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4·15 총선 ‘게임 룰’ 손익계산서

정의당이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1 협의체’가 합의한 새로운 선거법 개정안이 각 정당의 의석 수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새로운 선거제 개정안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정의당의 약진은 확실하다. 변수는 한국당이 카드로 내민 ‘위성정당’이다. 만약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면 선거제 개정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 논의 갖는 ‘4+1’ 협의체 ⓒ국회사진취재단

선거법 개정안이 내년 총선의 ‘게임 룰’이 될 전망이다.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현행 공직선거법인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하고, 정당 득표율의 연동률 50%와 연동률 적용 의석수(cap·캡)는 30석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으며,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한 최소 정당 득표율은 3%로 정했다.

석패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서는 연동형 캡을 관철했다는 점과 석패율제 도입을 백지화 시킨 점이 큰 성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캡 30석을 타협안으로 제시하며 군소야당을 설득해 협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4월에 지정됐던 선거제 개정안보다 훨씬 후퇴한 ‘누더기 개혁안’이 되면서 승자독식 정치구조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거슬렀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의석 75석으로 조정하고, 비례대표 의석 전체 50% 연동률 적용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정안 합의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일요시사>는 선거제 개정안을 적용해 지난 20대 총선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계산해봤다. 당시 정당 득표율 27%를 얻은 민주당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연동형 비례의석 수를 구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300석)에 정당 득표율(27%)을 곱한 다음 지역구 당선자 수(110석)를 빼야 한다.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는 이유는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는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50% 연동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절반으로 나눈 결과가 최종 연동형 비례의석 수가 된다.

공식으로는 {(300X27%)-110}×50%이 된다.

민주당의 경우 정당 득표율을 곱하면 81석으로 지역구 당선자가 이미 110석이 확보됐으므로 연동형 비례의석은 0석이 된다. 즉 할당 의석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면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배분서 제외되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배분되는 비례대표 5석을 확보할 수 있다.

선거제 개정안에선 캡을 30석으로 정했기 때문에 남은 17석에 대해선 지역구 당선 의석 수와 관계없이, 각 당이 받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병립형 방식에 따라 의석수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캡(30석) 안에서 가져갈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은 0석이지만, 27%를 득표한 민주당은 산술적으로는 5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공식을 대입해보면, 20대 총선서 36%의 정당득표율을 얻은 새누리당(지역구 105석·비례 17석)은 비례대표 의석 수가 11석이 줄어 6석이 된다. 또 27%의 정당득표율을 얻은 민주당(지역구 110석·비례 13석)은 8석이 줄어 비례대표 의석 5석만 확보하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국민의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의석수는 큰 폭으로 확대된다. 28%의 득표율을 얻은 국민의당(지역구 25·비례 13석)서 비례대표 14석이 증가한다. 또 지난 총선서 7%의 정당득표율을 얻은 정의당(지역구 2석·비례대표 4석)은 비례대표 5석이 늘어난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은 현재 새로운보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으로 쪼개져 있다. 의석수 10명 안팎의 원내 군소정당의 통합 여부가 총선 정국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선거제 개정안은 연동형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정당득표율 3% 이상을 얻는 군소정당이 많아질수록 각각 가져가는 비례대표 의석의 몫은 줄어들게 된다.


위성정당으로 원점된 ‘누더기’ 선거제
시뮬레이션 보니…의석수에 국민적 관심

최근 정당별 지지도에 따라 <일요시사>가 예상 의석 수를 계산한 결과 정의당이 가장 큰 수혜를 얻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 116석 ▲한국당 91석 ▲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 포함) 15석 ▲정의당 2석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포함) 11석이다. 각 정당의 현재 지지율이 그대로 투표에 적용된다고 가정해 선거제 개정안을 적용하면, 비례 의석 수는 ▲민주당 20석 ▲한국당 14석 ▲정의당 11석 ▲바른미래당 2석으로 계산된다.

총 ▲민주당 136석 ▲한국당 105석 ▲바른미래당 17석 ▲정의당 13석을 얻는 셈이다. 현재 각 당의 전체 의석 수가 ▲민주당 129석 ▲한국당 108석 ▲정의당 6석 ▲ 바른미래당 28석 ▲민주평화당 11석인 것을 고려하면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 수가 각각 7석, 9석이 증가해 정의당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3석, 11석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각 당 지지율(민주 39.9%, 한국 30.9%, 바른미래 4.8%, 정의 6.6%)을 정당 득표율(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산출한 결과다.
 

다만 선거제 개정안 통과로 불리해진 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후보는 한국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 후보는 비례한국당에 찍을 수 있도록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지역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한국당은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 의석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게 되는데 이에 따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득표를 모두 비례한국당 이름으로 한다면 한국당은 15석 가량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한국당 지지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용지에 한국당 후보를 찍음과 동시에 비례대표 의원 투표용지에 비례한국당을 찍어야 한다. 사실상 다른 두 당을 같은 당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당명과 기호도 같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에 현역 의원들을 차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24일 국회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그동안 수없이 경고했지만, 반헌법적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지금 시작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저희는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코미디?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개혁의 결실이 목전에 다가오자, 선거법 협상은 외면한 채 ‘가짜 정당’까지 동원해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만 가로채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분명 비례민주당도 생길 것”이라며 “민주당은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이 원내 1당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내년 4월15일에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이 있는 코미디 같은 총선서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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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