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토크 대부’ 쟈니윤의 인생 이야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16 11:00:31
  • 호수 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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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토크쇼 선구자였던 자니윤이 세상을 떠났다. 국민을 울게 한 그는 한국 코미디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무명 배우서 토크쇼 MC,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의 주인공까지, 다사다난했던 그의 인생사를 살펴봤다.
 

▲ 쟈니 윤 ⓒKBS

지난 8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요양병원서 자니윤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뇌출혈을 앓고 있었던 그는 숨지기 나흘 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입원했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았다. 본인의 뜻에 따라 그의 시신은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 기증됐고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4년여
투병 끝에…

자니윤과 LA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고, 그의 투병생활을 돕는 등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지인 임태랑씨는 지난 10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서 “2016년 뇌출혈 이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가 4년간 투병했다. 지난 4일 갑자기 혈압이 낮아져 입원했고 나흘 만인 지난 8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임씨는 “시신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UC어바인에 기증됐다. 마지막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이 있어 이미 수년 전 대학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 조용히 장례를 치를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좋은 뜻이었는데 친지나 가족, 팬들 입장에서는 바로 장례를 치르고 위로하거나 할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자니윤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연예계 후배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가수 배철수는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자니윤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캡처해 올린 뒤 ‘Rest in Peace(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남겼다. 가수 조영남은 KBS 2TV 토크쇼 <자니윤 쇼>서 보조 MC로 활약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자니윤은 일상서도 유머가 넘쳤다”며 “영어를 완벽하게 하고 한국말도 되니 해외 스타들이 한국에 오면 자니윤 쇼에 출연하는 걸 최고로 알았다”고 말했다.

개그맨 권영찬도 SNS에 “‘한국 스탠딩 코미디의 별이 지다’라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며. 하지만 그 안에서 또 행복을 찾으며. 자니윤 선생님 부디 천국에서는 맘 편히 쉬길 바란다”고 올렸다.

이홍렬, 전유성, 임하룡 등 코미디언 후배들 역시 추모의 뜻을 표현했다. 이홍렬은 “스탠드업 코미디로 한국의 위상을 떨치신 분이기에 많이 존경했다”며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하시길 바란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유성도 “새로운 장을 열어주신 분이고, 감사하다”며 “미국서 돌아가셨다고 들어서 많이 아쉽다. 미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빈소에 방문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별세 소식 전해지자 후배들 추모
평범한 해군 유학생, MC로 대변신

임하룡은 <자니윤쇼>에 출연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자니윤 쇼에도 한 번 출연했었고, 한 골프 프로그램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자주 연락을 취한 적은 없지만, 함께 방송활동을 했던 기억들이 생각난다”고 언급했다.

자니윤은 ‘토크쇼’라는 장르를 국내에 새롭게 구축한 인물로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서 파트타임 가수, 뮤지컬 배우 등을 전전하다 스탠드업 코미디로 전향해 그 끼를 갈고 닦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1936년 충북 음성서 출생한 자니윤은 서울 성동고를 졸업했다. 1962년 해군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웨슬리언 대학교서 성악을 전공했다. 클래식으로 생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1964년 뉴욕으로 옮겨 리 스트라스버그 액터스 스쿨서 연기를, 모던 재즈 무용학교서 춤과 모던 재즈를 공부하며 무명 MC 겸 코미디언 생활을 시작했다.

자니윤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탠드업 코미디 스타일을 개발했다. 자극적인 소재나 욕설, 폭력 등의 거친 방법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동양인으로서 자신에 대한 비하, 성적 풍자, 정치 풍자 등을 하는 식으로 블랙코미디를 선보였다.
 

뉴욕의 한 카페서 코미디를 하던 자니윤이 1977년 NBC <투나잇 쇼>의 방송 진행자 자니 카슨에게 출연 기회를 얻은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영화 <벤허>에 출연한 배우 찰턴 헤스턴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자니윤이 20분 넘는 시간 동안 쇼를 진행하며 자니 카슨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고 전해진다. 

