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VS 나영석 ‘PD 전쟁 막후’

유재석-강호동 붙었다

[일요시사 연예부] 함상범 기자 = 예능인 유재석과 강호동이 데뷔 25년이 넘어서는 시점에 다시 양대산맥을 구축했다. <무한도전> 폐지 이후 ‘위기론’이 나왔던 유재석은 김태호 PD의 신작 <놀면 뭐하니?>로 완벽하게 부활했고, 탈세 논란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강호동은 나영석 PD의 tvN <신서유기> 시리즈와 <강식당>에 이어 <라면 끼리는 남자>(이하 <라끼남>)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최고의 위치에 있는 두 사람 뒤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방송 트렌드를 완벽히 이해한 두 PD가 존재한다. 침체돼있던 한국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쏜 두 조합의 매력을 짚어봤다.
 

▲ 나영석 PD와 김태호 PD ⓒCJ ENM

유재석과 강호동, 두 사람은 1990년대 말부터 활약한 이른바 ‘예능 1세대’다. 유재석이 데뷔 28주년, 강호동이 26주년을 맞이했다. 기나긴 시간 동안 한국 예능의 선봉장이었던 두 사람은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로부터 중히 쓰임 받으며 국내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약 10여년 동안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두 사람은 한동안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예전만 못한’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김·나 PD와 재회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현재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다.

먼저 유재석은 <무한도전> 폐지 이후 ‘지겹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었다. SBS <런닝맨>과 KBS2 <해피투게더4>,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등에서 그가 유발하는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호평을 받았지만, 재미보다는 감동이 포인트였다.

완벽한 시너지

위기론이 거듭됐던 유재석은 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대중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있다. 드럼을 쳤던 ‘유플래시’에 이어 ‘뽕포유’까지 완전히 흥행시키며 ‘2019 MBC 연예대상’의 가장 막강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맹활약 중인 유재석은 예능인과 가수의 영역을 허무는 것에 이어, MBC는 물론 KBS1 <아침마당>과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하는 등 방송사 간의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김태호 PD가 막무가내로 일정을 잡고 촬영하는 <놀면 뭐하니?>서 당황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기는 하나, 금방 적응을 하고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선보이는 중이다.


유재석의 부활은 최근 방송가를 위협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김 PD의 재능서 기인한다. <놀면 뭐하니?>는 기존의 방송 포맷에 ‘쌍방향 소통형’ 포맷을 적절히 버무려 방영 중이다. SNS 라이브나 팬 미팅을 진행하거나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행사로 대중과 유산슬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김 PD는 방송과 현실, 예능과 다큐멘터리 사이를 오가는 과정서 대중이 궁금해하는 유재석 혹은 유산슬의 민낯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중은 김 PD가 과감한 설정을 쉽게 기획할 수 있는 배경에 ‘언제나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는 유재석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 ▲신서유기 ⓒ신서유기 페이스북

두 사람의 시너지가 빛나는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로 인해 트로트도 부활하는 모양새다. 트로트계서 굵직하게 활약했던 ‘박토벤’ 박현우, ‘정차르트’ 정경천, ‘작사의 신’ 이건우 등 트로트 대가들과 함께 가수 김연자, 진성, 박상철, 홍진영 등과 같은 트로트 거장들까지 주목받고 있다. 앞선 ‘유플래쉬’에서는 이효리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이상순을 비롯해 이적, 유희열 등 국내 뮤지션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살아있는 레전드
예능의 두 아이콘

“유재석이 기획자와 출연자의 관계임에도 선후배처럼 방송에 대한 유의미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밝힌 김 PD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서 “20년 정도 옆에서 지켜보니 유재석은 처음 시작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기뻐하면 그걸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재석은 늘 연탄 같은 삶을 산다. 성냥처럼, 연탄처럼 자신을 태우는 사람”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2011년 불명예스러운 논란으로 인해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강호동은 과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 2012년 8월, 호기롭게 복귀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어느덧 자유롭고 편안하며 꾸밈없는 태도가 예능의 베이스가 된 가운데 다소 과한 액션으로 일관하는 강호동을 두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KBS2 <달빛 프린스> <투명인간>, MBC <별바라기>, SBS <맨발의 친구들> 등 그가 맡은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됐다. 대부분 시청률 부진이 이유였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만이 선전한 축에 속했다.


