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독일 유학 후 ‘유턴’한 안철수

7번 철수했다 8번 돌아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왔다.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독일로 떠난 지 1년여 만이다. 안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지 벌써 8. 그 사이 수차례에 걸쳐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 그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총선을 3개월여 남기고 정치권으로 돌아온 안 전 의원의 발자취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 지난 2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20186·13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뒤 같은 해 9월 독일로 떠났던 그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SNS 글로
복귀 알려

안 전 의원은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 기로서 “책임진다”는 의미로 정계를 떠났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20201월에 이르기까지 안 전 의원이 특정 순간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7차례에 걸쳐 포착됐다. 그의 정치 스타일을 두고 철수 정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18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개표 가능 투표율이 달성되지 않거나 개표한 후 찬성률이 낮아 패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선언했고,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2011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됐다.

당시 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몇몇 언론사를 통해 실시된 여론조사서 안 전 의원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하지만 그는 96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당일 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3개월 앞두고 정치권으로
‘안풍’ 파급력 주시 중인 정계

안 전 의원과 박 시장의 조건 없는 단일화는 기존 정치권에 지쳐있던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안 전 의원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 요구가 빗발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안 전 의원은 2012919대통령 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 민주통합당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 안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나선 18대 대선의 화두는 문 대통령과 안 전 의원의 단일화였다.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 안 전 의원은 1123일 대통령 후보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두 번째 철수’였.


당시 안 전 의원은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이제 문 후보님과 저,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이제 야권의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말했다.
 

▲ 대선 출마 선언하는 안철수 전 의원

18대 대선 당일 안 전 의원은 투표를 마친 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의원의 정치 1년차 행보는 대중은 물론 정치권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몇몇 언론에선 18대 대선서 과반 득표로 첫 여성 대통령타이틀을 따낸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안 전 의원을 2012올해의 인물로 꼽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2013311일 귀국과 동시에 4월 서울 노원구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 등을 상대로 60% 넘게 득표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전 의원과 허 후보가 접전 양상을 벌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 전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후 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본격화했다. 20131128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계 입문 때부터 안 전 의원이 줄곧 외쳐왔던 새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 이때부터 안 전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하며 양당 구도인 한국 정치권서 3지대를 찾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게 된다.

대선 출마로
정계 입문

안 전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첫 회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고 국민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며 신당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20142월 국민공모를 거쳐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확정하고 안 전 의원이 중앙운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안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신당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6·4 지방선거서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을 고리로 제3지대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이다. 당명은 새정치연합과 민주를 합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확정됐다. 김 대표와 안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안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20147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서 ‘411’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다. 특히 텃밭인 광주·전남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당선되면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결국 안 전 의원은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731일 전격 사퇴했다.

안 전 의원 등 지도부 사퇴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체제로 전환됐다. 안 전 의원은 반문(반 문재인) 진영서 개혁을 외치며 지도부와 대립했다. 안 전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재인 당시 당 대표를 압박했고,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2015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에 이른다.

2016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51일 만에 안 전 의원은 신당인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두 달 만에 치른 20대 총선서 지역구 25, 비례대표 13명 등 38석을 얻으며 일약 원내3당으로 뛰어올랐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녹색돌풍을 일으켰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안철수 체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총선 2개월 만에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현재 바른미래당)4·13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고 일감을 맡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4·13 총선서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안 전 의원은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독일로 떠났다가 귀국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녹색 돌풍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장미 대선이 확정된 후로 안 전 의원은 20174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두 번째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후보로 완주한 안 전 의원은 21.4%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의 파괴력과 신선함이 많이 희석되면서 나온 결과였다.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의원은 당 대표에 도전, 다시 전면에 나섰다. 2017년 하반기 들어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친안철수계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반안철수계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통합찬성파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절차에 돌입했고 통합반대파는 집단 탈당 후 신당을 창당했다. 이어 20182월 바른미래당이 공식 창당됐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집단 탈당파가 만든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진 것이다.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6·13 총선을 치렀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했는데 19대 대선 당시 서울서 득표한 22.7%에도 미치지 못하는 19.5%를 얻었다. 잇단 선거서 낙선한 안 전 의원은 같은해 7월 정치 일선서 물러나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안 전 의원은 기자회견서 “59개월간 정치하면서 다당제 시대도 겪고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곳곳의 현장서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겠다. 그 끝이 어떤 것인지 저도 잘 알 수 없지만 세계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는지, 우리가 앞으로 나갈 옳은 방향은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9월 독일로 떠난 안 전 의원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정치권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안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재창당 자유한국당과 통합 신당 창당 등의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멈칫
신선함·새정치 희석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과 관련해 이분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그래도 4차 산업, 21세기형 젊은 지도자인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싶어 진보세력으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돌아갔다고 언급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안 대표와 어떤 협력관계를 가져갈지는 안 대표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귀국 의지 정도를 표명한 상태기에 구체적인 그런 것(관계 언급)은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권의 심판이라는 대의에는 (안 전 의원도) 공감할 거라고 보기에 충분히 연대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선명야당의 깃발을 들고 문정부를 심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대해 비판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정 전 의원은 단언컨대 안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했으면 벌써 했다‘‘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처럼 여러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참신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없고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 그리고 애매한 정체성의 실체를 드러내는 고집불통의 안철수만 남았다탈당과 신당 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켰다. 대선 때 문모닝을 외치며 그를 도왔던 박지원마저 그에게서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왕년의 제3지대 국민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다. 주목받는 총선 타이밍에 들어오긴 하는데 총선 끝나면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정치를 바꾸기 전에 안철수를 바꿔라!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고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 한국 정치서 이제 안철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철수-복귀
이번에는?

한편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으로 안철수 테마주가 요동을 쳤다. 안랩은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23.66% 오른 8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랩은 안 전 의원이 최대주주인 통합보안 업체다. 같은날 수정진동자 및 응용제품 제조판매업체 써니전자도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써니전자는 안철수 연구소 기획이사로 재직했던 송태종씨가 과거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관련주로 분류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중서 멀어진 안철수? '비호감도 70% 육박'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비호감도 69%1위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17%로 나타났다.

이낙연 총리 등 7명 조사

한국갤럽은 지난달 3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차지한 7명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낙연 총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안 전 의원 등 7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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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