자니윤은 <투나잇 쇼>서 자니 카슨의 보조 역할이었지만 그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그가 풀어놓는 정치 풍자와 성적인 농담에 시청자는 환호했다. 당시 자니윤의 잠재력을 인정한 자니 카슨은 자니윤이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할 수 있도록 힘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자니윤은 동양인 중 <투나잇 쇼> 최다 출연한 게스트 2위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NBC는 자니윤과 계약을 맺고 <자니윤 스페셜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백인들이 함부로 언급하지 않았던 인종차별, 성차별 문제 등을 동양계 이민자로서 선보였다. 그의 코미디 방식은 미국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국 스탠딩 코미디 업계서 자니윤은 이름을 날렸다. 

자신만의
블랙코미디

자니윤의 ‘자니’는 한국 이름 ‘종승’서 비롯됐는데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하자 존(John)을 사용했고, 존의 애칭 자니(Johnny)가 그의 이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니윤은 영화배우기도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인 한국계 영화배우 필립 안과 함께 TV 시리즈 <쿵푸>에 단역으로 나왔으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MASH> <코작> 등을 거쳐 1982년 저예산 코미디 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에선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국식 토크쇼 형식을 빌린 <자니윤 쇼>를 진행했다.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자니윤 특유의 ‘느끼한’ 발음을 가감 없이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1년 만에 폐지됐다. 수위 높은 성적 유머와 정치 풍자 등이 문제였다. 당시 프로그램 클로징에 했던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는 전 국민의 유행어였다.

이후 SBS 개국과 함께 <자니윤, 이야기쇼>라는, 타이틀은 다르지만 유사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대 MC 중 최고 연봉으로 계약하며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자니윤, 이야기쇼> 작가이면서 <주병진 쇼> <서세원 쇼> 등 대한민국 토크쇼서 대본을 쓴 김경남 작가는 <TV리포트>와의 인터뷰서 “<자니윤쇼>는 스타들이 서로 출연하고 싶어했다. 자니윤씨는 성적인 유머를 거의 처음 국내 방송서 선보인 사람이다. 그런 것을 유쾌하게 생각했고, 자니윤씨의 유머를 듣고 싶어하는 연예인이 많았던 것 같다. 자니윤씨가 워낙 신사다 보니 모두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이후 iTV 토크쇼 <자니윤의 왓츠업>, SBS골프채널 <자니윤의 싱글로> 등에 MC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KBS <승승장구>에 출연해 “당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고 방송서도 제한된 것들이 많아 열심히 방송해도 편집당하기 일쑤였다”며 “나는 정치, 섹시 코미디를 즐겼는데 제재를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1년 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도 “토크쇼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서 발달하기 마련이다. 국민이 굶주리거나 헐벗고, 농담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나라에서는 진정한 토크쇼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자니윤은 2007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박근혜 후원회’ 회장을 맡았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재외선거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발탁돼 해외동포들의 표심을 잡는 데 앞장섰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한국 국적을 취득하자 정가에선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고 결국 2014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7년 초 박근혜정부서 첫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낸 유진룡 전 장관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성 유머
정치 풍자

유 전 장관은 2017년 초 ‘블랙리스트’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장관직을 사임한 건 자니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지시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내려왔는데 낙하산 인사라고 반대하다 자리서 물러나게 됐다는 증언이었다.

또 골프장서 여성 캐디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2주 진단 상해를 입힌 사실이 회자되며 자질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일부 언론에 알려졌으며 당시 피해자 캐디를 무료 변호했던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사건의 뒷얘기를 자세히 소개하고 윤씨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도마에 올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자니윤은 1989년 10월3일 지인들과 경기도 성남시 한 골프장을 찾았다. 마침 이 골프장은 캐디들이 노조 설립 문제를 놓고 사측과 분규를 겪고 있던 곳이었다. 캐디들은 사측 인사가 포함된 윤씨 일행에 대해 “비회원이 회원의 날에 골프를 친다”며 문제 삼고 사진을 찍었다. 

