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집중분석>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

뜨거운 감자 들고 편 나뉜 가수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난 11월24일 새벽, 아이돌그룹 블락비 출신 가수 박경이 자신의 SNS에 쓴 ‘나도 OO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은 순식간에 가요계를 강타했다. 의구심은 들지만, 실체를 밝히기 어려워 함구하고 있었던 ‘음원 사재기’는 박경의 입을 통해 공론화됐다. 박경으로부터 거론된 가수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을 총정리했다.
 

▲ 사진제공=박경 SNS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고 박경이 남긴 글은 하루아침에 폭탄이 됐다. 누구나 의심은 있었지만 물증을 밝히기가 어려운 탓에 언급을 삼갔던 대중과 가요 관계자들은, 박경의 발언에 뜨거운 관심을 쏟아냈다. 음원 사재기가 ‘사기’로 여겨질 만큼 민감한 사안인 데다가 뚜렷한 증거가 없어 박경의 사과로 일단락될 것이라 예상됐으나 박경은 실명을 언급한 것만 사과했다.

“있다 없다”

그러자 박경으로부터 언급된 바이브와 송하예, 임재현, 장덕철 등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박경 역시 ‘사재기 논란’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사안은 점차 커졌다.

박경과 그가 지목한 가수들이 ‘치킨 게임’의 형세를 이루자 대중은 뜨겁게 반응했다. 대다수가 박경의 편에 섰다.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재기 의혹’에 총대를 메고 강력한 발언을 내세운 박경의 용기를 응원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중은 박경을 두고 ‘상남자’라고 칭했으며, 2016년 걸그룹 여자친구의 은하와 듀엣으로 부른 ‘자격지심’이 음원사이트 6위까지 오르게 하는 등 힘을 보탰다.

자격지심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유튜브에는 ‘박경 열사님 인간이 응원합니다’ ‘용기 내서 올린 글 진심으로 응원한다’ ‘유튜브 조회 수라도 올리고 갑니다’ 등과 같은 네티즌 댓글들이 달렸다.


대중뿐만 아니라 가요계 동료들도 박경의 행보를 지지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래퍼 마미손이다.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777>서 인기를 끈 마미손은 ‘짬에서 나온 바이브’라는 곡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래퍼임에도 힙합의 색을 빼고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들이 일관된 형태를 띤 ‘감성 발라드’ 멜로디에 현 사안을 조명하고 있는 가사와 독특한 창법으로 엄청난 화제를 끌었다.

특히 이 곡의 가사 중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라는 가사로 박경을 지지하는 네티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박경 사재기 언급 글 가요계 강타
‘처음 아니다’…계속된 지적과 의혹

밴드 클릭비 출신 노민혁은 현 사안의 핵심을 짚으며 박경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요는 명예훼손이 아닌 사재기의 실체다.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경쟁할 수 없는 이 구조를 샅샅이 파헤치고 개혁시켜야 한다. 사재기로 돈을 벌 바엔 다른 길을 택한 나 역시 마음 한 켠에 음악은 후회와 울분으로 남아있다. 왜 정당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건가. 포커스에 엇나가지 않는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게 우린 계속 울분을 토해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면서 ‘박경 힘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대중과 일부 가수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박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진해도 후퇴해도 ‘꽃놀이패’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적 대응 과정서 증거가 나와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밝혀내면 그야말로 ‘가요계의 열사’와 같은 수식어를 얻게 되며, 수사기관서 증거를 밝혀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한 사안을 공론화시킨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을 인정받아 충분히 인기를 끌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비록 사재기라는 말을 직접 사용해서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는 했지만, 이 전개가 박경에게는 조금도 불리할 것이 없다. 소위 ‘꽃놀이패’다. 일이 잘 되든 잘못 되든 박경은 인기 측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언만으로도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엄청나게 형성됐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JTBC, 마미손 인스타그램

