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방비 사각지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16 12:24:18
  • 호수 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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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막을 수도 없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이 언론을 통해 샅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장소가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공공장소도 남아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 서울 구로구 소재의 코리아 빌딩 ⓒ문병희 기자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콜센터 상담사라는 직종 자체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사무환경을 갖고 있는데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사무실 안에서 다수가 밀집해서 근무하는 구조 탓이다. 하루 종일 말로 응대하는 업무기에 마스크 착용을 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무방비 사각지대인 공공장소들을 모아봤다. 

다닥다닥
난감하네∼

▲클럽 =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식당 등 각종 영업점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 일대 클럽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곳들은 매주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에 있는 클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달 22∼23일 주말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SNS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당시 날짜와 시간을 인증하며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내부 전광판에는 ‘코로나 따위 개나 줘라’ 등의 문구를 게시하기도 했다. 사진 속에 나온 사람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착용하지 않은 채 인파에 휩쓸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태였다.

클럽뿐 아니라 번화가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은 20∼30대 청년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술집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일부는 밖으로 나와 길거리에 침을 뱉는 등 비말(침방울)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시간 종로구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 역시 대기표를 작성하고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SNS서 입소문을 탄 한 주점 앞 대기표에는 8팀이 대기를 걸어놓는 등 코로나19의 영향은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에선 한 ‘헌팅술집’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젊은이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헌팅포차는 호프집이나 포장마차처럼 소주, 맥주 등을 파는 일반 술집과 비슷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테이블의 이성과 즉석만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입소문 난 술집…8팀 대기
“마스크 착용하기도 힘들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강남을 비롯한 홍대, 이태원 등의 클럽 등이 자발적 휴업이 이어지자, 놀 수 있는 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헌팅포차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클럽 대체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공장 = 서울시 강북구 미아사거리 인근에는 봉제공장들이 밀집해있다. 콜센터처럼 밀집된 환경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서 “콜센터 집단 감염은 남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미아사거리역 근처 지하에 있는 한 봉제공장에 들어가자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재봉질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따로 환기를 하거나 방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온종일 다 같이 붙어서 일하니 한 명 걸리면 모두 걸리는 거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콜센터서 단체로 코로나19에 걸린 걸 보고 너무 겁이 났다”며 “우리는 줄 서서 마스크 살 시간도 없고, 자가격리되면 생계에 지장도 갈 뿐더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하에 위치한 또 다른 봉제공장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들이 즐비했다. B씨는 “지금 몸살감기 증상이 있는데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옆 사람이 걸리면 다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뭘 더 주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2층에 위치한 봉제공장은 상황이 심각했다. 환풍기는커녕 아예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C씨는 “마스크를 못 구하고 있는데, 한 명 걸리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니 겨우 구한 사람이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때문에 자가격리되면 생계가 올스톱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우려해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업장도 있었다. 한 봉제공장 사장은 “뉴스서 단체로 걸렸다고 보도하는 걸 보면 비슷한 사정인 우리도 걱정이다”며 “따로 체온을 잴 수도 없고 직원들이 열이 안 난다고 하면 믿어야지 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고, 폐쇄 공간서 여럿이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담당자를 정해 열이 있는지,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신천지 신도인지,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있는지 등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되도록 쓰고 공간 환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코로나가 두려워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착용하지 않거나 몸살감기 증상이 있어도 생계 문제로 함구한다. 또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는 사업체의 경우 이들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약국 앞 =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 한 약국 앞에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1시쯤 도착해도 벌써 시민 50여명이 마스크를 쓴 채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앞사람과 뒷사람 얼굴 간격이 50cm도 채 되지 않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하면 충분히 서로 얼굴에 침이 튈 수 있을 만한 간격이었다.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서 있는 게 더 위험하다” “너무 가깝다”며 줄을 서는 동안 감염 위험을 걱정하는 말도 종종 오갔다. 밀폐된 장소는 아니지만, 확진자일지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이날 마스크를 산 50대 홍모씨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선 것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있었다. 마스크를 사는 게 안전한 행동인지 좀 헷갈리기도 한다. 인파가 많이 있는 밀집 장소에서는 두려움이 먼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협소하고 밀폐된 공간서 다수가 밀집할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안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놀이공원 =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매표소 앞엔 개장과 동시에 놀이공원에 입장하기 위한 사람 100명이 넘었다. 이날 매표소 앞에 줄을 선 이들 중 상당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줄을 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스크 사러 
갔다가 헐∼

이날 오전 11시경 롤러코스터의 종류인 ‘아틀란티스’를 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2분이었다. 아틀란티스는 보통 휴일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놀이기구로 알려져 있다.

놀이공원에 다녀온 20대 구모씨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놀이기구 특성상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하며, 줄을 설 때 밀집된 장소서 기다려야 한다. 신경쓰지 않고 놀이공원에 갔지만, 막상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시국에도 눈치게임 잘하면 누릴 수 있는 건 풀로 누릴 수 있겠네” “경마공원 그 넓은 주차장에 전세 내고 집사람 운전연습시켰다” “이제 이거 보고 사람 몰리는 거 아니냐” “코로나 때문에 사람 없다고 소문나서 갔나 본데, 사람 많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놀이공원 이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우려의 시각은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하고 타인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놀이공원 특성상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놀이공원 특성상 줄을 서고 기구를 탈 때 ‘거리두기’가 안 되는 상황이면 피해야 한다”며 “만약 환자 한 명이 있었다고 하면 동선 파악, 접촉자 파악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면서도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는 가정 하에 놀이공원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측은 놀이기구 손잡이 등을 소독 분무기와 거즈를 이용해 자주 소독하고 엘리베이터 버튼 등 접촉이 많은 곳에 대해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원가 = 공무원 준비생들이 있는 노량진 학원가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각종 시험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기로 가장 바쁠 때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시험은 연기됐다. 그렇다고 수험생들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부 학원은 당분간 문을 닫아달라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강의를 중단하고 건물 전체를 폐쇄하기도 했다. 

놀이공원서 거리두기?
노량진 수험생 노출

하지만 상당수 학원들은 여전히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험생들도 노량진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고 문을 연 학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걱정과 경계심을 늦추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그 학원은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확진자는 물론 접촉자도 시험 응시 자격 자체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평소에 볼 수 없던 조치들을 진행하면서 ‘조심 또 조심’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당부가 전달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2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학원에 들어갈 수 없는 조치까지 취해지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당일 아침 학원 앞에 도착해서야 마스크를 집에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된 수험생 지모씨는 학원을 뒤로 한 채 주변 카페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방에 항상 마스크를 갖고 다니려고 하는데 가끔 까먹을 때가 있다”며 “마스크 때문에 학원서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게 억울하기도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역 6번 출구 앞의 또 다른 학원은 건물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손 소독제의 경우 엘리베이터 앞, 복도, 창문 틀 등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수험생이 많이 이용하는 교실 앞 손 소독제는 금방 바닥이 드러났다.

수백명의 수강생 앞에서 강의해야 하는 대형 강의 강사들은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해 한 학원은 하나의 마이크를 여러 강사가 공유하지 않고, 강사별로 개인 마이크를 나눠주고 강의실 스피커에 연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이런 대비도 수험생들이나 강사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

문 닫을 수도
열어놓을 수도

정부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과 관련해 다른 콜센터는 물론, 노래방·PC방·클럽·스포츠센터·학원 등을 집단 감염 고위험군으로 별도 관리키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사람들이 밀집해 비말 감염 우려가 있는 콜센터와 유사한 사업장 등에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과)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각 부처·지자체 등과 협조해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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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