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2019·2020 영화계, 못다한 이야기와 하고픈 이야기

충무로를 돌아보고 내다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19년 기해년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 100주년인 동시에 한국 영화 100주년이었던 한 해였다. 그 시작은 미비했을지 모르나 10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강국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를 넘어 미국서도 각광 받고 있으며, 1000만 영화는 무려 5편이나 나왔다. 새로운 감독들이 혜성같이 충무로에 나타났고, 독립영화 역시 성장세다. 하지만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는 더 짙은 법. 한국 영화는 ‘양산형 영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해결되지 못하는 독과점 논란,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깎아내리는 평점 테러,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한 역사 왜곡 등 고질병도 앓고 있다. <일요시사>가 영화계의 한 해를 결산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2020년의 영화계를 내다봤다.
 

▲ 봉준호 감독의 &lt;기생충&gt;

2019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빛난 업적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것이다. 앞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2위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으나, 황금종려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빈틈을 통찰한 이 영화는 전 세계 외신과 영화평론가들의 압도적 호평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의 황금종려상의 선택을 받았다.

이 영화는 국내서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 등 대중성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 스위스, 호주, 베트남, 독일, 벨기에, 미국 등 세계 30개국 이상서 개봉됐다. 일부 국가에선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생충>의 금자탑은 여전히 갱신 중이다. 현재 미국서도 각종 영화제의 최고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오는 2020년 1월5일 미국서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도전한다.

금자탑 올린
 <기생충>

2013년 이후 2억명 관객 시대를 맞이한 한국 영화는 꾸준히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2억2000만명 수준의 관객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 마약 범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 수사로 치킨집을 여는 내용의 <극한직업>은 1626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으며, 신예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가 색다른 코미디 재난 영화로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독립영화의 발전도 눈에 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15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규모를 넓혔으며 <벌새> <메기> <윤희에게>와 같은 저예산 영화들이 ‘규모의 한계’를 이겨내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서 무려 40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이 영화는 91회차 관람객을 비롯해 팬덤이 생기는 등 독립영화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감독을 포함해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 <돈>의 박누리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 등은 임순례, 방은진, 변영주, 노덕 등 일부 유명 여성 감독 외에는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영화계서 여성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배우들도 약진했다. <기생충>의 송강호와 최우식, 조여정을 비롯한 배우들과 <벌새>의 박지후 등은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한국판 드웨인 존슨으로도 일컬어지는 배우 마동석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서 사랑받는 마블스튜디오(이하 MCU)에 합류했다. 길가메시로 캐스팅된 그는 새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 촬영에 한창이다.

1000만 영화 무려 5편
<기생충> 한국영화 100년 결실

빛나는 업적도 많았지만, 한계도 분명했던 한 해였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10위에 한국 영화는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봉오동 전투>가 전부다. 나머지 6편은 외국 영화가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방을 내준 격이다. 2015년 10위 내에 속한 외화가 4편, 2016년에는 2편, 2017년에 3편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국내 영화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겨울왕국2>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캡틴 마블> <조커> 등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한국 영화들은 맥없이 밀려났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은 ‘그 영화만의 미덕’이 아닌 흥행한 영화의 공식만 답습한 ‘양산형 영화’의 확산 때문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봉오동 전투>와 <나쁜 녀석들:더 무비> <82년생 김지영> <돈> <악인전>은 비록 흥행을 거둔 편임에도 평단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그 가운데 올해 최악의 영화로 꼽히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150억여원이 투입됐음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CG와 앞뒤가 맞지 않는 개연성, 애국심에 의존한 ‘국뽕’으로 점철됐다는 혹평을 받았고, UBD(17만, 관객 단위)라는 신조어로 대중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 엑시트

주춤한 한국 영화들 사이서 분전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국내 관객 점유율 1위 배급사로 올라섰다. 영화진흥위원회의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서 CJ ENM은 23.3%를 기록, 26.9%를 차지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밀려 2위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24.5%의 점유율로 디즈니(24.4%)에 0.1% 앞섰지만, 겨울철부터 결국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배급사가 역 40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NEW 등은 1000억원대 전후의 매출로 턱없이 부족한 성적을 받았다.

