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5가지 의혹과 진실

“음원 사재기란 있을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OO처럼 나도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가수 박경은 열사의 위치에 올랐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었던 사재기 의혹을 공론화시킨 박경을 향해 대중은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반대로 박경이 거론한 가수들에게는 ‘사기꾼’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중 가장 비난을 받는 팀은 데뷔 18년차 ‘바이브’다. ‘사재기 의혹’이 공론화된 지 1달여 만에 바이브 소속사는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 사진제공=메이저9

남성 듀오 바이브와 가수 벤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메이저9은 지난 7일 12시와 4시, 두 번에 걸쳐 설명회를 진행했다. 그 배경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방영이 있다. <그알> 제작진과 약 6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는 메이저9의 황정문 대표는 “<그알> 제작진이 사재기 의혹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악의적이고 편협한 방송 보도를 진행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음원 1위
떼돈 번다

이 설명회가 있기 전 대부분 기자는 ‘음원 사재기’의 빈틈을 찾아내겠다는 야심을 갖고 현장을 찾았다. 바이브 소속사를 비롯해 박경이 거론한 가수들과 소속사, 관련 바이럴 마케팅 업체를 ‘사재기 업체’로 확신한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두 타임 내내 날이 선 질문이 던져졌다. 메이저9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서 최대한 설명했고, 대부분 막힘이 없었다.

놀라운 점은 메이저9이 공개한 자료의 범위였다. 자사 직원들에게도 밝히지 않을 법한 광고 집행 비용, 매출, 순이익 등의 회계자료를 모두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소위 ‘영업비밀’의 근간이 되는 음악 시장과 SNS 관련 빅데이터, 타 가수의 광고 집행 비용 등 매우 민감한 내용을 대거 공개했다. 이 내용이 공개됐을 때 타 소속사 가수들은 아주 큰 타격을 받을 만한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그간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타 회사의 비난마저도 감수하고 진행한 설명회였다.


설명회 관련 기사화가 이뤄졌음에도, 대중은 사재기 의혹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여전히 바이브와 메이저9의 소속 가수들과 의혹을 받는 가수들을 향한 비난이 거세다. 앞서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지니뮤직, 가온차트 등 정부 기관서 음원 사재기의 실체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음에도, 사재기 실체에 대한 대중의 의혹은 여전히 강하다.

황 대표는 “멜론이나 지니의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정부기관서도 숱하게 사재기가 아니라고 말했음에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여전히 의혹이 존재하고 있는 배경에는 음원 1위의 실제 매출 크기와 일부 주요 음원 사이트의 알고리즘, 변화하고 있는 음원 사이트 정책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 가수 아이유

사재기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는 대중의 의혹은 크게 다섯 가지다.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의혹과 진실을 나눠봤다.

현재 대중에게 존재하는 가장 큰 함정은 음원 1위로 인한 매출의 범위다. 약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공전의 히트를 친 곡은 1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플랫폼인 멜론과 지니 등 음원 사이트를 통해 얻는 수익은 약 2억원대로 줄어들었다. 한 달 내내 1위를 하더라도 2억5000만원을 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알> 악의적 편집에 반발
최소 10억 필요…안 하고 말지~

일간 1위는 약 70만서 90만의 이용자가 노래를 들었을 때 가능하다. 국내 음원사이트 이용자 수 추이를 쉽게 알 수 있는 가잇썸닷컴에 따르면 현재 의혹을 받는 가수 벤과 닐로, 우디는 물론, 의혹이 없는 아이유나, 방탄소년단도 1위를 하는 기간에는 약 70만에서 90만의 정도를 넘나든다.

1위가 되려면 아이디가 90만개가 필요한데, 아이디 하나에 1만원이라고 하면, 약 100억원이 소비된다. 아이디 10만개 정도가 있어야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데 그마저도 10억원이 필요하다. 현 음원 시장은 사재기로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다.


황 대표는 “압도적인 음원 1위를 하면 5억원은 나올 줄 알았는데, 바이브 ‘가을 타나 봐’나 벤의 ‘180도’,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서 나온다면’ 모두 2억원대였다. 아마 다른 가수들도 비슷할 것”이라며 “행사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데, 우디 같은 가수는 히트곡이 하나다. 히트곡 하나로는 행사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대학교 행사만 하더라도 히트곡 네 곡은 필요하다. 히트곡 하나 있는 가수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메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최근 국내 음원 사이트 등은 2015년 이전에 아이디 확보를 통해 스트리밍 건수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회원가입 시 휴대폰 인증을 필수로 게재했다. 아이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또 다른 휴대폰이나 일명 대포폰이 필요하다는 게 메이저9 측의 설명이다.