이번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크게 오르긴 했으나 사재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숱하게 거론돼왔다. 특히 팬덤도 없고 딱히 이슈도 없었던 가수들이 우연한 어느 날 새벽을 틈타 갑작스럽게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 가수들을 누르고 멜론을 비롯한 각종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기록할 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의혹을 받는 곡들은 자정과 새벽 2시를 기점으로 갑작스럽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박경이 거론한 가수 바이브, 임재현, 송하예, 장덕철, 황인욱, 전상근 등을 비롯해 닐로와 숀도 이러한 형태로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아

아이유나 트와이스 등 국내 최고의 막강한 팬덤을 뚫고 특정 시간에 인기를 얻었다는 점도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이돌의 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본 사람들은 이러한 그래프 자체를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커다란 팬덤이 일제히 합심을 해도 이 같은 가파른 상승세의 그래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슈나 팬덤도 없는 가수들은 확률적으로 훨씬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음원 차트 연령별 50대 차트서 임재현과 벤, 바이브 등이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송가인을 제쳐 사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한때 50대 사이서 “송가인을 밀어줘야 한다”며 송가인의 음원을 하루 종일 틀어놓는 현상이 있었음에도, 이들을 제친 것은 다른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전히 송가인은 고령층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이들 노래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발라드곡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누구나 쉽게 듣기 좋은 노래들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여러 의혹이 즐비함에도 이들은 하나 같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음원 마케팅 곧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대박’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만을 따지기엔 너무 많은 가수들이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실제로 SNS를 통해 음원 사이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주변서 흔치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런 과정서 “숀 안 되고 닐로 먹는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가수들은 억울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대중의 눈초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숀 안 되고
닐로 먹는다”

이번 사태 이전인 지난해에도 사재기 의혹에 대한 가수들의 발언은 꾸준히 제기됐다. 먼저 폴킴은 2018년 7월 “도둑질 놔두니까 합법인 줄 아는 듯”이라고 남겼고, 기리보이는 2018년 7월 “조작해서 1등할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사재기를 못한다”고 했으며, 로꼬는 2019년 2월 “돈으로 뭐든지 사재끼지. 그걸 작업이라 부른대”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썼다.

이를 두고 사재기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아닌 행정 조사였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 사진제공=더 바이브 엔터테인먼트, 장덕철 페이스북, 디원미디어

증거는 없이 소문만 무성했던 가운데 일부 가수들과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실체는 분명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무명의 가수들을 찾아 ‘바이럴 마케팅’과 함께 음원 차트의 차트인을 시켜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요계에 따르면 사재기 업체는 1억원에 약 5000개서 1만개 아이디로 특정 음원의 스트리밍 수를 늘려 순위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이용했다. 불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1개 휴대전화 또는 PC로 30~50개 아이디를 제어하는 식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중이 말하는 소위 ‘기계픽’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함께 활용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은 순위 조작을 방어하는 명분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한 가요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미 지는 해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꾸준히 페이스북을 통해 음원을 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기계로 스트리밍을 조작한다는 의심이 있는데, 음원 사이트서 구글 트렌드처럼 검색 지역별 분포도 같은 데이터를 내놓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다만 멜론 등 음원사이트는 수사 압박을 받지 않은 상태서 먼저 내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만 ID의 법칙, 실체는?
“마녀사냥 없어져야”

실제로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는 지난달 26일 방송된 팟캐스트 <매일매일 불금쇼>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앨범 낼 때 연락이 왔다. 거기서 제시한 게 ‘이 바닥 10년쯤 됐으니, 이제 뜰 때가 됐다. 맥락이 있어서 (차트 조작해도)연막을 칠 수 있다’고 했다. 수 십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유튜브에 음원을 올리겠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중개업자 8, 가수 2로 수익을 분배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간지는 “앨범이 나오고 초반에 음원을 엄청 사서 차트인을 시켜놓으면, 자연스럽게 음원값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면 가수들은 돈을 못 번다. 하지만 한 번은 빛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아무리 빛을 봤다고 해도 사재기 이미지가 있으면 다음 곡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송서 배순탁 작가는 “논란이 되는 노래들을 보면 꼭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노래들이다. 일명 ‘눈물바다’ 노래다. 좋은 노래도 많긴 하다. 하지만 이 논란에 ‘노래만 좋으면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뇌가 우동사리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노래만 좋으면 괜찮다라는 말이 나오나”라고 일갈했다.