영향력이 약해진 강호동은 장기인 보스형 카리스마 스타일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tvN <신서유기>를 통해서다. 초반부에는 과거와 비슷한 맥락의 진행 방식으로 은지원, 이수근 등으로부터 핀잔을 받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방송환경에 적응한 듯 기존과는 다른 웃음을 이끌어냈다. <신서유기>의 성공을 기반으로 JTBC <아는 형님>과 <한끼줍쇼>, tvN <강식당>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고, 강호동을 향한 시청자들의 편견도 점점 옅어졌다.

강호동의 성공 기반에는 나영석 PD가 존재했다. 나 PD는 강호동의 캐릭터를 분명히 인지한 듯 그가 갖고 있는 숨은 매력을 <신서유기>와 <강식당>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꺼내 놓았다. <신서유기>에서는 브랜드를 과감하게 말하는 장면서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나 술을 먹으면서 방송하는 모습 등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고, <강식당>에서는 이전처럼 윽박을 지르기보다 조곤조곤하게 ‘소통’을 강조하고 ‘평화’를 주장하며 동생들을 다독이는 등 이미지를 다각화했다.

그런 가운데 나 PD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인 <라끼남>을 통해 강호동의 진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라끼남>은 강호동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기 위한 최적의 몸상태를 만드는 게 골자다. 특히 등산 뒤에 먹는 라면이라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방송가서 기피해온 소재였다. 등산의 경우 출연자나 제작진 모두 체력 소모가 커 적절한 대화를 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기 넘고 최고의 주가 
뉴 미디어 시대 연착륙

우려를 불식한 채 <라끼남>은 부적절한 장소서도 웃음을 뽑아내고 있다. 천왕봉서 먹을 라면 고르기부터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힘든 등산 과정까지, 귤 하나 까먹으며 온갖 이야기로 주위를 사로잡는 강호동의 입담은, 진행 위주의 방송을 해온 강호동의 예전 모습과 다른 신선한 그림다. 아울러 씨름 선수 출신인 강호동이 만들어내는 ‘라면 먹방’은 보는 이들의 침샘을 유발한다.
 

▲ 놀면 뭐하니 ⓒMBC

 

특히 싱싱한 굴과 고춧가루, 후추를 잔뜩 넣은 라면, 지리산 등정에 나서 일출을 본 뒤 파채를 섞어 만든 일명 ‘파채라면’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호동이 만든 라면에 대해 ‘못 참겠다’고 남기는 글들이 적잖이 보인다. 그저 라면만 먹는 이 콘셉트서 강호동의 본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약 30년 동안 꾸준하고 일관된 태도가 tvN <삼시세끼> <윤식당> <스페인 하숙> 등 음식을 만들고 먹고 파는 과정을 담아내고 그 안에서 출연자의 매력을 담담하게 꺼내는 나 PD의 재능을 통해 빛나고 있다. 앞서 나 PD는 “방송을 하다 보니까 강호동과 길게 일을 하게 됐다. 문득 녹화를 하다 보니 천하장사를 했던 사람이 국민 MC가 된 과정을 떠올리게 됐다. 예전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는데, 지금은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람이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석과 김 PD, 강호동과 나 PD의 조합은 미디어의 변화에 유일하게 연착륙한 조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간미 경쟁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 소위 잘나갔던 PD들이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답보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변화의 흐름에 맞춘 PD가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다. 그 두 PD의 페르소나로서 활용되고 있는 예능인이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며 “예전만 하더라도 각 스타의 개인기만으로 재미를 유발했으나 최근에는 포맷과 장르 등이 잘 기획된 예능만 살아남는다. 김 PD와 나 PD가 그 방면서 특출난 능력을 선보이고 있고, 두 사람 역시 그 안에서 새로운 방송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아이콘으로 맹활약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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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