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한국문화원을 개강해 한국어 수업을 통해 현지인들을 포교하거나 언어 교환, 독서 실태 조사, 남북 분단 문제 논의, 행복 프로젝트, 소통 논문 작성, 도형 상담 등을 이용해 포교하고 있다. 매주 주말에는 문화행사를 통해 한국에 관심 있는 이들을 섭외하고 있다.

이외에도 탁지원 이단 신흥종교 전문가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서 “초등학생들도 포교 대상으로 삼는다. 교대에 강의를 하러 갔다. 학생들이 이야기하는데 교대나 사범대에도 신천지 신도가 있다더라.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 합법적인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포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점점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포교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신천지의 포교 전략은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으며, 지금도 신천지의 포교 전략팀은 매일같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전략을 알고 있어도 당할 수 있는 게 신천지 포교 방식이다.

봉사인 척
신도인 척

모든 전략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그들을 신천지 센터로 유도하기 위한 방법에 불과하다. 위에서 소개한 방식들은 신천지서 오랫동안 사용했으며, 실제로 새로운 사람들을 접촉하는 데 손쉬운 방법들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외부단체의 학교 내 포교활동을 금지하겠다”며 “금지 현수막을 걸고 현장 조사단을 꾸려 수시로 점검하고 포교활동 시 강제 퇴교 조치하는 등 엄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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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곳에 떨어진 ‘이혜훈 폭탄’

엉뚱한 곳에 떨어진 ‘이혜훈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뻥뻥 터지고 있다. 지명 직후 국민의힘을 두 쪽으로 가르더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까지 혼란에 빠트렸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다. 인사청문회까지 몇 개의 고비가 남았을까?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중진 보수 정치인이다. 오랜 기간 보수에 몸담은 인사를 초대 경제 부처 수장으로 지명한 만큼 ‘경제·민생 통합’이란 이재명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속전속결 손절 치기 이날 이 수석은 이같이 밝히며 “이 후보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정책과 실무에 능통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불공정 거래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며 “곧 출범하는 기획예산처가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세심하게 수립하도록 해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휴일임에도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자당 소속인 이 후보자를 제명 조치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당헌·당규에 따라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을 앞두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실시하는 등 당무 행위를 병행함으로써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직을 정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유독 거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 후보자가 자당 출신인 점은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 어게인’과 결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였다. 배신자 VS 외연 확장 보수 가르더니… 자진 사퇴 VS 일단 중립 진보도 두 쪽 후보자 지명 이틀 만에 국민의힘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기회주의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며 ‘이혜훈 배신자 프레임’을 띄우는 한편, 지금이야말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분열하는 양상을 띤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해 “당의 지원을 받는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단물을 빼먹은 분”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이정부의 앞잡이가 되어서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자신의 영혼을 팔고, 자리를 구걸하고 있다. 그것을 탕평이라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글삭튀 이혜훈, 소신도 없이 이재명에게 러브레터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보수 전사인 척하더니 자리를 넙죽 받았다. 이혜훈은 이재명의 기본소득, 보편 복지, 수요 억제 부동산 정책을 가장 세게 까왔다”고 말했다. 이는 내정 직후 이 후보자가 입장문을 통해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는 대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범보수인 개혁신당은 이 후보자의 ‘배신자론’이 과하다며 오히려 보수 때리기에 나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거국 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며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며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결국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파도 파도 끝이 없네 여러 의미로 ‘파격 인사’인 만큼 이 후보자의 지명을 놓고 무수한 뒷말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세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경제 총알받이’ ‘국민의힘 분열’ 등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지명했다는 설이 있었다”며 “겨우 그런 걸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리스크를 떠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후보자라는 시한폭탄이 여당 쪽으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강선우·김병기 의원의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사나운 민심의 파도를 건너던 도중 이 후보자를 둘러싼 ‘초대형’ 갑질 의혹이 터지면서 전직 관계자들의 폭로전이 시작됐다. 2017년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등 질책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이후 이 후보자가 보좌직원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 댓글을 지우게 하거나 직접 반박 댓글을 달게 하고, 상호 감시를 지시하거나 구의원들에게 집회에서 삭발을 강요했다는 등의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하루 간격으로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수박 배달’ 등 자잘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이 후보자의 갑질 논란은 어느 새 고발전이 됐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 후보자를 협박·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권력 우위에 있는 국회의원이 약자인 인턴 직원에게 모욕적 언사를 반복하고, 공적 직무와 무관한 개인 주거 공간의 프린터 수리를 지시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직권 남용”이라며 “이 대통령은 즉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다. 땅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후보자의 배우자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공식 개항 전인 2000년 1월 초 인천 중구 중산동의 잡종지 약 200평(6612㎡)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자의 과거에 제출한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 땅은 2006년 한국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에 39억2100만원에 수용됐다. 6년 사이 약 세 배의 시세 차익을 번 것이다. 그래도 품어야 주 의원은 “서울 사는 이혜훈 부부가 인천 잡종지 2000평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김씨가 땅 투기를 통해 재산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이 후보자의 청문회 날짜가 오는 19일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19~20일 이틀간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 간의 조율 끝에 충분한 질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정해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우선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입장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제명까지 당하면서 이정부와 함께하길 택했다. 지금 자진 사퇴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라며 “만일 지명 철회를 하더라도 청문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 생명 다 걸고 온 사람한테 해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쫓아내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 역시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청문회에서 다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던 민주당인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42%로, 긍정 평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당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모양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42%로 집계됐다.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35%, 모름·무응답은 23%로 드러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8.2%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도저히 방어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권했다. 이 지명 부정 평가 42% 그래도 버티는 이유 뭐? 장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여당이기 때문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방어도 해 줘야 하지만 지금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조승래 사무총장이 ‘언급 자제령’을 내렸다. 이 후보자가 위태롭고 고립돼있다는 걸 정말로 증명하는 말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적절치 않으니 본인이 결단을 하는 게 맞다”며 “이미 만신창이지만 청문회를 버텨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증을 통해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부 인사는) 불완전한 상태로 국민께 추천을 드리는 단계가 있고, (지금은) 그런 보도가 되면 언론이 검증을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제도적으로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최종 점검하는 것이 검증 절차”라며 “국민과 함께 검증하는 청문회 과정까지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문회를 통한 검증 이후 최종 판단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며 “적어도 국민적 정서에 맞는가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제가 이 후보자라면 잘못한 말·행동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철저히 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갖출 비전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맞추겠다고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통과 전망에 대해서는 “청문회 당일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어필하면 청문회를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 결정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가) 다 마음에 들어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결정이 잘 된 결정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즉각 제명하고 비난하다 보니 국민의힘 쪽으로는 갈 수도 없다. 이쪽(민주당)에서 더 잘해야 한다. 파이팅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센 비판 속에서도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기류도 읽힌다. 믿는 구석 통할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발 갑질 논란에도 의원들이 끝까지 버틴 이유는 폭언·갑질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원직 사퇴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상 버티고 보는 것이다. 강 전 의원은 ‘1억 자금’ 논란이 불거지면서 탈당했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법적으로 걸릴 게 없다고 자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성 차원에서는 큰 타격을 입겠지만 끝에 가서는 결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민감한 소재인 갑질 의혹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곱절이 됐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왼쪽으로 넘어온 이혜훈 누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은 1964년생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레스터대 경제학과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치는 등 경제 분야서 활동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자로 서울 서초 갑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지난해 22대 총선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중구·성동구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후보자에게 패배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추대를 촉구하는 209인의 전직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