가수 성시경도 사재기의 실체가 있다면서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27일 방송된 KBS 해피FM 라디오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해 “요즘 사재기 이야기가 많은데 실제로 들은 얘기가 있다. 그런 마케팅 회사서 ‘전주를 없애고 제목을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작품에도 관여를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작품을 하는 형이 곡을 준 상황서 ‘가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겠냐’는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 사재기가 실제로 있긴 있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래퍼 딘딘도 사재기를 직접 눈으로 봤다고 실토했다. “최근 사재기 때문에 ‘콘크리트 차트’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남긴 딘딘에 한 네티즌은 “당신이 인정하는 가수가 순위가 낮으면 부당한 거고 다른 가수들은 사재기냐. 사재기인 거 아무것도 판명난 것 없고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딘딘씨도 결국 선동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딘딘은 “뭐하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업계 종사자. 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봤다. 당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상위권이라면 축하한다. 사재기가 아니라면 그분은 계속 상위권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화가 나셨냐. 쭉 상위권일 거라면 화낼 이유가 있느냐”라고 적극 대응했다.

인터뷰 말고
고발했으면…

가요계 종사자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인해 대중은 ‘음원 사재기’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경이 지목한 가수들은 어떤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사재기를 한 것처럼 사실로 인식돼 억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논란 가수 중 가장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바이브는 ‘마녀 사냥’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바이브는 지난 3일 추가 입장문을 통해 음원 사재기가 완전히 근절되길 바라면서 자신의 무고함도 털어내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바이브는 “한 아티스트의 발언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그 발언은 명백히 허위사실이었기에 처음 해당 사안을 접했을 때는 그저 실수라 생각했고 소속사를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잡고 사과는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대신 전달했지만 ‘게시물은 삭제했으나 사과는 힘들 것 같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며칠이 흐르자 그 허위사실은 저희에게 불명예스러운 낙인으로, 프레임으로 돌아왔다. 논란은 무분별하게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치욕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았다”며 “저희는 다른 어떤 것보다 공정한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했지만 법적 절차를 밟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왜곡된 진실을 믿고 조금씩 거들기 시작했고, 증거 없는 소문이 자극적인 이슈로, 자극적인 키워드로 맞춰지면서 저희의 음악과 가족들에게까지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가 가능한 모든 기관에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했고, 협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더하기 미디어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박경을 비롯한 일부 가수들의 증언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만약 실체가 있고, 잘못한 사람들을 분명히 안다면 인터뷰를 할 것이 아니라 고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요지다.

이 관계자는 “스트리밍을 조작하든, 음원을 사든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터뷰를 할 것이 아니라 고발을 하면 된다. 일부 가수들이 인터뷰로 증거도 없는 말만 해서 괜히 잘못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고한 피해를 받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멜론과 같은 곳에서 데이터를 내놓으면 사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대중이 이들에게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하면 개인정보인데 어떻게 내놓나. 최소한 수사기관의 압박이 있어야 내놓지 않나. 요즘 고발하기도 쉬운 세상인데, 그렇게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으면 고발을 했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연령별 차트서 송가인을 눌렀다고 해서 사재기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50대서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경우 특정 음원 사이트 1위부터 100위까지를 그냥 틀어놓는다. 그래서 50대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꼭 사재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심화되고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이번 공론화를 통해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도 눈길이 쏠린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메이저 매체서도 이 사안을 다루기 위해 제보를 받는 등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라 의혹을 완전히 뿌리 뽑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또 음원 사이트가 공식적인 데이터만 내놓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는 점 역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박경을 향해 일부 가수들이 법적 대응을 한 상황서 수사기관이 음원 사이트 업체도 조사할 것으로 보여 의외로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의혹의 실체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맴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사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함으로 권위가 생긴 콘텐츠다. 이런 논란만으로는 데이터를 먼저 공개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합류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유입돼 음원을 산 데이터, 스트리밍 및 음원을 산 사람들의 분포도와 같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혹을 해소할 데이터를 공개하면 잘못을 분명히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