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방비 사각지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16 12:24:18
  • 호수 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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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막을 수도 없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이 언론을 통해 샅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장소가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공공장소도 남아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 서울 구로구 소재의 코리아 빌딩 ⓒ문병희 기자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콜센터 상담사라는 직종 자체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사무환경을 갖고 있는데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사무실 안에서 다수가 밀집해서 근무하는 구조 탓이다. 하루 종일 말로 응대하는 업무기에 마스크 착용을 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무방비 사각지대인 공공장소들을 모아봤다. 

다닥다닥
난감하네∼

▲클럽 =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식당 등 각종 영업점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 일대 클럽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곳들은 매주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에 있는 클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달 22∼23일 주말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SNS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당시 날짜와 시간을 인증하며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내부 전광판에는 ‘코로나 따위 개나 줘라’ 등의 문구를 게시하기도 했다. 사진 속에 나온 사람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착용하지 않은 채 인파에 휩쓸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태였다.


클럽뿐 아니라 번화가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은 20∼30대 청년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술집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일부는 밖으로 나와 길거리에 침을 뱉는 등 비말(침방울)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시간 종로구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 역시 대기표를 작성하고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SNS서 입소문을 탄 한 주점 앞 대기표에는 8팀이 대기를 걸어놓는 등 코로나19의 영향은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에선 한 ‘헌팅술집’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젊은이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헌팅포차는 호프집이나 포장마차처럼 소주, 맥주 등을 파는 일반 술집과 비슷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테이블의 이성과 즉석만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입소문 난 술집…8팀 대기
“마스크 착용하기도 힘들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강남을 비롯한 홍대, 이태원 등의 클럽 등이 자발적 휴업이 이어지자, 놀 수 있는 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헌팅포차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클럽 대체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공장 = 서울시 강북구 미아사거리 인근에는 봉제공장들이 밀집해있다. 콜센터처럼 밀집된 환경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서 “콜센터 집단 감염은 남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미아사거리역 근처 지하에 있는 한 봉제공장에 들어가자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재봉질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따로 환기를 하거나 방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온종일 다 같이 붙어서 일하니 한 명 걸리면 모두 걸리는 거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콜센터서 단체로 코로나19에 걸린 걸 보고 너무 겁이 났다”며 “우리는 줄 서서 마스크 살 시간도 없고, 자가격리되면 생계에 지장도 갈 뿐더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하에 위치한 또 다른 봉제공장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들이 즐비했다. B씨는 “지금 몸살감기 증상이 있는데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옆 사람이 걸리면 다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뭘 더 주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2층에 위치한 봉제공장은 상황이 심각했다. 환풍기는커녕 아예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C씨는 “마스크를 못 구하고 있는데, 한 명 걸리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니 겨우 구한 사람이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때문에 자가격리되면 생계가 올스톱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우려해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업장도 있었다. 한 봉제공장 사장은 “뉴스서 단체로 걸렸다고 보도하는 걸 보면 비슷한 사정인 우리도 걱정이다”며 “따로 체온을 잴 수도 없고 직원들이 열이 안 난다고 하면 믿어야지 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고, 폐쇄 공간서 여럿이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담당자를 정해 열이 있는지,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신천지 신도인지,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있는지 등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되도록 쓰고 공간 환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코로나가 두려워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착용하지 않거나 몸살감기 증상이 있어도 생계 문제로 함구한다. 또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는 사업체의 경우 이들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약국 앞 =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 한 약국 앞에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1시쯤 도착해도 벌써 시민 50여명이 마스크를 쓴 채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앞사람과 뒷사람 얼굴 간격이 50cm도 채 되지 않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하면 충분히 서로 얼굴에 침이 튈 수 있을 만한 간격이었다.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서 있는 게 더 위험하다” “너무 가깝다”며 줄을 서는 동안 감염 위험을 걱정하는 말도 종종 오갔다. 밀폐된 장소는 아니지만, 확진자일지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이날 마스크를 산 50대 홍모씨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선 것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있었다. 마스크를 사는 게 안전한 행동인지 좀 헷갈리기도 한다. 인파가 많이 있는 밀집 장소에서는 두려움이 먼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협소하고 밀폐된 공간서 다수가 밀집할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안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놀이공원 =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매표소 앞엔 개장과 동시에 놀이공원에 입장하기 위한 사람 100명이 넘었다. 이날 매표소 앞에 줄을 선 이들 중 상당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줄을 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스크 사러 
갔다가 헐∼

이날 오전 11시경 롤러코스터의 종류인 ‘아틀란티스’를 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2분이었다. 아틀란티스는 보통 휴일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놀이기구로 알려져 있다.


놀이공원에 다녀온 20대 구모씨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놀이기구 특성상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하며, 줄을 설 때 밀집된 장소서 기다려야 한다. 신경쓰지 않고 놀이공원에 갔지만, 막상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시국에도 눈치게임 잘하면 누릴 수 있는 건 풀로 누릴 수 있겠네” “경마공원 그 넓은 주차장에 전세 내고 집사람 운전연습시켰다” “이제 이거 보고 사람 몰리는 거 아니냐” “코로나 때문에 사람 없다고 소문나서 갔나 본데, 사람 많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놀이공원 이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우려의 시각은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하고 타인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놀이공원 특성상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놀이공원 특성상 줄을 서고 기구를 탈 때 ‘거리두기’가 안 되는 상황이면 피해야 한다”며 “만약 환자 한 명이 있었다고 하면 동선 파악, 접촉자 파악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면서도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는 가정 하에 놀이공원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측은 놀이기구 손잡이 등을 소독 분무기와 거즈를 이용해 자주 소독하고 엘리베이터 버튼 등 접촉이 많은 곳에 대해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원가 = 공무원 준비생들이 있는 노량진 학원가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각종 시험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기로 가장 바쁠 때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시험은 연기됐다. 그렇다고 수험생들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부 학원은 당분간 문을 닫아달라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강의를 중단하고 건물 전체를 폐쇄하기도 했다. 

놀이공원서 거리두기?
노량진 수험생 노출


하지만 상당수 학원들은 여전히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험생들도 노량진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고 문을 연 학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걱정과 경계심을 늦추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그 학원은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확진자는 물론 접촉자도 시험 응시 자격 자체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평소에 볼 수 없던 조치들을 진행하면서 ‘조심 또 조심’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당부가 전달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2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학원에 들어갈 수 없는 조치까지 취해지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당일 아침 학원 앞에 도착해서야 마스크를 집에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된 수험생 지모씨는 학원을 뒤로 한 채 주변 카페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방에 항상 마스크를 갖고 다니려고 하는데 가끔 까먹을 때가 있다”며 “마스크 때문에 학원서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게 억울하기도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역 6번 출구 앞의 또 다른 학원은 건물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손 소독제의 경우 엘리베이터 앞, 복도, 창문 틀 등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수험생이 많이 이용하는 교실 앞 손 소독제는 금방 바닥이 드러났다.

수백명의 수강생 앞에서 강의해야 하는 대형 강의 강사들은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해 한 학원은 하나의 마이크를 여러 강사가 공유하지 않고, 강사별로 개인 마이크를 나눠주고 강의실 스피커에 연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이런 대비도 수험생들이나 강사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

문 닫을 수도
열어놓을 수도

정부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과 관련해 다른 콜센터는 물론, 노래방·PC방·클럽·스포츠센터·학원 등을 집단 감염 고위험군으로 별도 관리키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사람들이 밀집해 비말 감염 우려가 있는 콜센터와 유사한 사업장 등에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과)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각 부처·지자체 등과 협조해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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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