김상하 메이저9 부사장은 “소위 대박이 터져봐야 2억원이 최대인 시장을 위해서 수많은 대포폰을 왜 만드나. 비용 차이가 심하다. 나라면 사재기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할 것”이라며 “사재기를 한 뒤에 후불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음원이 1월에 발매돼도 4월에 모두 정산이 되고 5월에나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모든 돈이 제작사로 가는데, 제작사가 돈을 안 주면 사재기 업체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재기 업자가 스스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겠나. 이건 정산 구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MBC

‘우디서 숀도 안대고 닐로 먹어’라는 말이 있다. 가수 우디, 숀, 닐로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대표적인 가수다. 갑작스럽게 히트곡을 터뜨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들이 히트곡을 남긴 배경 중 하나가 바이럴 마케팅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음원 영상을 최대한 노출해서 음악을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건강식품이나 의약품, 뷰티, 마약 베개를 비롯한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서 활용하고 있는 마케팅 기법이다.

바이럴은 연막
실제는 기계픽?

최근 들어 바이럴 마케팅은 국내 거의 모든 가수가 사용한다. 심지어 바이럴 마케팅 업체를 공격한 가수 중 일부는 바이럴 마케팅으로 성공했거나 1500만원대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사재기를 공론화시킨 가수 박경의 KQ엔터테인먼트도 소속된 타 가수를 홍보하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 업체와 접촉했다.

이렇듯 모든 가수가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하지만, 성공 확률은 10%에 그친다. 다만 음원 바이럴 마케팅 전문 업체인 딩고, 리메즈, 포엠, 와우 등 총 네 곳의 성공 확률이 약 30%에 이른다. 이들은 바이럴 마케팅을 접목한 타겟 마케팅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페이스북은 1020 남성이 90% 이상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로 소통한다. 특히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이때 이들이 듣기 좋은 감성의 노래를 노출한다. 거기서 인기를 얻고 음원 사이트서 플레이리스트에 입력하는 것”이라며 “음원 사이트는 대부분 한 달 이용권을 사용한다. 따로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유입이 많은 것이다. 우리가 성공 확률이 높은 건 다른 회사서 타켓 마케팅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바이럴 마케팅은 연막이고 뒤에서 매크로를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매크로는 <그알>서도 소개됐듯이 반복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음원 사재기의 경우 한 컴퓨터로 수없이 많은 컴퓨터를 통제해 수없이 많이 생성한 아이디로 종일 특정한 곡을 듣는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멜론을 비롯한 음원 사이트들은 이러한 매크로 공격에 방어하는 기술을 지속해서 키워왔다.

실제로 2015년 전에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서 공장을 만들어 특정 가수의 곡 순위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김 부사장은 “2015년 이전에는 실제로 사재기가 존재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음원 사이트의 기술력이 높아졌고, 알고리즘 자체도 변해서 절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멜론의 한 관계자는 “멜론은 수년 전부터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에 대해 모니터링과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강화해왔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시스템보안, 신규 패턴 추가 등을 통해서 다양한 움직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 중 하나는 장덕철이나 닐로, 숀, 우디와 같은 무명 가수들이 어떻게 아이유나 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와 같은 거대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을 상대로 더 높은 음원 성적을 거두냐는 것이다.

무명 가수가
팬덤을 이겨?

연예인을 위해 방송 방청 및 콘서트 등 적극성을 보이는 수십만 명의 팬덤을 어떻게 노래만으로 승부해 이길 수 있냐는 부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음원의 스트리밍 카운트 방법만 이해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멜론에 따르면 실시간 스트리밍은 한 시간에 1번씩 카운트되며, 일간은 하루에 한 번씩 카운트된다. 한 개인이 A라는 곡이 좋아서 수백 번을 들어도 실시간으로 카운트되는 것은 하루에 총 한 번이다. 결국 ‘많이 듣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듣는 것’이 유리한 알고리즘이다. 이로써 무명 가수도 아이돌을 상대로 더 높은 음원 성적을 거둘 수 있다.
 

▲ 걸그룹 트와이스

최소 10만 아이디가 필요한 이유도 이러한 알고리즘 때문이다.


