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전의 용사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0:15:24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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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울었고, 대통령에 웃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했다가 좌천당했던 검사 윤석열. 문재인정부서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의 꽃’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그 후 2년 만에 고검장급 선배 기수를 제치고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으로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윤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고등검찰청장(이하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이자, 문재인정부 집권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수사 등을 주도하며 ‘적폐 청산의 칼’ 역할을 한 윤 내정자를 발탁함으로써 청와대가 흔들림 없는 적폐 청산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격에 파격
개혁 적임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서 윤 내정자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내정자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의 발탁은 고검장을 거치지 않았고 현 총장보다 5기수 아래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신군부 시절인 1981년 정치근(고등고시 8회) 검찰총장이 6기수를 건너뛰고 임명된 적은 있지만,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검사장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관례대로라면 윤 내정자 선배 기수인 현직 고검장 6명은 물론, 선배·동기 기수 검사장들의 퇴진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를 두고 ‘조폭 문화’ ‘권위주의 검찰의 유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데다, 윤 내정자가 어지간한 선배 기수들보다 연장자라는 점에서 윤 내정자 지명을 계기로 관행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인사지만 검찰 내부의 동요는 크지 않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고검 검사였던 윤 내정자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차기 검찰총장은 윤석열’이란 것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 내정자가 지명되자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은 ‘적임자’라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코드인사’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남은 적폐 청산과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 윤 내정자는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인사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 아래
31년 만에 고검장 안 거쳐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을 주문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 대변인은 “개혁적이라는 측면서 일단 적임이라고 평가한다”며 “윤 내정자가 지휘하는 검찰이 검찰개혁은 물론, 지속적인 사회 개혁의 추진체가 돼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지명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윤 내정자는 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서 윤 내정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문정부의 가장 전형적인 코드인사다. 검찰의 독립이 아닌 검찰의 종속을 선언한 것”이라며 “윤석열 체제의 검찰은 권력에 더 흔들릴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 다수는 윤 내정자의 지명을 반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18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49.9%로 조사됐다. ‘잘못했다’는 부정평가(35.6%)보다 14.3%포인트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4.5%였다.

긍정평가는 민주당 지지층(긍정평가 87.4% vs 부정평가 3.2%)과 정의당 지지층(85.7% vs 8.3%), 진보층(78.2% vs 11.8%)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또 중도층(긍정평가 49.8% vs 부정평가 37.8%)과 연령대별로는 40대(61.3% vs 28.7%), 30대(57.0% vs 22.6%), 50대(51.4% vs 41.6%), 20대(42.8% vs 36.0%)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64.1% vs 24.6%), 경기·인천(55.3% vs 32.4%), 서울(52.8% vs 32.3%), 대전·세종·충청(42.8% vs 21.5%)서 긍정평가가 우세했다. 
 

▲ 취재진 질문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부정평가는 한국당 지지층(긍정평가 4.8% vs 부정평가 85.7%)과 바미당 지지층(22.2% vs 51.7%), 보수층(19.3% vs 68.8%), 부산·울산·경남(38.4% vs 51.6%)서 대다수이거나 절반을 넘었다. 60대 이상(긍정평가 40.2% vs 부정평가 44.3%)과 대구·경북(43.6% vs 48.4%)서도 부정평가가 다소 우세했다. 무당층(33.5% vs 34.6%)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8950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5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정권 밉보여
한직 돌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서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내정자는 기관장 신분으로 지금까지 세 차례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매번 소신 발언을 쏟아냈던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서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윤 내정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야당은 우선 적폐 청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윤 내정자를 몰아세울 전망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정책 의원총회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 내정자 지명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엉터리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쓴소리를 이제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보복을 통해 공포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권에 맞서는)첫 번째 과제가 윤 내정자 청문회다.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음흉한 계략을 청문회를 통해 저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이 이끄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청문회 과정서 제기될 각종 질의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준비단은 기획총괄팀장에 김태훈 대검 정책기획과장, 홍보팀장에 주영환 대검 대변인, 신상팀장에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등을 앉히는 등 검사 10∼15명으로 구성됐다. 기획총괄팀과 홍보팀은 인사청문회 전반에 대해 준비한다.

신상팀은 윤 내정자의 신상 문제와 관련된 사항을 맡는다. 준비단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은 마련되지 않는다.

준비단은 인사청문 요청서를 작성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요청서가 제출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실시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다만 기간 내로 청문회를 열지 못하거나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재송부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추가 절차 없이 윤 내정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수 있다. 

정치권은 청문회서 윤 내정자의 ‘검찰개혁 의지’와 ‘정치적 중립성’ ‘재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문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당시 고검 검사였던 윤 내정자를 지검장으로 승진시키며 기존에 고검장급이 맡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혔다.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서 문 총장보다 5기수가 낮은 윤 내정자를 파격적으로 지명한 것은 검찰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에선 윤 내정자가 청와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과 의지에 부합하는 인물인지에 관해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 총장으로 지명된 직후 검찰개혁안 등 현안에 관한 질문에 대해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검찰의 직접 수사에 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폐수사도 인사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2016년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법 농단 등 적폐 수사를 적극 이끌어온 만큼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회생
선배들 용퇴

윤 내정자의 60억대 재산도 야당의 집중 공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65억9076만원을 신고, 검찰 고위 간부 37명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윤 내정자 재산의 대부분은 2012년 혼인한 배우자 명의다. 65억여원 중에는 배우자 명의로 된 12억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소재 복합건물과 49억7000만원 상당의 예금이 포함돼있다. 본인 예금은 2억1000여만원 정도다.

윤 내정자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문화예술계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큐레이터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투자하는 기업으로 2007년부터 앤디 워홀, 샤갈, 르 코르뷔지에 등 유명 전시를 주관해왔다. 

김씨는 2015년 전 세계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손꼽히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전시를 주관하며 전시 기획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마크 로스코전(展)’은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3관왕(최다 관람객상, 최우수 작품상, 기자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현대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전시기획자로서의 실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미술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재원으로, 2012년 12살 연상의 윤 내정자와 결혼했다. 지금의 60억원대 재산은 1990년대 후반 주식으로 번 돈을 밑천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장으로 지명받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던 윤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일각에선 조부와 부친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어서 충청 인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학 재학 당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서 전두환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윤 내정자는 이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해 있었다고 한다.

윤 내정자는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서 9년간 낙방하다가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뒤늦게 합격해 검사에 임용됐다. 그는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서울지검, 부산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법무법인 태평양서 약 1년간 변호사 활동을 거친 후 검찰에 재임용됐다. 

정치권 시각차 ‘극명’  
수사권·공수처 입장은?

검찰에 재임용된 이후 광주지검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서 근무했고,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내정자는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에 정통한 대표적 특수통이자 소신이 뚜렷한 강골 검사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검사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윤 내정자는 박근혜정권 초기인 지난 2013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다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수사 도중 검찰 지휘부의 반대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의 체포를 강행한 일로 마찰을 빚었고, 이로 인해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그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항명 파동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윤 내정자는 한 의원의 질의에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면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검찰 인사서 한직으로 불리는 대구고검 검사로, 2016년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부장검사급 검사를 수사권이 없는 지방 고검만 맴돌게 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을 떠나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 후 윤 내정자는 2016년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는 이 과정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사회 각계 인사들을 거침없이 수사하며 강골 검사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윤 내정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청와대는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며 파격 기용했고,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검장급으로 직급을 내렸다.

국민 여론은?
찬성이 많아

윤 내정자 재임 기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며 전직 행정부 수장과 전직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또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했거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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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