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독일 유학 후 ‘유턴’한 안철수

7번 철수했다 8번 돌아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왔다.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독일로 떠난 지 1년여 만이다. 안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지 벌써 8. 그 사이 수차례에 걸쳐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 그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총선을 3개월여 남기고 정치권으로 돌아온 안 전 의원의 발자취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 지난 2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20186·13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뒤 같은 해 9월 독일로 떠났던 그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SNS 글로
복귀 알려

안 전 의원은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 기로서 “책임진다”는 의미로 정계를 떠났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20201월에 이르기까지 안 전 의원이 특정 순간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7차례에 걸쳐 포착됐다. 그의 정치 스타일을 두고 철수 정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18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개표 가능 투표율이 달성되지 않거나 개표한 후 찬성률이 낮아 패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선언했고,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2011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됐다.

당시 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몇몇 언론사를 통해 실시된 여론조사서 안 전 의원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하지만 그는 96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당일 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3개월 앞두고 정치권으로
‘안풍’ 파급력 주시 중인 정계

안 전 의원과 박 시장의 조건 없는 단일화는 기존 정치권에 지쳐있던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안 전 의원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 요구가 빗발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안 전 의원은 2012919대통령 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 민주통합당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 안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나선 18대 대선의 화두는 문 대통령과 안 전 의원의 단일화였다.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 안 전 의원은 1123일 대통령 후보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두 번째 철수’였.


당시 안 전 의원은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이제 문 후보님과 저,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이제 야권의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말했다.
 

▲ 대선 출마 선언하는 안철수 전 의원

18대 대선 당일 안 전 의원은 투표를 마친 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의원의 정치 1년차 행보는 대중은 물론 정치권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몇몇 언론에선 18대 대선서 과반 득표로 첫 여성 대통령타이틀을 따낸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안 전 의원을 2012올해의 인물로 꼽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2013311일 귀국과 동시에 4월 서울 노원구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 등을 상대로 60% 넘게 득표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전 의원과 허 후보가 접전 양상을 벌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 전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후 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본격화했다. 20131128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계 입문 때부터 안 전 의원이 줄곧 외쳐왔던 새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 이때부터 안 전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하며 양당 구도인 한국 정치권서 3지대를 찾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게 된다.

대선 출마로
정계 입문

안 전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첫 회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고 국민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며 신당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20142월 국민공모를 거쳐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확정하고 안 전 의원이 중앙운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안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신당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6·4 지방선거서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을 고리로 제3지대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이다. 당명은 새정치연합과 민주를 합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확정됐다. 김 대표와 안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안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20147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서 ‘411’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다. 특히 텃밭인 광주·전남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당선되면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결국 안 전 의원은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731일 전격 사퇴했다.

안 전 의원 등 지도부 사퇴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체제로 전환됐다. 안 전 의원은 반문(반 문재인) 진영서 개혁을 외치며 지도부와 대립했다. 안 전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재인 당시 당 대표를 압박했고,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2015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에 이른다.

2016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51일 만에 안 전 의원은 신당인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두 달 만에 치른 20대 총선서 지역구 25, 비례대표 13명 등 38석을 얻으며 일약 원내3당으로 뛰어올랐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녹색돌풍을 일으켰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안철수 체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총선 2개월 만에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현재 바른미래당)4·13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고 일감을 맡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4·13 총선서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안 전 의원은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독일로 떠났다가 귀국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녹색 돌풍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장미 대선이 확정된 후로 안 전 의원은 20174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두 번째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후보로 완주한 안 전 의원은 21.4%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의 파괴력과 신선함이 많이 희석되면서 나온 결과였다.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의원은 당 대표에 도전, 다시 전면에 나섰다. 2017년 하반기 들어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친안철수계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반안철수계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통합찬성파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절차에 돌입했고 통합반대파는 집단 탈당 후 신당을 창당했다. 이어 20182월 바른미래당이 공식 창당됐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집단 탈당파가 만든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진 것이다.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6·13 총선을 치렀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했는데 19대 대선 당시 서울서 득표한 22.7%에도 미치지 못하는 19.5%를 얻었다. 잇단 선거서 낙선한 안 전 의원은 같은해 7월 정치 일선서 물러나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안 전 의원은 기자회견서 “59개월간 정치하면서 다당제 시대도 겪고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곳곳의 현장서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겠다. 그 끝이 어떤 것인지 저도 잘 알 수 없지만 세계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는지, 우리가 앞으로 나갈 옳은 방향은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9월 독일로 떠난 안 전 의원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정치권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안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재창당 자유한국당과 통합 신당 창당 등의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멈칫
신선함·새정치 희석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과 관련해 이분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그래도 4차 산업, 21세기형 젊은 지도자인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싶어 진보세력으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돌아갔다고 언급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안 대표와 어떤 협력관계를 가져갈지는 안 대표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귀국 의지 정도를 표명한 상태기에 구체적인 그런 것(관계 언급)은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권의 심판이라는 대의에는 (안 전 의원도) 공감할 거라고 보기에 충분히 연대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선명야당의 깃발을 들고 문정부를 심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대해 비판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정 전 의원은 단언컨대 안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했으면 벌써 했다‘‘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처럼 여러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참신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없고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 그리고 애매한 정체성의 실체를 드러내는 고집불통의 안철수만 남았다탈당과 신당 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켰다. 대선 때 문모닝을 외치며 그를 도왔던 박지원마저 그에게서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왕년의 제3지대 국민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다. 주목받는 총선 타이밍에 들어오긴 하는데 총선 끝나면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정치를 바꾸기 전에 안철수를 바꿔라!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고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 한국 정치서 이제 안철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철수-복귀
이번에는?

한편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으로 안철수 테마주가 요동을 쳤다. 안랩은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23.66% 오른 8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랩은 안 전 의원이 최대주주인 통합보안 업체다. 같은날 수정진동자 및 응용제품 제조판매업체 써니전자도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써니전자는 안철수 연구소 기획이사로 재직했던 송태종씨가 과거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관련주로 분류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중서 멀어진 안철수? '비호감도 70% 육박'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비호감도 69%1위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17%로 나타났다.

이낙연 총리 등 7명 조사

한국갤럽은 지난달 3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차지한 7명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낙연 총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안 전 의원 등 7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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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