황 대표는 “내부적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음악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집단의 인구를 600만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중의 아이돌 팬덤은 어림잡아 100만명이다. 약 20% 미만인데, 우리는 20% 미만이 아닌 나머지 80%와 소통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이 크다고 하지만 집에서 페이스북을 하는 1020이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1020 남성을 겨냥한 타겟 마케팅을 했고, 이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음원 사이트서 1위를 하는 것이 과거의 위상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과거에는 워낙 많은 대중이 사용하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인기 척도의 역할도 수행했으나, 최근 유튜브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멜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50대가 왜
닐로 음악을?

김 부사장은 “특히 아이돌의 경우 퍼포먼스를 통한 시각적인 효과 때문에 아이돌 팬덤은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소비한다. 그러다 보니 음원 사이트에서는 자연스럽게 밀려나고 있다. 유명 아이돌그룹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음원 사이트서 성적이 좋지 못한 이유는 사재기 때문이 아닌 플랫폼 사용의 이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미스트롯>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트로트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4050 이상의 세대서 가수 송가인을 향한 사랑은 극진했다. 50대 이상서 종일 송가인의 노래를 듣는 문화가 있을 정도로 송가인 신드롬은 대단했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닐로가 송가인을 제치고 멜론 50대 순위서 1위를 차지한 사진이다.

이 사건 이후로 멜론에선 나이대별 차트 순위를 삭제했고, 의혹은 점점 짙어졌다.

50대 차트의 경우 모집단의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10대나 20대의 부모님인 경우가 많고, 점포를 운영하면서 1위부터 100위까지 스트리밍을 켜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게 메이저9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최근 10대와 20대서 인기를 얻은 곡이 4050서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아이유나 엑소, 트와이스 등 10대들이 좋아하는 곡들에서 4050 역시 비슷한 그래프를 보였다.

매크로는 불가능
“우리는 억울합니다”

김 부사장은 “현재 17세 이하 미성년들 부모의 평균 나이는 40대다. 미성년자의 경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부모님 ID 혹은 가족 ID로 듣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17세 이하 미성년자들에게 인기 있는 곡은 음원 플랫폼에 가입자 기준으로 40대 쏠림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박경의 발언에 힘이 붙은 건 또 다른 가수들의 증언 덕분이었다. 가수 성시경은 전주를 빼라고 한 업체가 있었다고 밝혔고, 래퍼 타이거JK, 밴드 술탄 오브 디스코의 멤버 김간지와 말보는 실제로 사재기 업체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메이저9은 성시경과 타이거 JK, 김간지, 말보의 사례를 요목조목 짚었다. 먼저 성시경의 경우 전주를 빼라고 요구를 한 건 최근 트렌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성시경이 말한 내용을 보면 당사자가 바이럴 업체를 만난 것 같다. 다만 대화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최근 10대 남성의 경우 15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 전주가 길면 듣지 않는다. 최근 성공한 곡 대부분이 전주 없이 노랫말이 바로 나온다”며 “이런 점이 뮤지션들에게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죄는 아니지 않냐”고 호소했다.
 

▲ ▲▲ 닐로-송가인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TV조선

타이거 JK는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실제 사재기 업체의 관계자였을 수 있으며, 김간지는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수익 배분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간지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서 ‘사재기 업체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차후 기자들의 인터뷰 문의에는 응하지 않았다.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말보다. 가수 말보는 <그알>에 출연해 사재기 업체 관계자를 만났었다고 밝혔다. 그는 약 3억원서 3억5000만원가량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방송서 말보는 “행사장서 몰래 접근한 사람이 있었다. 두 가수가 곧 음원을 내는데 1위 하는 걸 보고 결정해라고 말했다고 했고, 이후 실제로 두 가수는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만났다. 전화번호는 없었고 카톡으로만 얘기했다. 결국에 사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기꾼이
고여 든다

이에 김 부사장은 말보가 사기꾼을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보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통해 알아봤는데, 말보가 만났다고 한 사람은 와우 대표였다. 실제 그 대표는 말보를 알지도 못했다. 그리고 말보가 말한 A가수는 와우가 아닌 리메즈와 마케팅을 진행했고, 또 다른 가수는 포엠과 진행했다. 와우랑은 상관이 없었다. 그런 거로 봐서 말보는 사기꾼을 만난 것 같다. 지금 실제 사재기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고 하는 가수들은 사기꾼들에게 피해를 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약 7시간에 걸쳐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응한 메이저9은 “우리야말로 사재기가 근절되길 바란다.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들이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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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