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별 인터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

“여러분이 할머니들의 보약입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가 열린다. 28년째다. 그 사이 수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평균 연령 90세인 할머니 스무 분만 남았다. <일요시사>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이사장을 만나봤다.
 

“제 고향은 평양이고, 저는 13세에 일본으로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제 나이 이제 92세입니다.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외교부를 상대로 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관한 문건 공개 요구 항소심에 쓴 호소문이다. 2019년은 반인륜적 극우 세력들과 정부·국회의 무능함으로 인해 상처로 점철된 한해였지만,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 ‘보약’이라고 했다. 2020년엔 피해자 할머님들이 바람을 타는 나비가 돼 훨훨 날 수 있는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윤 이사장님과의 일문일답.

-1992년 1월8일부터 28년째 매주 수요집회를 이어오고 계십니다.
▲92년에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가 방한한다는 뉴스가 보도되더라고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한국에 와서 외교를 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수요시위를 시작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될 때까지 계속한다고 했는데, 28년째 지속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지난 11월 일본정부는 ‘2015 위안부 한일 합의’ 때 한국정부가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합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정부가 “성노예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했을 때 박근혜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임을 재차 확인한다”고 답변을 하죠. 이면합의가 있었어요. 한국정부의 책임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한일합의 때 굉장히 비주체적이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거죠. 박근혜정부가 잘못됐었다는 점은 반드시 지적해야 합니다. 한일합의 자체가 잘못 됐고요. 여전히 일본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일본정보가 ‘성노예’라는 표현에 대해 예민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노예라는 표현 자체가 일본정부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그대로 잘 드러내주는 단어기 때문이에요. ‘노예’는 국제적으로 금지된 인권유린 범죄고, ‘성노예’는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범죄인데 용어 속에 다 포함돼있잖아요. 일본정부가 이미 드러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거예요. 그러나 피해자들의 증언뿐만 아니라 일본군이 당시에 직접 작성했던 문서들, 일본 병사들이 일지, 일기 등을 통해서 일본이 제도적으로 자행한 전쟁 범죄이자 성노예 범죄였다는 것이 드러났어요.

 


-국제 사회서도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 그동안 유엔인권이사회와 노동문제를 다룬 ILO(국제노동기구)도 ‘위안부 문제는 성노예 범죄기 때문에 일본이 국제법을 위반했다. 따라, 피해자들에게 국제법 위반에 따른 사죄와 배상을 해야 된다’고 권고를 내렸어요. 국제기구 문서에는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요. 이미 국제적으로 확인되고 드러나 있는 사실을 가해국인 일본정부만 부정하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해서 그 범죄를 지우려고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거죠.

28년째 이어진 수요집회
“참가자들 있어서 버텼다”

-일본정부에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아무리 너희들이 손바닥으로 역사와 진실을 가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다. 진실은 가리려고 시도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고, 진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더 극명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생존자들이 모두 다 돌아가신 이후에라도 진실을 외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진실은 계속해서 드러날 겁니다. 일본정부는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 될 것입니다.

-활동에 힘드신 점이 있으시다면.
▲일본정부는 세계를 돌면서 저희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거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시회를 열면 그곳에 찾아가요. 가해국인 일본이 우리를 압박하고 방해하는 거예요. 2012년에 김복동 할머니와 저희가 나비 기금을 만들었어요. 나비 기금을 만들어서 전 세계 성폭력 생존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저희가 지원하는 곳에 일본 정부가 찾아가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아세요. “저 단체(정의기억연대)는 위험한 단체다. 우리는 이미 다 해결했는데 저 단체가 억지를 부리면서 일본을 공격하고 있다. 반일을 만들고 있다. 당신들이 저 단체하고 연대를 끊으면 일본정부가 지원을 하겠다고 했어요.

 

▲ 일요시사와 특별 인터뷰 갖고 있는 윤미향 이사장

일본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왜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비판 안 하나요. 없는 말을 얘기하라는 게 아닌데. 그런 목소리를 내야 저희들도 더 힘차게 활동하게 되고, 국제사회도 한국정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죠. 어느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는데 누가 한국정부의 목소리를 들어 주겠어요. 그건 말이 안 되죠.

-한국정부도 더 목소리를 내야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제가 견디면 돼요. 일본에 갈 때 얘들이 또 혹시 나를 입국 못하게 나를 잡아놓고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두려운 적은 있죠. 근데 그게 힘들진 않아요. 정말 힘들 때에는
‘문희상 안’과 같이 국회나 정부의 무능함을 느낄 때요. 내가 거대한 철벽 밑에서 낑낑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우리 할머니들은 얼마나 힘들까 진실과 정의는 멈추면 안돼요. 그건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인권이라는 소중한 권리를 박탈시키는 겁니다. 지금 피해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외치고 있을 때, 국제사회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 목소리를 더 내야해요.