세계로 쭉쭉
한계도 분명

역사 왜곡 논란이나 평점 테러 등 이전에도 발생해온 문제들이 올해에도 불거졌다.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세종이 아닌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에 집중했다가 평점 테러 등을 당하며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은 국내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젠더 문제서 악의적인 평점 테러를 받았다.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367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고질병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또 매년 불거지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역시 해결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엄청난 인기를 얻는 외화가 등장할 때마다 재점화되는 ‘독과점 논란’은 해결책이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스크린 상한제’ 관련 법안을 수 차례발의했지만, 상정된 법안은 없다.

그런 가운데 2020년 한국 영화는 다시 한번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새로운 장르의 작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보겠다는 심산이다. 또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거머쥔 스타 감독들 역시 대거 귀환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신예 감독들도 비교적 큰 규모의 자본을 투자 받아 신선한 이야기를 써낼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은 명성이 자자한 특급 감독들의 작품이 매달 이어지며, 극장가를 풍성하게 채울 전망이다. 500만 관객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감독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이 스타 배우들과 손을 잡았다. 라인업만 봐도 한국 영화의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한맨 파워
미 브랜드 파워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이병헌과 다시 뭉친 <남산의 부장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 이정현과 함께 <부산행> 이후 좀비들이 득세한 한반도를 그린 <반도> <관상>과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와 이병헌을 주축으로 한 <비상선언>, 류승완 감독은 김윤석, 조인성과 함께 작업한 <탈출:모가디슈>로 충무로를 휘저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변호인> <강철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을 제작하며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턴>을, <신세계>와 <마녀>의 박훈정 감독은 엄태구, 전여빈 등 신예를 앞세운 <낙원의 밤>을,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박보검의 첫 주연 영화 <서복>으로 나선다.
 

▲ 윤희에게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소위 ‘불한당원’이라는 팬덤을 구축한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 손을 맞잡고 <킹메이커:선거 판의 여우>로 돌아온다. <변산>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말죽거리 잔혹사> <쌍화점>으로 흥행했으나 <하울링> <강남1970>으로 연이은 쓴맛을 본 유하 감독은 <파이프 라인>으로 재기에 도전한다.

영화계서 흔히 입봉작을 두고 ‘영혼을 갈아 만든다’는 말을 쓰곤 한다. 2020년에는 단편영화 및 예술 영화로 두각을 나타낸 신예 감독들의 데뷔작도 무수해 기대감을 준다.


2012년 <파수꾼>으로 파란을 일으킨 윤성현 감독이 당시의 주역인 이제훈과 박정민 등을 캐스팅한 <사냥의 시간>과,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으로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이충현 감독은 박신혜, 전종서를 앞세운 스릴러 영화 <콜> 그리고 <극한직업> 개봉 직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 류승룡이 선택하면서 화제를 모은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디즈니에 빼앗긴 한국 안방
위상 되찾을 스타 감독은?

특히 배우 출신이자 단편영화 <이만원의 효과>로 호평을 받은 조 감독은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며 문소리, 김윤석에 이어 배우 출신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는다.

2020년에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뮤지컬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한다. 또 한국서 성공한 적 없는 SF영화도 개봉 예정이다. 먼저 <히말라야>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열사를 소재로 한 <영웅>을 뮤지컬 영화로 제작 중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동명의 국내 오리지널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빼앗겼다시피 한 뮤지컬 영화 장르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첫 작품이다.
 

▲ 코미디 영화로 1000만 관객의 위업을 달성한 극한직업

뮤지컬서도 무대를 압도한 정성화가 주연을 맡았다. 류승룡과 염정아가 캐스팅된 <인생은 아름다워>도 기대되는 뮤지컬 작품이다.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과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을 통해 충무로 원탑 각색 작가로 떠오른 배세영 작가의 합작품이다.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으로 연이은 흥행을 거둔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를 앞세운 SF영화 <승리호>를 영화관에 건다.


지난해와 올해 아쉬운 성적을 받아들인 한국 영화계가 유명 감독들의 ‘맨 파워’를 보여주는 준비를 하는 가운데 외화는 앞서 성공한 작품 또는 시리즈물로 거대한 한국 영화 시장을 노린다.

스타 감독 
대거 귀환

먼저 한국서 꾸준히 사랑받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시작으로,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포에버>,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 주연의 <밤쉘>, 소리 없는 공포 영화로 주목받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 DC코믹스를 실사화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 역을 소화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MCU 페이즈 4의 첫 영화이자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 국내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이 그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국내 감독들의 면면과 외국 영화들의 제목이 2020년 영화계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영화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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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