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일요초대석> ‘노래로 나누는 가수’ 강민주

“잘되고 베푼다? 지금 당장 다가가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찬바람 부는 계절이다. 몸과 마음이 추운 사람들에겐 특히 혹독한 시기다. 이들에게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작은 나눔은 훈훈한 사회의 시발점이 된다. 가수 강민주는 주변에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봉사 전도사. <일요시사>가 연말연시를 맞아 강민주가 전하는 온기를 조명했다.
 

▲ ▲ 트로트 가수 강민주가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지난 6일 집에 들어서자마자 네 마리 강아지가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핑키·공주·하나·두나라는 이름의 강아지들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낯선 방문객을 경계했다. 강민주는 기자를 향해 달려드는 강아지를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조카가 강아지들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에야 조용해졌다.

고난의 연속

인터뷰는 그 후 한참 뒤에야 시작됐다. 강민주는 주방서 과일과 차를 준비하느라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에도 연신 칼을 들고 과일을 깎아 접시를 채웠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닥으로 내려앉은 그녀는 품에 파고드는 강아지들을 쓰다듬으며 지나온 삶을 천천히 풀어놓았다.

1987KBS신인가요제서 대상을 받고 1989년 본격적으로 방송생활을 시작한 강민주는 데뷔한 지 30년이 넘는 트로트계의 중견가수다. 데뷔 전에는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면서 긴 무명시절을 겪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가수였던 그녀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 군내 노래대회에 나가 오빠 생각으로 3등을 했다. 부상으로 받은 공책 150권은 전교생이 나눠 가졌다.

어린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막내인 강민주를 두고 언니와 오빠들은 제각기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강민주는 당장 중학교도 다니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당시 웅변으로 이름을 날리던 강민주를 자산가 한 명이 돕겠다고 나선 것.


돈이 없어서 학교도 못 다닐 형편이었는데, 그 분의 도움으로 그래도 졸업은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때 느낀 감사함이 커요. 언젠가 나도 크면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시작은 2012KBS 재능나눔 봉사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강민주는 처음 봉사단으로 활동할 때는 그래도 KBS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내가 여기 있으면 뭔가를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얄팍한 마음이 있었어요. 보답을 바란 거죠라며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나는 주러 갔는데 받아오는 일이 많아진 거예요라고 회상했다.

“평생 좋은 일만 하고 싶어요”
데뷔 30년 베테랑 트로트 가수

그에겐 여주교도소서의 공연이 전환점이 됐다. 이전에도 공연을 가긴 했지만 단체 소속으로 봉사를 간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강민주는 봉사에 중독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왜 좋은 일을 하는지, 봉사를 하는지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같이 활동한 봉사단원들의 열정과 착한 마음씨는 강민주의 마음에 큰 불씨를 남겼다.

목포교도소에 갔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교도소는 실내서 공연을 진행하는 반면, 목포교도소는 수형자들이 운동장에 타원형으로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실외 공연인 만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이날 공연서 강민주는 무대서 내려가 수형자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을 나눴다.
 

▲ ‘봉사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트로트가수 강민주씨 ⓒ문병희 기자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안는 동안 제가 안아준 기억이 이 사람이 출소한 이후 좋은 일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신지체 아동들을 위한 공연을 펼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민주는 주최하는 분들은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봐 아이들을 일일이 제지했어요. 하지만 무대서 일어나는 일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했죠. 아이들은 흥이 정말 많아요. 손잡고 함께 노래하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콘서트 수익금도 전액 기부했다. 지난달 11일 강민주는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올해 초 지인들과의 모임 자리서 가볍게 나왔던 말이 정말 성사된 것이다. 지인들이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전까지 강민주는 그에 대해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콘서트를 할 자격이 있는 걸까 끊임없이 걱정했어요. 나만을 위해 콘서트에 와주시는 분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고요. 객석을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컸어요. 텅텅 빈 객석을 보면 정말 상처받을 것 같아서 중간에 하지 말까하는 생각도 엄청나게 많이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 양재동 더K호텔 아트홀서 강민주, 사랑 하나 이별 둘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단독콘서트는 강민주만을 위한 팬들로 가득 찼다. 국민MC 김병찬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김정택 단장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가수 배동성, 마라토너 이봉주 등 가까운 지인들이 강민주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2012년 봉사단 활동 시작으로 
첫 콘서트 수익도 전액 기부해

트로트 예능 <미스트롯>에 출연해 강민주의 곡 회룡포를 부른 강혜민도 콘서트장을 찾았다. 강민주는 TV에 출연해 자신의 곡을 부르는 15세 소녀 강혜민을 보고 먼저 연락을 취해 할머니와 함께 만났다. 강민주는 이 자리서 강혜민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록금을 일체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얼마 전에 혜민이한테 문자가 왔어요.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문자를 보는데 정말 너무 기분 좋았어요. 제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콘서트 수익금의 일부는 한중친선협회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알게 된 중국의 심장병 어린이 2명을 위한 수술비로 전해졌다.
 

▲ 인터뷰 도중 활짝 웃어보이는 트로트가수 강민주 ⓒ문병희 기자

한중치맥축제 홍보대사로 발탁돼 중국 칭다오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어린이들을 보게 됐어요. 콘서트를 하면 수익금으로 그 애들의 수술을 도와주겠다고 결심했죠.

서울 양재동에 오랫동안 거주한 그녀는 소방대원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는 소방대원들의 자녀들을 돕기 위해 콘서트 수익금의 일부를 들고 소방서를 찾았지만 마음만 받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남은 수익금 중 1000만원을 모교인 광천고에 기부했다. 양재동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2명도 현재 강민주의 후원을 받고 있다.

베푸는 삶

강민주는 평생 좋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먼저 잘되고 난 뒤에 남을 돕겠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 조금씩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 이렇게 조금씩 더 베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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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