이 과정서 카메라 필름을 뺏으려는 자니윤과 캐디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격분한 자니윤은 퍼터를 든 채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던 캐디 유모씨를 쫓아갔고, 경사진 길에서 유씨를 붙잡던 중 함께 넘어져 유씨에게 전치 2주의 뇌진탕 등 상해를 입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2부는 1992년 10월 상해를 입은 유씨가 자니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서 “1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자니윤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유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재명 도지사(당시 성남시장)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캐디들이 너무 억울하다고 해서 치료비 배상소송을 무료 변론했는데 자니윤은 배상 판결을 받고도 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며 ‘윤씨가 3년여 뒤 다시 방송 출연을 위해 귀국한다기에 출연료 압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윤씨 측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배상금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었던 자니윤은 2016년 4월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자니윤 뇌출혈 입원에 대해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니윤이 치료를 잘 받고 회복 후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서 인종·성차별 문제로 유머
뇌출혈·치매 등 쓸쓸한 노년 보내

하지만 2017년 12월에 치매에 걸려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 요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됐다.

치매의 영향으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쓸쓸한 노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상황서도 그가 자니 카슨의 <투나잇 쇼>는 기억한다는 걸 보면, 자신의 인생서 가장 빛나던 순간만은 기억한 것으로 보여 씁쓸함을 더했다.

자니윤은 1999년 18세 연하인 줄리아 리와 결혼했지만 2010년 이혼했다. 줄리아 리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난폭함에 결국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헌신했다고 언급했다. 줄리아 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선생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이혼했다”며 “안 그랬던 분인데 갑자기 화를 많이 내기 시작하더니 사람을 너무 난폭하게 대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줄리아 리는 자니윤이 조울증인 줄 알고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2010년 8월 이혼했고, 그 후 자니윤이 뇌경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줄리아 리는 경제적인 이유로 자니윤과 결혼했다는 루머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줄리아 리는 “생활비 한 번 받아본 적 없다. 그래도 (자니윤에게)돈 벌어오라는 소리 안 하고, 지갑에 돈 없으면 기죽을까봐 넣어드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 온 이유에 대해선 “자니윤을 돌보다 쓰러져 목 디스크가 걸렸고, 이를 치료 차 잠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자니윤을 돌볼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죽을 때까지 돌보겠다고 약속했으니 지키겠다”며 “아기 같고 유리 같은 분이다. 수단이 없어 돈도 많이 못 벌고 사셨을 거다. 내가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지난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얼마 전에 한국에 수술을 받으러 나왔다. 올 때만 해도 선생님이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운명하셨다”며 침통한 마음을 전했다.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한국서 수술을 받았다는 줄리아 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퇴원 후 방역 당국의 권고로 자가 격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사다난
파란만장

줄리아 리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영상통화로 고인의 임종을 지켜봤다”며 “의사 말로는 정신이 혼미해도 청각은 듣는다고 하더라. 영상통화로 선생님에게 기도하고 ‘좋은 데서 고통받지 말고 계시라’고 했더니 눈을 한 번 뜨시더라. 그걸 화상으로 다 봤다. 아들이 영상통화를 얼른 걸어줘서 아들과 같이 마지막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 가실 때 손을 잡아 드리기로 했는데 당장 별 도리가 없어서 화상통화로 선생님 운명하시는 걸 보고, 평상시 유언대로 해드렸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설의 ‘자니윤쇼’는?

<자니윤 쇼>는 KBS 2TV서 방송됐던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메인 진행자는 자니윤이며, 보조 진행자는 조영남이었다. 1989년 3월8일에 첫 방송이 시작됐고, 그 후 1990년 4월5일에 종영됐다.

그 뒤에 1991년 12월9일 SBS가 텔레비전 방송을 개국한 이후로 주말에 <자니윤, 이야기쇼>를 방영한 바 있었으며 자니윤은 이 프로그램 이후 브라운관서 자취를 감췄다가 2002년 7월14일 첫 회가 나간 iTV <Whats up>이 2002년 11월10일부터 <자니윤 나이트쇼>로 제목을 변경해, 2003년 1월 26일까지 일요일 오후 10시30분에 방영했다.

그해 2월8일부터 4월5일 마지막 회까지 진행을 맡았으며 <자니윤 쇼> 보조 MC였던 조영남이 첫 회 초대 손님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외설적인 내용으로 일관해 시청자들의 큰 반발을 샀으며, 1990년 3월 계약 만료로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1989년 10월18일 방영서 비속어 남발뿐 아니라 특정업체를 간접으로 선전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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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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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