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키맨’ 안철수의 대권행 키포인트

‘미워도 호남’ 안전빵 친정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통합의 ‘키맨’으로 불려왔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예상되는 귀국 시기는 설 연휴 전. 그는 어떻게 총선을 준비할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최종 목표를 ‘행정부의 수장’으로 본다. 대권행의 첫 관문인 그의 총선레이스가 시작됐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 이후 정치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일정을 접고 설 연휴 전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그가
돌아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미당 이동섭 원내대표 대행을 통해 “지난 1년여의 해외활동 속에서 제 삶과 지난 6년간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그 과정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며 정계 복귀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인해 야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로 인해 변화될 정치 지형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호남계를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미당 비당권파 등 제3지대에 있는 당은 총선 전 통합 없이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18개 지역 중 군소정당은 6곳을 제외하고는 총선서 모두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합을 위해 국민의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와 같은 중심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내부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안 전 대표에게는 ▲바미당으로의 복귀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으로의 합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합류 ▲보수·중도 통합 연대 ▲독자적인 제3지대 구축 등의 시나리오가 크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바미당 당원들에게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바미당 복귀설 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던 당의 내분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바미당에 대한 ‘창업주’의 책임감으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로 국민의당’ 총선부터? 당권 먼저?
준여당의 길이냐 야당의 길이냐 기로

정치인에게 명분은 필수다. 그는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바미당 전신인 국민의당을 창당해 ‘녹색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바미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특별히 논의된 것은 없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노선 정치를 확실히 했는데, 돌아와서 상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회의실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한 사진을 내리고 안 전 대표와 함께 있는 사진을 걸어두고 회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손 대표는 당내 다른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계륵’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뿔뿔이 흩어진 호남계 의원들을 재결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에게도 바미당 복귀에만 머문다면 이번 총선서 큰 승산이 없다. 하지만 복귀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중도세력 및 대안신당 의원들을 규합해 세를 불려 이른바 ‘도로 국민의당’을 만든다면 교섭단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악수 나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이는 안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이 호남서 시작된 만큼 손해 없는 장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역시 안 전 대표를 언급하며 “정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신당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 탈당 사태 당시 안 전 대표와의 극한 대립으로 재결합이 힘들어 보이는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열쇠 쥐고…
범야권 뒷배

하지만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안 전 대표와 다시 합치는 게 나은 상황이다. 바미당 호남계 내에서도 탈당 사태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됐지만, 대승적 차원서 다시 손을 잡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겠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중도·무당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양측의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가진 이념이 바미당 호남계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은 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마다 이견을 보이며 당론 채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교, 안보와 직결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대한 입장차는 이를 극명히 보였던 선례가 있다. 당시 호남계 의원들 다수는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오자 “후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안 전 대표의 뜻대로 당론이 바뀌었다. 대북 정책서도 이들은 평행선을 유지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정신 중 일환인 햇볕정책을 이어가는 호남계 의원들은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와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새보수당도 분주해졌다. 이제 막 출범한 새보수당에게 안 전 대표의 합류는 당이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보수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YTN 인터뷰서 “유승민 대표가 결혼 잘못했다는 것은(안철수 공동대표서 호남계 의원으로) 신부가 바뀐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의 제대로 된 ‘재결합’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하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여당의 길을 갈 것인지, 야당의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중도’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새보수당과 안 전 대표의 궁합 역시 잘 맞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먼저 합류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안 전 대표는 바미당에 새해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부탁에는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거품 빠진 '안'
신뢰 회복 우선

유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을 할 때부터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2년 전 이 자리서 국민께 약속한 그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변혁서 활동했던 안철수계 의원들의 귀추는 아직 미지수다. 유 위원장은 새보수당 창당대회서 안철수계로 꼽히는 권은희, 이동섭 의원을 향해 함께하자는 뜻을 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축사서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상식과 합리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창당 정신’을 가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짧으면 짧을수록 새로운 대한민국이 힘차게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가 손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모으고 있다.

한국당 역시 안 전 대표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의 국회 비공개 회동서 통합추진위원회를 논의했다. 이날 황 대표는 물밑서 새보수당뿐 아니라 안 전 대표 쪽과도 접촉해 대통합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현재 보수통합의 주도권 싸움서 새보수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 역시 한국당 주도의 논의를 위해 제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의 핵심은 ‘혁신’인 만큼 한국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새보수당에 합류할 가능성보다 더 적게 점쳐진다. 합류할 명분도 없는 데다 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들러리’로 전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서도 “새보수당과의 통합도 못하면서 호남 기반에 더 중도지향적인 안철수계와 어떻게 통합하냐”는 불만이 나왔던 이유다.

이번엔 황교안과 손잡나
보수·중도 연대로 직행?

다만 보수·중도진영이 모인 연대에는 합류할 공산이 크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지난 9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통추위에선 보수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탄핵 찬반 문제가 통합의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범야권으로 꼽히는 한국당, 새보수당과 같은 든든한 ‘뒷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 국민의당으로는 ‘준여당’에 불과해 대권 후보로는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가 총선 전 통추위에 합류해 문재인정부에 대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전 대표가 설 연휴 전에 귀국한 뒤 당분간 거취를 정하지 않고 제3지대 구축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중도 빅텐트를 주도적으로 구상해 성공한다면 총선 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에는 큰 정치적 리스크가 따른다. 대선과 지방선거서 이미 실패한 경험은 있는 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서 나오면서 그의 몸값은 크게 격하됐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야권의 정계개편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여태껏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염증으로 녹색돌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정치권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논란이 되자 이를 기회 삼아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 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 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고 썼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안 전 대표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진보로 위장취업했다. 이제 실패하니까 보수로 회귀해서 소위 여권, 진보세력의 통합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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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