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전의 용사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0:15:24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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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울었고, 대통령에 웃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했다가 좌천당했던 검사 윤석열. 문재인정부서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의 꽃’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그 후 2년 만에 고검장급 선배 기수를 제치고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으로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윤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고등검찰청장(이하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이자, 문재인정부 집권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수사 등을 주도하며 ‘적폐 청산의 칼’ 역할을 한 윤 내정자를 발탁함으로써 청와대가 흔들림 없는 적폐 청산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격에 파격
개혁 적임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서 윤 내정자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내정자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의 발탁은 고검장을 거치지 않았고 현 총장보다 5기수 아래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신군부 시절인 1981년 정치근(고등고시 8회) 검찰총장이 6기수를 건너뛰고 임명된 적은 있지만,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검사장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관례대로라면 윤 내정자 선배 기수인 현직 고검장 6명은 물론, 선배·동기 기수 검사장들의 퇴진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를 두고 ‘조폭 문화’ ‘권위주의 검찰의 유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데다, 윤 내정자가 어지간한 선배 기수들보다 연장자라는 점에서 윤 내정자 지명을 계기로 관행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인사지만 검찰 내부의 동요는 크지 않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고검 검사였던 윤 내정자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차기 검찰총장은 윤석열’이란 것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 내정자가 지명되자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은 ‘적임자’라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코드인사’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남은 적폐 청산과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 윤 내정자는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인사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 아래
31년 만에 고검장 안 거쳐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을 주문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 대변인은 “개혁적이라는 측면서 일단 적임이라고 평가한다”며 “윤 내정자가 지휘하는 검찰이 검찰개혁은 물론, 지속적인 사회 개혁의 추진체가 돼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지명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윤 내정자는 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서 윤 내정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문정부의 가장 전형적인 코드인사다. 검찰의 독립이 아닌 검찰의 종속을 선언한 것”이라며 “윤석열 체제의 검찰은 권력에 더 흔들릴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 다수는 윤 내정자의 지명을 반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18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49.9%로 조사됐다. ‘잘못했다’는 부정평가(35.6%)보다 14.3%포인트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4.5%였다.

긍정평가는 민주당 지지층(긍정평가 87.4% vs 부정평가 3.2%)과 정의당 지지층(85.7% vs 8.3%), 진보층(78.2% vs 11.8%)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또 중도층(긍정평가 49.8% vs 부정평가 37.8%)과 연령대별로는 40대(61.3% vs 28.7%), 30대(57.0% vs 22.6%), 50대(51.4% vs 41.6%), 20대(42.8% vs 36.0%)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64.1% vs 24.6%), 경기·인천(55.3% vs 32.4%), 서울(52.8% vs 32.3%), 대전·세종·충청(42.8% vs 21.5%)서 긍정평가가 우세했다. 
 

▲ 취재진 질문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부정평가는 한국당 지지층(긍정평가 4.8% vs 부정평가 85.7%)과 바미당 지지층(22.2% vs 51.7%), 보수층(19.3% vs 68.8%), 부산·울산·경남(38.4% vs 51.6%)서 대다수이거나 절반을 넘었다. 60대 이상(긍정평가 40.2% vs 부정평가 44.3%)과 대구·경북(43.6% vs 48.4%)서도 부정평가가 다소 우세했다. 무당층(33.5% vs 34.6%)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8950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5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정권 밉보여
한직 돌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서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내정자는 기관장 신분으로 지금까지 세 차례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매번 소신 발언을 쏟아냈던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서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윤 내정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야당은 우선 적폐 청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윤 내정자를 몰아세울 전망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정책 의원총회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 내정자 지명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엉터리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쓴소리를 이제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보복을 통해 공포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권에 맞서는)첫 번째 과제가 윤 내정자 청문회다.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음흉한 계략을 청문회를 통해 저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이 이끄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청문회 과정서 제기될 각종 질의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준비단은 기획총괄팀장에 김태훈 대검 정책기획과장, 홍보팀장에 주영환 대검 대변인, 신상팀장에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등을 앉히는 등 검사 10∼15명으로 구성됐다. 기획총괄팀과 홍보팀은 인사청문회 전반에 대해 준비한다.

신상팀은 윤 내정자의 신상 문제와 관련된 사항을 맡는다. 준비단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은 마련되지 않는다.

준비단은 인사청문 요청서를 작성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요청서가 제출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실시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다만 기간 내로 청문회를 열지 못하거나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재송부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추가 절차 없이 윤 내정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수 있다. 

정치권은 청문회서 윤 내정자의 ‘검찰개혁 의지’와 ‘정치적 중립성’ ‘재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문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당시 고검 검사였던 윤 내정자를 지검장으로 승진시키며 기존에 고검장급이 맡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혔다.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서 문 총장보다 5기수가 낮은 윤 내정자를 파격적으로 지명한 것은 검찰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에선 윤 내정자가 청와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과 의지에 부합하는 인물인지에 관해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 총장으로 지명된 직후 검찰개혁안 등 현안에 관한 질문에 대해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검찰의 직접 수사에 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폐수사도 인사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2016년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법 농단 등 적폐 수사를 적극 이끌어온 만큼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회생
선배들 용퇴

윤 내정자의 60억대 재산도 야당의 집중 공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65억9076만원을 신고, 검찰 고위 간부 37명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윤 내정자 재산의 대부분은 2012년 혼인한 배우자 명의다. 65억여원 중에는 배우자 명의로 된 12억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소재 복합건물과 49억7000만원 상당의 예금이 포함돼있다. 본인 예금은 2억1000여만원 정도다.

윤 내정자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문화예술계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큐레이터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투자하는 기업으로 2007년부터 앤디 워홀, 샤갈, 르 코르뷔지에 등 유명 전시를 주관해왔다. 

김씨는 2015년 전 세계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손꼽히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전시를 주관하며 전시 기획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마크 로스코전(展)’은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3관왕(최다 관람객상, 최우수 작품상, 기자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현대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전시기획자로서의 실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미술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재원으로, 2012년 12살 연상의 윤 내정자와 결혼했다. 지금의 60억원대 재산은 1990년대 후반 주식으로 번 돈을 밑천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장으로 지명받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던 윤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일각에선 조부와 부친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어서 충청 인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학 재학 당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서 전두환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윤 내정자는 이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해 있었다고 한다.

윤 내정자는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서 9년간 낙방하다가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뒤늦게 합격해 검사에 임용됐다. 그는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서울지검, 부산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법무법인 태평양서 약 1년간 변호사 활동을 거친 후 검찰에 재임용됐다. 

정치권 시각차 ‘극명’  
수사권·공수처 입장은?

검찰에 재임용된 이후 광주지검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서 근무했고,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내정자는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에 정통한 대표적 특수통이자 소신이 뚜렷한 강골 검사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검사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윤 내정자는 박근혜정권 초기인 지난 2013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다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수사 도중 검찰 지휘부의 반대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의 체포를 강행한 일로 마찰을 빚었고, 이로 인해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그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항명 파동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윤 내정자는 한 의원의 질의에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면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검찰 인사서 한직으로 불리는 대구고검 검사로, 2016년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부장검사급 검사를 수사권이 없는 지방 고검만 맴돌게 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을 떠나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 후 윤 내정자는 2016년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는 이 과정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사회 각계 인사들을 거침없이 수사하며 강골 검사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윤 내정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청와대는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며 파격 기용했고,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검장급으로 직급을 내렸다.

국민 여론은?
찬성이 많아

윤 내정자 재임 기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며 전직 행정부 수장과 전직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또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했거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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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