-문희상안이 최근에 문제가 많이 됐습니다.
▲너무 부끄러워요. 한국 국회서 가해국을 대신해 해결해주는 법안이 국회의장에 의해 발의된다는 거 자체가요. 이 법안은 양국 기업과 민간의 자발적 기부금을 위자료란 명분으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고, 일본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영원히 갖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 문제는 가해국인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가해국은 여전히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피해국이 가해자들에 대한 피해자들의 최소한의 권리 청구권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나 마찬가지예요. 왜 일본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피해국 스스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그런 법안을 제출하는 건가요.

-문희상안을 본 할머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우리가 수재민이냐” 그러시더라고요. 굉장히 모욕감을 느꼈단 얘기예요. “우리가 무슨 일본정부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냐. 1000억을 준다 해도 받을 수 없다”고요. 우리는 범죄 피해자인데 선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걸 굉장히 굴욕적으로 느끼시죠. 당당한 권리가 있는 피해자들의 명예를 또 훼손하는 일이고요.


-국회와 정부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요.
▲한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외교부가 어떤 국제적인 외교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한국과 일본 간에 역사적인 맥락서만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이미 지난 30년동안 유엔서 인권의 문제라고 계속 얘기를 해왔어요. 근데 왜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인권 외교를 하지 않는 건가요.

 

경제 외교, 안보 외교도 중요하지만 인권 외교도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처음에 이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인권문제를 다루는 투트랙 외교를 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럼 그렇게 해야죠. 경제·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결부시키는 건 아니죠. 정부가 말하는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피해자 할머님 분들이 몇 분 정도 남아 계신가요.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지금 겨우 스무분이 살아 계세요. 중국도 한 자리 숫자로 생존자가 줄어들었고. 필리핀, 인도네시아서도 할머니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들이 전해오고 있어요. 평균연령이 90세를 넘으셨고요. 우리의 하루와 피해자 할머님들의 하루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현재 할머니들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는 거죠.

“2020년 연대한다면
희망은 현실이 될 것”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외치는 목소리들은 해방으로 가는 만세 소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정한 해방으로 가는 목소리에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면 좋을 거 같고요. 일본대사관 앞에 오시면 평화의 소녀상이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수많은 분들의 아팠던 역사뿐만 아니라 눈보라가 치나 비가 오나 늘 그 자리에 앉아서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외쳤던 여성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거예요

그 소녀 옆에는 빈 의자가 있습니다. 그 빈 의자는 이미 고인이 되신 피해자 분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빈 의자에 앉을 사람들이 연대하는 자리기도 해요. 즉 죽은 것이 죽은 게 아니라는 것. 죽었다고 역사가 없어진 게 아니라는 것. 죽었다고 목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

죽었다고 진실이 묻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자리거든요. 우리가 그 자리에 앉아 내가 김학순입니다’ ‘내가 김복동입니다’ ‘내가 길원옥입니다’ ‘내가 이용수입니다’. 우리가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와 기억으로 함께 앉아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자리에요.

-매주 수요집회마다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함께 해주셨는데.
▲우리 길원옥 할머니, 92세신데요. 건강이 안 좋으신데…. 그분이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수요시위에 오는 청소년들, 시민분들 보면서 “여러분, 여러분들이 우리의 보약이에요. 여러분을 보면 저는 힘이 나요”라고 하셨어요. 늘 함께 해줬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지금까지 30년을 버틸 수 있었고, 우리도 할머니들이 계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2019년 한 해가 마무리됩니다.
▲2019년 한 해에도 일본정부가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했어요. 피해자가 28년 동안 만들어 놓았던 평화·인권의 역사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일들도 많았고요. 한국 내부서도 폭력적인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피해자들이 강제로 가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스스로 매춘부가 됐다일본 우익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할머니들이 분노하며 저항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요그런 절규를 했던 2019년이기도 합니다. 상처 투성이였던 한 해였지만, 수많은 분들이 할머니들 곁에서 함께 노란 날개를 펼쳐서 ‘우리가 할머니들과 함께 연대할게요’라며 따뜻한 위로가 돼주셨던 한 해이기도 했어요. 상처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희망이 되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할머니들이 더 힘내서 주저앉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2020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디 202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 무력 분쟁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약자들에게도 진정한 평화가 오는 2020년이 될 수 있도록 정의기억연대가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활동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함께 손잡고 연대해주신다면 반드시 희망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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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